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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23화 (732/1,027)

< 723화 3. 거신족 보급 창고 (3) >

* * *

보급 창고가 있는 거신족 전진 거점은 지금껏 이안이 전투해온 일반적인 균열 맵과 구조가 많이 달랐다.

지금까지의 균열 맵이 끝없이 이어지는 깊숙한 절곡을 베이스로 사이사이에 균열의 파편이 떠다니는 위험천만한 맵이었다면, 방금 미로를 통과하여 이안이 도착한 이 거신족의 거점은 곳곳에 날카로운 바위 조각들이 불쑥불쑥 솟아 있을 뿐, 평범한 필드였던 것이다.

하여 이안은, 지금껏 소환하지 않고 있었던 지상 소환수들까지 전부 다 소환할 수 있었다.

“얘들아, 심심했지? 다 쓸어 버리자고.”

씨익 웃으며 눈을 찡긋하는 이안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뿍뿍이.

“뿌욱……. 주인아, 나는 조금 더 심심하고 싶뿍.”

“시끄러.”

뿍뿍이의 반발을 한마디로 일축해 버린 이안은, 아이언을 타고 다시 전장에 뛰어들었다.

이제 차원 마력의 압박으로 인한 디버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전투를 치른 지 10분이 지나지 않아 ‘급가속’ 패시브로 인한 민첩성 증폭 효과가 아직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아이언을 타고 쇄도하는 이안의 움직임은 날렵하기 그지없었다.

쐐애액-!

‘급가속 지속 시간이 1분 정도 남은 것 같으니까 그 전에 한 놈 처치해서 지속시간 늘려 놔야지.’

급가속 고유 능력은 한 번 중첩될 때마다 7.5퍼센트나 되는 민첩성 버프를 부여하며, 무려 15회까지 그 효과가 중첩된다.

최대치까지 버프를 끌어올리면, 무려 112.5퍼센트나 되는 민첩성이 추가되는 것이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적을 처치한 뒤 10분 동안이나 그 효과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안같이 미친 듯이 사냥하는 유저에게는 무한 지속 버프나 다름이 없었다.

콰콰쾅-!

버프 유지를 위해 가장 허약해 보이는 거신족 정찰병을 타깃팅한 이안이 순식간에 그의 등 뒤로 비행하며 창을 내질렀다.

콰드득-!

덩치 큰 거신족의 경우 약점 부위도 넓었기 때문에, 치명타를 띄우는 것도 무척이나 쉬웠다.

-‘거신족 정찰병’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치명타가 떠오른 순간, 이안의 눈 앞으로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하고 이어졌다.

암천의 대장장이 ‘하루크’로부터 얻은 드레이크 소울 스피어와 천비각에서 얻은 ‘파괴의 목걸이’의 부가 효과가 발동된 것이다.

-‘드레이크 소울 스피어’의 부가 효과가 발동됩니다.

-치명타 피해량이 10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근접’ 공격의 위력이 1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물리’ 속성의 공격 스킬 위력이 1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1T(1,000kg)이상의 몸집을 가진 대형 몬스터에게 70퍼센트만큼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모든 ‘거신족’ 종족의 몬스터를 공격할 시 30퍼센트만큼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파괴의 목걸이’의 부가 효과가 발동됩니다.

-치명타 피해량이 3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근접’ 공격의 위력이 1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물리’ 속성의 공격 스킬 위력이 1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1T(1,000kg)이상의 몸집을 가진 대형 몬스터에게, 50퍼센트만큼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누적 : 120퍼센트).

-‘거신족’ 종족의 몬스터를 공격할 시, 20퍼센트만큼의 추가피해를 입힙니다(누적 : 50퍼센트).

‘쓸 만한 물리 속성 공격 스킬이 없는 게 아쉽네. 그렇다고 고유 능력 때문에 무기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안은 순간적으로 걸린 어마어마한 버프를 확인하고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치명타 피해 증폭과 거신족 특화 공격력 증가.

그리고 근접 공격 위력 증가에 대형 몬스터 추가 대미지까지.

이러한 효과가 중첩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안이었지만, 물리 속성 공격 스킬이 없는 관계로 스킬 대미지 증폭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것이다.

