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31화 (740/1,027)

< 731화 6. 갓 테이머God Tamer >

맑고 청량한 그리고 루가릭스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한 하이 톤의 목소리.

“……!”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루가릭스는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자리에 굳어 버렸고, 두 동공은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굳어 있는 루가릭스의 앞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이 등장(?)하였다.

스윽.

루가릭스의 앞에 얼굴을 빼꼼 내미는, 백은발의 머릿결을 가진 귀여운 소녀.

물론 루가릭스의 눈에 그 귀여운 외모는 공포스럽게 느껴질 따름이었지만 말이다.

“헤헤, 찾느라 힘들었잖아. 그 사이 어디 도망간 줄 알고 슬플 뻔했다고.”

헤실거리며 웃는 엘카릭스와 눈이 마주친 루가릭스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네, 네가 여긴 어떻게……?”

“어떻게긴, 오빠 찾으러 왔지.”

“날 왜 찾아?”

“그야 아빠가 시켰으니까.”

“……!”

루가릭스도 알고 있다.

엘카릭스가 ‘아빠’라고 부르는 유일한 존재가 누구인지 말이다.

때문에 루가릭스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지, 지금……. 이안도 여기에 와 있는 거야?”

루가릭스의 물음에, 허리에 양 손을 올린 엘카릭스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물론! 이제 오빠 찾았으니, 아빠를 이쪽으로 불러야…….”

고개를 휙휙 돌리는 엘카릭스를 보며, 루가릭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덥석 붙들었다.

“에, 엘! 굳이 그럴 필욘 없을 것 같아. 일단 나랑 얘기 좀…….”

정말 간절한 표정으로 엘카릭스를 향해 호소하는 루가릭스.

하지만 루가릭스의 호소에 엘이 대답하기 전, 다른 목소리가 먼저 그의 귓전으로 들려왔다.

“그래, 엘. 루가릭스 말이 맞다. 부를 필요 없어.”

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네 드래곤들의 시선은 동시에 그쪽을 향해 움직였고, 그곳에는 이안이 이를 하얗게 드러낸 채 웃고 있었다.

“이미 이렇게 도착했으니까 말이야.”

마치 저승사자를 만나기라도 한 듯, 하얗게 질려 버린 루가릭스의 표정.

“아…….”

루가릭스는 세상 전부를 잃기라도 한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야말로 외통수나 다름없는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그를 향해, 이안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고맙다, 루가릭스. 덕분에 언령 마법도 얻고, 균열에도 완벽히 적응했어.”

“뭐……?”

“계약하기 전부터 이렇게 날 위해 물심양면 애써 주다니……. 역시 너야말로 진정한 충신이야.”

“말도 안 돼!”

이안의 말에, 루가릭스는 한 번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상식으로 이안의 이야기는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돌아왔기에 퀘스트를 중단하고 온 건 줄 알았는데……. 정말 라페르 일족의 임무를 전부 수행했다고?’

루가릭스는 라페르 일족이 이안에게 어떠한 요구를 할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 역시 과거에 언령 마법서를 얻기 위해서 라페르 일족 장로들에게 임무를 받아 본 경험이 있었으며, 현재 라페르 일족의 상황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만약 이안이 정말 언령 마법을 얻었다면, 라페르 일족의 문제를 전부 해결해 내었다는 것일 터.

균열의 거인들이 얼마나 사납고 강력한지 잘 아는 루가릭스로서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 딴 건 몰라도 마력의 심장은 대체 어떻게 구한 거야, 이안?”

“음……?”

“마력의 심장을 구하지 못했다면, 절대로 언령 마법을 얻을 수 없었을 텐데…….”

루가릭스는 너무도 놀란 나머지,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은 채 이안에게 물어보았다.

마력의 심장을 구하려면 거신족 거점의 한복판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며, 특히 그곳을 지키는 마력의 거인들은 루가릭스에게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력한 녀석들이었으니 말이다.

