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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53화 (761/1,027)

< 753화 7. 새로운 정령을 만나다Ⅱ >

16층부터 시작해서 29층까지 이안이 클리어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0분도 넘지 않았다.

그 10분이라는 시간조차 대부분이 이동과 접속에 소요된 시간이었으니.

사실상 전투하느라 쓴 시간은 5분도 되지 않는 것.

그런데 어쩐 일인지 어마어마한 스피드로 29층과 30층 사이의 대기실에 도착한 이안은 잠시 멈춰 서 있었다.

‘여기만 깨면 일단 소기의 목적은 달성인데…….’

뭔가를 생각할 게 있는 것인지 잠시 대기실의 의자에 걸터앉는 이안.

그는 정령의 도장 클리어 정보를 다시 한 번 오픈해 보았다.

-정령의 도장 기록을 갱신합니다.

-유저 ‘이안’ 님의 도전 기록을 검색합니다.

-도전 횟수 : 2회(진행 중)

-유저 ‘이안’ 님의 최대 클리어 스테이지 : 29층

-유저 ‘이안’ 님의 현재 클리어 랭킹(글로벌) : 47위

“그러니까…… 이 위로 대충 오십 명 정도가 올라가 있다는 말이지?”

29층까지 클리어한 현재, 이안의 클리어 랭킹은 47위이다.

그 말인 즉, 29층 이상을 클리어한 글로벌 랭커의 숫자가 이안을 제외하고 정확히 마흔여섯 명이라는 이야기.

그 숫자를 확인한 이안은 살짝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30층까지 클리어한 랭커의 숫자가 몇백 명은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적었으니 말이다.

‘이거 이러면 너무 높이까지 올라갈 수가 없겠는데…….’

이안은 누구보다 이 정령의 도장 시스템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생각하기에, 이 도장에서 가장 꿀 같은 콘텐츠는 알 박기(?)라고 할 수 있었다.

‘최초 클리어해 봐야 기존 보상 두 배로 받는 게 전부 인데, 알 박기 한번 제대로 하면 영웅 점수를 거의 무한으로 수급할 수 있으니까…….’

정령의 도장에서 얻은 영웅 점수는 용사의 마을에서 사용도 가능하지만, 바로 이 정령의 도장에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층마다 클리어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초월 장비 상자.

영웅 점수를 사용하면, 그것을 비롯한 많은 물품들을 매입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영웅 점수로 최상급의 초월 장비 상자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수준의 점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안이 경험해 본 바로는 알 박기만 제대로 하면 이삼일 정도에 해당 레벨대의 괜찮은 장비 상자를 하나씩 챙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9층 기준 분신을 박아 놓는 것으로 매일 3만 포인트 정도의 영웅 점수를 수급해 왔는데, 초월 장비 상자의 가격은 다음과 같았으니 말이다.

-(5~10Lv)초월 장비 상자 : 10,000포인트

-(5~10Lv)초월 장비 상자 (유일 등급 이상 확정) : 30,000포인트

-(10~20Lv)초월 장비 상자 : 50,000포인트

(10~20Lv)초월 장비 상자(유일 등급 이상 확정) : 150,000포인트

(20~30Lv)초월 장비 상자 : 100,000포인트

(20~30Lv)초월 장비 상자(유일 등급 이상 확정) : 300,000포인트

……중략……

(60~70Lv)초월 장비 상자 : 300,000포인트

* 구매 불가! (60층 이상 클리어 시 구매 가능)

(60~70Lv)초월 장비 상자 (유일등급 이상 확정) : 900000포인트

* 구매 불가! (60층 이상 클리어 시 구매가능)

……후략……

그래서 지금 이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알박기로 인한 수익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시킬 수 있냐는 것이었다.

‘30층보다 더 위로 올라가면, 도전자가 너무 없어서 영웅점수 파밍이 느릴 게 분명해. 15~20층 정도에 파킹하면 베스트겠지만, 30층은 깨야 하니 그럴 수는 없고…….’

정령의 도장에선 정해진 층에 존재하는 도관을 클리어할 시 도장의 관문지기가 될 수 있다.

물론 고랄 종족의 인정을 받아야만 관문지기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정령계의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조건.

