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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54화 (762/1,027)

< 754화 7. 새로운 정령을 만나다Ⅱ (2) >

* * *

이안은 사라와 바네사를 너무도 잘 안다.

특히 바네사의 경우, 어떤 소환수를 운용하며 그 소환수가 무슨 고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까지 싹 다 꿰고 있었다.

게다가 30층에 있는 두 자매의 분신을 30레벨밖에 되지 않았으니, 지금 이안의 전력으로 둘을 상대하는 것은 눈 감고 싸워도 어렵지 않을 수준이었다.

하여 이안은 순식간에 두 분신을 소멸시켜 버렸고, 그와 동시에 눈앞에 예의 그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도장사범 ‘??’의 생명력이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도장사범 ‘???’의 생명력이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30층의 ‘관문지기’와의 결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결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정령의 도장 30층을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초월 장비 상자(30~40Lv)’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영웅 점수 60점을 획득하셨습니다.

전투에서 승리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주르륵 하고 떠오른 보상 목록.

하지만 이 보상들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이안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흐음, 역시 30층의 관문지기를 처치한 것으로 소환서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었고……. 여기서 또 뭔가를 더 해야 하는 건가?’

NPC인 샬론이 유저에게 거짓말을 했을 리는 없으니, 분명 30층을 클리어하고 소환서를 얻을 방법이 있을 터.

그리고 이안의 그런 생각을 하며 30층의 도장을 나서려고 할 때.

덜컹!

저벅저벅.

대기실로 통하는 문이 열리면서, 어떤 낯선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호?’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 그림자를 응시하였다.

역시나 외모는 샬론이나 샬리온과 같은 고랄 종족의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지만, 확실히 이안이 처음 만나는 새로운 NPC.

이안의 앞에 다가와 마주선 그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반갑네, 우리 고랄 종족의 형제여. 나는 정령의 도장 30층을 관리하는 도장 사범, 아기로일세.”

“아, 아기로 님, 안녕하세요……?”

자신을 ‘아기로’라고 소개한 NPC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우선 도장 30층을 정복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네.”

“하하, 감사합니다.”

“자네, 명예 도관의 증표 가지고 있지?”

“그렇습니다.”

“줘 보시게, 30층을 정복하였으니, 새것으로 갱신하여 주겠네.”

“앗, 감사합니다!”

30층의 도장 사범 아기로가 말한 ‘명예 도관의 증표’란, 고랄 종족의 인정을 받은 유저에게 증정되는 일종의 표식 같은 것이었다.

이 정령의 도장에 파킹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종의 주차권(?)이랄까.

이안이 가지고 있던 증표는 15층을 클리어했을 때 받았던 것이었으니, 새 것으로 갱신해 주겠다는 이야기였다.

-‘명예 도관의 증표(초급A)’아이템을 건네주었습니다.

-‘명예 도관의 증표(초급B)’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안은 증표를 획득하자마자 정보 창을 한번 확인해 보았지만, 옵션은 이전의 증표에서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심플하였다.

원래의 것보다 수치가 한 배 반 이상 더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었지만 말이다.

*옵션

통솔력 : +15(초월)

모든 전투 능력 : +15(초월)

명성 : +100(초월)

‘흠, 일단 이 증표도 소환서랑은 관계가 없어 보이고…….’

모든 관심이 새로운 정령을 소환하는 데 맞춰져 있었기에, 보상을 전부 소환서에 연관시키고 있는 이안.

그런 이안을 향해, 아기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알고 있겠지만, 자네는 이제 30층의 관문지기가 될 수 있다네.”

“옙.”

“관문지기로 등록할 텐가?”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안의 대답이 끝난 순간, 또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주륵 하고 떠올랐다.

-정령의 도장의 ‘관문지기’로 임명되었습니다.

-초월 레벨이 ‘65레벨’이므로, 최대 65층의 관문지기가 될 수 있습니다.

