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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58화 (766/1,027)

< 758화 1. 호루스 전진기지 >

‘이안 얜 또 언제 여기까지 온 거야?’

이안을 발견한 바네사는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정령의 도장에 있었던 그가 돌연 깊숙한 정령산에서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마그비와 함께 나타난 이안이 바네사가 놓쳤던 정령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바네사는 허둥지둥 튀어나가며 이안을 향해 소리쳤다.

“자, 잠깐! 공격하지 마, 이안! 포획해야 한다고!”

바네사가 잡으려 했던 어둠의 정령은 무척이나 특이한 고유 능력을 가진 녀석이었다.

마치 암살자 클래스처럼 자신을 은폐시키기도 하고, 순식간에 공간을 넘어 움직여 상대를 기습하기도 하는, 지금껏 본 적 없는 고유 능력을 가진 희귀한 정령이었던 것이다.

‘이안이라면 순식간에 저 녀석을 죽여 버릴 거야, 막아야 돼!’

바네사는 이안이 오염된 정령을 곧바로 처치해 버릴 것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그녀는 이안이 조화의 구슬을 가졌다고 생각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안을 저지하기 위해 튀어나간 순간.

슈우웅- 퐁-!

마그비의 공격에 비틀거리던 녀석은, 순식간에 이안이 들고 있던 구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너무도 손쉽게 말이다.

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안은 녀석이 은신계열의 고유 능력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번에 위치를 알아채 포획에 성공하였다.

게다가 조화의 구슬을 사용하는 숙련도는, 바네사와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다.

보상으로 받은 구슬 몇 개 써 본 게 다인 바네사와 이미 오십 마리 이상의 오염된 정령들을 포획해 본 이안 사이에는, 숙련도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이어서 당황한 바네사와 사라를 향해, 이안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왜 놀라? 포획해야 한다며.”

“…….”

“그래서 포획했는데?”

“허얼…….”

벙찐 표정이 된 채 말을 잃은 사라와 바네사.

‘조화의 구슬’ 콘텐츠만큼은 자신들이 선점했다고 생각한 두 자매였기에, 이안의 등장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사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안에게 물었다.

“조, 조화의 구슬은 어디서 난 건데?”

“그런 너희들은 어떻게 조화의 구슬을 알고 있는 거야?”

“우리야 퀘스트 보상으로 받…….”

말끝을 흐리는 바네사를 보며, 순간 이안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생명의 샘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슬쩍 떠봐야겠군. 만약 알고 있다면 정보를 좀 뜯어 내야겠어.’

이안으로서는 사라와 바네사가 조화의 구슬과 연관된 퀘스트를 얼마나 진행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구슬을 퀘스트 보상으로 얻는 데 그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안 자신처럼 생명의 샘과 관련된 퀘스트까지 받은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만약 두 자매가 생명의 샘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이안은 둘이 혹할 만한 초월 장비를 미끼로 정보를 얻어 낼 생각이었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이 넓은 정령산에서 생명의 샘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그녀들로부터 생명의 샘이 어디 있는지 위치만 알 수 있어도 커다란 수확인 것이다.

빠르게 머리를 굴린 이안은, 슬쩍 운을 떼어 보았다.

“바네사, 조화의 구슬은 많이 남았어?”

이안의 물음에, 바네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하였다.

“아니, 얼마 안 남았어.”

“다 쓰고 나면 어떻게 할 건데?”

“뭘 어떡해. 구슬 주는 퀘스트 새로 찾아야지.”

“아하.”

“너도 조화의 구슬 퀘스트로 받은 거 아니야?”

“맞아.”

“그럼 어딘가에 구슬 보상으로 주는 퀘스트가 또 있지 않겠어?”

바네사의 말을 들은 이안은 살짝 아쉬운 표정이 되었다.

보아하니 바네사는 조화의 구슬 제작과 관련된 정보를 전혀 모르는 듯 보였고, 때문에 그녀들에게 생명의 샘에 대한 정보를 뜯어낼 계획이 무산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안은 그녀들을 그냥 보내 줄 생각은 아니었다.

정보를 뜯어낼 수 없다면, 노동력이라도 뜯어낼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흐흐, 결국엔 윈윈이지, 뭐.’

항상 그렇지만, 이안의 미끼에 강제성은 없다.

이안과의 노가다는, 항상 본인들이 원해서 하는 것일 뿐.

이안이 은근한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바네사, 혹시 그거 알아?”

“뭐?”

“굳이 퀘스트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조화의 구슬을 계속 수급할 수 있는 방법 말이야.”

“그런 게 있다고?”

“난 조화의 구슬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

“……!”

“어때, 궁금하지 않아?”

그리고 그것으로, 쌍둥이 자매는 또다시 이안의 늪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다, 당연하지!”

* * *

얼떨결에 이안과 함께하게 된 사라와 바네사.

이안은 그녀들로부터, 우선 정령계의 맵부터 공유받기로 하였다.

이제 막 정령산 중턱에 진입한 이안과 달리 그녀들은 한 달이 넘게 정령산을 돌아다녔고, 때문에 훨씬 더 넓게 맵이 밝혀져 있을 테니 말이었다.

대신 이안은 그 대가로, 방금 포획한 어둠의 정령을 바네사에게 넘겨주었다.

