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1화 4. 언령 마법이란? (1) >
언령 마법이란, 말 자체로서 고유한 마법력을 가지는 고차원적인 마법을 의미한다.
따로 주문을 외고 캐스팅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말 한마디로 즉발시킬 수 있는 마법 말이다.
물론 평범한 마법들 중에도, 캐스팅 시간이 0.1초 정도로 짧은 마법들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러한 마법들은 대부분 아주 기초적인 수준의 마법이나 보 조마법들 뿐.
강력한 위력을 가진 마법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제법 긴 캐스팅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 언령 마법은 마법사들의 꿈과도 같은 것이었다.
강력한 광역 마법을 캐스팅 없이 발동시키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반사적으로 생존 마법을 발동시켜 위기에서 탈출하고…….
언령 마법이 있다면, 마법사들에게는 꿈 같은 이러한 일들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보상 목록이 바로 그 언령 마법이고 말이지.’
이안은 두 눈을 반짝이며, 다소 뜬금없이(?) 떠오른 이 퀘스트를 다시 한 번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언령 마법의 비밀 (히든)(연계)’
지상계에서는 고대에 실전되었다고 알려진, 태초의 마법이자 최상위 클래스의 마법인 언령 마법.
인간계에서는 마법의 일족인 드래곤들조차 제대로 된 언령 마법을 구사할 줄 모르지만, 모든 마법이 탄생한 근원지인 이 용천(龍天)에는 아직 언령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용족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러한 용족들 중 공격 계열의 언령 마법을 연구하는 ‘라페르’종족이 북쪽 균열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
루가릭스는 이안이 이 ‘라페르’종족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라페르 종족을 찾게 되면, 언령 마법의 비밀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S (초월)
퀘스트 조건 : ‘중간자’의 위격을 획득한 자.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와의 친밀도 80 이상.
‘능력을 증명하라! Ⅰ’ 퀘스트 클리어.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균열의 지도.
최종 보상 : ‘마력의 심장’ 아이템 획득.
용족 ‘라페르’종족 공헌도 +500획득.
명성(초월) +500
*거절하거나 포기할 시, 소멸되는 퀘스트입니다.
(페널티 없음)
이안은 고개를 갸웃하였다.
‘연계’퀘스트 중 첫 번째 퀘스트라서 그런 것인지, 퀘스트의 내용은 무척이나 두루뭉술하였기 때문이었다.
‘언령 마법의 비밀을 알게 된다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다는 거야?’
게다가 또 하나.
퀘스트 내용만 읽어서는 루가릭스가 대체 어떤 꿍꿍이로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나한테 선물을 주려는 것은 아닐 테고, 뭔가 구린 부분이 분명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러한 애매함과는 별개로 이안은 이 퀘스트를 수락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어떤 페널티가 있다고 한들, ‘언령 마법’이라는 떡밥이 너무 매력적이었으니 말이었다.
이안은 퀘스트를 수락하기 전, 슬쩍 밀당을 한번 해 보기로 하였다.
“야, 루가릭스.”
이안의 부름에, 루가릭스가 살짝 움찔하며 대답하였다.
“으응? 뭔가 문제라도 있어?”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안은, 우선 한 가지를 확신할 수 있었다.
‘뭔가 있긴 있네, 이거.’
때문에 루가릭스를 쿡쿡 찔러 보기 시작하였다.
“이거 네가 주는 선물이라고 했잖아, 그치?”
“그, 그랬지!”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내가 받기 싫으면 안 받아도 되는 게 선물이잖아. 그치?”
“……!”
“내가 딱히 이 언령 마법에 관심이 없고, 당장 너랑 계약을 먼저 하고 싶다면…… 그래도 되는 거 맞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안의 협박(?)에, 루가릭스의 동공이 지진 난 듯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급해진 루가릭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그러면 안 돼, 이안.”
“어째서?”
“그건……!”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던 루가릭스의 입이 다시 떨어졌다.
“언령 마법은 초월적인 깨달음을 얻어야만 배울 수 있는, 정말 대단한 마법이니까!”
“음……?”
“이 기회를 놓치면, 넌 엄청나게 후회하게 될 거라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횡설수설 중얼거리듯 말하는 루가릭스.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니까?”
그리고 루가릭스의 멘탈(?)이 흔들리는 것을 확인한 이안은, 재빨리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루가릭스, 네 선물을 받기 전에 몇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마, 말해 봐. 뭔데?”
뭔가 선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주객이 완벽하게 전도된 모양새였지만, 이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갔다.
“우선 첫째, 너랑 먼저 계약하고 이 라페르 종족을 찾아가도 되는 거잖아. 왜 계약하기 전에 여길 먼저 가야 한다고 하는 건데?”
이안의 물음에 침을 한차례 꿀꺽 삼킨 루가릭스가 천천히 대답하였다.
“그건…… 라페르 종족의 장로님들이 날 엄청 싫어하기 때문이야.”
“음?”
“내가 오래 전에 라페르 종족의 마법 창고에 들어가서, 언령 마법에 관련된 마법 책들을 훔친 적이 있거든.”
“…….”
“그래서 만약 네가 나와 계약을 먼저 한다면, 라페르 일족은 널 절대로 만나 주지 않을 거야.”
일단 한 가지 의문점이 풀린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의심쩍은 부분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루가릭스가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루가릭스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캐릭터니까…….’
하여 다시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안은 게슴츠레 뜬 눈으로 루가릭스를 응시하였다.
“라페르 일족과 네가 사이가 좋지 않다면, 그곳에 너는 함께 갈 수 없을 것 아니야?”
“그렇지.”
