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33화 (742/1,027)

< 733화 6. 갓 테이머God Tamer (3) >

* * *

루가릭스를 테이밍함으로 인해 얻은 모든 보상의 정리가 끝난 이안은, 이제 솔바르를 만나기 위해 흑룡각으로 향했다.

어쩌다 보니 언령마법 관련 퀘스트에 휘말려(?) 메인 퀘스트를 완수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모든 조건을 충족했으니 보상을 받으러 온 것이었다.

그리고 흑룡각의 바로 앞에 도착한 이안은, 골똘한 표정으로 마당을 이리저리 서성이는 솔바르를 만날 수 있었다.

“솔바르 님,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이안의 물음에, 솔바르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오오, 우리 동맹께서 드디어 돌아오셨군.”

“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긴 했죠?”

“아닐세. 균열에 처음 들어가면 원래 적응하는 데 제법 시간이 필요하지.”

“맞습니다. 차원 마력에 적응한다고 고생 좀 하긴 했죠.”

솔바르는 이안을 아래위로 한차례 훑어본 뒤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안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러시죠?”

“으음, 아, 아닐세.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말이지.”

이어서 잠시 뜸을 들인 솔바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안이 자신에게 받아 간 임무를 전부 완수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하튼 받아 간 임무는 모두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 같으니, 그에 대한 보상을 먼저 내어 주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안의 대답이 떨어진 순간.

띠링-!

시스템 알림음이 울려 퍼지며, 동맹의 퀘스트를 완수했다는 메시지가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A. 거신족 정찰병 처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정찰병의 군번줄’ 아이템이 소멸됩니다.

-용천주화 3,000냥을 획득하였습니다.

-암천의 공헌도 500을 획득하였습니다.

-‘B. 거신족 보급창고 파괴’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중략……

-‘C. 거신족 정찰대장 처치’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용천주화 10,000냥을 획득하였습니다.

-암천의 공헌도 1500을 획득하였습니다.

-추가 조건을 달성하여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명성(초월)을 50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암천의 공헌도를 1,50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셋 중 하나만 클리어해도 통과할 수 있는 두 번째 시험에서, 모든 난이도의 퀘스트를 전부 다 클리어하고 돌아온 이안.

덕분에 막대한 보상이 이안의 인벤토리에 쏟아져 들어왔지만, 정작 이안은 그 보상들에 별로 감흥이 없는 듯 보였다.

언령 마법 관련 퀘스트를 완수하고 루가릭스까지 성공적으로 길들이면서, 그로 인해 얻은 보상들과 비교하면 너무 부실한 보상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물론 이안이 아닌 다른 이였더라면, 만 단위가 넘는 용천주화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레졌을 수준이었지만 말이다.

여하튼, 시스템 메시지들을 빠르게 스캔한 이안은, 솔바르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보상을 받았으니, 다음 연계 퀘스트를 진행할 차례였으니 말이다.

‘이번에 능력 증명 두 번째 시험이었으니, 한 번 정도는 연계되는 시험 퀘스트가 더 있겠지?’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연계 퀘스트의 경우 삼세번은 이어지는 것이 보통.

때문에 이안은 당연히 다음 퀘스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그에 대해 솔바르에게 운을 떼었다.

“솔바르, 그럼 이제 두 번째 시험은 통과한 거죠?”

그런데 말을 하며 솔바르의 표정을 확인한 이안은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전까지 멀쩡하던 솔바르가 적잖이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솔바르는 이안의 물음에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

“저기, 솔바르 님……?”

무슨 못 볼 것을 보기라도 한 듯, 하얗게 질려 있는 솔바르의 표정.

이안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사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상황이었다.

그는 모르겠지만, 지금 솔바르의 눈앞에는 몇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들이, 지금 솔바르를 당황하게 만든 이유였다.

바로 다음과 같이 말이다.

