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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57화 (765/1,027)

< 757화 8. 새로운 정령을 만나다Ⅲ (2) >

* * *

“뭐……? 그게 정말이야?”

“그렇뿍. 우리 예뿍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뿍. 철뿍이만 구해온다면, 예뿍이는 날 따라오기로 했뿍.”

“아니, 그거 말고. 균열 말하는 거야. 방금 네 말에 따르면, 이 정령계에도 용천처럼 균열이 존재하는 거잖아?”

“지금 그게 중요하냐뿍!”

“응, 그게 제일 중요해.”

정령산을 향해 이동하는 길.

뿍뿍이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들은 이안은,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

용천에서 이안을 급속 성장하게 만들어 줬던 보너스 스테이지(?)가, 이 정령계에도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 말이었다.

‘결국 마족 계열의 중간계와 인간 진영 계열의 중간계의 대립 구도는 균열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이어진다는 거지.’

정령계와 라카토리움을 이어 주는 거대한 통로.

이 또한 마찬가지로, ‘균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균열’이라는 이름만 같고, 실상은 다른 콘텐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뿍이가 했다는 이야기를 종합해 볼 때, 이 균열은 완벽히 같은 콘텐츠인 것이 확실하였다.

차원 마력이라는 개념과 차원의 균열에 관련된 세계관이, 용천과 엘라시움을 연결하던 그것과 너무 완벽하게 일치했으니 말이다.

‘균열이 어디 있는 건지 모른다는 게 제일 아쉽네. 예뿍이가 한 얘기를 종합해 보면, 정령산 중턱 어딘가에 있다는 것 같은데 말이지.’

만약 균열을 찾을 수만 있다면, 이안에게 있어 그보다 더 꿀 같은 노다지는 없을 것이었다.

용천에서 정령계로 떠나올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이 균열이었는데, 더 이상 아쉬워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아예 균열 근처에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파밍하며 퀘스트를 하나하나 클리어해 나가면 되는 것.

게다가 균열을 통해 유입되는 기계괴수들 중에는, 거신족 장군급의 몬스터도 존재할 것이었으니.

균열 안에서 하드하게 노가다한다면, 분명 강력한 기계괴수의 설계도를 잔뜩 수집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균열이 아닌 곳에서 이안이 상대할 수 있는 몬스터의 한계가 초월 70~80레벨 정도라면, 균열 안에서는 90레벨이 넘는 녀석과도 비벼 볼만 할 테니, 정말 초고레벨 기계 괴수의 설계도를 얻어 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크, 상상만 해도 행복하네. 어차피 생명의 샘을 찾기 위해서라도 정령산을 샅샅이 뒤져야 하니 찾는 김에 균열도 같이 찾지, 뭐.’

그렇지 않아도 달궈져 있던 이안의 의욕이, 더욱 활활 불타오를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것.

하지만 이안이 상상의 나래에 빠져들수록, 불만에 가득찬 정보원(?) 뿍뿍이의 양볼은 더욱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뿍뿍이는 이안이 균열에서 뭘 하든 관심이 없었고, 오직 예뿍이만이 중요했으니 말이었다.

“빨리 철뿍이를 구하러 가야 한다뿍! 예뿍이랑 약속했뿍!!”

맨들맨들한 머리로 이안의 등을 쿡쿡 두들기며, 떼를 쓰기 시작하는 뿍뿍이.

그제야 이안은 다시 뿍뿍이의 이야기에 관심을 주기 시작하였다.

‘균열’이라는 키워드의 임펙트가 너무 커서 잠시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뿍뿍이의 이야기도 충분히 흥미로운 것이기는 하였다.

“그래, 알겠어, 뿍뿍아. 당연히 철뿍이도 구해야지.”

“뿍!”

“근데 뿍뿍아,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철뿍이라는 친구는 그 예뿍이가 기다리던 거북이 아니었어?”

“맞뿍.”

“그런데 걜 구해 오면 예뿍이가 과연 널 따라올까? 그냥 걔랑 행복하게 잘살 것 같은데?”

뿍뿍이를 놀리고 싶었던 이안의 날카로운 공격.

하지만 어쩐 일인지, 뿍뿍이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비장한 표정이 되었을 뿐.

그에 이안이 의아한 표정을 짓던 찰나 뿍뿍이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철뿍이는 예뿍이의 남자친구가 아니었뿍.”

“오, 그래? 그럼 뭔데?”

“내 처남이었뿍.”

“……?”

“처남을 구해 와야 한다뿍.”

