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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55화 (763/1,027)

< 755화 7. 새로운 정령을 만나다Ⅱ (3) >

* * *

퍽- 퍼퍽-!

조용했던 정령 보호소 안에 연달아 울려 퍼지는 둔탁한 타격음.

-끼깅-!

-인간, 죽어라!

-우릴 이 좁은 곳에 가두다니!

-날 풀어 줘!

마치 식물원처럼 숲이 우거진 그 안쪽에 수많은 정령들을 몰고 다니는 하나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그림자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카카, 주인은 저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뿍.”

“나도 모른다. 원래 주인은 이해하기 힘들다.”

“원래도 이상했지만, 오늘은 좀 더 많이 이상하다뿍.”

“아무래도 주인은, 맞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뿍, 그렇다면 혹시……?”

“혹시?”

“내가 때려 줘도 좋아할까뿍?”

“음……. 그건 모르겠다. 아마 뿍뿍이 너도 맞지 않을까?”

“그건 싫뿍. 주인한테 맞으면 아프다뿍.”

허공을 부유하는 배불뚝이 도마뱀과 머리가 등껍질만 한 대두 거북이의 대화.

카카와 뿍뿍이의 대화처럼 이안은 지금 정령들에게 열심히 맞는 중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정말 맞는 것을 즐긴다고 생각할 정도.

“그나저나 뿍뿍이, 너는 휴가 갔다가 왜 벌써 돌아온 거냐?”

“뿍?”

“우리 모두 널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다.”

정령계에 입성하자마자, 이안과 모종의 거래(?)를 한 뿍뿍이는 홀로 어디론가 떠나갔다.

물론 그것은 예뿍이를 만나기 위해 서리 동굴로 간 것이었지만, 다른 소환수들이 그런 사정을 알 리 없었던 것.

다만 이안의 허락 하에 휴가를 간 것이라 짐작하고는, 모두가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카에게 이야기를 들은 뿍뿍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하였다.

“난 놀러갔던 게 아니다뿍.”

“그럼?”

“아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잠깐 다녀온 것뿐이다뿍.”

뿍뿍이의 이야기를 들은 카카는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나는 악덕 주인이 그냥 휴가를 내어 줄 리 없다고 생각했다.”

“당연하다뿍. 주인은 그렇게 착하지 않뿍.”

카카와 대화를 하던 뿍뿍이는, 옆에 솟아 있던 풀을 한 움큼 뜯어 우물거리며 이안을 응시하였다.

뿍뿍이의 아무거나 주워 먹는(?) 행동은, 뭔가 의욕이 넘칠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빨리 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려 줘야 한다뿍.’

예뿍이로부터 알아낸 엄청난(?) 정보들.

얼른 그것들을 이안에게 말해 주고 싶은 성질 급한 뿍뿍이는 등껍질을 연신 들썩이고 있었다.

* * *

한편 뿍뿍이와 카카가 정령보호소 구석에서 구시렁거리고 있던 그때.

이안은 무척이나 중요하고 심오한 연구를 하는 중이었다.

카카와 뿍뿍이는 이안을 맞는 것을 좋아하는 변태(?)로 치부하였지만, 실상은 그와 좀 달랐던 것이다.

‘같은 종류의 같은 레벨 정령이라도, 능력치가 천차만별이구나. 이거 굳이 사대속성 정령을 고집할 필요가 없겠어.’

수 많은 오염된 정령들에게 계속해서 맞아가며, 스스로 딜 미터기의 역할을 하여 그들의 능력치를 분석하고 있었던 것.

그리고 그 중 괜찮아 보이는 개체에게 조화의 구슬을 사용하여 포획한 뒤, 상세 능력치를 확인하며 비교하고 있었다.

‘조화의 구슬이라……. 이거 진짜 탐나는 물건이란 말이지.’

정령은 소환수나 마수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아무리 소환술사, 아니 정령술사라 하더라도, 필드의 정령을 포획하여 계약하는 것은 불가능하였으니 말이다.

정령술사가 정령과 계약하는 방법은, 오로지 소환서를 통한 소환 뿐.

때문에 이안은 소환수들을 연구할 때처럼, 정령을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했었다.

소환수를 연구할 때에는 무한 포획으로 능력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분석하였는데, 정령은 그렇게 대량으로 수급하는게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퀘스트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조화의 구슬’ 이라는 아이템은, 그러한 연구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조화의 구슬에 정령을 가두어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면, 해당 정령의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구슬에 가둔다 하여 해당 정령과 계약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벤트성 아이템인 ‘아기로의 정령 계약서’를 사용해서 그중 딱 한 녀석과 계약할 수 있을 뿐.

그래서 이안은 이 퀘스트가 끝난 뒤 아기로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이 조화의 구슬과 정령 계약서라는 아이템을 어디서 또 구할 수 있을지 말이다.

이안이 생각하기에는 그것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물론 쉽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야.’

하여 이안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가며 조화의 구슬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때려 보고 맞아 보고 대략적인 능력치를 분석한 뒤, 그중 가장 강력해 보이는 정령을 골라 조화의 구슬을 사용한 것이다.

-포획에 실패하였습니다.

-‘조화의 구슬’이 소멸됩니다.

-포획에 실패하였습니다.

……중략……

-얼음의 정령 ‘엘르’(Lv. 31)을 성공적으로 포획하셨습니다!

그리고 조화의 구슬로 정령을 몇 마리 정도 포획해 보고 나자, 한 가지 의아했던 부분도 이해되기 시작하였다.

여든 마리만 포획하면 퀘스트의 추가 보상까지 받을 수 있음에도 구슬을 백 개나 준 것이 의아했었는데, 알고 보니 포획에 실패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뛰어난 개체일수록, 포획 난이도가 더 올라가는 것 같고…….’

