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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07화 (717/1,027)

< 707화 4. 암천궁 입성 (3) >

* * *

마치 반짝이는 은빛 유성이 쏟아져 내리기라도 하듯 수백 개가 넘는 은빛 기둥들이 웅장하게 솟아 있는 거대한 궁전.

밤하늘처럼 그 위를 덮고 있는 새카만 기와지붕들은, 이곳이 어둠의 보금자리라는 것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음울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중천의 북쪽 하늘이자 어둠의 하늘인 암천(暗天).

그리고 이 암천에 세워진 암천궁(暗天宮)의 앞에,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우우웅-!

어두운 궁전의 색상과 상반되는 새하얀 빛을 뿜어내며, 암천궁의 대문 앞에 선 커다란 드래곤의 그림자.

쿵-!

이어서 그 위에 앉아 있던 한 남자의 그림자가 가벼운 몸짓으로 도약하여 대문 앞에 내려섰다.

타탓.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남자의 정체는 스크롤을 찢고 나타난 이안이었다.

“오호, 여기가 암천궁…….”

웅장하게 늘어서 있는 암천궁의 건물들을 둘러본 이안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그 웅장한 광경에 감탄한 것이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콘텐츠도 많을 것이라는 방증이라 기대했던 것이다.

“어디 보자, 정문 앞에서 암천패를 꺼내라고 했었지?”

퀘스트 창을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한 이안은 조심스레 암천궁의 정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커다란 현관 앞에 선 이안은 품속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암천패를 꺼내어 들었다.

스륵-.

그리고 그 순간…….

“……!”

암천패에서 커다란 어둠의 기운이 휘몰아치듯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고오오-!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기다렸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어둠의 망령들로부터 살아남아 어둠의 하늘인 암천에 도착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능력을 증명하라! Ⅰ’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진행 난이도 : SSS

-클리어 랭크 : B+

-토탈 클리어 랭크 : SS

-용족의 가문, ‘암천’의 공헌도를 500만큼 획득하셨습니다.

-클리어 랭크의 영향으로 추가 공헌도를 1,000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초월)을 50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S등급 이상으로 클리어하셨으므로 추가 보상을 획득합니다.

-‘흑청석(黑淸石)’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 완수를 알리는 기분 좋은 시스템 메시지들.

이것은 기다렸던 메시지였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와는 결과 메시지 형식이 조금 달랐으며, 보상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았으니 말이다.

‘오오, 이건 난이도 범위가 정해져 있던 것과 관련이 있는 건가 본데?’

처음 이 ‘능력을 증명하라! Ⅰ’ 퀘스트를 받았을 때, 이안은 B~SSS로 표기되어 있는 난이도를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 퀘스트 보상까지 전부 받고 나자, 그게 뭘 의미했던 건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냥 암천곡을 통과해서 스트레이트로 여기까지 왔다면, 아마 난이도가 B~A정도로 책정되었겠지. 내가 암천곡 전체를 다 들쑤시고 다녔기에 SSS등급의 난이도로 결과가 나타난 거고.’

이안은 비룡의 둥지에 드레이크 킹까지, 암천곡 안에 숨어있던 고난이도의 에픽 던전과 보스를 클리어하였다.

때문에 그것이 퀘스트의 최종 난이도에 산정되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클리어 랭크가 B+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점.

‘이건 아마 비룡 포획한다고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 것 같은데…….’

만약 클리어 랭크까지 S이상으로 나왔더라면 토탈 랭크가 더 높아졌을 것이고, 그랬다면 보상 또한 더 푸짐해졌을 것이기에.

이안은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뭐, 비룡 포획 노가다를 안 했더라면 아이언도 만들 수 없었을 테고, 그랬으면 비룡의 둥지 자체를 클리어할 수 없었을 테니까.’

물론 잠재력이나 고유 능력을 안 따지고 ‘진화 가능’만 충족시키기 위해 포획 노가다를 했더라면, 열흘도 넘게 걸린 시간이 반에 반으로 단축되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이런 국지적인 퀘스트에서 약간의 보상을 더 받는 것보다는, 완벽한 철갑신룡을 탄생시켰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으니 말이었다.

여하튼 전체적으로 흡족한 기분이 되어, 보상 목록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이안.

그런데 다음 순간.

