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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12화 (721/1,027)

< 712화 4. 언령 마법이란? (2) >

* * *

‘균열’이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는, ‘갈라져 터진 어떠한 형태’를 말한다.

그리고 지도를 따라 이동하던 이안의 눈에 들어온 광경도 이 단어의 뜻에 충분히 부합하는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거 지진 난 게 아니라면, 무슨 융단폭격이라도 맞은 것 같은데…….’

마치 가뭄으로 갈라진 논밭처럼 쩍쩍 갈라지기 시작하는 용천의 대지.

하지만 이안의 눈에 처음 들어온 그 광경들은 그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중천 맵의 중심부로 이동할수록 땅의 갈라짐 정도는 점점 더 심해진 것이다.

처음 그 갈라짐의 형태가 촘촘한 그물 같은 느낌이었다면, 목적지에 다다를수록 그 폭과 규모가 점점 더 확대되어 마치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그리고 그 갈라진 땅 사이로 끝없이 이어진 절벽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아찔함을 느끼게 만들 정도였다.

휘이잉.

아이언의 등에 탄 이안은 균열 아래쪽을 슬쩍 내려다보며, 지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분명 좌표상으론 이 근방 어딘가가 분명한데……. 대체 여기 어디에 ‘라페르’ 종족의 부족 거점이 있다는 거지?”

루가릭스로부터 받은 균열의 지도에는, 분명 지금 이안이 도착한 위치에 라페르 부족의 부족 거점이 있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안의 눈에는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공허한 폐허만이 보일 뿐이었다.

“으음……. 지도를 잘못 읽은 건가?”

이안의 중얼거림에, 뒤에서 핀을 타고 따라오던 카이자르가 핀잔을 주었다.

“길을 잃은 거 아니냐, 주군 놈아.”

그 옆에 까망이를 타고 있던 헬라임도 한마디 덧붙였다.

“길치 방향치는 죄악이 아닙니다, 폐하. 길 좀 잃을 수도 있는 거죠, 뭐.”

하지만 두 가신들의 핀잔에도 이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엔 지금 이곳이 확실히 지도에 표기되어 있는 위치였으니 말이다.

“내가 방향치는 아닌데…….”

고개를 갸웃하며, 지상을 한차례 다시 내려다보는 이안.

그런데 다음 순간.

“……!”

지상에서 뭔가를 발견한 이안의 두 눈이 살짝 확대되었다.

‘어어, 저게 뭐지?’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기묘한 소용돌이가 이안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소용돌이는 지상이 아닌 균열의 아래쪽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인지한 바로 다음 순간.

“아, 설마 저 절벽 아랫쪽에……?”

뭔가를 깨달은 이안이 황급히 다시 균열의 지도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아래쪽에 보이는 소용돌이와 마찬가지로 보랏빛으로 빛나는 부족거점 아이콘을 터치한 순간…….

우우웅-!

작은 공명음과 함께 한 차례 지도가 진동하더니 지도에 그려져 있던 그림이 완전히 다른 그림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것은 지금 그가 아이언을 타고 멈춰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한, 균열의 ‘단면도’였다.

평범한 지도가 x축과 y축을 기준으로 그려져 있다면, 바뀌어 나타난 이 지도는 x축과 z축을 기준으로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이어서 그 그림을 확인한 이안은, 이것이 어째서 균열의 지도이며 올바른 좌표에 도착했음에도 부족 거점을 발견할 수 없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저 아래로 들어가라는 이야기였군.”

지도에 따르면, 라페르 부족의 거점은 절벽을 따라 한참 내려가야 발견할 수 있을 터.

이안은 지체 없이 아이언의 고삐를 당겨 균열이 있는 아래쪽으로 하강하기 시작했고, 두 가신들을 태운 핀과 까망이 또한 이안을 따라 비행하였다.

쐐애액-!

그리고 잠시 후 지상을 지나 균열에 진입한 바로 그 순간,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중천의 ‘북부 균열’ 지역을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이 1,000만큼 증가합니다.

-새로운 스테이터스가 생성됩니다.

-‘차원 마력 저항력’ 능력치가 5만큼 증가합니다.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의아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음? 차원 마력 저항력? 이 스텟은 대체 뭐지?’

지금까지 게임을 하며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새로운 능력치가 생성되었으니 말이었다.