과거 림롱에게 강탈했었던 블러드 리벤지를 착용하면 강력한 물리 공격 스킬이 생기겠지만, 그렇게 되면 착용 중인 드레이크 소울 스피어를 해제해야 되니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손맛 하나는 예술이네……!”

퍼퍽-!

몇만 단위로 뻥튀기 된 대미지를 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창을 쑤셔 대는 이안.

퍼퍽- 퍽-!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신들은 그 덩칫값을 하는 것인지, 이안의 공격을 여러 차례 버텨 내었다.

“쿠워어어, 인간 따위가 감히……!”

물론 그래 봐야 1분을 채 넘기지 못했지만 말이었다.

“내 경험치가 되어랏!”

“커허억-!”

흥이 오른 이안의 추임새와 함께, 모든 생명력을 잃고 바닥에 쓰러지는 거신족 정찰병.

쿵-!

-‘거신족 정찰병’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소환수 ‘아이언’이 거신족 정찰병 처치에 기여하였습니다!

-아이언의 고유 능력 ‘급가속’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급가속’의 중첩이 이미 최대치(15)이므로, 더 이상 중첩되지 않습니다.

-‘급가속’ 효과의 지속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신호탄으로, 이안의 소환수들과 라페르 일족의 전사들이 거신들을 학살하기 시작하였고…….

“크헉, 라페르 일족이 어째서 이곳에…….”

“보, 보급 창고를 지켜야…….”

이안은 제외하고라도 전력 자체가 압도적으로 밀리기 시작한 거신족 병력

* * *

한편, 같은 시각 그리고 같은 장소.

퀘스트의 끝이 보이자 신이 나서 날뛰는 이안과는 완전히 상반되게 마지막 순간에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를 맞아, 공포에 떨고 있는(?) 한 남자도 있었다.

‘저, 저놈은 이안이잖아? 어째서 이곳에 저놈이……!’

아레미스는 이안을 잘 안다.

이안과 어떤 친분이 있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한 번의 악연(?)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 마족 랭커들 얼굴 보기도 어려운 판국에, 하필 저놈이 여기서 왜 나오는 거야?’

이안의 얼굴을 확인한 아레미스는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 잊고 있었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젠장, 하필 이런 상황에서 또…….’

이안과 아레미스의 악연은, 다름 아닌 ‘신의 말판’ 전장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아레미스는 마군 진영의 ‘보좌관’으로 전장에 출전하였으며, 직책에서도 알 수 있듯 세계랭킹으로 봐도 최상위권의 랭킹 보유자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레미스는 그 역사적인 첫 번째 신의 말판 전장에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들러리 같은 존재로 남아 버리고 말았다.

당시 ‘병사’ 계급부터 시작해서 ‘기마대’ 계급까지 진급하며 상승세를 탄 이안에 의해, 그야말로 순식간에 삭제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당시 이안이 아레미스를 처치하는 데 걸렸던 시간은 정확히 3분.

PVP에도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던 아레미스로서는 너무도 충격적인 결과였기 때문에, 그는 이안을 잊으려야 잊을 수 없었다.

보급 창고 안에 숨어 이안을 힐끔 응시한 아레미스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언젠가 복수해 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아니라고……!’

만약 동등한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전력을 다해 싸워 볼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도 좋지 않았다.

이안은 ‘라페르 일족 전사들’이라는 용족 중에서도 제법 상위 등급의 NPC들을 등에 업고 있는 반면,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 거신족 병사들은 전부 전멸해 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보급 창고 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틀어박힌 아레미스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머리를 굴렸다.

‘일단 퀘스트 클리어는 글러먹은 것 같고, 어떻게든 여기서 살아남아야 해.’

그리고 완전히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시스템은 아레미스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남겨주었다.

난이도가 상향되는 대신 페널티 몇 가지를 해제해 주었던 것이다.

-돌발 상황으로 인해 퀘스트의 난이도가 상향됩니다.

-난이도 : SSS->SSSS

-라페르 일족 전사를 처치할 시 추가 보상을 세 배로 얻습니다.

-불가항력으로 인해 퀘스트의 내용이 변동되었으므로 페널티가 완화됩니다.

