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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66화 (774/1,027)

< 766화 4. 고대 정령의 비밀 >

생각지도 못했던 가신들의 등장으로 인해 순식간에 수백 개의 구슬을 충전당한(?) 이안의 일행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던전에 한 번 들어오면 클리어하기 전엔 다시 나갈 방법이 없다는 정도였다.

만약 던전 출입이 자유로웠더라면 이안의 성향상 가신들을 동원하여 지속적으로 조화의 구슬을 수급하게 하고도 남을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600개라는 조화의 구슬을 전부 소진하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허억, 허억.”

“자, 잠깐만 이안. 조금만 쉬었다 하자. 이러다가 탈진해 버리겠어.”

“그래, 딱 10분만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자고.”

“좋아, 그럼 딱 10분만 휴식!”

폭풍의 정령 블레스티아를 싹 다 쓸어 잡은 이안 일행은, 괜찮아 보이는 정령이 등장하면 똑같은 작업을 계속해서 반복하였다.

그리하여 거의 20시간에 가깝도록 포획 노가다만 계속한 결과, 이안이 가진 조화의 구슬은 400개가량 소진된 상태였다.

그리고 이안의 포획 성공률은 99퍼센트 이상을 자랑했기에, 그 400개에 달하는 구슬들은 고스란히 ‘봉인된 정령’의 상태가 되어 이안의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었다.

만약 이 숫자의 정령들을 한자리에 풀어놓을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새로운 던전이 될 수준이었으니, 그야말로 생태계 파괴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흐음, 이제 던전도 거의 70퍼센트 이상은 정복한 것 같은데……. 대체 고대의 정령은 어디에 있다는 거야?”

휴식시간을 선언한 와중에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맵을 체크하는 이안.

혹시나 빼먹고 지나온 곳이 있지는 않은지, 구석구석 던전의 지형을 살피는 이안을 보며 쌍둥이 자매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후우, 어떻게 그렇게 노가다를 하고 아직까지 팔팔할 수가 있는 거지?”

“쟤 혹시 유저가 아니고 NPC아닐까? 개발사에서 랭커들 엿 먹이려고 만든 AI말이야.”

급기야 음모론까지 꺼내 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바네사.

이안의 이해할 수 없는 근성과 체력은 음모론과 비견될 정도로 비현실적인 것이었으니, 사라 또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아, 확실히 노가다 뛴 만큼 레벨 업이랑 파밍 속도는 미친 수준인데…….”

“그건 그렇지.”

“우린 아마 이렇게 고생해 놓고도 다음에 이안이 부르면 또 쪼르르 달려가겠지?”

“지금 생각 같아선 절대로 안 그러고 싶은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니까.”

“…….”

한편 쌍둥이 자매가 바위에 걸터앉아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이안은 제법 멀리까지 돌며 던전을 탐사하고 있었다.

던전을 절반 정도 진행했을 때까지만 해도 ‘언젠간 고대의 정령을 볼 수 있겠지’라는 마음에 딱히 조바심이 나지 않았었는데, 이제 슬슬 던전의 끝이 보이자 은근히 불안해진 것이다.

‘꼭 고대의 정령이 아니라도 괜찮은 녀석들을 많이 잡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데.’

처음 오염된 신령수를 찾을 때만 하더라도 이안은 고대의 정령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냥 개체 노가다로 뛰어난 스텟을 가진 녀석을 잡아다가 잘 키워 볼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본디 간사한 법.

‘고대의’ 신령수를 발견해 버렸고, 그 안 어딘가에 오염된 고대의 정령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 버렸으니 이제는 얘기가 달라진 것이다.

‘쌍둥이 녀석들도 많이 지친 것 같으니, 노가다는 잠시 쉬고 탐색을 좀 해야겠어. 이제는 일반 정령들 잡는 것보다 어떻게든 고대의 정령을 찾아내는 게 중요해.’

24시간이 넘게 지나도록 눈을 붙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나는 것인지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이안.

그리고 그렇게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이안은 일단 쌍둥이 자매가 있는 곳으로 복귀하기 위해 걸음을 돌렸다.