‘차원 마력이 담긴 공격에 대해 피해를 감소시켜 주는 능력치인가?’

이름 그대로, 단순히 능력치의 용도를 추측해 보는 이안.

그런데 다음 순간, 이안의 두 눈은 더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차원의 균열로 인해 생성된 거대한 차원 마력이 온몸을 엄습합니다.

-모든 움직임이 47.5퍼센트만큼 느려집니다.

-‘차원마력 저항력’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저항력이 28.5퍼센트만큼 낮아집니다.

새로 떠오른 메시지와 함께, 전신을 짓누르는 알 수 없는 압력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 *

균열의 맵 구조는 무척이나 특이하였다.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지하 동굴 던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큰 구조를 놓고 봤을 때에는 마치 거미줄을 뭉쳐 놓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으니 말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양손을 끈적거리는 접착제로 붙였다가 쭉 늘어뜨린 느낌이랄까…….”

갈래갈래 쪼개져 끝없이 깊은 절벽을 만들고 있는 균열.

그리고 그 사이를 잇고 있는 수없이 많은 기다란 구조물들.

이안은 아이언의 고삐를 쉼 없이 움직이며 그 사이사이로 비행하여 아래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고, 조금씩 지형과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맵 전체에 깔려 있는 강력한 디버프만큼은, 쉽사리 적응이 되질 않았다.

“이동속도 디버프 때문에 답답해 죽겠군.”

이안은 투덜거리며, 거의 5분 정도를 끊임없이 하강하였다.

균열의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좌표에 따르면, 아직도 라페르 종족의 거점에 도달하기까지 한참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최초 발견으로 얻은 차원마력 저항력 스텟 덕에, 디버프 효과가 조금이라도 줄어들은 것이겠지.’

그런데 잠시 후, 계속해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던 이안은 아이언의 고삐를 당겨 그곳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왜 멈추는 거냐, 주군 놈아?”

“무슨 일이십니까, 폐하.”

차례로 이안의 옆에 멈춰 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헬라임과 카이자르.

이안은 그런 그들의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러자 자연히 둘의 시선이 그쪽을 향해 이동하였다.

이어서 뭔가를 발견한 두 가신들은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엇!”

“저건……?”

그리고 잠시 ‘그것’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던 이안의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저게…… 거신족…….”

끝없이 무한하게 이어질 줄만 알았던 균열의 절벽들 한편에, 갑작스레 등장한 널따란 평지.

그 위에 서 있는 두 구의 거대한 그림자가 이안 일행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었다.

‘지상계에서 상대했던 거신족의 후예들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군.’

이안은 시선을 옮겨, 두 거인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는 간결한 문구를 확인하였다.

-거신족 정찰병 : Lv. 55(초월)

* * *

이안이 거신족을 본 것은 처음이 아니다.

물론 중간계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었지만, 지상계에서는 이미 상대해 본 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거신족이 아니라 그들의 후예였지만 말이지.’

다른 곳도 아닌 로터스 왕국의 핵심 도시 ‘파이로 영지’의 바로 근처에 거신족의 유적지 콘셉트의 던전이 있었으니, 한창 200~300레벨대일 당시 이안은 이미 수많은 거신족의 후예들을 학살한 전적이 있었던 것.

때문에 이안에게 있어서 거신족들의 생김새 자체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가 놀란 이유는, 인간계에서 보았던 거신족보다 몇 배 이상 거대한 크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잡몹일 텐데, 크기만 봐서는 무슨 던전 보스급 위용이란 말이지. 피부색은 시뻘건 게, 영웅의 협곡에서 봤던 마신족 병사들이랑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마계와의 최후의 전투에서 만났던 마룡 ‘칼리파’를 연상케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를 가진 거신족 정찰병들.

이안의 소환수들 중 가장 거대한 몸집을 가진 ‘토르’와 비교해도 두 배 정도는 크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거신족들의 덩치는 그 자체만으로 위압적일 수밖에 없었다.

아이언의 고삐를 다시 끌어, 천천히 거신족 정찰병들의 근처로 이동하는 이안.

그의 뒤를 따르던 카이자르가 이안을 향해 물어보았다.

“주군 놈아, 저것들 처치해야 하지?”

카이자르의 물음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둘 다 처치해야 돼.”

이안이 암천궁주 솔바르로부터 받은, 세 가지 퀘스트 중 첫 번째 퀘스트.