철컹-!

굳건히 닫혀 있던 암천궁의 현관이 활짝 열리면서, 새로운 메시지가 추가로 이안의 앞에 떠올랐다.

-‘능력을 증명하라! Ⅱ(연계)’ 퀘스트가 발동하였습니다.

-‘능력을 증명하라! Ⅱ’

당신은 암천곡에 가득한 어둠의 망령들을 이겨 내고 성공적으로 암천궁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이제 절반의 인정을 받았을 뿐 아직 암천궁의 동료가 되기에는 검증해야 할 절차가 하나 남아 있다.

암천궁의 현관을 지나 쭉 직진하여, 궁의 정 중앙에 있는 흑룡각(黑龍閣)으로 입장하라.

그곳으로 가면, 암천의 주인이자 암천궁주인 ‘솔바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임무 중 한 가지를 골라 클리어하도록 하자.

그러면 비로소 암천궁의 동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A~SS (초월)

퀘스트 조건 : ‘중간자’의 위격을 획득한 자.

중천의 동맹으로, ‘암천’을 선택한 자.

‘능력을 증명하라! Ⅰ’ 퀘스트 클리어.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암천의 동맹’ 자격 획득.

용족의 가문, ‘암천’에서의 공헌도 500 획득.

명성(초월) +500

‘암천의 날개’ 아이템 획득.

*거절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퀘스트에 실패할 시 ‘승천’퀘스트부터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퀘스트에 실패할 시 50일 동안 ‘암천’을 동맹으로 지목할 수 없습니다.

* * *

“시카르 사막 던전 A코스로 한 바퀴 돌 딜러분들 구합니다!”

“전갈 던전 보스 파밍하러 가실 기사 한 분, 사제 한 분, 구합니다! 직업 아이템 우선적으로 배분해 드려요!”

“사막 소환수 종류별로 다 팝니다! 구경하고 가세요!”

수많은 장사꾼들과 유동 인구로 인해, 24시간 내내 인파가 끊이질 않는 파이로 영지의 내성.

많은 상위권 유저들이 중간계로 이동하였으나, 그들의 규모라 해 봐야 카일란 한국 서버 전체 인구의 5%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으니, 그것이 파이로 영지의 유동 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무척이나 미미하다고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신규 유저들이 더 늘어서인지 사람이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기도…….”

오랜만에 파이로 영지에 걸음을 한 하린은 종종 걸음으로 왕성을 향해 이동하였다.

파이로 영지를 방문한 것은 거의 한 달 만의 일이었지만, 여유롭게 거리를 거닐며 노닥거릴 시간은 없었으니 말이다.

“약속시간이 이제 다 됐네. 빨리 움직여야지.”

누구와 약속을 했다는 것인지, 서둘러 왕성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 하린.

또각- 또각-.

이어서 하린이 왕성에 등장하자, 정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절도 있는 자세로 거수경례를 하며 하린을 맞아 주었다.

“충-!”

“수고하십니다!”

자연스레 기사 NPC들의 인사를 받아 준 하린은 왕성 안쪽에 있는 소회의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회의실에 도착한 하린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한 남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형수님, 오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오렌 님. 많이 기다리셨죠?”

“헤헤, 아닙니다. 기다리기는요.”

남자의 정체는 바로, 로터스 전속 BJ인 라오렌.

그렇다면 하린은 대체 왜 라오렌을 만나기 위해 지상계까지 발걸음을 한 것일까?

“이안이한테는 미리 이야기 들으셨죠?”

“음, 듣기는 했는데……. 구체적인 건 하나도 말씀 안 해 주셔서요.”

“……?”

“그냥 콘텐츠 하나 괜찮은 거 있다고, 한번 해 보라고만…….”

하린이 라오렌을 만나러 온 이유는, 다름 아닌 이안의 심부름 때문이었던 것.

“그럼 일단 계약서부터 먼저 보여 드리겠습니다.”

“계약서는 역시…… 두 장이겠죠?”

“잘 아시네요. 두 장 중에 하나 골라서 사인하시라고 하더라고요.”

이안과의 계약은 이제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되는지, 마른침을 꿀꺽 하고 삼키는 라오렌.