뿍뿍이의 대답을 들은 이안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뿍뿍이의 입에서 상상조차 못 했던 단어가 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뿍뿍이가 갑자기 왜 이렇게 의욕적인 상태가 되었는지는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예뿍이가 기다리던 거북이가……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동생이었던 거였군.’

철북이의 정체에 대해 모르고 들었을 때는 애틋하기 그지없는 사랑스토리였던 예뿍이의 스토리가 알고 보니 끈끈한 남매 간의 우정 스토리였던 것.

이뤄질 수 없을 듯 보였던 사랑에 한 줄기 희망이 내려온 것이었으니 뿍뿍이의 이러한 상태(?)는 당연한 것이다.

이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추가로 생겼으니 말이다.

“근데 뿍뿍아, 지난번엔 예뿍이가 기다리던 거북이 이미 죽었을 거라며. 그게 지금 네가 말하는 철뿍이일 거고.”

“맞뿍. 그렇뿍.”

“그런데 어떻게 구한다는 거야?”

이안의 질문에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뿍뿍이가 천천히 다시 말을 이었다.

“예뿍이의 말에 의하면, 아마 철뿍이의 영혼은 아직 남아 있을 거라고 했뿍.”

“음……?”

“기계 문명이 탐냈던 것은 자연의 힘이 가득한 철뿍이의 영혼이었고, 그들은 그것을 아마 어딘가에 가둬 뒀을 거라고 했뿍.”

뭔가 당장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한 뿍뿍이의 이야기.

“주인이 전에 싸운 적 있다고 했던 찰리스라는 인간……! 그를 꼭 찾아 내야 한다뿍.”

뿍뿍이의 비장한 이야기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찰리스가 철북이를 잡아갔다는 이야기는 예전에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생소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 뿍뿍아, 이 형이 꼭 찰리스를 찾아서 복수하고, 철뿍이를 구해 줄게.”

“……!”

“네 모솔 탈출을 위해서 그 정도는 내가 도와줘야지.”

“뿌욱!”

예상하지 못했던 이안의 따뜻한(?) 대사에, 눈망울이 그렁그렁해진 뿍뿍이!

하지만 이안이 이렇게 운을 뗀 것은, 당연히 뿍뿍이를 위한 순수한 마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뿍뿍이의 눈치를 슬쩍 보던 이안이, 슬슬 본론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네가 균열을 먼저 찾아 줘야 해, 뿍뿍아.”

“그,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거냐뿍!”

“예뿍이도 그랬다며, 철뿍이의 영혼이 라카토리움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그렇긴 하다뿍.”

“일단 형은 이 정령산에서 철뿍이와 찰리스를 열심히 찾아보긴 할 텐데, 아마 여기에 없을 확률이 높을 거야.”

“뿌욱……!”

“형이 정령산을 뒤질 동안 네가 균열을 찾아놓으면, 곧바로 라카토리움으로 갈 수 있지 않겠어?”

본의가 약간 의심되기는 하지만, 뿍뿍이가 보기에도 너무 논리 정연한 이안의 설명.

때문에 이안의 말이 이어질수록, 뿍뿍이는 더욱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기계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라카토리움이 조금 무섭긴 하지만, 우리 뿍뿍이를 위해서라면 형이 한번 해 볼게.”

마치 원래는 라카토리움에 가 볼 생각이 없기라도 했다는 듯, 뿍뿍이에게 생색까지 내는 이안!

그렇게 뿍뿍이는 결국, 이안에게 감동받고 말았다.

“뿍……! 우리 주인, 알고 보면 따뜻한 인간이었뿍!”

한편 이안과 뿍뿍이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들을 태운 아이언은 정령산 자락을 따라 빠르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슬슬 정령산의 중턱에 다다르자, 아이언은 더 이상 비행을 지속할 수 없었다.

정령산의 곳곳에 지어져 있는 기계 문명의 방어탑에서, 포격이 날아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콘셉트 자체가 ‘기계 문명’이어서 그런지, 방어 탑에서 쏘아대는 포탄은 현대의 방공포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퍼펑- 펑-!

한눈에 보기에도 위력이 어마어마해 보이는, 기계 문명의 대공 미사일들.

능숙하게 아이언을 컨트롤하여 그것들을 피해 낸 이안은, 빠르게 하강하여 산자락을 향해 하강하였다.

휘이잉- 펄럭-!

아이언이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산에 내려앉자, 등에 올라 있던 이안이, 뿍뿍이를 등에 맨 채 바닥에 내려섰다.

탓-!

