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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15화 (724/1,027)

< 715화 1. 용족과 거신족 (3) >

* * *

카일란에서 연계 퀘스트의 경우 일반 퀘스트와 달리, 새로운 퀘스트 창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 퀘스트 창의 정보가 수정되는 방식이다.

때문에 이안은, 퀘스트를 받자마자 이전에 받았던 정보 창을 열어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언령 마법의 비밀Ⅰ(히든)(연계)’

당신은 균열 깊숙한 곳에 있는 라페르 일족의 거점을 발견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거점의 결계를 관리하는 관리자인 ‘프림슨’과 조우하게 되었다.

프림슨의 말에 의하면, 지금 라페르 일족은 마법 연구에 가장 중요한 자원인 ‘차원의 운석 파편’이 고갈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새로운 채굴장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균열 동쪽의 거신족들과 필연적으로 전투해야 한다고 하였다.

프림슨은 당신에게 거신족 정찰병들을 처치해 주길 부탁하였다.

그리고 당신이 전투하는 동안, 라페르 일족의 수뇌부에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하였다.

프림슨이 지원군을 끌고 오기 전에, 열 명 이상의 거신족 정찰병을 처치하도록 하자.

정찰병을 많이 처치해 둘수록, 라페르 일족의 신뢰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 (초월)

퀘스트 조건 : ‘중간자’의 위격을 획득한 자.

‘라페르 일족의 거점’을 발견한 자.

‘균열의 지도’아이템 보유.

클리어 조건 : 거신족 정찰병 처치 (0/10)

*초과 달성 시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제한 시간 : 60분

보상 : 용족 ‘라페르’종족 공헌도 +200

*클리어 조건 추가 달성 시 거신족 정찰병 하나 당 50의 공헌도 획득.

최종 보상 : ‘마력의 심장’ 아이템 획득.

용족 ‘라페르’종족 공헌도 +500획득.

명성(초월) +500

*거절하거나 포기할 시 소멸되는 퀘스트입니다.

(페널티 없음)

퀘스트 내용은 대체로 프림슨에게 들은 내용과 비슷하였지만, 그래도 이안은 한 가지 사실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60분이라는 퀘스트 제한 시간과 퀘스트 내용에 있는 ‘지원군’이라는 단서를 가지고 하나의 사실을 유추해 낸 것이다.

‘그러니까 60분 뒤에는 지원군이 온다는 얘기네?’

하여 이안은, 머리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하였다.

이 지원군을 이용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퀘스트들까지 손쉽게 클리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라페르 일족의 지원군이 순순히 균열 아래까지 따라와 줄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한 이안은 프림슨과 가볍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그럼 좀 있다 보자고, 프림슨. 네가 오기 전까지 정찰병들을 처치해 놓을 테니 말이야.”

그리고 긍정적인 이안의 말에, 프림슨의 얼굴은 환하게 변하였다.

“좋아. 고마워, 이안. 장로님들이 무척 기뻐하실 거야!”

짧은 인사를 끝으로, 이안은 바삐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주어진 60분이라는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었고, 초과달성 보상이 있는 퀘스트에서 시간은 금과도 같았으니 말이었다.

* * *

관리자 프림슨으로부터 퀘스트를 받은 뒤, 이안에게는 작은 변화가 하나 생겼다.

이제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균열 곳곳의 희미한 자줏빛 기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주먹만 한 돌부터 시작하여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크기를 가진 바위까지.

균열을 부유하는 이 돌덩이들의 곳곳에서 희미하게 빛이 일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안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루가릭스와 프림슨이 말했던 ‘차원의 운석 파편’과 관련된 것임을 말이다.

‘이렇게 균열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자원이면 굳이 거신족들과 싸우려고 하는 이유가 뭐지?’

문득 떠오른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하는 이안.

하지만 잠시 후 목적지에 도착하자, 이안이 가졌던 그 의문은 곧바로 풀릴 수밖에 없었다.

거신족들이 지키고 있는 커다란 대지의 안쪽에서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허공에 부유하는 파편들이 머금고 있던 자줏빛이 안력을 집중해서 봐야 보일 정도의 희미한 빛깔이었다면, 거신족들이 지키고 있는 거대한 바윗덩이들은 표면의 색깔이 아예 자줏빛이라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게 발광(發光)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후우, 그나저나 생각했던 것보다 거신족 병력이 많은데……. 조심해서 싸움을 걸어야겠어.”