-퀘스트에 실패하더라도 절반의 보상은 획득할 수 있습니다(사망한다면 모든 보상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퀘스트에 실패하더라도 거신족과의 친밀도가 낮아지지 않습니다.

덕분에 아레미스는 완전히 좌절하지 않을 수 있었고 말이다.

‘사망만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결과는 면할 수 있어. 어떻게든 살아남기만 하면 돼.’

아레미스에게 있어서 희망적인 부분은 이안이 아직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또, 지금 그가 숨어 있는 이 창고 안에 용족 NPC들이 약탈해 갈 만한 물자가 거의 없다는 점도 다행이었다.

‘만약 여기가 아니라 동쪽 창고에 숨었다면 벌써 발각되고도 남았겠지.’

그리고 이 상황을 잘만 이용한다면, 용족 진영의 NPC들이 한참 전쟁에 몰두해 있는 동안 충분히 이 전장을 빠져나가 도주할 수 있을 것이었다.

“후으읍!”

한차례 깊게 심호흡한 아레미스는 다시 창밖으로 슬쩍 시선을 움직였다.

전황을 살핀 후 단숨에 내달려 지저를 향해 이동한다면, 아무리 이안이라 하더라도 따라올 수 없으리라.

‘그래, 일단 창 밖에 이안이 보이는 것 같지는 않고…….’

창을 통해 보이지 않는 건물의 반대편 상황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 딱 셋만 세고 뛰어 나가는 거야!’

마치 육상 선수들이 스타팅 포인트에서 달릴 준비를 하듯 자세를 낮추고 튀어 나갈 준비를 하는 아레미스.

하지만 다음 순간, 아레미스는 더 이상 계획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쿵.

“……?”

쿠쿵- 쿵-!

그가 튀어 나가려던 보급 창고의 철문 너머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묵직한 진동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으니 말이었다.

* * *

띠링-!

-‘거신족 자경대원’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8,022만큼 획득합니다.

-가문 ‘암천’에 대한 공헌도가 5만큼 증가합니다.

-‘지저금화’ 재화를 501만큼 획득했습니다.

-‘거신족 수비병’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거신족 정찰병’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후략……

이안의 눈앞에 연달아 떠오르는, 기분 좋은 시스템 메시지들.

그 메시지들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이안은 미친 듯이 거신족 병사들을 도륙하고 있었으며, 수십이 넘던 거신족의 병사들은 이미 절반이 넘게 쓰러진 상황이었다.

“휘유, 이거 마지막 퀘스트 치고 너무 쉽잖아?”

물론 ‘자경대원’이나 ‘정찰대장’ 같은 녀석들은 제법 난폭하고 강력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은 전투가 끝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을 지연시키는 정도일 뿐 그 이상의 어떤 의미는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안이 쉽게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원래 ‘차원 마력 저항력’이라는 능력치는 균열을 지나 본격적으로 거신족과 전쟁할 쯤에야 100 가깝게 확보되도록 설계되어 있었던 것인데, 이안은 콘텐츠 도입 시점에서 그 수준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으니 이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던 것이다.

“자, 이제 절반 정도는 밀어낸 것 같으니 확보된 보급 창고를 먼저 파괴해 볼까?”

이안은 지금껏 소환하지 않고 있었던 유일한 소환수 ‘토르’를 보급 창고 옆에 소환하였다.

그워어어-!

느려 터진 움직임을 가진 토르는 거신족들과 상성이 최악이었기에 소환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미 승패가 기울어진 지금, 퀘스트 달성 조건인 보급 창고를 부수는 데에는 토르만큼 효율적인 성능을 가진 소환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건물 철거 능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난 토르였기에, 소환된 토르의 거대한 망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안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자, 토르.”

그워어- 크워!

“철거 시작하자!”

그륵- 그륵-.

이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망치를 들어 올린 토르는, 덩그마니 남은 보급 창고를 향해 그것을 내리찍기 시작하였다.

쿵- 콰앙-!

단 한 번의 망치질에 철문은 찌그러져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콰쾅-!

두 번째 망치질이 이어지자 보급 창고의 골격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우르릉-!

“좋았어! 잘한다, 토르!”

그리고 그 창고에 누가 들어 있는지 알 리 없는 이안은, 토르만 덩그러니 남겨 놓은 채 다시 전장으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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