한두 마리 정도라면 루가릭스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겠지만, 거점을 지키는 마력의 거인들은 수십 마리가 넘었으니까.

루가릭스의 그 물음에 이안은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어떻게 구했긴. 마력의 거인 때려잡아서 파밍했지.”

“……?”

“어디 보자, 적어도 백 마리 정돈 잡은 것 같은데…….”

“거짓말이지?”

파밍이라는 말이 뭔지 루가릭스는 정확히 몰랐지만, 그것을 모른다 해도 이안의 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루가릭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안이 과장하거나 거짓을 이야기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모르던 사이에 마력의 거인들이 단체로 식중독이라도 걸렸나. 그렇게 쉽게 당할 놈들이 아닌데…….”

공황장애라도 온 듯 횡설수설하며 중얼거리는 루가릭스와, 그런 그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는 이안.

“자, 우리 충신님. 이제 그만 튕기고, 우리의 약속을 이행하도록 해볼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운을 뗀 이안은, 천천히 루가릭스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어느새 포획 스킬을 발동시킨 이안의 손에서는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우웅.

마치 못 볼 것을 보기라도 했다는 듯,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리는 루가릭스.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 서있던 쌍둥이 드래곤들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루가릭스 님이 불쌍해 보이는 건 처음이야 다카론.”

“후우, 그러게. 암천궁을 위해선 나쁜 일이 아닌데……. 뭔가 짠한 기분이 드는 걸.”

이어서 다음 순간.

우우우웅-!

이안의 손에서 퍼져 나온 새하얀 빛줄기가 루가릭스의 주변으로 맹렬하게 휘감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루가릭스는, 그 빛줄기를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더 이상은 루가릭스도 핑계대거나 회피할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띠링-!

이안의 눈 앞에, 드디어 기다렸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를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신룡을 포획하는 데 성공하여, 3만 만큼의 명성(초월)을 획득합니다.

-어둠의 신 ‘카데스’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어둠 저항력이 10만큼 증가합니다.

-‘공포’상태이상에 대한 저항력이 3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중략……

-‘신화’ 등급의 소환수를 최초로 테이밍하셨습니다!

-‘갓 테이머’ 칭호를 획득합니다.

-‘통솔력’ 능력치가 1,000만큼 증가합니다.

-‘친화력’ 능력치가 500만큼 증가합니다.

-‘정령 마력’ 능력치가 1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소환 마력’ 능력치가 2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후략……

하얀 빛줄기 속으로 빨려들어,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는 루가릭스의 실루엣.

그것을 지켜보는 이안은 흡족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루가릭스를 테이밍한 데에서 온 만족감도 만족감이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최초의 신화 등급 테이밍 칭호를 놓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는데, 결국 이렇게 이안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말이다.

‘흐흐, 다른 신화 등급 가진 소환술사들도 직접 테이밍한 케이스는 없었나 보네.’

이제는 이안 말고도, 셀 수 없이 많은 소환술사들이 신화등급 소환수를 하나 정도는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 전설 등급에서부터 진화시키거나 알을 깨워 얻게 된 소환수 혹은 퀘스트를 통해 얻은 소환수였던 것인지 결국 최초의 신화 등급 테이밍의 영예마저 이안이 독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쯤 되자, 이안의 머릿속에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휴우, 루가릭스 이 녀석 얻겠다고 대체 얼마나 고생한 거야?’

처음 중간자의 위격을 얻었을 때만 하더라도 머지않아 얻게 되리라 생각했었건만, 그 뒤로도 루가릭스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길을 돌고 돌아야만 했다.

‘하지만 뭐, 재밌었으니까. 그리고 요 녀석은, 그 정도 가치는 충분히 있는 녀석이었고.’

이미 언령 각성까지 전부 다 되어 있는 신룡이라는 점도 엄청난 메리트였지만, 그만큼이나 이안에게 이 루가릭스가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안이 가장 긴 시간동안 클리어하지 못하고 있었던 퀘스트인,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길들이기’ 퀘스트.