-도장 30층까지 정복하였으므로, 최대 30층의 관문지기가 될 수 있습니다.

-30층의 관문지기가 되었습니다.

-현재 상태의 모든 능력치를 복제하여, ‘정령의 형상’을 생성합니다(캐릭터의 레벨이나 스텟이 상승하더라도, 정령의 형상에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층수에 맞게 ‘정령의 형상’의 레벨이 조정됩니다.

-당신의 ‘정령의 형상’이 도전자를 상대로 승리할 때 마다 30포인트의 영웅 점수를 획득합니다.

-당신의 ‘정령의 형상’이 유저에게 패배한다면, ‘관문지기’로서의 자격이 박탈당합니다.

-‘관문지기’로서의 자격을 다시 획득하려면, 해당 구간을 관장하는 도장 사범을 찾아가야 합니다.

물론 메시지의 내용은 이안이 알던 것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소환서를 달라고……!’

메시지를 다 읽은 이안은 소환서에 대한 갈망을 담은 부담스런(?) 눈빛으로, 다시 아기로를 응시하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열망을 느낀 것인지, 아기로가 드디어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아, 그리고 자네가 이렇게 내가 관장하는 30층의 명예도관이 되었으니 말인데…….”

“넵!”

“혹시 바쁘지 않다면,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겠는가? 이건 도장의 사범으로서 하는 부탁이 아닌, 정령 수호자로서 우리 고랄 종족의 형제에게 하는 부탁일세.”

아기로의 말을 듣자마자, 이안은 이 부탁이 소환서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이안은 눈을 반짝이며 기다렸다는 듯 대답하였다.

“네, 물론이죠! 말씀만 하세요.”

의욕 넘치는 이안의 대답에, 더욱 흡족한 표정이 된 아기로.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도장 사범 아기로의 부탁(히든)’퀘스트가 발동됩니다!

그리고 퀘스트 창을 열어 보려던 이안을 향해, 아기로가 한마디 덧붙였다.

“아, 그리고 이 물건들을 우선 받으시게.”

“이것들이 뭐죠?”

“정령 계약서와 조화의 구슬일세. 어떻게 사용하는 물건인지는 곧 알게 될 게야.”

-‘아기로의 정령 계약서’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조화의 구슬×100’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어서 퀘스트 창을 읽어 내려가는 이안의 두 눈이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도장 사범 아기로의 부탁(히든)

정령의 도장 30층의 관리자인 도장 사범 아기로는, 도장의 사범이기 이전에 오염된 정령들을 정화해야 하는 임무를 가진 정령 수호자이다.

그리고 그가 정령 수호자로서 하는 구체적인 일은 정령보호소에 격리 보호되고 있는 오염된 정령들을 관리하고 정화시켜 주는 일.

하지만 최근 겹쳐진 다른 임무들 때문에, 아기로는 ‘정령 보호소’에 간 지 오래되었다.

하여 정령 보호소의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너무 많은 정령들로 가득 차 버린 것.

아기로 대신 정령 보호소에 가서, 조화의 구슬을 이용하여 오염된 정령들을 회복시켜 주자.

그리고 아기로에게서 받은 ‘아기로의 정령 계약서’를 사용한다면, 조화의 구슬로 정화시킨 정령 중 하나와 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B+

퀘스트 발동 조건 : 고랄 종족 NPC와의 친밀도 총합 55 이상.

정령의 도장 30층 클리어.

퀘스트 클리어 조건 : ‘정령보호소’에서 보호받고 있는 오염된 정령 쉰 마리 이상 정화.

추가 보상 조건 : ‘정령 보호소’에서 보호받고 있는 오염된 정령 여든 마리 이상 정화.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상급 정수(속성 : 랜덤), 중급 원소 결정(속성 : 랜덤), 정화시킨 정령 중 하나 획득(아기로의 정령 계약서 사용)

추가 보상 : 상급 원소 결정(속성 : 랜덤), 초월 장비 상자(랜덤)

퀘스트의 내용은 간단했다.

