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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14화 (723/1,027)

< 714화 1. 용족과 거신족 (2) >

* * *

띠링-!

-숨겨진 장소, ‘라페르 일족 거점’을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이 700만큼 증가합니다.

-‘언령 마법의 비밀 (히든)(연계)’퀘스트의 첫 번째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간결한 세 줄의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동굴의 안쪽에서 하얀 섬광이 퍼져 나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안은 마치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 빛줄기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라페르 일족 거점’에 입장하였습니다.

-‘마법의 눈’이 당신을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의아한 표정이 되어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법의 눈은 또 뭐야? 마법으로 만든 CCTV라도 되는 건가…….’

주변을 돌아보며 마법의 눈이라는 것을 찾아보던 이안은, 빠르게 포기한 뒤 동굴의 안쪽으로 점점 더 빠르게 걷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잠시 후.

덩치 큰 소환수들이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좁던 동굴의 통로가 갑자기 넓어지더니, 커다란 공간과 함께 아담한 건물들이 이안의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동굴을 조각하여 만들어 놓은 하나의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의 공간.

그런데 특이한 것은, 건물들이 아담하다 못해 너무 작다는 것이었다.

드워프와 같은 난쟁이들이 사는 마을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당장 보이는 건물들 중 가장 큰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해도, 이안은 허리를 숙여야 할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으음,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나……. NPC라도 하나 보이면 말을 걸어 볼 텐데.’

이안은 눈앞에 나타난 대여섯 개의 건물들을 번갈아 응시한 뒤, 어느 문부터 두들겨 볼지 고민했다.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가장 큰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비좁은 가운데 그나마 넓어 보이는 건물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안이 몇 걸음 채 옮기기도 전, 라페르 일족으로 추정되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전을 파고들었다.

“어엇, 인간? 인간이 이곳에는 어떻게 들어온 거지?”

걸음을 옮기던 이안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고, 자연스레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그러자 이안의 눈에, 작은 몸집을 가진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으음?”

이안을 보고 놀랐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작은 그림자.

그런데 재밌는 것은 놀란 라페르 일족의 NPC 못지않게 이안 또한 놀랐다는 점이었다.

이안이 놀란 이유는 녀석의 생김새 때문이었다.

“카카?”

작은 날개에 통통하고 볼록한 뱃살, 거기에 몸집에 비해 과하게(?) 커다란 머리까지.

이안은 바로 옆에서 포롱거리며 날고 있던 카카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카카와 라페르 일족 NPC를 번갈아 가며 응시하였다.

완전히 같은 종족이랄 만큼 똑같은 생김새는 아니었지만, 카카와 라페르 일족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는 정도는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는 수준의 닮음이었으니 말이다.

이안의 바로 앞까지 날아온 라페르 일족 NPC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카카? 그게 뭐지?”

이안이 카카를 가리키며 대답하였다.

“여기, 얘가 카카인데, 너랑 닮은 것 같아서 말이지.”

“너라니! 말조심해라, 인간. 내가 좀 동안이기는 하지만, 못해도 3천 년 이상은 살았느니라.”

발끈하는 NPC를 향해 이안이 두 눈을 꿈뻑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 여기 얘도 삼천 살 넘었는데.”

“……!”

“야, 카카, 너 이 친구 몰라? 라페르 일족이 혹시…… 카르가 팬텀 종족의 친척 아니야?”

라페르 일족 NPC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태연히 계속해서 반말을 시전하는 이안.

어지간하면 NPC에게 공손한 이안이 반말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존대를 하기엔, NPC의 외모가 너무 귀엽고 앙증맞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귀여운 친구를 상대로 존댓말을 어떻게 하냔 말이지.’

한편 이안과 라페르 일족 사이에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카카는 나름대로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카카가 보기에도 눈앞에 있는 라페르 일족의 외형이 카르가 팬텀 일족과 비슷한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우리 일족은 마계에 근본을 두고 있다, 주인아. 마룡이라면 모를까 용족이 내 친척일 리가 없잖아.”

“그래? 그런데 왜 이렇게 닮았어?”

“그, 그건……!”

“너도 부인하지 못하겠지?”

“…….”

어쨌든 잠깐 동안의 혼란이 지나고 나자, 이안은 다시 NPC를 향해 입을 열었다.

카카와 라페르 일족의 혈연관계(?)에 대한 비밀을 푸는 것 보단, 당장 언령 마법에 관한 비밀이 더 중요했으니 말이었다.

이안은 아직도 미심쩍은 눈초리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NPC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친구, 너는 이름이 뭐야?”

이안의 물음에, NPC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프림슨이다, 인간. 내가 물어본 거나 먼저 대답하라.”

“음? 물어본 거라면…… 아, 여기에 어떻게 들어왔냐고?”

“그래.”

“그거라면…… 그냥 들어와지던데?”

“뭐라?”

“그냥 동굴 입구 찾아서 쭉 안으로 들어온 것뿐이야.”

“그, 그럴 리가! 믿을 수 없다!”

이안의 말을 듣던 프림슨의 두 눈동자가 지진 난 듯 떨리기 시작하였다.

사실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역할이 바로 거점 입구의 결계를 관리하는 관리자였던 것이다.

만약 평범한 인간이 결계를 아무런 저지 없이 통과하여 거점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프림슨은 장로회의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일 게 분명하였다.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이 안에 들어왔느냐가 아니고…….”

“그게 중요하다!”

“내가 너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거야.”

“그게 무슨……!”

프림슨의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아랑곳 않은 채 자신의 할 말을 다하는 이안.