그리고 관문지기가 되었을 때 배정되는 층은, 해당 유저의 레벨과 최대 클리어 층 수에 영향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유저의 레벨에 맞는 층에 배정받지만 클리어 한 층수가 아직 자신의 레벨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클리어 한 최대 층에 자동으로 배정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안이 최대한 낮은 층에 주차(?)를 하려면, 15층의 바로 다음 도관인 30층 도관까지만 클리어하고 그 자리에 주차를 해야 하는 것이다.

‘뭐, 상위층까지 클리어 못 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영웅 점수 수익이 훨씬 더 짭짤하니 어쩔 수 없지. 30층에 짱박아 두면, 못해도 한 달은 버티지 않겠어?’

높은 층수에서 도전자에게 승리할수록 더 많은 영웅 점수를 주니, 9층에 파킹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영웅 점수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었다.

9층에선 한번 이길 때마다 9포인트의 영웅 점수를 획득하지만, 30층에서는 30포인트의 영웅 점수를 획득하니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대충 계산해 봐도, 한 달 동안 이안이 파밍할 수 있는 영웅 점수는 거의 300만에 육박한다.

이안의 레벨 대에 맞는 60~70레벨 초월상자를 산다고 해도 열 개는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유일 등급 이상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프리미엄 상자를 기준으로 해도 세 개나 살 수 있으니, 한 번 클리어하면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최초 보상에 목을 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당장은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분신이 패배할 때 마다 조금씩 층 수 올려 가면서 파킹해서 영웅 점수를 계속 모아야겠어.’

지금 이안이 보유하고 있는 영웅 점수만 해도 이미 이백만에 육박하는 수준.

이안은 천만 단위 이상 영웅 점수를 파밍해서, 더 고레벨의 장비 상자를 한 번에 수십 개 까 볼 생각이었다.

‘자, 그럼 계획은 깔끔하게 정리한 것 같으니 얼른 30층 깨고 마무리하러 가 볼까?’

30층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다가간 이안은, 소환하지 않고 있던 모든 소환수를 싹 다 소환하여 전투 준비를 하였다.

물론 30층의 난이도가 걱정도어 소환수들을 다 소환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파킹될 분신의 전투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모든 소환수들을 싹 다 소환한 것뿐.

그야말로 악랄하고 치밀한 이안이 아닐 수 없었다.

“자, 얼른 깨고 소환서나 받자!”

-정령의 도장 30층에 입장합니다.

-잠시 후, 전투가 시작됩니다.

-3…… 2…… 1…….

그런데 30층에 들어선 이안은, 도관의 면면을 확인한 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콘텐츠 특성상 얼굴은 알아볼 수 없게 가려져 있었으나, 이안으로서는 모를 수 없는 두 사람이 30층의 관문지기로 서 있었으니 말이었다.

“헐, 여기서 얘들이 왜 나와?”

30층에서 이안을 반긴 두 관문지기는, 다름 아닌 사라와 바네사였던 것이다.

* * *

정령산에는 수많은 봉우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작은 봉우리들이 모여 결국 하나의 커다란 산을 이루고 있었으니, 산의 중심으로 갈수록 더욱 고도가 높아지며 고도에 따라 난이도가 올라가는 구조였다.

그리고 산의 일정고도 이상으로 진입하면 맵에 ‘정령산 중턱’이라는 표시가 생기는데, 이 지점부터는 난이도가 계단식으로 껑충 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몬스터들의 평균 레벨도 초월 30레벨 대로 확 올라가지만, 그보다 ‘호루스 전진기지’라는 기계 문명의 거점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정말 최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유저들만이 공략 가능한 곳이 정령산의 중턱.

그리고 사라와 바네사 또한, 그 소수의 랭커들 중 하나였다.

“자, 조금만 더 하면 거점 하나 정돈 격파할 수 있을 것 같네. 이제 슬슬 일어나 볼까?”

한참 전투를 한 뒤 정비시간을 가졌던 사라와 바네사는, 슬슬 다시 전투를 위해 일어섰다.

지금 두 사람이 공략 중인 거점은 호루스 전진기지 안에서도 외곽에 있는 작은 거점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퀘스트 보상은 무척이나 짭짤했다.