이어서 이안은 뿍뿍이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 비장한 표정으로 그에게 명령을 내렸다.

“뿍뿍아, 라이를 붙여 줄 테니까 균열을 찾으면 곧바로 연락하도록 해.”

“알겠뿍! 나만 믿어라뿍.”

라이와 뿍뿍이는 중요한 전투 전력들이었지만, 이안은 과감히 이들을 탐색조로 보낼 생각이었다.

어차피 정령산은 중천과 비슷한 수준의 난이도를 가진 차원계였고, 그렇다면 한동안은 둘이 없이도 여유롭게 콘텐츠 진행이 가능할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마 아이언을 타는 것만으로도, 정령산 중턱의 초입에 있다는 기계문명의 기지들은 박살 내고도 남을 게 분명하였다.

“크릉, 아무래도 균열을 찾으면, 악덕 주인이 하루 종일 사냥만 하려 할 게 분명한데…….”

비교적 똑똑한 라이가 이안의 계획을 정확히 꿰뚫었지만, 이미 이안에게 감동받은 뿍뿍이는 그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다뿍. 주인은 분명 철뿍이를 찾아줄 거다뿍. 그러니까 우린 빨리 균열을 찾아야 한다뿍.”

오히려 라이를 독려하며, 짧은 다리를 빠르게 놀려 숲 속으로 사라지는 뿍뿍이.

그런 뿍뿍이의 뒷모습을 보며, 이안은 흐뭇한 표정이 되었다.

“후후, 뿍뿍이가 이렇게 믿음직스러울 줄이야.”

그리고 자리에서 잠시 뿍뿍이와 라이가 숲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이안은, 두리번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이안의 손에는 조화의 구슬이 하나 쥐어져 있었다.

* * *

“후우, 언니! 방금 그쪽으로 사라진 것 같은데, 혹시 못 봤어?”

“정말? 저쪽에서 걸어오는 동안 정령 그림자도 못 봤는데……. 바네사 너 잘못 본 것 아냐?”

“으아아, 꼭 잡고 싶었던 정령이었는데! 구슬만 세 개 버리고 놓쳐 버렸어!”

“너무 우울해 하지 마, 바네사. 어차피 하급 정령이었다며?”

“하급이기는 해도, 완전 처음 보는 종류의 정령이었다고! 어둠 속성 파생 정령인 것 같은데, 아깝다아…….”

정령산 인근을 열심히 뒤지며, 오염된 정령들을 찾고 있는 사라와 바네사.

두 자매가 오염된 정령을 찾고 있던 이유는, 놀랍게도 이안과 같은 이유였다.

이안처럼 아기로의 히든 퀘스트를 깬 것은 아니었지만, 메인퀘스트를 진행하던 중 ‘조화의 구슬’과 관련된 다른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한 것이다.

퀘스트의 보상으로, 조화의 구슬 서른 개와 정령 계약서 한 장을 얻을 수 있었던 것.

물론 사라와 바네사는, 생명의 샘을 통해 조화의 구슬을 추가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였다.

그들이 클리어한 퀘스트는 보상이 조화의 구슬과 계약서였을 뿐, 퀘스트 내용 자체가 그 콘텐츠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과 별개로 바네사는, 오염된 정령 하나를 포획하여 계약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 설레는 중이었다.

“바네사, 이제 구슬 몇 개 남은거야?”

“흑흑, 일곱 개밖에 안 남았어, 언니…….”

“괜찮아, 그래도 아까 중급 정령 하나 잡았잖아?”

“그래도 아쉬운데…….”

“조금만 더 힘내 보자. 잘 찾아보면, 그때 이안이 쓰던 불의 정령처럼 괴물 같은 녀석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사라의 위로에, 바네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 쉬었다.

“휴우. 그래 일곱 개면 한 놈 정돈 더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신비한 정령을 놓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힘을 내어 정령산을 뒤지기 시작하는 사라와 바네사.

그런데 그렇게 십여 분 정도가 지났을까?

“어, 어어?”

뭔가를 발견한 바네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놀란 바네사의 목소리를 들은 사라가 후다닥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

“뭐라도 찾았어, 바네사?”

“언니, 저, 저기!”

“……?”

바네사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린 사라는, 다음 순간 그녀와 똑같이 동공이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에 반 농담처럼 이야기했었던 이안의 정령 마그비가 두 사람의 시야에 불쑥 나타났으니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놀람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어, 어어……?”

마그비가 서 있던 곳의 맞은편으로, 방금 바네사가 놓친 그 정령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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