“드디어 4티어 가는구나……!”

그리고 이안의 중얼거림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퀘스트의 조건 달성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마지막으로 번쩍 하고 떠올랐다.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 길들이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히든 클래스 봉인해제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유저 이안의 클래스, ‘테이밍 마스터’의 티어가 한 단계 상승합니다.

-‘테이밍 마스터’의 클래스 티어가, 4티어로 상승하였습니다!

이어서 그 메시지가 떠오른 순간.

파앗-!

이안의 눈앞이 새하얀 빛무리로 뒤덮이기 시작하였다.

* * *

최초의 신화 등급 소환수 테이밍의 영예를 안았던 것과 달리, 아쉽게도 4티어의 히든 클래스를 얻은 것은 이안이 처음이 아니었다.

소환술사 중에서 4티어의 히든 클래스가 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마법사 클래스와 전사 클래스에서는 이미 4티어를 가진 유저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안은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

그런 내용을 떠나 지금 이안의 눈앞에 나타난 티어상승 보상이,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으니 말이었다.

-모든 전투 능력과 직업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이제부터 모든 소환수를 부리는 데 필요한 통솔력이 10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이제부터 모든 소환수의 재소환 대기 시간이 40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포획’ 스킬의 성공 확률이 2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새로운 히든 스킬, ‘능력 연구’를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히든 스킬, ‘협공’을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히든 스킬, ‘능력 전이’를 획득하셨습니다.

‘와, 역시 클래스 티어 상승이 꿀이구나…….’

일단 다른 부가적인 옵션을 전부 제한 상태에서 티어 상승으로 인해 획득한 스텟만 보더라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수준이었다.

구체적으로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으로 10퍼센트 정도의 스텟 상승이 일어났으니, 현재 이안의 초월레벨이 50대인 것을 감안한다면, 5레벨 이상을 공짜로 얻은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게다가 10퍼센트만큼 통솔력 효율이 증가한 탓에 고레벨 신화 등급 소환수를 하나 더 운용할 만큼 통솔력에 여유가 생겨났으며, 재소환 대기 시간이 무려 40퍼센트나 줄어든 덕에 전략적인 선택지 또한 훨씬 더 다양해졌다.

이전까지는 한 번 소환 해제하면 해당 전투에서는 거의 재소환이 불가능하였는데, 이제는 시간을 조금만 잘 끌면 다시 소환해서 싸워 볼 만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포획’ 스킬의 성공 확률 증가는 덤.

새로 생긴 히든 스킬 세 개 또한 범상치 않을 것이 자명하였다.

“흐흐, 이 기세를 몰아 균열 돌파하고 지저 콘텐츠까지 싹 쓸어먹으면 되는 건가?”

히든 스킬의 정보 창을 하나씩 꼼꼼하게 확인해 본 이안은, 입가에 떠오른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새로 얻은 세 개의 스킬들 중 단 하나도, 쓸모없는 스킬이 없기 때문이었다.

‘능력 연구, 능력 전이 두 스킬은 실제로 써 봐야 효용을 확실히 느끼겠지만, 협공 이건 그냥 봐도 사기 스킬이네.’

소환수들이 동시에 하나의 대상을 공격할 시 협공하는 소환수의 숫자에 따라 피해량이 증폭되는 옵션을 가진, 사기적인 패시브 스킬이었던 것.

더욱 기분이 좋아진 이안은, 마지막으로 아껴 두었던(?) 소환수 정보 창을 오픈하였다.

소환수 정보 창에는 방금 계약한 따끈따끈한 소환수인 루가릭스가 업데이트 되어 있을 것이고, 그의 정보 창을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안에게 가장 설레는 일일 테니 말이다.

“자, 한번 얼마나 대단한지 볼까?”

기대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린 이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루가릭스의 정보 창을 확인해 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