이안은 프림슨과 다시 눈을 마주치며, 루가릭스가 알려준 대로 준비해 뒀던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혹시 너희, ‘차원의 운석 파편’이 필요하지 않아?”

이안의 말을 들은 프림슨의 동공은 다시 커다랗게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 * *

이안이 라페르 일족의 거점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루가릭스가 준 ‘균열의 지도’ 덕분이었다.

균열의 지도는 사실, 루가릭스가 라페르 일족 거점에서 마법 책을 훔치기 위해 만들었었던 아티팩트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루가릭스는 이 균열의 지도를 이안에게 건네주며, 한 가지 이야기를 더 해 줬었다.

“이안, 라페르 일족 거점이 왜 균열의 안에 있는 줄 알아?”

“글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언령 마법을 연구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재료가, 지저와 용천을 잇는 균열 안에 있기 때문이야.”

“언령 마법을 연구하기 위한…… 재료?”

“그래.”

“그게 뭔데?”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들 중 유일하게 언령의 힘을 담을 수 있는 광석.”

“……?”

“바로 ‘차원의 운석 파편’ 때문이지.”

루가릭스의 말에 의하면, 이 차원의 균열이 처음 생긴 이유가 바로 ‘차원의 운석’ 때문이라고 하였다.

공간을 비틀며 떨어져 내린 차원의 운석 때문에 용천과 지저 사이를 막는 차원의 벽에 균열이 생겼고, 그로 인해 두 차원계를 잇는 지금의 기다란 통로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떨어져 내린 운석들은 산산이 조각난 채 균열 곳곳에 흩뿌려졌는데, 그 운석 파편의 성분이 바로 언령 마법 연구에 꼭 필요한 자원이라고 하였다.

“네가 거점을 찾아 들어가면 분명 녀석들은 너를 경계할거야.”

“아무래도 그렇겠지?”

“하지만 걱정할 것 없어.”

“왜?”

“라페르 일족 친구들은, 마법에 미친 족속들이거든.”

“으음……?”

“아마 네가 운석파편을 구해 준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너에 대한 경계심이고 나발이고 기억조차 못할 테니 말이야.”

이안은 루가릭스의 말을 반신반의하였지만, 그래도 일단 그가 시키는 대로 하였다.

루가릭스가 평소에 좀 백치미를 보여 주는 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거짓을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루가릭스가 말했던 것처럼, 이안이 차원의 운석 파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순간 프림슨은 마치 뇌가 백지화되기라도 한 듯 눈을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하였다.

“차원의 운석 파편?”

“그래. 너희 라페르 일족의 마법 연구에 그게 필요하다고 들었어.”

이안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프림슨은 정신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말이 맞아.”

“역시 그렇지?”

“그래.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우린 운석 파편 수급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

“……!”

루가릭스가 말했던 대로 착착 스토리가 진행되자 점점 더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이안.

‘그래. 여기까지는 루가릭스가 말했던 그대로고……. 그렇다면 이제 이 녀석은, 파편을 채굴해 오라는 퀘스트를 주겠지?’

루가릭스의 말에 의하면, 라페르 일족의 거점 근처에 그들이 애용하는 채굴장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며칠 동안 파편을 채굴해서 라페르 일족에게 가져다준다면, 그들이 언령 마법에 입문할 수 있는 마법서 정도는 내줄 것이라고 하였다.

‘좋아. 채굴이야 이 이안 님의 전문 분야 중 하나니까. 라페르 일족 녀석들에게 채굴 왕의 진면목을 보여줘야겠군.’

이안은 한껏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프림슨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의 말이 이어지기 시작하자, 이안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지기 시작하였다.

루가릭스가 해 줬던 이야기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퀘스트가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얼마 전에 우리가 애용하던 채굴장의 파편이 전부 소진되었어.”

“……?”

“그래서 지금 우리 일족은, 새로운 운석 조각 하나를 확보해야 해.”

“그……래서?”

이안은 마른침을 한차례 꿀꺽 집어삼키며 프림슨을 향해 반문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프림슨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라 할 수 있었다.

“네 이름이 이안이라고 그랬지?”

“그, 그래, 맞아.”

잠시 뜸을 들인 프림슨의 입이 천천히 다시 떨어졌다.

“이안, 혹시 거신족 녀석들이 지키고 있는 균열 동쪽의 구역을 탈환할 수 있도록 우릴 도와줄 수 있겠어?”

“……!”

“언령 마법에 대한 건 개미 발자국만큼도 모르는 무식쟁이들이 동쪽에 있는 운석 조각들을 다섯 개나 확보하고 있거든.”

“그……렇구나.”

“일단 동쪽에 있는 거신족 정찰병 녀석들을 열 놈만 좀 처치해 줄래? 네가 녀석들을 처치하는 동안, 나는 장로님들께 너에 대해 이야기해 둘게.”

프림슨의 말을 들은 이안은 새어 나오려던 한숨을 가까스로 집어삼켰다.

퀘스트의 전개가 결국, 가장 피하고 싶었던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후우, 결국엔 또 거신족 놈들이랑 싸워야 되는 거였구나…….’

그리고 이안이 뭐라 프림슨에게 대답을 하려던 바로 그 순간…….

띠링-!

이안의 눈앞에 연계 퀘스트의 발동을 알리는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간결하게 한 줄 떠올랐다.

-‘언령 마법의 비밀Ⅰ(히든)(연계)’ 퀘스트가 발동하였습니다.

-퀘스트를 수령하시겠습니까? (Y/N)

그리고 너무 당연히도 이에 대한 이안의 대답은 Yes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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