아기로에게서 받은 ‘조화의 구슬’을 사용하여, 격리 보호 중인 오염된 정령들을 정화하라는 것.

그리고 정화된 정령들 중 하나를 이안이 계약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었으니, 내용 자체는 무척이나 심플했다.

하여 이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기로가 알려 준 좌표를 향해 이동하였다.

‘프뉴마 마을 남동쪽 구석이라……. 저쪽에 있는 저 건물인 것 같은데?’

이안은 아기로에게서 받은 이 퀘스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단지 정령 소환서를 얻은 것이라면 어떤 녀석이 튀어나올지 완전히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인데, 이 퀘스트의 방식대로라면, 적어도 백 마리의 정령 중에서 가장 이안의 마음에 드는 녀석으로 골라서 계약할 수 있다는 말이었으니 ‘선택권’이라는 게 생긴 것이다.

‘게다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최소 오십 마리 이상은 있을 테니까, 그중에 분명 한 마리 정돈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을 테지.’

정령 보호소 시설을 찾아낸 이안은, 히죽히죽 웃으며 보호소의 안으로 들어섰다.

물론 프뉴마 마을의 경비병들이 그 앞을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지만, 정령 수호자의 퀘스트를 받은 이안은 아무런 제지 없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흐흐, 어떤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당연히 태초의 정령도 포함되어 있겠지?’

태초의 정령이란, 마그비와 같이 사대 속성을 가진, 정령왕이 될 수 있는 정령을 말하는 것.

이안은 마그비를 정령왕까지 키울 생각이었지만, 정령왕을 꼭 하나만 가지라는 법도 없었으니 당연히 사대 속성의 정령에 대한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기왕이면 정령왕 자리가 비어 있는 바람 속성의 정령이 끌리는데 말이지.’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기대와 망상(?)을 하며, 정령 보호소의 안쪽으로 들어서는 이안.

일반적인 건물이라기보단 거대한 식물원(?)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진 보호소에 이안이 들어서자…….

철컹-!

커다란 쇳소리와 함께, 이안이 들어온 문이 닫혀 버렸다.

그리고 이안의 눈앞에 오염된 정령들이 하나둘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풀의 정령 ‘라그리아’ : Lv 17

-바위의 정령 ‘카글로스’ : Lv 24

-맹독의 정령 ‘오트릴’ : Lv 22

먼저 이안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세 정령들은, 사대 속성의 정령이 아닌 파생 정령들.

하지만 이안은 꼭 사대 정령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모든 정령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살필 생각이었다.

일전에 서리동굴에 있던 예뿍이에게 듣기론, 파생 정령 중에서도 잘 고르기만 한다면 정령왕에 버금가는 포텐을 가진 뛰어난 개체가 존재한다 하였으니 말이다.

스윽.

인벤토리에서 ‘조화의 구슬’을 꺼내 든 이안이, 천천히 정령들에게로 다가갔다.

‘이 녀석들은 정화되기 전까진 나를 적으로 인식할 거라고 했었지.’

아기로의 말에 의하면, 일단 오염된 정령들을 정화시키기 위해선 먼저 그들의 힘을 빼놓아야 한다고 하였다.

생명력을 최대한 빼놓은 뒤 조화의 구슬을 사용한다면, 오염된 정령을 구슬 안에 가둬 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 한번 시작해 볼까?’

이안의 레벨이 워낙 높은 탓인지, 좀처럼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는 오염된 정령들.

반면에 이안은,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착용하고 있던 무기를 해제하여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하기 때문에, 이안의 무기에 스치듯 맞아도 정령이 소멸되어 버릴 것 같았으니 말이다.

‘이 안에서 가장 포텐이 좋은 녀석을 찾아내고 말겠어.’

무척이나 오랜만에, 이안의 게임 연구가 기질이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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