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19화 (728/1,027)

< 719화 2. 용족과 거신족 (3) >

* * *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능력을 증명하라! Ⅲ’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진행 난이도 : S

-클리어 랭크 : A

-토탈 클리어 랭크 : A+

-거신의 가문, ‘염왕炎王’의 공헌도를 1,500만큼 획득하셨습니다.

-염왕의 가문으로부터 동맹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클리어 랭크의 영향으로 추가 공헌도를 500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초월)을 50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A등급 이상으로 클리어하셨으므로,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중략……

-경험치를 257,60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초월 42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눈앞에 주르륵 하고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

퀘스트 완료와 함께 시야를 가득 채운 보상들을 확인한 아레미스는 흡족한 표정으로 메시지들을 읽어 내려갔다.

‘크으, 사흘 밤낮 퀘스트를 진행한 보람이 있어.’

벌써 ‘지저地底’의 세계에 들어온 지도 일주일 째.

잠까지 줄여 가며 퀘스트를 진행한 아레미스는 드디어 거신족의 동맹이 되기 위한 퀘스트를 모두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퀘스트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퀘스트 진행하는 데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다는 점이었다.

처음 퀘스트를 받을 때에는 길어야 사흘짜리라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이 넘어서야 겨우 클리어했으니 말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했어. 이제 슬슬 후발 주자들도 지저에 들어올 때가 되었겠지.’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부족한 레벨 때문이었다.

최대한 빠르게 퀘스트를 진행하여 콘텐츠를 선점해야겠다는 생각만이 아레미스의 머릿속에 가득했기 때문에, 레벨에 비해 지나치게 상위 클래스의 콘텐츠를 선행해서 진행한 것이니 말이었다.

그나마 처음 시작할 때 30레벨대였던 것이 이제 40레벨이라도 넘어서 이제는 지저의 평범한 마수들 정도는 그럭저럭 사냥할 수 있게 된 수준.

이것은 그야말로, 아레미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후우, 빨리 공헌도를 쌓아서, 거신 세트 아이템을 싸그리 사들여야지. 기사 전용 아이템은 내가 쓰고, 나머지는 팔면 수입이 제법 짭짤할 거야.’

몇 날 밤을 샌 탓에 피로가 몰려왔지만, 아레미스는 접속을 종료할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1만 공헌도를 모아서 거신 세트 아이템을 한 피스라도 구입할 때까진 쉴 생각이 없으니 말이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메인 퀘스트를 시작해 볼까?’

능력 증명 퀘스트를 전부 마치고 거신의 가문 중 하나인 염왕의 가문과 정식으로 동맹이 된 아레미스.

그는 첫 번째 퀘스트를 받기 위해 염왕 이그라프를 찾아갔다.

“이제 정식으로 동맹이 되었으니, 가문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이그라프 님.”

“흐음, 가문에 보탬이 되고싶다라……. 그대의 열정과 용맹이 마음에 드는군.”

“뭐든 맡겨만 주신다면 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레미스의 패기넘치는 말에, 염왕 이그라프는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이어서 잠시 뭔가를 생각한 이그라프는, 아레미스를 향해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좋다, 아레미스. 마침 그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하나 있군.”

“말씀하십시오, 이그라트 님.”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이그라트의 입이 열림과 함께, 아레미스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얼마 전부터 용족 놈들이 슬슬 북쪽 ‘균열’에 나타나기 시작했단 말이지. 아마도 우리의 전진기지를 견제하려는 모양이야.”

“그……렇군요.”

“아마 녀석들이 가장 먼저 노릴 만한 곳은, 우리의 보급 창고일 거라네. 자네가 그곳으로 가서, 보급 창고를 공격하는 용족 놈들을 저지해 주시게. 용족 놈들이건 그들의 동맹이건. 자네가 딱 스무 놈만 처치해 준다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걸세.”

-‘염왕의 가문, 보급창고 수비’ 퀘스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북쪽 균열(3,984, 2,783, 5,677)로 이동하십시오.

메시지를 확인한 아레미스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시스템 메시지에 생성된 좌표가, 뭔가 지금까지 보던 형식이랑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뭐, 뭐지? 좌표에 표기된 숫자가 왜 세 개야?’

일반적으로 맵에 표기되는 좌표는 X축과 Y축 두 개뿐인데 Z축까지 생성되어 있었으니.

이런 경우를 처음 보는 아레미스로서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 * *

하린과의 데이트를 무사히(?) 마친 이안은, 귀가하자마자 곧바로 캡슐로 직행하였다.

빨리 라페르 일족의 다음 임무를 받아 언령 마법 퀘스트를 전부 클리어해야 한다는 생각만이 이안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홍채 인식 완료. ‘이안’ 님, 카일란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안이 로그아웃했던 곳은 라페르 일족의 거점 바로 앞이었기 때문에, 거점의 입구를 찾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여 거점에 들어온 이안은 곧바로 프림슨을 찾았다.

“프림슨, 내가 좀 늦었지?”

그리고 이안을 발견한 프림슨은 반가운 표정으로 그를 맞이하였다.

“오, 이안, 늦다니, 결코 그렇지 않네. 그렇게 힘든 일정을 소화했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쉬고 돌아와야지.”

“하하, 그……런가?”

“무튼 마침 잘 왔네 이안. 그렇지 않아도 장로님들께서, 그대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하셨으니 말이야.”