-수험자 : 이안

-처치한 거신족 정찰병 : 495/20, 달성률 : 2,475퍼센트

-파괴한 거신족 보급창고 : 27/1, 달성률 : 2,700퍼센트

-처치한 거신족 정찰대장 : 38/1, 달성률 : 3,800퍼센트

-파괴한 북부 전초기지 : 9/1, 달성률 : 900퍼센트

네 가지 조건들 중 하나 이상만 만족하면 통과할 수 있는 시험에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 데다, 각 항목별로 수백, 수천 퍼센트의 달성률을 달성하였으니, 시험을 낸 솔바르의 입장에서는 놀라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

“대체, 이, 이게…….”

이안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솔바르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고,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솔바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건가, 이안?”

“에……? 뭐가요?”

솔바르는 궁주로서의 체면(?)도 잊은 채, 이안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러니까……. 내가 내준 임무를 어떻게 진행했냐는 말일세.”

“네……?”

“대체 어떻게 했기에 보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거신족을 천 단위가 넘게 처치할 수 있었냐는 말이지.”

이안이 처치한 거신족 정찰병은, 500명에 육박한다.

그리고 그것은, 말 그대로 ‘정찰병’만을 카운팅한 숫자였다.

때문에 자경단부터 시작하여 일반전사, 보급대까지 포함한다면, 못해도 천 단위 이상은 가볍게 넘어갈 게 분명하였다.

솔바르는 그것을 알기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그제야 솔바르가 놀란 이유를 깨달은 이안은 멋쩍게 대답하였다.

“뭐, 그야……. 잠 줄여 가며 일했으니까요.”

“음?”

“놀 시간, 잘 시간, 먹을 시간 다 줄여가면서 거신족만 패다 보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

별것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이안.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솔바르는 이안과 완전히 상반되는 표정을 지었다.

“오오, 그럴 수가……!”

솔바르는 이안의 대답으로 인해, 완벽히 감동받은 표정이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이안의 대답은, 지금껏 억겁의 시간 동안 거신족들과 전쟁을 벌여 온 솔바르에게도 문화 충격이었던 것.

하지만 솔바르의 감동보다는 다음 퀘스트를 받는 것이 시급했던 이안은 그를 다시 재촉하였다.

“어쨌든, 솔바르 님.”

“말씀하시게.”

“저, 시험은 통과한 것 맞죠?”

“당연하네.”

“그렇다면 이제 얼른 다음 시험을 주시죠. 빨리 임무 받아서 일하러 가야 되니까요.”

이안의 말을 들은 솔바르는 곧바로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능력 증명 시험 과제는 두세 단계가 더 남아 있었지만, 과연 이것이 이안에게 의미 있는 과정인가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그 과제들을 이안의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할 리도 없었거니와, 만에 하나 그 과제에서 실패한다고 한들 이안 같은 인재를 내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것이니 말이었다.

하여 생각을 정리한 솔바르가 천천히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의 말처럼 본래 다음 시험 과제를 내어 주어야 하나…….”

“……?”

“이번만은 특별히 예외로 두겠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솔바르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있는 이안의 두 손을 덥석 움켜쥐며, 다시 입을 떼었다.

“남은 시험 따위, 궁주의 직권으로 다 생략하도록 하지. 부디 우리 암천의 동맹이 되어 주시게나.”

“……!”

그리고 그렇게, 이안은 메인 퀘스트 몇 단계를 건너뛸 수 있게 되었다.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능력을 증명하라 Ⅲ’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능력을 증명하라 Ⅳ’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능력을 증명하라 Ⅴ’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의 보상을 일괄 수령합니다.

-암천의 공헌도가 5,500만큼 상승합니다.

-명성(초월)이 1250만큼 상승합니다.

-‘용천주화 15,000냥’을 획득하였습니다.

“어어……?”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용의 가문, ‘암천’의 정식 동맹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조금 당황하기는 하였으나 이안은 금방 적응하였다.

이렇게 퀘스트를 뛰어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뭐, 이러면 나야 꿀이지!’

보상을 전부 수령한 이안의 입에 싱글벙글 미소가 걸렸다.

본래 빠르게 능력증명 연계 퀘스트를 전부 해결하고 다음 스텝을 향해 움직일 생각이었으나, 솔바르 덕에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으니 말이다.

‘이제 지저地底 세계를 평정하러 움직일 차례인가?’