“오, 맵은 제법 많이 밝혀 놨네?”

이안의 감탄에, 바네사가 우쭐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아마 우리보다 정령산에서 진행 속도 빠른 랭커들도 별로 없을 걸?”

“그래?”

사라도 옆에서 거들었다.

“바네사 말이 맞아. 내가 알기로 호루스 전진기지 뚫은 팀은 우리 말고 없다고 알고 있어.”

“호루스 전진기지라…….”

두 자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안은 맵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맵을 살펴보는 동안, 그녀들로부터 몇 가지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호루스의 전진기지는, 정령산의 고지대를 향해 올라가는 모든 길목을 막고 지어져 있다.

둘째, 호루스 전진기지에 등장하는 기계괴수들의 평균 레벨은, 초월 30레벨 정도이다.

셋째, 정령산의 곳곳에 랜덤하게 등장하는 ‘오염된 신령수’라는 던전에 들어가면, 강력하고 희귀한 오염된 정령들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안 네가 말한 ‘생명의 샘’이라는 건,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래?”

“응. 우리가 정령산 아래쪽은 거의 다 돌아다녀 봤는데, 그런 비슷한 것도 본 적이 없거든.”

“으음, 그렇군.”

“아마 기계문명의 방어선을 뚫고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두 자매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안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강력한 정령도 그렇고 생명의 샘도 그렇고, 콘텐츠를 뚫고 더 위로 올라가야 찾을 수 있는 거겠네.’

이안은 맵을 쭉 훑으며, 호루스 전진기지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밝혀진 맵 안에서, 두 사람이 미리 찾아 둔 호루스 기지들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도 호루스 기지가 하나 있네?”

“맞아. 이 위쪽으로 조금만 더 올라가면 협곡이 나오는데, 그쪽을 지키는 전진기지가 하나 있었던 것 같아.”

사라의 대답에 이어, 바네사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안 네가 강력한 건 알지만, 처음 공략하는 거라면 여기 말고 다른 곳부터 하는 게 좋을 걸?”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째서?”

“여기 있는 기지는 지형이 엄청 험준해서, 공성하기 너무 까다로운 형태거든.”

“아하.”

“초월레벨이 한 50정도 되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다른 데서 먼저 경험을 쌓고 도전하는 게 좋을 거야.”

바네사의 말에 이안은 피식 웃었다.

그의 초월 레벨이 60레벨 이상이라는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는 것이 은근히 재밌었던 것이다.

“됐어, 쓸데없는 걱정 말고 이쪽으로 뚫고 올라가자. 어려운 데 뚫으면 뭔가 더 좋은 보상이 있겠지.”

“으음, 네 생각이 그렇다면 뭐…….”

바네사는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였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의 의견에 따랐다.

어쨌든 두 자매는 호루스 기지를 이미 성공적으로 공략한 적이 있었고, 거기에 이안이라는 막강한 전력이 추가된 것이니,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공략 가능할 것 같았던 것이다.

“자 그럼 곧바로 움직여 보자고. 시간이 아까우니 말이야.”

“예이, 어련하시겠습니까.”

“어휴, 몇 분이나 지났다고…….”

이안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사라와 바네사가, 그에게 파티를 걸었다.

띠링-!

-소환술사 유저 ‘바네사 (Lv. ???)’가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소환술사 유저 ‘사라 (Lv. ???)’가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이어서 자연스레 파티의 리더가 되어, 아이언의 고삐를 틀며 호루스의 기지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는 이안.

그런데 그때, 세 사람의 눈앞에 생각지도 못했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파티원 ‘이안’이 호루스 전진기지(5276, 1998)를 공략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파티원 ‘이안’의 초월 명성이 1,250만큼 상승합니다!

-파티원 ‘이안’이 ‘아루스의 강철 부품’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사라와 바네사의 시선이, 동시에 이안을 향해 돌아갔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겠지만, 두 자매의 표정은 거의 경악에 가까운 것이었다.

“대체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이안?”

“이 버그 같은 상황은 또 뭔데?”

하지만 이안 역시 두 자매의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 또한 아직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다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라와 바네사를 번갈아 응시할 뿐이었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사실 지금 이 순간, 가장 당황한 것은 이안이었다.

분명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갑자기 호루스 기지를 격파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니 오히려 두 자매보다 더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체 뭐지?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런데 머리를 열심히 굴리던 그때.

“……!”

뭔가 떠오른 이안은 허둥지둥 꺼 두었던 전체 시스템 창을 오픈해 보았다.

산 능선을 넘어오기 전 이안과 헤어졌었던, 두 마리의 소환수가 순간적으로 떠오른 것이었다.

‘설마……?’

그리고 다음 순간, 이안은 허탈한 표정이 되었다.

시스템 창을 열자마자,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이안조차 상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소환수 ‘뿍뿍이’가 고유 능력 ‘드래곤 브레스’를 발동하였습니다!

-소환수 ‘라이’가 기계괴수 ‘아루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중략……

-소환수 ‘뿍뿍이’가 기계괴수 ‘아루스’를 처치하였습니다!

-호루스 전진기지를 성공적으로 격파하였습니다!

……후략……

이안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던 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의욕 넘치던 뿍뿍이의 소행(?)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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