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51화 (759/1,027)

< 751화 6. 새로운 정령을 만나다 (2) >

* * *

현재 이안은 마그비를 제외하더라도 하나의 정령을 더 가지고 있다.

카일란 초기부터 이안과 함께해 왔던 정령인 전격의 정령 짹이.

하지만 이렇게 키울 녀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이 새로운 정령을 추가로 구하려 하는 데에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 지금 이안에겐, 화염시 만큼 효율이 좋은 ‘전격’계열의 정령마법이 없다.

여기서 말하는 ‘효율’이란, 정령 마법을 사용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정령력의 양을 말함이다.

같은 마력과 시간을 소모하여 정령 마법을 발동시켰을 때, 이안이 가진 전격 계열 정령 마법으로 축척할 수 있는 정령력의 양이 화염시를 쓸 때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파밍 관점에서 봤을 때 효율차이가 너무 극심한 것이다.

마그비 대신 짹이를 키우려면 전격 계열의 정령 마법만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안처럼 효율을 중시하는 유저에게 그것은 낭비나 다름없는 것.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의 이유였다.

전투 능력이 낮은 대신 성장이 빠른 ‘고속 성장형’인 짹이의 경우 진화에 필요한 정령 마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

때문에 이안은 사냥 대신 ‘속성의 정수’를 들이붓는 것으로 짹이를 한 번에 진화시킬 계획을 세워 놓았다.

짹이가 현재 진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령력은 대충2~3천정도에 불과했으니 현 시점에서 중급 정수 몇 개 사용하는 것으로도 상급 정령으로 진화시키는 게 가능했으며, 아마 가지고 있는 상급 정수까지 전부 들이붓는다면 최상급 정령까지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

이안은 왜, 짹이를 진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아직 부족한 이안의 ‘정령술’ 레벨에 있었다.

현재 이안의 정령술 레벨은 중급 6레벨이 불과했고, 정령술 레벨이 오를수록 같은 정수를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정령력 양이 증가하니 이 역시 ‘효율’적 관점에서의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정령술을 상급까지 수련해서 정수의 효율이 더 좋아진다면 정수를 적당히 쓰고 최상급 정령까지 만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일 거야.’

물론 짹이가 만약 마그비만큼 강력한 정령이었다면 이안의 생각이 조금 달랐을 수도 있다.

당장 뛰어난 전력으로 활용가능하다면, 효율적인 측면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진화를 시키는 게 좋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냉정히 봤을 때 짹이는 그 정도로 좋은 정령은 아니었으니, 이안으로서는 새로운 정령을 구해 보려 하는 것이 당연했다.

‘생각보다 쉬운 방법도 하나 있었고 말이지.’

정령의 성소에서 나온 이안은 수호자 샬론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정령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말이었다.

-자네가 지난번 정령의 도장에 도전했을 때, 15층까지 돌파했다고 동생에게 들었다네. 맞는가?

-네, 그랬던 것 같네요.

-그리고 지금 마그비를 이만큼이나 성장시킨 것으로 보았을 때, 자네는 그때보다 훨씬 성장한 것으로 보이네.

-뭐, 그때와 많이 다른 상황이긴 하죠.

-그래서 말인데, 정령의 도장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보는 건 어떠한가?

-오호, 정령의 도장 정복 보상 중에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서가 있나 보죠?

-그렇다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정령의 도장 30층까지만 돌파한다면 그곳의 관장으로부터 아마 괜찮은 소환서를 받을 수 있을 걸세.

-괜찮은 소환서라면…….

-힌트는 여기까지일세. 미안하지만 내가 그것까지 이야기해줄 수는 없으니, 직접 도전하여 알아보시게.

-후후, 감사합니다, 샬론. 덕분에 좋은 정보를 얻었네요.

-30층까지 정복할 수 있어야 좋은 정보 아니겠나. 감사 인사는 그 이후에 받도록 하지.

샬론은 30층까지 정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라 하였으나,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안은 헛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느라 고생해야 했었다.