“그럼 내가 라페르 일족을 만나고 오는 동안, 네가 어디 다른 곳으로 도망가 버릴 수도 있는 거잖아.”
“……!”
“그에 대한 안전장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이안의 이야기를 들은 루가릭스는 점점 더 초조한 표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역시 이 눈치 빠른 인간은 자신의 속내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내가 왜 도망을 가? 아까도 말했지만, 사실 난 널 엄청 좋아한다니까?”
“그으래?”
“그렇다니까. 난 지금 당장이라도 너랑 계약하고 싶은데, 이 선물을 꼭 주고 싶어서 못하고 있는 거라고.”
“흐음…….”
이안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못미더운 표정을 짓자, 루가릭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난 어차피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암천에서 나갈 수 없는 몸이야.”
“오호, 그건 왜?”
“솔바르 님께서 내린 징계가…… 그때까지거든.”
결국 이안에게 밑천을 하나 내준 루가릭스는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아직까지 이야기하지 않은 꿍꿍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솔바르가 내린 징계에 대한 이야기를 이안이 알게 된 것은 제법 크리티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장에는 그가 이 제안을 수락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루가릭스는 이안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그런 루가릭스를 보며 이안은 피식 웃었다.
‘그래, 뭐가 또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전장치 하나는 확인했으니, 일단 속아 주는 척해 본다.’
루가릭스가 준 퀘스트에 어떤 페널티가 도사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만약 퀘스트를 진행하다가 힘들겠다 싶으면, 포기하고 돌아와 루가릭스를 선택해도 될 일이고 말이다.
“뭐, 좋아. 그럼 일단 네 선물은 한번 받아 보도록 할게.”
“그, 그래. 잘 생각했어.”
“우리 계약은 잠시 미루도록 하자고.”
“좋아, 기다리고 있을게!”
그렇게 이 기묘한(?) 상황을 끝으로, 이안과 루가릭스의 재회는 일단락될 수 있었다.
띠링-!
-‘언령 마법의 비밀 (히든)(연계)’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균열의 지도’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 * *
루가릭스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대장장이 하루크의 무기제작 작업도 금세 끝이 났다.
금속을 담금질한 것이 아닌 드레이크의 뼈를 다듬어 제작한 무기였기 때문에, 제작 시간 자체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은 것이다.
하여 이안은, 쓸 만한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거신족들을 상대할 때 효과적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번 설계해 보았다네.”
“감사합니다.”
“자네라면 분명 그 무기의 위력을 십분 발휘해 낼 수 있을 거야. 내 기대보다도 훨씬 괜찮은 물건이 나왔어.”
무기의 정보 창을 확인한 이안은 흡족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크가 이야기한 것처럼, 드레이크의 뼈로 만든 무기는 성능이 제법 훌륭했기 때문이었다.
-드레이크 소울 스피어
분류 : 장창
등급 : 전설 (초월)
착용 제한 : 초월 레벨 50 이상
‘중간자’위격 보유
공격력 : 1,725~3,876
내구도 : 999/999
옵션 : 모든 전투 능력 +50(초월)
힘 +50(초월)
민첩 +25(초월)
-치명타 확률이 10퍼센트만큼 감소하며, 대신 치명타 피해량이 10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근접’ 공격의 위력이 1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물리’ 속성의 공격 스킬 위력이 1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1톤(1,000킬로그램) 이상의 몸집을 가진 대형 몬스터에게 70퍼센트만큼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거신족’ 종족의 몬스터를 공격할 시 30퍼센트만큼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고유 능력
*어둠 전도
적에게 일반 공격으로 피해를 입힐 시 대상을 ‘어둠 전도’ 상태로 만들며, 공격력의 10퍼센트만큼의 위력으로 ‘어둠’속성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어둠 전도’상태는 3분 동안 지속되며, 지속 시간 동안 대상의 어둠 속성 저항력이 50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어둠 전도’ 상태인 적을 ‘어둠’ 속성으로 공격할 시, 치명타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용권풍(龍卷風)
적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시 창극에 작고 강렬한 소용돌이가 생성됩니다.
생성된 소용돌이는 주변에 강력한 어둠속성의 피해를 입히며, 범위 안의 모든 대상을 넉백시킵니다.
*유저 ‘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드레이크 킹의 뼈와 이빨을 다듬어 만든 강력한 무기입니다.
거신족과의 전쟁에 적합하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이 드레이크 소울 스피어는, 이안이 용사의 마을 밖에서 얻은 최초의 전설(초월) 등급의 무기였다.
하여 그에 걸맞게 공격력도 무척이나 강력하였다.
‘최대 공격력 3,800이라……. 티버가 만들어 줬던 죽창 공격력이 5천이었던 걸 생각하면 아쉬운 수준이지만, 그래도 옵션이 훨씬 좋으니까 뭐.’
이안은 들고 있던 정령왕의 심판을 인벤토리에 조심스레 집어넣은 뒤, 묵빛으로 반짝이는 이 창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전반적으로 성능 자체가 마음에 들기도 하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지금부터 싸워야 할 ‘거신족’을 상대하는 데 최적화된 아이템이라는 부분이었다.
‘후후, 천비각에서 얻었던 파괴의 목걸이도 그렇고 이 드레이크 소울 스피어도 그렇고, 거신족을 때려잡을 땐 확실히 빛을 보겠어.’
모든 장비를 챙긴 이안은 마지막으로 루가릭스로부터 얻은 ‘균열의 지도’를 펼쳐 보았다.
그리고 지도의 안쪽에 표기되어 있는 ‘라페르 부족요새’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능력 증명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라도 균열 쪽으로 이동해야 하기는 했으니, 이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걷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