“오호, 장로님들께서……?”

이안은 그간 라페르 일족의 NPC들과 함께 다니면서, 이들 부족의 대략적인 분위기는 파악해 둔 상태였다.

때문에 이안은, 지금 프림슨이 말하는 ‘장로’라는 존재들이 무척이나 중요한 NPC라는 사실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일족의 거의 모든 대소사가 장로라는 친구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같던데……. 이 녀석들에게 잘 보이는 게 무척이나 중요하겠지.’

하여 이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프림슨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언령 마법이라는 최상위 마법 콘텐츠에, 한 발짝 더 다가간 기분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을 여러 개 지난 이안은, 라페르 거점에서 가장 웅장한 규모를 가진 건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띠링-!

-라페르 일족 대회의실에 입장하였습니다.

이어서 이안의 시야에, 새로운 라페르 일족의 NPC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서 오시게, 인간 용사여.”

“반갑군, 인간. 그대가 우리 라페르 일족을 도운 인간 용사 이안이로군.”

NPC들의 생김새는 무척이나 특이하였다.

실루엣 자체는 프림슨이나 카카와 비슷한 외형을 가진 꼬마 드래곤들이었으나, 그 위에 신비로운 빛깔을 머금은 로브를 걸치고 있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여운 외모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로들이라기에 노룡(老龍)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이안은, 당황한 표정을 가까스로 숨겨야만 하였다.

‘장로라는 녀석들이 위엄이 하나도…….’

근엄한 말투마저도 귀엽게 느껴질 정도의, 특별한 외모를 가진 라페르 일족의 장로들.

생각해보면 카카나 프림슨도 수천 년을 넘게 살았다고 하였으니, 장로라 하여 딱히 다를 이유가 없는 것이기는 하였다.

‘역시 존대를 하긴 싫게 생긴 외모들이지만, 그래도 부족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는 녀석들이니까…….’

이안은 그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차분히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NPC와의 대화는 때에 따라서 무척이나 중요하였고, 지금 이안은 이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정보를 뜯어내야 했으니 말이다.

‘언령 마법에 대한 단서를 하나라도 알아내야 해.’

장로들과의 대화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제법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영양가 없는 잡담이었지만, 이안은 그 안에서 중요한 단서를 알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언령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강력한 마력의 힘들 응축하여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지.”

“인간의 몸으로 언령 마법을 쓸 수 있는지는 우리도 잘 모르겠지만, 정말 뛰어난 ‘재료’가 있다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뭐, 뛰어난 용족이라면 ‘마력의 심장’ 정도만 가지고도 언령의 힘을 각성시킬 수 있을 테지만 말이지.”

언령 마법을 익히기 위해서는, 마력의 힘을 담을 수 있는 아티팩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중 ‘마력의 심장’이 있다면, 이안이 데리고 있는 드래곤 소환수들의 언령을 각성시킬 수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이안이 가장 원했던 정보라고 할 수 있겠다.

‘마력의 심장?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장로들과 대화하던 이안은 빠르게 퀘스트 창을 열어 진행 중인 퀘스트 내용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마력의 심장이라는 단어를 어디서 보았는지, 금세 찾아낼 수 있었다.

지금 진행 중이던 언령 마법의 비밀 연계 퀘스트의 최종 보상에, ‘마력의 심장’이라는 목록이 떡하니 쓰여 있었으니 말이다.

최종 보상

–‘마력의 심장’ 아이템 획득.

-용족 ‘라페르’ 종족 공헌도 : +500획득.

-명성(초월) : +500

‘오오, 그래, 이거였어! 그렇다면 이 퀘스트만 성실히 완수하면 내 드래곤들의 언령을 각성시킬 수 있단 말이잖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안의 표정은 상기되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욕심이 조금 더 생기기 시작하였다.

연계 퀘스트의 보상에 포함되어 있는 마력의 심장은 하나밖에 되질 않았는데, 지금 이안이 데리고 있는 드래곤들은 한두 마리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카르세우스와 뿍뿍이, 그리고 엘카릭스.

그에 더해 철갑신룡 아이언과 곧 얻게 될(?) 루가릭스까지 포함한다면, 마력의 심장 하나로는 택도 없어지는 것이다.

물론 루가릭스는 언령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듯 보였지만, 그를 제외하더라도 서너 개 이상은 필요한 게 사실이었다.

마른침을 한차례 꿀꺽 삼킨 이안이, 장로들을 향해 다시 물어보았다.

“혹시 장로님들, 그 마력의 심장이라는 것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이안의 질문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이 마력의 심장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아티팩트일 게 분명했고, 때문에 이 질문으로 인해 라페르 일족이 언짢아할 수도 있다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안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장로들은 스스럼없이 마력의 심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었으니 말이었다.

“뭐, 마력의 심장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난해하기는 하지만, 재료만 전부 구해 온다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네.”

“물론 우리 라페르 일족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긴 하지만 말이지.”

“……!”

그리고 다음 순간.

익숙한 알림과 함께,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언령 마법의 비밀 Ⅶ (최종)’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이어서 이안을 향해, 라페르 일족 장로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 일족의 고민을 해결해 준 자네라면, 우리 일족의 지혜를 나눠 줄 용의가 있다네.”

“……!”

“어때, 한번 우리의 제안을 들어 보시겠는가?”

그리고 퀘스트 내용을 확인하던 이안의 두 눈은, 점점 더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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