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27화 (736/1,027)

< 727화 4. 아레미스의 악몽 (4) >

* * *

처음 이안이 거신들의 주력 거점을 공격할 당시만 하더라도, 루가릭스와 약속했던(?) 시간은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정확히 하루밖에 남지 않은 시점.

이안은 아직도 거신들의 전진 거점을 전전하며 쉬지 않고 전투를 감행하고 있었다.

“후욱, 조금만 더……!”

마치 뭐에 홀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신들린 듯 창을 휘두르며 전장을 누비는 이안!

하지만 그런 이안의 모습은 뭔가 용맹해 보인다기보단 좀 무서운(?)느낌이었다.

두 눈은 이미 퀭해진 지 오래인 데다, 어느새 입에서 단내까지 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창을 휘두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까강- 쾅-!

뭘 조금만 더 하면 된다는 것인지, 마력의 거인을 향해 창을 휘두르는 와중에도 낮은 목소리로 연신 중얼거리는 이안.

그런데 의아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시 전장을 살펴보면, 이안과 전장에서 함께했던 라페르 일족의 전사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전장에 남아서 싸우는 것은, 이안과 그의 가신 그리고 소환수들뿐.

대체 이 상황은 어떻게 된 것일까?

마력의 거인들이 너무 강력하여 라페르 일족이 전부 전멸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면 퀘스트의 난이도가 너무 어려워서, 이안이 아직껏 필사적으로 싸우는 중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전혀 아니었다.

이안은 이미 오래 전에 퀘스트 완수 조건을 충족하였고, 라페르 일족 전사들은 그때 자신들의 본 거점으로 돌아간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안은 왜, 아직도 전장에 홀로 남아 있는 것일까?

“폐하, 이제 복귀하심이 어떠한지요. 거신들은 충분히 처치한 것 같습니다만……!”

“후, 주군 놈아, 인간적으로 이제 좀 쉬자.”

이렇게 가신들까지도 앓는 소리를 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딱 한 개만 더. 한 개만 더 캐고 가자.”

“크윽……!”

“분명히 아까도 같은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피로를 호소하는 가신들을 뒤로한 채, 다시 또 전장으로 향하는 이안.

이안이 이렇게 전장에서 나오지 못하고 집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는 차원 마력 저항력 능력치 때문이었다.

-차원 마력의 압박 속에서 한계 이상의 움직임을 달성했습니다.

-달성률 : 1,152퍼센트

-한계 이상의 움직임으로 마력의 힘을 극복합니다!

-차원마력 저항력 능력치가 2만큼 상승하였습니다!

‘역시 차원마력이 100을 뚫고 올라가면 다이내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거였단 말이지.’

현재 이안의 차원 마력 저항력은 무려 145였다.

맥시멈 수치라는 150에 거의 다 도달한 것이다.

그렇다면 저항력이 45나 오버된 지금, 차원 마력 디버프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겼을까?

-현재 차원 마력 저항력 : 145

-차원 균열의 힘을 더욱 많이 받아들입니다.

-증폭된 차원 마력의 힘으로 인해 ‘마력 충전’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충전

-모든 움직임 가속 : +22.5퍼센트

-모든 종류의 마력 회복 속도 : +45퍼센트

-일반 공격 시 22.5퍼센트의 확률로 공격력의 90퍼센트만큼의 차원 마력 피해를 추가로 입힙니다.

-차원 마력 공격은 대상의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더라도 차원 마력 피해는 증폭되지 않습니다.

-역류하는 차원 마력의 흐름에, 조금 더 적응하였습니다.

-움직임이 가벼워집니다.

‘크으, 역시 노가다 뒤엔 달콤한 보상이 따라오는 법이지.’

이안은 이제 차원 마력 저항력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올릴 수 있는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조금 복잡했던 차원 마력 저항력의 매커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한 것이다.

‘쉬지 않고 움직여 피로도가 누적될수록 저 달성률이라는 수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달성률이 높을수록 전투시간 대비 저항력 획득량이 높아지는 거였어.’

한계 이상의 움직임을 달성했다는 ‘달성률’이라는 수치는 피로도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급격히 감소한다.

때문에 이안은 쉴 수 없었다.

한번 피로도를 극한까지 쌓았을 때 계속해서 달성률을 끌어올려야, 가장 효율적으로 차원 마력 저항력을 올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렇게 피로도가 쌓여 힘든 상황에서 이안이 계속해서 사냥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달성률 덕분이었다는 점이다.