‘거신족 정찰병 처치’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녀석들을 처치했을 때 드롭될 것으로 추정되는 ‘정찰병의 군번줄’ 아이템이 세 개 필요했으니 말이다.

‘라페르 종족 거점까지는 좀 더 내려가야 하니, 가는 길에 정찰병 몇 놈 더 있으면 첫 번째 퀘스트를 빠르게 완수할 수도 있겠군.’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거신족 정찰병들을 관찰한 이안은 한차례 마른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55레벨 정도의 초월 레벨이라면 분명 암천곡의 드레이크들과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준의 전투력일 것이었고, 그렇다면 지금 이안의 능력으로 순식간에 처치해 버릴 수 있을 수준의 잡몹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이 섣불리 달려들지 못하는 데에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고(?), 둘째로 온몸에 휘감겨 있는 강력한 이동속도 디버프가 마음에 걸린 것이다.

‘거신 정찰병들도 똑같이 이 디버프가 걸려 있다면 상관이 없지만, 만일 그게 아니라면 생각보다 어려운 싸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

때문에 이안은, 일단 탐색전을 한번 걸어 보기로 하였다.

녀석들의 공격 패턴이나 고유 능력에 대해 먼저 파악한 다음, 좀 더 신중하게 전투를 치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그비, 소환!”

하여 이안은 대장간에서 얻은 창을 일단 집어넣고, 오랜만에 마그비를 소환하였다.

화르륵-!

물론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는 거신 사냥에 특화되어 있는 창을 사용해야 하겠지만, 먼저 탐색전을 치르는 동안은 원거리 무기가 유리했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이안은, 다른 소환수들이나 가신들을 일단 배제하고 혼자서 먼저 거신들을 공격해 보기로 하였다.

‘아무리 이동속도 디버프가 걸려 있다 하더라도, 아이언의 고유 능력들을 활용하면 내 한 몸 정도는 어렵지 않게 뺄 수 있겠지.’

계산을 마친 이안이 가신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카이자르, 헬라임, 너희 둘은 내가 신호하면 들어와.”

“명을 받듭니다.”

“그러도록 하지.”

그리고 둘의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쏜살같이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두 거신들의 머리 위로 비행하기 시작하였다.

‘자, 일단 딜이 얼마나 박히는지부터 한번 테스트해 볼까?’

이어서 이안은 망설임 없이, 손에 들린 화염시의 활시위를 빠르게 튕겼다.

* * *

띠링-!

-‘염왕(炎王)의 가문’을 선택하셨습니다.

-‘염왕의 인장’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인장으로 인한 버프 효과가 적용됩니다.

-염왕의 가문에서 1,000의 공헌도를 달성할 시, 협력 가문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인장의 버프 효과는, 가문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만 지속됩니다.

미국 서버의 랭커이자, 세계 모든 서버의 마족 기사 클래스 중 손가락에 꼽히는 유저인 아레미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기분 좋은 표정이 되었다.

‘후후, 카이는 지금쯤 기계 차원에 가 있을 테고, 류첸은 아마 명계에 있을 테지. 역시 지저(地底)에 첫발을 들이는 것은 이 몸이 될 수밖에 없겠군.’

잠시 뭔가를 생각하고는 더욱 흡족한 표정이 된 아레미스는, 자신의 눈앞에 앉아 있는 거대한 몸집의 거신족을 올려다보았다.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까마득하게 올려다봐야만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몸집을 가진 거인.

아레미스와 눈이 마주친 거인의 입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후후, 염왕의 가문을 선택하였군.”

“그렇습니다, 곡주님.”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그들은 충분히 용맹하고, 강력한 거신들이지.”

자신의 선택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거신을 보며, 아레미스는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묻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간의 대화가 모두 끝난 순간…….

우우웅-!

커다란 공명음이 울려 퍼지며 아레미스의 주변을 붉은 기운이 감싸기 시작하였다.

“여하튼 무운을 비네, 용사여. 그대의 용맹이라면, 염왕의 가문으로부터 충분히 동맹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네.”

거인의 굵직한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아레미스의 눈앞이 까맣게 어두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띠링-!

어두워진 아레미스의 시야에, 몇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차례로 생성되었다.

-‘지저’에 입장하였습니다.

-미국 서버 최초로 지저에 입장하셨습니다.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모든 경험치와 획득 재화가 두 배만큼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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