하여 이안은, 더욱 신중을 기하여 정령들을 포획해 나갔다.

시간이 갈수록 요령도 생겨서, 열 마리가 넘고부터는 거의 실패 없이 정령들을 포획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자, 이번에는 너로 정했다……!”

-조화의 구슬을 사용합니다.

-호수의 정령 ‘시미루’(Lv. 29)를 성공적으로 포획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반나절정도 시간이 훌쩍 지났을까?

드디어 이안의 노가다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퀘스트 완수 조건을 달성했다는, 반가운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현재까지 정화한 정령의 수(50/50)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정령을 가둔 구슬들을 가지고 정령 수호자 ‘아기로’에게 돌아간다면, ‘도장 사범 아기로의 부탁(히든)’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잠시 노가다를 멈추고 인벤토리를 열어 보았다.

‘흠, 일단 퀘스트 조건은 달성했는데……. 추가 보상까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50마리의 정령을 정화, 포획에 성공한 지금.

이안의 인벤토리에는 정확히 36개의 구슬이 남아 있었다.

갈수록 좋아지는 이안의 포획 숙련도를 봤을 때, 충분히 추가 보상 조건인 80마리까지 달성이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고민하였다.

추가 보상인 상급 원소 결정과 초월 장비 상자가 탐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 도박을 해 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혹시 이 조화의 구슬……. 정령 보호소 밖에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런 거라면, 추가 보상 받으려고 여기서 더 포획하는 것보다 구슬을 남겨 놓고 퀘스트 완료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처음 이 조화의 구슬을 사용해 보기 전, 이안은 이것이 당연히 이벤트성 아이템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퀘스트를 진행하며 직접 정령들을 포획해 본 결과,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호소 안에 있는 오염된 정령들이 딱히 특별한 이벤트 몬스터도 아니었고, 정령산에 돌아다니는 필드의 ‘오염된’ 정령들과 다를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이안이 생각하기에, 이 구슬을 밖에서 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였던 것.

‘상급 결정이나 장비 상자는 뭐 얻을 방법이 따로 많으니, 만약 도박에 실패한다 해도 크게 아쉬울 건 없겠지.’

그렇게 마음을 결정한 이안은 인벤토리에 쌓인 정령들을 한차례 쭉 살핀 뒤, 정령 보호소를 나서 도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마음에 찰 만큼 괜찮은 녀석들도 몇 마리 있었지만, 일단 정령 계약서를 쓰는 것은 아기로를 만나 본 뒤에 결정할 생각이었다.

* * *

“오, 이안. 돌아왔군. 그래, 보호소에 있던 정령들은 최대한 정화시켰는가?”

도장 30층 대기실에 있던 아기로는, 거의 한나절 만에 돌아온 이안을 무척이나 반겨 주었다.

고랄 종족에 대한 이안의 친밀도가 높아서 그런 것인지, 이안과 이제 두 번 만난 것이 다임에도 불구하고, 아기로는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예, 사범님, 말씀하셨던 대로 보호소 안에 있던 정령 오십 마리를 정화시켜 데려왔습니다.”

“허허, 훌륭하군. 조화의 구슬은 처음 사용해 볼 텐데, 100개 가지고 용케 임무를 완수하였군.”

“하하, 좀 어렵기는 했지만, 하다 보니 숙련도가 늘더라고요.”

“그래 잘했네. 역시 우리 고랄 종족의 형제로구먼.”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안에게 다가오는 아기로.

그런 그를 보며, 이안은 마른 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이제 여기서부터 중요해.’

이제 이안은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인벤토리에 넣어 온 쉰 마리의 오염된 정령들을 건넬 것이었다.

아마 아기로가 그것을 받는 순간 퀘스트는 완료될 것이고, 그 뒤에 남은 조화의 구슬과 정령 계약서가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었다.

‘아기로에게 한번 물어보느냐, 아니면 그냥 모른 척 정령들을 넘겨주느냐 그걸 결정해야 하는데…….’

하지만 이안이 고민을 거듭하던 그때.

아기로가 먼저 입을 열어 그 고민을 말끔히 해결해 주었다.

“아, 그리고 자네. 혹시 조화의 구슬이 몇 개 남지는 않았는가?”

생각지 못했던 아기로의 질문에 당황한 이안.

“네, 며, 몇 개 남기는 했죠. 그렇지 않아도 여쭤보려 했었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하는 이안을 본 아기로가 씨익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날 돕느라 수고하였으니 그것들은 자네에게 선물로 주겠네.”

“앗, 정말요?”

“그렇다네. 자네라면 그 남은 구슬들로 정령산에 돌아다니는 불쌍한 오염된 정령들을 구원해 줄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지.”

“오오.”

이어서 아기로는, 마치 이안의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정령 계약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리고 자네, 혹시 아직 정령 계약서도 가지고 있는가?”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이안은 그냥 아기로에게 솔직하게 전부 말하기로 결정하였다.

괜히 숨기다가, NPC와의 친밀도만 떨어뜨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 사실 아기로 님께 조언을 좀 구하고 싶었거든요.”

“어떤 조언을 말함인가?”

“제가 정화시켜 데려온 정령들 중, 어떤 정령을 선택해야 할지도 여쭙고 싶었고……. 혹시 이 정령계약서를 정령산의 다른 정령에게 사용할 수 있는지도 궁금해서요.”

이안의 그 이야기를 들은 아기로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껄껄, 역시 자네는 천상 정령술사로구먼. 호기심 많은 정령술사라면 응당 궁금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겠지.”

이어서 잠시 뜸을 들인 아기로가 천천히 다시 말을 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네.”

“……!”

“그 물건은 원래 그렇게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물건이니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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