수치가 100을 넘어서면서 훨씬 더 올리기 힘들어진 차원마력 저항력을 1,000퍼센트가 넘는 달성률 덕에 계속해서 누적시킬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얻은 차원 마력 버프가 전장의 난이도를 조금씩 낮춰 주었으니 말이다.

하여 피로도 때문에 몸이 무거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마력의 거인을 상대하는 것은 처음보다 훨씬 더 쉬워졌다.

“죽어라, 요놈아! 심장 주고 가는 거 잊지 말고!”

이안의 창이 거인의 흉부를 강타하는 순간, 보랏빛 기운이 일렁이며 타점을 중심으로 강하게 폭발했다.

퍼퍽-! 펑-!

-‘마력의 거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력의 거인’의 생명력이 12,760만큼 감소합니다.

-차원 마력의 힘을 이용하여 추가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력의 거인’의 생명력이 36,982만큼 감소합니다.

그리고 이안은 강력한 방어력을 가진 마력의 거인에게 단숨에 5만에 가까운 대미지를 꽂아 넣었다.

차원 마력 버프로 인한 추가 피해 덕분에 가능했던, 어마어마한 위력의 공격이라 할 수 있었다.

‘치명타 적용이 안 되도 치명타 터진 일반 공격보다 대미지가 세 배 이상 들어가 버리….’

온몸이 마강석으로 둘러싸여 어마어마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마력의 거인이었기에, 방어력을 무시하는 차원 마력 공격이 더욱 돋보이게 된 것.

어쨌든 이러한 이유가 이안이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장을 떠나지 않고 있는 첫 번째 이유였다.

그렇다면 이안이 남아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뭘까?

띠링-!

-마력의 거인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13,590만큼 획득합니다.

-지저금화를 740만큼 획득합니다.

……중략……

-‘마강석’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마강석’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마력의 심장’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마력의 거인을 처치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마강석’ 재료 아이템과 낮은 확률로 획득할 수 있는 ‘마력의 심장’ 아이템.

이 두 가지 아이템이 사실, 이안이 이곳에 남게 만든,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었다.

특히 ‘마력의 심장’은 퀘스트 아이템이자 특수 아티펙트인 탐식의 목걸이가 있어야만 파밍이 가능했기 때문에,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노가다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으으아, 드디어 나왔다!”

온몸을 짓누르는 피로감을 잊어버린 것인지, 보랏빛으로 발광發光하는 마력의 심장을 움켜쥔 채 포효하는 이안.

마력의 심장은 이안의 드래곤들이 각성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아이템이었지만, 그 외에도 무궁무진한 용도를 가지고 있었다.

-마력의 심장

등급 : 신화(초월)

분류 : 잡화, 재료

용족과 거신족은 오랜 세월 균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차원 마력’의 힘에 대해 연구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차원 마력을 한계 이상의 밀도로 농축시켜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하지만 용족과 거신족은 각각 이 마력의 심장을 다른 곳에 사용하였습니다.

용족들은 이 마력의 심장을 아티팩트를 만들거나 마법을 연구하는 데 이용하였으며, 거신족들은 전쟁 병기를 만드는 데 사용하였으니 말입니다.

이 마력의 심장은, 중간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마력석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이것을 잘 사용한다면, 엄청난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장비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마력의 심장을 사용하여 장비 제작에 성공한다면, 강력한 고유 능력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마수 연성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마력의 심장을 사용하여 마수를 만들어 낸다면, 차원 마력의 힘을 가진 더욱 강력한 마수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제작에 마력의 심장을 사용할 시, 제작 성공 확률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손재주가 부족하여 제작에 실패할 시, 아이템은 소멸됩니다.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자, 보자 이제 몇 개냐……. 열두 개 정도 되나?”

인벤토리를 확인한 이안의 입가에선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새어 나왔고, 그 모습을 옆에서 보던 뿍뿍이가 퀭한 눈으로 이안에게 물었다.

“이제 된 거냐뿍? 이제 쉴 수 있는 거냐뿍?”

아련한 표정이 되어, 커다란 눈망울로 이안을 응시하는 뿍뿍이.

하지만 이안은 뿍뿍이의 기대를 저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 차원마력 저항력 수치가 맥스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갈 때 가더라도, 저항력 150 맥스는 찍고 돌아가야지.’