둘의 정찰병에게 협공당할 때도 공격을 피해가며 전투하기가 쉽지 않았으니.

최대한 정찰병을 하나씩 빼다가 싸우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여 전장의 지형과 거신족의 전력을 꼼꼼히 살펴본 이안은 지체하지 않고 외곽으로 잠입하기 시작하였다.

만약 계산한 대로만 상황이 흘러간다면, 이안은 60분 동안 열 마리가 아닌 스무 마리까지도 거신족 정찰병을 잡아 낼 자신이 있었다.

* * *

“흐흐, 이안이라면 지금쯤…… 라페르 일족의 거점을 찾아냈겠지.”

암천궁 구석에 있는 작은 정자.

까만 망토를 두른 세 남자가 오순도순(?) 둘러앉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루가릭스 님, 괜찮으신 겁니까?”

“뭐가?”

“저희가 본 그 이안이라는 인간은…… 분명히 라페르 일족이 주는 임무도 다 완수해 낼 겁니다.”

“맞습니다. 분명 임무를 다 마치고 돌아올 겁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마카론과 다카론, 그리고 루가릭스.

현재 암천궁에서 가장 한가한(?) 세 인물이, 구석에서 모여 잡담을 떨고 있었던 것이다.

루가릭스야 궁주에 의해 발이 묶여 있으니 강제로 한가한 것이었고, 마카론과 다카론은 새로운 수험자가 나타나질 않고 있기 때문에 한가한 것이었다.

“물론 이안 그 괴물은 라페르 일족의 임무도 전부 해낼 수 있을 거야.”

“그, 그럼……?”

“포기하신 겁니까, 루가릭스 님?”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아련한 표정으로 루가릭스를 응시하는 마카론과 다카론.

그런 둘의 반응에, 루가릭스가 발끈하며 대답하였다.

“포기라니! 그런 불길한 말은 입에 담지도 말도록!”

“……?”

“난 절대로 그 괴물 같은 인간을 다시 만날 생각이 없으니까 말이야.”

이어서 씨익 웃으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마카론, 다카론, 설마 균열을 지배하는 강력한 차원마력의 힘을 잊은 건 아니겠지?”

“엇!”

“생각해 보니……?”

“우리야 이미 오랜 시간동안 균열을 오가며 적응됐지만, 처음 균열에 들어간 이안에게는 그게 아니란 말이지.”

뭔가를 상상한 것인지, 흡족한 표정이 된 루가릭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물론 이안이 언령 마법을 포기하고 이곳으로 돌아온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녀석은 절대로 그럴 수 없을걸?”

마카론이 물었다.

“어째서요?”

“그야, 이안 녀석의 욕심이 엄청나기 때문이지.”

“음……?”

루가릭스는 양손을 비비며 음흉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기왕이면 욕심내다가 거신족 대장군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거신족 감옥에 갇혀 버렸으면 좋겠어.”

그렇게 루가릭스는, 본인의 희망사항을 주저리주저리 얘기하기 시작하였다.

* * *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벌써 이안이 거신족의 영역에 진입한 지도, 50분이 다 되어 가는 것이다.

주어진 60분이라는 시간이 이제 15분도 채 남지 않은 것.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이안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초과 보상을 달성하기는커녕, 아직까지도 열 마리의 거신족을 전부 처치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띠링-!

-‘거신족 정찰병’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가문 ‘암천’에 대한 공헌도가 5만큼 증가합니다.

-‘지저금화地底金貨’ 재화를 281만큼 획득했습니다.

-‘거신족 정찰병의 군번줄’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를 4,822만큼 획득하였습니다.

-‘언령 마법의 비밀Ⅰ(히든)(연계)’ 퀘스트의 조건을 일부 달성하셨습니다.

-거신족 정찰병 처치(9/10)

-남은 제한 시간 : 00:11:48

쿠웅-!