‘으, 오늘은 잘 선택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이안과 열 장도 넘는 계약서를 쓴 라오렌이지만, 그의 승률(?)은 30퍼센트 안팎에 불과했다.

열 번 중에 세 번 정도를 제외하고는, 항상 손해를 봤었던 것이다.

차라리 계약서를 안 보고 사인했더라면 승률이 더 높았을 수준!

말을 마친 하린이 인벤토리에서 두 장의 계약서를 꺼내 들었다.

-‘카일란의 계약서’ 아이템을 오픈합니다.

시스템상으로 LB사가 공증해 주는, 법적 효력이 있는 디지털 계약서.

그리고 잠시 후, 하린으로부터 계약서를 받은 라오렌의 동공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떨리기 시작하였다.

아니, 여느 때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지진 난 듯 강렬히 진동하고 있었다.

“혀, 형수님……!”

“네?”

“형수님이 대신 선택해 주시면 안 될까요?”

선택 장애가 걸린 라오렌의 간절한 요청.

하지만 그 요청으로 인해 라오렌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어요.”

“음……?”

“오렌 님이 대신 골라 달라고 하면, 첫 번째 계약서를 골라 주라고 이안이가 그랬거든요.”

“커헉!”

괜한 얘기를 해서, 이안이 자신의 머리꼭대기에 있다는 사실만 한 번 더 확인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라오렌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두 장의 계약서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계약서 A

-계약금 : 1억 골드

-수익 배분 : 30 : 70

- 판매 수익 배분 : 0 : 100

-계약서 B

-계약금 : 천만 골드

- 수익 배분 : 30 : 70

- 판매 수익 배분 : 10 : 90

‘계약금을 1억 골드까지 제시하다니. 아무리 이안 형이라도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언제나 그렇듯, 간단명료하기 그지없는 두 장의 계약서.

그리고 간단한 만큼 두 계약서의 차이점도 무척이나 명확하였다.

‘9천만 골드냐, 판매 수익 배분 10퍼센트냐……. 결국 이걸 선택해야 하는 건데.’

하지만 이안의 계약서답게 여기에는 한 가지 크리티컬한 함정이 있었다.

무슨 콘텐츠인지 전혀 공개조차 되지 않는 것은 물론, ‘판매 수익 배분’이라는 옵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뭘 판매한다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으니 말이었다.

‘대체 무슨 놈에 계약서가 이렇게 생겨먹었어? 크윽……. 이건 완전 갑질이잖아!’

물론 라오렌은 이런 불합리한 계약서에 대해 이안에게 항의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그럼 계약하지 말든가. 다른 BJ 구해 보지, 뭐.

때문에 계약서에 대한 불만은 이제 마음 속 깊숙이 묻어버린 지 오래.

하여 지금 라오렌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였다.

거액이 걸린 50퍼센트 확률의 찍기 싸움에서 성공하는 것 말이다.

‘후우, 그래. 도박은 판돈이 적을 때나 하고, 이런 큰 건 계약할 땐 안전빵으로 가자, 오렌아. 지난번에도 이안 형한테 낚여서 1천만 원 이상 손해 봤잖아?’

뭘 판매한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판매 수익 배분을 선택한다고 해도 고작 10%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렇다는 말은, 9억 원어치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계약금 차익 이상을 벌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그래. 이 형이 뭘 팔려는지는 모르겠지만, 10억 원어치 이상 파는 건 힘든 일이겠지.’

그렇게 나름 합리적인 사고의 흐름을 통해 어렵사리 결론을 도출해 낸 라오렌.

“형수님, 저 A계약서로 가겠습니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때요?”

“괜찮습니다. 마음 정했습니다!”

“뭐, 그러시다면야…….”

마음을 정한 라오렌은 곧바로 A계약서에 사인을 하였다.

그러자 다음 순간.

스르륵 하고 공간이 한차례 일렁이더니, 계약서 상단에 가려져 있던 콘텐츠의 내용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주제 : 영웅(전설) 등급 비룡의 알 150개 공개 경매.

비고 : 개당 최소 입찰가, 1천만 골드.

방송 콘셉트 : 홈쇼핑

그리고 그것을 읽어 내려가던 라오렌의 표정은, 울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계약서에 쓰여 있는 대로라면, 150개의 알이 전부 최소입찰가에만 팔려도 15억 골드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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