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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61화 (769/1,027)

< 761화 2. 생명의 수호자 >

“언니, 쟤 뭐야? 무서워…….”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아니, 해도 해도 정도가 있지 이건 진짜 버그 플레이 아닐까?”

생명의 샘 건너편에서 이안을 지켜보고 있던 사라와 바네사.

두 자매는 지금, 당황을 넘어 패닉에 가까운 상태였다.

만약 이 충격적인 광경을 만들어 낸 유저가 이안이 아니라 다른 랭커였다면, 이미 현실을 부정하며 게임을 꺼 버렸을지도 모를 정도.

“쟨 대체 레벨이 몇인 거야? 아니, 레벨이 아니라 아이템 빨인가? 아니면 히든 스킬? 대체 뭐지?”

“모르겠어.”

그리고 두 자매가 이토록 패닉에 빠진 것은 사실 당연한 수순이었다.

둘이 힘을 합해도 상대는커녕 도망만 다녀야 했던 몬스터가 ‘생명의 수호자’인데, 이안은 대충(?) 창 한번 휘두른 것으로 녀석을 구석탱이에 처박아 버렸으니 말이다.

심지어 마지막에 다시 다가가, 곤죽이 되도록 녀석을 두들겨 패는 이안.

퍽- 퍼퍽-!

-크워어억!

두 자매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몬스터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크헝- 크허엉-!

다행히(?) 이안에게 두들겨 맞던 생명의 수호자는, 완전히 뻗기 전에 생명의 샘과 함께 모습을 감췄지만 말이다.

위이잉-!

새하얀 빛에 휘감겨, 생명의 샘과 함께 공간 속으로 사라지는 생명의 수호자.

그것들이 전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거짓말처럼 푸른 잔디 깔린 공터가 나타나자, 쌍둥이 자매는 이안을 향해 쪼르르 다가왔다.

* * *

생명의 샘과 수호자가 사라지기 전.

이안이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은 저 생명의 수호자가 과연 포획이 가능한 몬스터냐는 것이었다.

하여 포획을 시도해 본 이안은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고유 능력 ‘포획’을 시전합니다.

-‘생명의 수호자 ???(Lv. 58)’를 포획합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대상을 포획할 수 없습니다.

-포획에 실패하였습니다.

포획을 발동시키자마자 이안의 눈앞에 주르륵 떠오른 간결한 시스템 메시지들.

물론 수호자를 포획하는 것은 실패하였지만, 이 메시지들은 이안이 원했던 정보를 충분히 담고 있었다.

‘그러니까 생명의 수호자라는 이 녀석, 역시 포획이 불가능한 놈은 아니었네.’

분명 시스템 메시지는 포획할 수 없는 대상이라 하였건만, 어째서 이안은 포획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 이유는 포획 불가 메시지 위에 먼저 떠오른,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라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만약 생명의 수호자가 아예 포획이 불가능하게 설정된 녀석이었더라면, 애초에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다시 말해 특정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저 ‘생명의 수호자’라는 녀석을 포획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

그리고 평소 몬스터 연구를 즐기는 이안에게, 뭔가 특별해 보이는 이 생명의 수호자는 흥미로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 조건이라는 게 뭔지 찾아야 할 텐데…….’

게다가 조화의 구슬의 원료인 ‘생명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몬스터였으니, 포획에 성공한다면 분명 생명수 수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어차피 정령 포획 노가다를 위해서라도 생명의 샘은 계속 찾아야 할 테고……. 그러다 보면 뭔가 단서를 얻을 수 있겠지.’

생명의 샘이 사라진 뒤 이런저런 가정을 떠올리며 머릿속을 정리하는 이안.

그 사이 이안에게 다가온 사라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뭘?”

“저 괴물 같은 녀석을 대체 어떻게 그렇게 쉽게 두들겨 팬 거냐고!”

하지만 이안은 그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었다.

“뭘 어떻게 해? 너도 봤을 거 아냐.”

“……?”

“그냥 세게 때렸을 뿐이야.”

“…….”

이안의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말문이 막혀 버린 사라.

그녀 대신 옆에 있던 바네사가 이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사라와 달리 이미 이안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를 포기한 바네사는 다른 데에 관심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이안, 이제 생명의 샘도 찾았으니 약속을 이행하는 게 어때?”

“음……?”