초월 9레벨 때 15층까지 격파했던 이안의 입장에서, 65레벨이 된 지금 30층이라는 층수는 소환수 없이 맨손으로 뚫을 수 있는 난이도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흐흐, 정령의 도장 클리어 보상이라……. 정령계에 왔으면서 그 꿀 같은 곳을 잊고 있었다니, 나도 아직 멀었단 말이지.’

속으로 실실 웃은 이안은, 성소를 벗어나 남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소환수들과 가신들조차 대동하지 않은 채 아이언만을 타고 빠르게 비행하다 보니, 마을 까지는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었다.

쐐애액-!

그리고 잠시 후.

띠링-!

아이언이 마을 입구에 내려앉은 순간,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프뉴마 마을’에 입장하셨습니다.

* * *

끼리릭- 끼익-.

제법 눈에 익은 익숙한 나무 재질의 손잡이.

이안이 그것을 밀자, 예의 듣기 거북한 마찰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안에 들어선 이안은, 낯익은 외모의 NPC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과거 정령의 도장을 공략했을 때 봤던 NPC이기도 했지만, 샬론과 같은 고랄Goral종족의 외모를 하고 있었기에 더욱 낯익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NPC와 장소가 익숙한 것과는 별개로, 이안이 처음 왔을 때와 지금의 정령의 도장은 많이 다른 분위기였다.

과거 이안이 도전했을 때의 정령의 도장은 유저라고는 코빼기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었는데, 지금 이안의 눈앞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도전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확실히 시간이 많이 지나기는 했어. 중간계에 이렇게 사람이 붐비는 날이 올 줄이야.’

도장 안에 붐비는 세계 각국의 랭커들을 보며, 이안은 더욱 의욕을 불태우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바짝(?) 뒤쫓아 오는 랭커들이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선점하는 일이 더욱 즐거워지는 것이니 말이다.

잠시 감상에 젖어 있던 이안은, 카운터의 NPC를 향해 기분 좋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도장에 입장하려고 하는데요.”

그리고 이안이 입을 엶과 동시에, 곧바로 그를 향해 시선을 돌리는 NPC.

이안과 눈이 마주친 그는 반가운 표정이 되었고, 이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연 순간, 이안은 적잖이 당황해했다.

“오호, 오랜만이로군. 자네 이름이 아마도 ‘이안’이었지?”

그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자신의 이름이 흘러나왔으니 말이었다.

“……!”

한두 번 스치듯 본 게 다인 NPC가 이름을 기억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데다, 그가 이 안에 있는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말하였으니 여느 때처럼 정체를 숨기기 위해 투구까지 쓰고 있던 이안으로서는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울려 퍼진 순간, 시끌벅적하던 장내에 거짓말처럼 정적이 내려앉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상황 파악이 안 된 NPC는, 더욱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잇고 있었다.

“하핫, 자네도 역시 내 기억력에 놀랐나 보군.”

“그, 그게…….”

“놀랄 것 없네, 친구. 우리 고랄 종족의 기억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니 말이야.”

“하, 하하, 그렇군요…….”

조용해진 정령의 도장 대기실에,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당황한 이안의 목소리.

대기실에 있던 랭커들은, 수군수군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나 방금 이안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왜냐면 나도 똑똑히 들었거든.”

“비슷한 이름을 가진 다른 랭커인 건 아니겠지?”

“그러기엔 나도 이안이라는 두 글자를 정확히 들었는걸?”

“뭐, 뭐야. 정말 이안이야?”

그리고 그 목소리들을 들은 이안은, 서둘러 다시 NPC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귀찮은 일들이 생기기 전에, 얼른 도장에 들어가 버릴 생각으로 말이다.

“아저씨, 입장권 가격은 500아스테르죠?”

“당연하지. 요즘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장권 가격을 올려 받진 않는다네.”

“자, 여기요. 얼른 주세요!”

“허허, 뭐 급한 일이라도 있는 겐가? 알겠네. 입장권은 여기 있다네.”

서둘러 입장권을 받아 챙긴 이안은 빠르게 움직여 도장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다른 유저들은 그가 이안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헐, 대박! 진짜였어!”

“미친, 빅뉴스다. 커뮤니티에 글 쓰러 가야지.”