가신들과 소환수들의 간절한 바람을 알기는 하는 것인지, 묵묵히 다음 마력의 거인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이안.

그리고 그렇게 스무 마리 정도의 거인을 추가로 더 처치했을 무렵…….

띠링-!

이안의 시야를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메시지가 주르륵 하고 떠오르며, 무한 노가다의 끝을 알렸다.

-마력의 거인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마강석’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마력의 심장’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중략……

-한계 이상의 움직임으로 마력의 힘을 극복합니다!

-차원 마력 저항력 능력치가 1만큼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차원 마력 저항력 : 150

-‘차원 마력 저항력’ 능력치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차원 마력 저항력을 쌓을 수 없습니다.

-증폭된 차원 마력의 힘으로 인해, ‘마력 충전’ 효과가 강화됩니다.

-마력 충전

-모든 움직임 가속 : +25퍼센트(+10퍼센트)

-모든 종류의 마력 회복 속도 : +50퍼센트(+20퍼센트)

-일반 공격 시, 25퍼센트(+25퍼센트)의 확률로 공격력의 100퍼센트만큼의 차원 마력 피해를 추가로 입힙니다.

-차원 마력 공격은 대상의 방어력을 무시합니다.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더라도 차원 마력 피해는 증폭되지 않습니다.

-역류하는 차원 마력의 흐름에 조금 더 적응하였습니다.

이어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떠오른 메시지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확인한 이안은, 흡족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크으, 미쳤다!”

차원 마력 저항력이 맥시멈 수치에 도달하면서 마력 충전 버프 옵션이 추가로 뻥튀기되었기 때문.

‘마력의 심장도 한 개 더 나와서 열세 개나 됐고, 마강석은 몇백 개 모았으니, 이 정도면 만족해야겠지.’

털썩.

목적을 달성하고 그제야 긴장이 풀린 것인지, 자리에 주저앉은 이안은 인벤토리를 정리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아이언의 등에 올라 균열의 하늘을 날기 시작하였다.

‘이제 마무리를 하러 가 볼까?’

목적은 달성했고 사냥은 끝났지만,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이안을 태운 아이언은, 라페르 일족의 거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 시작하였다.

* * *

“그러니까 아레미스, 조만간 이안이 지저 세계로 들어올 거란 말이지?”

“그렇다니까, 에릭슨. 녀석은 틀림없이 ‘붉은 바위산’으로 들어올 거야. 그때 우리가 녀석을 덮친다면, 제법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걸?”

“재미라……. 어떤 재미를 말하는 거지?”

“장비 아이템이야 대부분 계정 귀속이라 드롭되지 않을 테지만, 적어도 들고 있는 재화는 싹 다 꿀꺽할 수 있잖아.”

“하긴, 그놈 경매로 번 차원 코인만 수십만이 넘을 텐데, 그중 일부만 드롭되어도 완전 이득이긴 하지.”

지저 세계의 깊숙한 곳에 있는 카르카스 마을.

마족 유저들이 처음 지저 세계에 발을 들일 때 입장하게 되는 이 마을에는, 이제 제법 많은 마족 랭커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아레미스처럼 균열까지 입성한 유저는 흔치 않았지만, 적어도 지저 세계와 균열, 그리고 중천이 어떤 구조로 이어져 있는지는 다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레미스는 지금, 이 카르카스 마을에서 마족 랭커들 몇몇을 꼬드기는 중이었다.

사실상 세계 랭킹 1위에 가장 가까운 유저인 이안을 처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말이다.

특히 이안에게 빚(?)이 있는 마족 유저들의 경우, 아레미스 만큼이나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시작했다.

“아레미스, 녀석을 절대로 놓쳐서는 안 돼. 워낙 신출귀몰한 녀석이라, 치밀하게 계획을 짜야 처치할 수 있을 거야.”

“맞아, 크리스. 그래서 생각 중인 계획이 몇 가지 있어.”

마계의 광전사 클래스 랭커인 크리스는, 아레미스와 마찬가지로 신의 말판 전장에서 이안에게 능욕(?)당한 전적이 있는 유저였다.

그리고 마령 기사 클래스인 왕차이 또한 마찬가지로 이안에게 속수무책으로 패배했던 인물이었다.

“좋아, 이번에야말로……!”

왕차이의 길쭉한 입꼬리가 음흉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리고 카르카스 마을 공터의 구석으로 자리를 옮긴 그들은, 점점 더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