“설마 모른 척하려는 건 아니겠지? 조화의 구슬을 만드는 방법, 알려 준다고 했잖아.”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이안의 대답을 기다리는 바네사.

그런 그녀와 눈이 마주친 이안은 피식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약속은 약속이니까, 알려 줘야겠지.”

“오오, 역시 이안갓!”

“단, 입은 무거워야 해. 아무한테도 정보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야.”

“그거야 당연하지! 이런 고급 정보를 내가 누구한테 풀겠어?”

“아빠나 엄마한테도 얘기해선 안 돼. 알겠지?”

“아, 알겠어! 우리 입 무거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연신 진지한 표정으로 당부하는 이안을 보며, 더욱 상기되기 시작한 바네사의 표정.

진지하게 당부한다는 것 자체가 고급 정보임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바네사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안은, 정말로 바네사에게 조화의 구슬 레시피(?)를 알려 주기 시작하였다.

“바네사.”

“응?”

“내가 방금 전에 생명의 샘에서 물 퍼 올린 것 봤지?”

“응, 봤어.”

“그 생명의 샘에서 퍼 올린 ‘생명수’가 조화의 구슬을 만들 때 필요한 원료야.”

“……!”

“이 생명수를 자연의 종족 중 하나인 고랄족 정령수호자에게 가져다주면 조화의 구슬을 만들어 준다고 하더라고.”

“오오, 그럴 수가!”

무척이나 간결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엄청난 내용을 담은 이안의 정보.

그에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바네사를 보며, 이안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떡밥은 이제 충분히 던졌으니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차례였다.

“그러니까 얼른, 다음 생명의 샘을 찾으러 움직이자고 바네사. 빨리 조화의 구슬을 수급하고 오염된 신령수를 찾아서, 강력한 정령을 포획해야 하지 않겠어?”

“으응……!”

의욕이 넘쳐 두 주먹을 불끈 쥐는 바네사를 보며, 이안은 인벤토리 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찾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품속에서 차원의 구슬을 꺼내 든 이안은 씨익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둘이 부지런히 움직여서, 얼른 스팟들을 찾아 놓도록 해.”

“그럼 너는?”

“난 잠깐 마을 좀 다녀올게. 방금 퍼 올린 생명수들을 조화의 구슬로 바꿔야 하니 말이야.”

“아, 알겠어!”

이어서 차원의 포탈을 연 이안은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고, 숲 속에 남은 사라와 바네사는 다시 정령산을 열심히 뒤지기 시작하였다.

이안이 알려 준 정보는 정령산의 핵심 콘텐츠가 될지도 모를 정도로 엄청났고, 그가 거짓말을 하는 인물도 아니었으니, 두 자매는 이안의 씀씀이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 * *

생명수를 활용하여 조화의 구슬을 만들 수 있다는 정보는, 현 시점에서 엄청난 가치를 가진 고급 정보임이 분명하였다.

단지 생명의 샘을 찾아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공유하기에는, 분명히 아까운 정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이 두 자매에게 쉽게 정보를 공유해 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였다.

‘후후, 그걸 지금 안다고 해 봐야 나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테니 말이지.’

지금 사라와 바네사에게 생명수와 관련된 정보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 같은 존재였으니 말이다.

‘생명의 두레박 없이는 애초에 생명수를 퍼 올리는 게 불가능한 데다, 나 없인 생명의 수호자를 뚫고 샘 근처에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할 테니까.’

물론 사라와 바네사가 이 정보를 다른 누군가와 공유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것은 조금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초월 30레벨 대의 허접한(?) 랭커들이라 하더라도, 많은 숫자가 모인다면 충분히 콘텐츠를 공략해 볼 만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사라와 바네사는 항상 듀오로만 움직이는 랭커들이었고,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는 입도 제법 무거운 친구들이었다.

이안의 입장에서 적당한 콩고물을 제공하면서 데리고 다니며 부려먹기에는 이 쌍둥이 자매만 한 이들이 없는 것이다.

“룰루-!”

정령수호자 샬론을 향해 움직이는 이안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볍기 그지없었다.

샬론에게 다녀오는 동안 쌍둥이 자매가 뭐든 찾아 놓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흥이 올라왔다.

‘샬론이라면 분명 생명 수호자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고 있을 거야. 잘 구슬려 보면 포획 조건도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르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부지런히 걸음을 놀린 이안은, 금세 샬론의 오두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어서 이안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샬론이 그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오, 자네 왔는가.”