“크, 이안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 * *

세계적으로 퍼질 대로 퍼져 나가 이제는 수십 개도 넘는 서버가 열린 글로벌 게임 카일란.

그런데 별다른 이슈 없이 평온하기 그지없던 각국의 카일란 공식 커뮤니티에,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한 제목을 가진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물론 모든 커뮤니티에 다 올라온 것은 아니었으나, 열 군데가 넘는 서버에 비슷한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

제목은 가지각색이었으나, 이 게시물들은 분명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 또 다시 등장한 이안.

-정령의 도장 파괴자, 이안의 재림.

-님들, 나 방금 이안 봤음.

-헐 망했다. 통곡의 벽 깨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놔, 이번에는 또 몇 층을 막으려고…….

-이안이랑 한번 붙어 보고 싶은 분, 지금 바로 정령의 도장으로 ㄱㄱ.

이안 본인은 알지 못했지만, 사실 이안이라는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콘텐츠가 바로 이 정령의 도장이었다.

이안이 9층에 세워 뒀던 그의 분신은 거의 두 달이 넘도록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수많은 랭커들을 좌절시켰고, 그 과정에서 이안을 모르던 글로벌 유저들에게 그의 이름이 퍼져 나갈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초월 9레벨 정도에 클리어하라고 만들어 둔 정령의 도장 9층을, 이안 때문에 15~20레벨이 되도록 아무도 못 깨고 좌절하였으니 이안을 모르던 사람도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9층에 있는 이안을 처음 클리어한 유저가, 그 길로 20층까지 다이렉트로 클리어했다는 사실은 많은 유저들이 알고 있는 웃지 못할 이야기.

어쨌든 현재 기준 최고 클리어기록이 30층대로 알려진 정령의 도장에 또다시 이안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많은 네티즌들에게 흥밋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안의 나라이자 카일란 종주국인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모든 채팅 방에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하였다.

-미친ㅋㅋ 나 방금 전까지 이안이 마족 랭커들 쓸어 담는 영상 보고 있었는데……. 대체 정령계에는 또 언제 넘어간 거임?

-님, 그 영상 이제 봤음? 난 며칠 전에 라이브로 봤는데. ㅋㅋ

-그나저나 이번에는 대체 몇 층까지 깨부수려고 정령의 도장에 다시 나타난 걸까?

-통곡의 벽 깨진 지 한 달 조금 넘은 것 같은데……. ㅋㅋ한 달 정도 콘텐츠 쓰게 해 줬으니, 이제 다시 닫으러 왔나 보죠.

-ㅋㅋㅋ무슨 운영자도 아니고 콘텐츠 하나를 열었다 닫았다 함?

-내 말이 ㅋㅋㅋ

그리고 그 중에서도 네티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이번에는 과연 이안이 몇 층에 분신을 세워 두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번엔 몇 층부터 틀어막으려나……. 마족 랭커들 터는 영상 보면 못 해도 초월 40렙은 된 것 같으니, 한 45층쯤 막으려나?

-아마도 그렇겠죠?

-에이, 그럼 재미없을 것 같은데…….

-왜여?

-생각해 보셈. 지금 40층이나 45층쯤에 이안이 벽 세우면,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는 거임.

-응?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유저도 없는데, 벽을 거기 세워서 뭐 함?ㅋㅋ

-아, 듣고 보니 그러네ㅋㅋㅋ. 한 30층 정도에 벽 세우면 딱 꿀잼 각.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제가 듣기로 정령의 도장에서 분신 세워 둘 땐, 본인의 초월 레벨에 비례하는 층에 자동으로 세워진다고 했거든요.

-아하, 그런 조건이 있었군요.

-하긴, 그렇게 안 해 두면 이안 같은 괴물 혼자서 콘텐츠 독식해 버릴 테니 밸런스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시스템이긴 하네요.

-쩝, 그럼 사실상 통곡의 벽을 다시 보긴 힘들겠네요.

-이안이 다른 랭커들보다 레벨이 낮지 않은 한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이런저런 가정을 세우며, 정령계에 다시 등장한 이안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안의 팬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다.

정령계의 랭커들에게 재앙과도 같았던 ‘통곡의 벽’을, 생각보다 빠른 시점에 또다시 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