탐색도 혼자 하는 것 보다는, 쌍둥이 자매를 굴리는 것이 더 고효율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탓-!

그렇게 걸음을 돌려 움직이려던 이안은, 순간 고개를 휙 돌리며 자세를 낮추었다.

이어서 뭔가를 발견한 것인지, 이안의 두 동공이 크게 확대되었다.

‘저 황금 빛깔의 기운! 혹시 저기에 단서가 있는 건가?’

그리고 이안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곳에는 반투명한 황금빛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 * *

던전의 한쪽 구석에서 은은히 퍼져 나오는 황금빛의 아지랑이.

그리고 그 신비로운 기운에 둘러싸인, 익숙한 생김새의 중급 정령.

녀석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이안의 뇌리에 몇 가지 확신과 가정들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찾았다……! 저 녀석이 고대의 정령이 분명해!’

사실 이안이 발견한 정령의 생김새는, 무척이나 익숙한 것이었다.

이 던전 안에서 이안이 가장 많은 개체를 포획했던, 폭풍의 정령 ‘블레스티아’와 똑같은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녀석에게서 풍겨지는 분위기는 이안이 상대했던 평범한 폭풍의 정령들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분명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시스템 박스에는 다른 정령들과 마찬가지로 ‘중급’ 폭풍의 정령이라 쓰여 있었지만.

느껴지는 존재감은 분명 상급 정령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안은 녀석을 확인한 순간, 한 가지 확신에 가까운 가정을 해 볼 수 있었다.

‘고대의 정령이라는 게 아예 다른 개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었구나. 평범한 어떤 정령이라도 고대의 힘을 가지면 고대의 정령이 되는 거였어.’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는 녀석의 기운을 느껴지자, 이안은 점점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잠도 포기하면서 하루 꼬박 던전을 뒤지는 동안 처음 발견한 녀석이었고, 이번에 놓친다면 언제 또 만나게 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으니 말이다.

녀석을 놓친다는 끔찍한 가정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이안이었다.

-이안 : 사라, 바네사, 얼른 이쪽으로 와 봐. 고대의 정령을 찾았어.

-사라 : 정말? 고대의 정령이 있어?!

-바네사 : 어딘데! 곧바로 갈게!

고대의 정령이라는 말에 힘든 것도 잊은 것인지, 의욕적으로 대답하는 사라와 바네사.

이안은 그런 그녀들의 의욕이 일을 그르칠까 싶어 신신 당부를 하였다.

-이안 : 너무 요란하게 오면 녀석이 도망갈 수도 있으니까, 나 있는 좌표로 조용히 접근해. 알겠지?

-바네사 : 오케이, 알겠어!

금세 좌표에 도착한 사라와 바네사는 어렵지 않게 고대의 정령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녀석을 포위하며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하였다.

-이안 : 좋았어. 그쪽에서 자리 지키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잘 커버해 줘야 해.

-사라 : 알겠어.

-바네사 : 네가 직접 공격할 거야?

-이안 : 응, 내가 직접 싸워서 그쪽으로 유인해 볼게.

-사라 : 좋았어!

사라와 바네사, 그리고 소환수와 가신들이 만들어 낸 포위망을 꼼꼼히 확인한 이안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언에 올라탔다.

그리고 전면으로 창을 번쩍 치켜 든 채, 녀석을 향해 천천히 접근하였다.

“요놈, 드디어 찾았구나……!”

비장한 표정으로 창을 겨눈 채, 빠르게 고대의 정령을 향해 다가가는 이안.

이어서 이안을 발견한 고대의 정령 또한, 성난 표정으로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기분 나쁜 인간이군. 죽여 주마!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정령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시퍼런 폭풍의 기운이 이안을 덮치기 시작하였다.

* * *

이안은 당황했다.

아니, 당황을 넘어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 미친 괴물은 뭐야……?’

자신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퍼붓는 폭풍의 정령이,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지저에서 만났던 초월 60~70레벨의 거신족 돌격병들과 비교하더라도, 크게 부족하지 않을 수준의 전투력이었으니 이안으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그비랑 비교해도 훨씬 더 강력하잖아?’