“네, 샬론. 별일 없으셨지요?”

“하하, 며칠 만에 별일이야 생겼겠는가. 그래, 지난번에 정령의 도장에 갔던 일은 잘되었고?”

“물론입니다. 샬론 님 덕분에 조화의 구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성큼성큼 오두막 안으로 들어온 이안은 샬론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조화의 구슬’이라는 말에 관심이 생긴 것인지 샬론의 두 눈이 살짝 빛났다.

“호오, 조화의 구슬에 대해 알아낸 것을 보니 확실히 아기로 그 친구를 만났나 보군.”

“그렇습니다, 샬론.”

이어서 이안은, 슬슬 본론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샬론 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많은데,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이안과의 친밀도가 거의 최대치에 다다른 샬론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물론일세. 자네가 내게 뭘 물어볼는지 오히려 내가 더 궁금하구먼그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샬론.”

그리고 샬론의 대답이 떨어지자, 이안은 인벤토리에서 반투명한 호리병들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그것들은 각각 생명수가 한 됫박씩 담겨 있는 유리병이었다.

“일단 이것들을 받으시겠습니까?”

“이건……!”

“정령산 높은 곳에서 퍼 온 생명수입니다.”

“이 귀한 것을 어떻게……!”

“일단 궁금한 것들을 여쭙기에 앞서 이 생명수들로 조화의 구슬을 만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안의 물음에 샬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무, 물론일세. 그야 어렵지 않은 일이지.”

조화의 구슬을 만드는 작업은 고랄 종족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고, 이안이 그것으로 오염된 정령들을 정화시킨다면 샬론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으니 샬론이 이안의 부탁을 들어 주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생명의 샘을 찾아서 (히든)(에픽)’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클리어 등급 : -

-‘생명의 자루’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안이 잠시 기다리는 동안 금세 마법진을 그린 샬론은 순식간에 조화의 구슬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위이잉- 우웅-!

파랗게 빛나는 마법진에 호리병의 물을 뿌린 후, 연신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는 정령 수호자 샬론.

그 결과 이안이 가져온 다섯 병의 생명수를 다 사용했을 무렵, 아름다운 빛깔로 반짝거리는 서른 개의 크리스털들이 마법진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을 발견한 이안이, 샬론을 향해 물었다.

“이게 그 ‘생명의 결정’이라는 거죠?”

샬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그렇다네.”

“이 결정을 이용해서 조화의 구슬을 만들 수 있는 거고요.”

“바로 그렇다네. 결정 하나당 한 개의 구슬을 만들 수 있지.”

결정들을 한자리에 모은 샬론은 다시 그 위에 마법진을 그려 새로운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크리스털처럼 각진 형태를 가졌던 생명의 결정들은, 금세 이안의 인벤토리에 있는 조화의 구슬들처럼 동그랗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은 정확히 서른 개의 조화의 구슬들을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띠링-!

-정령 수호자 ‘샬론’으로부터, ‘조화의 구슬×30’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조화의 구슬을 받아 든 이안의 표정이 싱글벙글해졌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흐흐, 한 병당 여섯 개 씩이나 나올 줄은 몰랐는데, 생각보다 더 쏠쏠하잖아?’

싱글거리는 이안을 향해 샬론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 내게 궁금한 것들이 있다고 하였지?”

샬론의 물음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예, 그랬지요.”

“난 어쩐지, 자네가 궁금한 것이 뭔지 알 것 같구먼 그래.”

뜬금없는 샬론의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이안.

그리고 그런 이안을 향해 샬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아마 지금 이 순간, 자네가 궁금한 것은 두 가지 정도일 거야.”

이안과 눈이 마주친 샬론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선 첫 번째로, ‘정령 계약서’를 만들 방법이 궁금하겠지.”

“……!”

“그리고 두 번째로는 ‘정령수精靈獸’에 대한 정보가 궁금할 테고.”

샬론의 말을 들은 이안의 동공은 더욱더 크게 확대되었다.

자신이 물어보려 했던 것들을 샬론이 정확히 맞췄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정령수’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흥미로웠으니 말이다.

“정령수……라면, 혹시 생명의 샘을 지키던 그 표범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이안의 물음에, 샬론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하였다.

“맞네, 생명의 샘을 지키고 있을 그 녀석 또한 정령수에 속하는 녀석이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의 등장에, 이안의 눈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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