쓰러지는 거대한 거신족의 몸뚱이를 피해 뒤편으로 몸을 날린 이안은,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그리고 그것은 이안뿐만이 아니었다.

“후욱, 폐하, 조금만 쉬었다가 움직여도 되겠나이까. 숨이 너무……!”

“죽겠다, 주군 놈아.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다.”

푸르르릉-!

가신 헬라임과 카이자르를 비롯하여, 전투에 참여했던 모든 소환수까지도 온몸에 비지땀을 흘리면서 힘들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안으로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후, 이게 피로가 누적될수록 점점 가속화되는 시스템이었구나…….’

처음 거신족 정찰병을 상대할 때, 이안 일행은 무척이나 순조롭게 그들을 처치할 수 있었다.

처음 세 놈을 처치할 때까지만 해도 제한 시간이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으니 처음 이안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빠른 페이스였던 것이다.

하지만 다섯 마리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얘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안을 비롯한 일행들 모두가 급속도로 지쳐 가기 시작했으며, 한 놈 한 놈 처치할 때마다 처치하는 데 소모되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하여 방금 전 녀석을 처치하는 데에는, 거의 10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이대로라면 시간 내에 퀘스트 성공 조건을 달성하는 것조차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후우, 역시 여긴 최악의 사냥터야.’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 낸 이안은, 곧바로 다음 타깃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이안 본인도 잠깐 쉬고 싶다는 생각은 간절하였지만, 일단 퀘스트 조건은 달성해야 쉴 수 있는 것이다.

‘분명히 연계 퀘스트는 여기서 끝이 아닐 텐데……. 생각보다 더 힘든 여정이 될 수도 있겠어.’

최초에 생성됐던 트리플 에스 등급의 난이도로 못해도 세 번에서 다섯 번 정도는 퀘스트가 연계될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 모든 퀘스트가 이런 식이라면, 아무리 이안이라 하더라도 체력이 남아날 수가 없었다.

‘일단 마지막 한 놈 처치하고 나서 생각하자. 여기까진 충분히 해낼 수 있어.’

이안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마지막 열 번째 거신족 정찰병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조금 위험하더라도 공격적으로 움직여 창극을 꽂아 넣었으며, 이제 마지막 전투라는 생각으로 소환수들과 가신들의 모든 고유능력을 죄다 쏟아부은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쿵-!

60분의 제한 시간이 끝나기 정확히 1분 전에, 퀘스트의 조건을 전부 달성할 수 있었다.

띠링-!

-‘거신족 정찰병’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가문 ‘암천’에 대한 공헌도가 5만큼 증가합니다.

……중략……

-‘언령 마법의 비밀Ⅰ(히든)(연계)’ 퀘스트의 조건을 전부 달성하셨습니다.

-거신족 정찰병 처치 (10/10)

-남은 제한 시간 : 00:01:03

“됐다아!”

퀘스트 조건 달성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인지, 아이언의 등에 풀썩 주저앉는 이안.

이안은 거신족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석으로 일단 일행을 움직여 이동하였고, ‘프림슨’이 지원군을 데리고 올 때 까지 최대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어차피 휴식 가능한 시간은 1분밖에 되지 않을 테지만, 그거라도 쉬지 않으면 체력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후우, 다음 퀘스트가 벌써부터 걱정되네. 조금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정말 이안답지 않은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다음 순간, 이안의 생각은 다시 한 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띠링-!

“어어?”

바위에 기대어 앉아 쉬고 있던 이안의 눈앞에, 생각지 못했던 종류의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으니 말이었다.

-차원 마력의 압박 속에서 한계 이상의 움직임을 달성했습니다.

-달성률 : 348퍼센트

-달성률이 적용되어 ‘차원 마력 저항력’ 능력치가 9만큼 증가합니다.

-차원 균열의 힘으로 인한 압력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둔화 효과가 4.5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47퍼센트→42.5퍼센트)

-‘차원 마력 저항력’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저항력이 0.3퍼센트만큼 회복됩니다. (-28.2퍼센트→-25.5퍼센트)

-역류하는 차원의 힘에 조금 더 적응하였습니다.

-움직임이 가벼워집니다.

상황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한 이안은 두 눈을 꿈뻑이며 시스템 메시지를 다시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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