처음 고대의 정령에게 달려들었을 때.

이안은 대략 마그비랑 비슷한 정도의 전투력을 예상했었다.

같은 중급 고대의 정령이니, 그리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녀석과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그게 아니라는 것을 대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일단 움직임도 움직임이었지만, 들어오는 대미지부터가 차원이 달랐다.

-중급 폭풍의 정령 ‘블레스티아’로부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32,983만큼 감소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안이 상대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정령들 갖고 놀 듯 쉽게 찜 쪄 먹을 수 없다 뿐이지, 1:1로는 여전히 이안이 우세한 전투력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포획’을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없으니, 전투가 까다로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같은 고대정령이면서 사대정령인 마그비보다 강력하다니……. 이럴 수가 있나?’

침착하게 창을 휘둘러 블레스티아의 생명력을 깎아가면서도, 녀석에 대한 분석을 멈추지 않는 이안.

그리고 찬찬히 머릿속의 정보들을 취합해 보던 이안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오래 되어 잊고 있었던, 예뿍이의 이야기가 떠오른 것이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파생 정령들 중에서도 뛰어난 개체는, 정령왕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하다고 했었지?’

정령왕으로의 진화는 사대 정령만의 특권이지만, 모든 능력치가 정해져 있는 사대 정령과 달리 파생 정령에게는 소환수와 마찬가지로 잠재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잠재력이 뛰어난 최상급 파생 정령 중에는 정령왕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한 개체가 있다다.

‘아, 그렇게 따지고 보니, 같은 등급일 때 파생 정령이 사대정령보다 강력한 것도 이상한 건 아니네.’

최상급의 파생 정령이 정령왕에 비견될 정도로 강력하다면, 당연히 최상급의 사대 정령보단 강력하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때문에 마찬가지로 같은 조건의 중급 정령이라면, 잠재력이 뛰어난 파생 정령이 사대 정령보다 강력한 것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닌 것이다.

‘좋아, 이러면 나는 더 땡큐지!’

머릿속으로 혼란스러웠던 것들이 전부 이해되고 나자 이안의 의욕은 더욱 불타올랐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정령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뛰어난 전력이 되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제 이 녀석만 성공적으로 포획하고 나면, 이 던전에 들어오면서 세웠던 목표는 99퍼센트 이상 완료되는 셈이었다.

‘자, 이쯤 했으면 슬슬 조화의 구슬을 꺼내 볼까?’

하지만 한참을 공들여 전투하던 이안은 다시 한 번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조화의 구슬을 꺼내어 포획을 시도하려던 이안의 눈앞에 그야말로 기가 막힌 메시지가 떠올랐으니 말이었다.

-포획할 수 없는 대상입니다.

-조화의 구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 *

-정령계 던전 기획서- C-32

신령수 : 자연의 힘으로 정령을 잉태하여 새로운 정령을 탄생시키는 신비로운 나무.

고대의 신령수 : 고대의 힘을 가진 채 태어난 신령수. 낮은 확률로 고대의 정령을 잉태함.

타입 : NPC

등급 : 에픽

역할 : 유저에게 퀘스트 부여.

* 퀘스트 클리어 시 나무에 잉태된 정령과 계약 가능

오염된 신령수 : 기계 문명에 의해 오염되어, 온전한 정령 대신 오염된 정령을 잉태하여 탄생시키는 나무.

오염된 고대의 신령수 : 낮은 확률로 오염된 고대의 정령을 잉태하는 오염된 신령수.

타입 : 던전

등급 : 히든, 에픽

역할 : 오염된 정령 생산

*‘조화의 구슬’보유 시 오염된 정령을 포획 가능

*‘정령 계약서’ 보유 시 포획한 정령과 계약 가능

*던전 클리어 시 ‘황금빛 나뭇가지’ 채집 가능

*‘오염된 고대의 정령’이 등장할 경우 포획 불가

*‘오염된 고대의 정령’을 처치할 경우 ‘고대의 정령혼’ 획득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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