때문에 클리어를 목전에 둔 두 자매는, 무척이나 설렜다.

“흐흐, 저 안쪽에 있을 기계공장 탈탈 털면, 정수나 결정도 제법 뽑아먹을 수 있겠지?”

“당연하지. 창고 하나 털었을 때도 엄청났는데, 여긴 거점이잖아.”

마지막으로 스킬들과 소환수들을 싹 점검한 두 자매는, 남은 기계괴수들을 처치하기 위해 다시 전장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전장의 지근거리까지 도달한 그때.

갑자기 바네사가 움찔하며 걸음을 멈춰 세웠다.

“어, 언니, 잠깐만!”

“응? 왜 그래. 아직 정비 안 끝났어?”

“그게 아니고, 방금 좀 당황스러운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해서 말이지…….”

“엥? 무슨 메시지?”

“언니한테도 분명 갔을 텐데, 메시지 창 열어서 확인해 보는 게 어때?”

“음? 나한테도……?”

바네사의 말을 들은 사라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지만, 일단 그녀의 말대로 메시지 창을 한번 열어 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그녀의 두 눈이, 더욱 왕방울만 하게 확대되었다.

“이거 지금…… 실화?”

“실화지 그럼 가짜겠어?”

두 사람의 눈앞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동일하게 떠올라 있었으니 말이었다.

-정령의 도장 30층에서, 도전자 ‘이안’에게 패배하였습니다.

-‘정령의 도장 30층 관문지기’의 자격을 박탈당합니다.

-다시 관문지기가 되기 위해선, 해당 층의 도관을 찾아가야 합니다.

영웅 점수를 30포인트씩 적립시켜 주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사망(?)하고 말았다는, 슬프기 그지없는 내용을 담은 시스템 메시지.

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관문지기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아놔, 하루 정도 버텼으니 털릴 때 됐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하필 왜 이안이야?”

사라의 한숨 섞인 중얼거림에, 바네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대꾸하였다.

“응? 어차피 털릴 거면 차라리 이안한테 털리는 게 낫지 않아? 얘한테 지는 게 그래도 기분이 덜 나쁘잖아.”

단순하기 그지없는 바네사의 물음에, 사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결코 그렇지 않아.”

“어째서……?”

“물론 이안한테 진 건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이안이 더 상위 층으로 올라갔을 거라는 사실이지.”

“아……?”

“만약 이안이 40층쯤에 파킹이라도 한다고 생각해 봐. 우리 40레벨 대 초월 장비 수급 어디서 하냐고.”

“……!”

물론 초월 장비를 수급할 수 있는 수급처가 정령의 도장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급해야 하는 장비의 부위는 열 가지도 넘었고, 때문에 하나의 수급처가 사라진다는(?) 것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확정적으로 장비 상자를 얻을 수 있는 정령의 도장만큼 괜찮은 콘텐츠도 없었으니, 사라와 같은 평범한(?)랭커들의 입장에선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 놔…….”

뒤늦게 이해한 바네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별달리 방법은 없었다.

지금 두 사람은 여기서 클리어해야 할 퀘스트가 있었고, 이안은 아마 계속해서 정령의 도장을 뚫고 올라갈 테니 말이었다.

“언니, 이안에게 지금 빨리 메시지 보내서, 조금 기다려 달라고 하면 안 될까?”

“으음, 이안이 과연 기다려 줄까?”

“그래도 우린 나름 친분도 있으니, 딱 일주일만 기다려달라고 하는 건…….”

말끝을 흐리는 바네사와, 한숨을 푹 내쉬는 사라.

두 사람은 혹시 모른다는 심정으로 이안에게 메시지를 보내 보았다.

이안이 어쩌면 자비(?)를 베풀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안에게 오랜만에 메시지를 보낸 두 사람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안이 그녀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비로웠기 때문이었다.

-응? 정령의 도장? 아하하, 걱정하지 말라고. 나 30층에 파킹해 둔 분신이 깨질 때까지 위층 올라갈 생각 없거든.

이안의 메시지를 읽은 바네사는 저도 모르게 그를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이안갓……!”

그녀가 생각하기에 이안의 분신이 깨질 때까지는 적어도 두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 같았으니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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