거인들의 땅, 지저 세계.

그곳을 떠올리자, 이안의 머릿속에 자연히 한 남자의 얼굴이 추가로 떠올랐다.

바로 균열의 거신족 거점 창고에 갇혔다가 이안의 아량(?) 덕에 풀려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던 한 명의 마족 랭커.

“아레미스, 그 친구는 잘 있으려나?”

이어서 무슨 생각을 떠올린 것인지, 이안은 히죽 웃으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 * *

용들의 땅과 거신들의 땅은,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진 차원이었으나, 한편으론 동전의 양면처럼 닮아 있는 곳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일란 기획 팀에서 동등한 수준의 등급으로 양 진영을 위해 기획한 콘텐츠이다 보니, 아무래도 구조가 비슷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용들의 땅인 용천이 소천과 중천, 태천으로 나뉘어 있다면, 거신들의 땅인 엘라시움은 지상과 지저, 그리고 지옥으로 나뉘어 있었으니, 말 그대로 대칭형 구조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안이 뺀질나게 드나들고 있는 균열은, 용천의 중단中段인 중천과, 엘라시움의 중단인 지저를 이어 주는 통로 같은 곳이었다.

하여 거신족과 용족은 이 통로를 통해 전쟁을 이어 가고 있었고, 그 전쟁에 참전하여 많은 공적을 세울수록, 더 많은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콘텐츠의 기획 의도였다.

그리고 지금 이 균열에는, 그 기획 의도를 누구보다 착실히(?) 수행 중인 한 유저가 있었다.

물론 조금 많이(?) 과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디 보자……. 지저로 통하는 입구가 그러니까 이쪽이라는 거지?”

이제는 균열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 드나드는 이안은, 균열의 지도를 펼쳐 놓은 채 길을 찾기 시작하였다.

균열이 워낙 넓어서 아직 모든 구역에 가 본 것은 아니었지만, 아레미스로부터 공유받은 지도 덕분에 지저로 통하는 좌표까지는 훤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키아아오-!

포효하는 아이언을 타고 순식간에 균열 깊숙한 곳까지 이동한 이안은, 앞길을 막는 거인 몇몇을 가볍게 제압하였다.

“침입자다! 놈을 막아!”

“커헉……!”

“인간 놈이 성스러운 엘라시움의 땅에 들어서려 한다, 막아라!”

“크허억!”

균열 깊숙한 곳이라 해도 거점이 아닌 이상 대부분 거신 정찰병들이었기 때문에, 이안은 다른 소환수들을 소환하지 않고도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

“덩치는 산만한 것들이 말이 왜 이렇게 많아?”

“크윽!”

“좋은 템 드롭할 거 아니면 저리 가.”

“케엑!”

맥시멈 수치인 150까지 차원 마력 저항력을 올린 이안에게, 이제는 거의 놀이터가 되어 버린 균열.

하지만 지저로 통하는 통로가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이안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잊고 있었던 부분이 떠올랐다.

‘그나저나 지저에 들어가면, 이제 차원 마력 버프는 받을 수 없겠네?’

그리고 그 사실을 떠올린 이안은,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쩝.”

균열에서는 한계치를 넘은 저항력 덕에 오히려 버프를 받고 있었는데, 거인들의 땅으로 넘어가면 이 버프를 받을 수 없으니 사냥 효율이 떨어질 게 눈에 밟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안은 지저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안이 가지고 있는 수만 단위가 넘는 지저금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쟈크람 마을을 한 번쯤은 꼭 가야했으니 말이다.

‘용맹의 팬던트에 분명 쟈크람 마을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라고 쓰여 있었으니, 인간이라 해서 못 들어가거나 하진 않겠지.’

이런저런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균열의 깊고 깊은 곳을 향해 계속해서 비행하는 이안.

그리고 그렇게 30분 정도가 더 지났을까?

띠링-!

익숙한 시스템 알림음과 함께, 이안의 눈앞에 기다렸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거신들의 땅, ‘엘라시움’으로 통하는 통로를 발견하였습니다!

-명성(초월)을 50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엘라시움의 중단, 지저 세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의 얼굴에는,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짙게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