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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706화 (716/1,027)

< 706화 4. 암천궁 입성 (2) >

* * *

카일란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소환수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소환수의 종류마다 ‘탑승 가능’ 옵션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태어날 확률은 전부 다르다.

경우에 따라서 소환술사조차도 탈 수 없는 완전한 탑승 불가 소환수도 있고 말이다.

예를 들어 ‘호랑이’로 분류되는 종족인 할리칸의 경우, ‘탑승 가능’ 옵션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10퍼센트 미만이다.

이안이야 소환술사이기 때문에 딱히 탑승 가능 옵션이 없어도 할리를 잘만 타고 다니지만, 소환술사가 아닌 평범한 클래스가 할리칸을 탑승하기 위해서는 ‘탑승 가능’옵션을 가진 할리칸을 구해야만 하는 것이다.

반면에 ‘말’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페가수스’같은 소환수는 어떠할까?

페가수스의 경우 무척이나 희귀한 소환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페가수스 대부분이 ‘탑승 가능’ 옵션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

애초에 종족 자체가 ‘탑승 가능’ 옵션이 붙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이안이 수십에서 백 마리도 넘게 포획한 비룡의 경우는 어떠할까?

비룡의 경우 페가수스만큼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이 ‘탑승 가능’옵션이 붙을 확률은 무려 40~50퍼센트 정도에 육박하였다.

일반적인 드래곤 종족에 ‘탑승 가능’옵션이 붙을 확률이 5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정말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인 것이다.

그래서 경매장에 ‘비룡’이라는 생소한 종류의 드래곤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카일란 유저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소환술사조차도 구해서 탑승하기 쉽지 않은 것이 용족일진대, 일반 다른 클래스도 길들여 탑승이 가능한 ‘탑승 가능’ 옵션을 가진 ‘드래곤’이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판매자는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비룡들을 등록한 유저가 한 사람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경매장에 등록된 모든 비룡들이 일괄적으로 같은 가격에 최소 입찰가가 지정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탑승 가능한 비룡의 경우 최소 입찰가가 2천 코인.

탑승 불가능한 비룡의 경우 최소 입찰가가 1천 코인.

물론 이 최소 입찰가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이미 등록된 모든 비룡들은, 그 이상의 가격에 입찰이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탑승 불가능한 비룡들은 입찰가가 1천5백~2천 사이에 형성되어 있었으며, 탑승 가능한 비룡은 최소 5~6천 코인에 입찰가가 형성되고 있었다.

‘영웅’ 등급에 진화도 불가능한, 제법 높은 초월 레벨을 제외한다면 그리 훌륭한 성능을 갖지도 못한 녀석들이, 골드로 치면 거의 7천만 골드 가까운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탑승 가능’ 옵션을 가진 ‘영웅’ 등급의 소환수들 가치가 1천만 골드 정도인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 비싼 값에 가치가 형성되고 있는 것.

해서 소르피스 내성의 경매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입찰에 참가할 돈이 없는 유저들조차도 비룡의 자태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것이다.

“와, 비룡 이거 완전 멋지네. 골드 탈탈 털어서라도 사야겠어.”

“흑, 갖고 싶다. 저거 타고 사냥하면 경험치가 안 올라도 행복할 것 같아.”

“이거 리치 킹 에피소드 때 나왔던, 용기사단이 타던 드래곤이잖아?”

“크으, 민첩성이랑 이동속도 보소. 고유 능력도 겁나 짱짱하네.”

“캬, 바람의 심장 고유능력 보소. 여벌로 목숨 하나 갖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겠네.”

그러나 경매장에 일괄적으로 올라온 십수 마리의 비룡들 중, 압도적인 입찰가를 형성하고 있는 매물이 하나 있었으니.

무려 현재 최고 입찰가가 5만 코인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녀석이었다.

-비천룡 : Lv. 51(초월)

등급 : 전설

최대 입찰가 : 52,150코인

무려 ‘전설’ 등급에 ‘탑승 가능’ 옵션을 가진, 현재 올라온 매물들 중 유일한 한 녀석.

하지만 평범한 유저들은, 이 녀석에게 형성된 입찰 가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듯했다.

“아니, 아무리 탑승 가능한 전설등급 드래곤이라 해도 그렇지, 5만 코인이 말이 돼?”

“5만 코인이면 신화 등급 소환수도 살 수 있겠다. 매물 구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긴 하지만 말이야.”

“와……. 돈지랄이다, 돈지랄이야. 대체 누가 5만 코인에 저걸 입찰한 걸까?”

“글쎄. 중국 갑부 아닐까?”

“후우, 5만 코인이면, 지금 코인 시세로 거의 6억이잖아. 우리 집보다 비싼 거 같은데…….”

5만 코인에 입찰가가 형성된 비천룡을 보며 웅성거리는 인파.

그런데 그들 사이에는 조용히 입찰 가격을 응시하며 눈치를 보고 있는 몇몇 입찰자들도 존재하였다.

‘제발 더 오르지 마라! 내가 경매 끝나기 직전에 가져갈 테니까!’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세계의 랭킹권 길드에서 막중한 임무(?)를 띄고 파견된 전문 입찰요원들이었다.

-마스터, 현재 최대 입찰가 5만 2천 코인입니다.

-으음, 아직까진 저렴하군. 우리 말고 다른 길드들도 코인 쥐고 대기하고 있겠지?

-아마 그럴 겁니다. 전설 등급에 탑승 가능한 드래곤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매물이니까요.

-후우, 천룡기사단과 관련된 정보가 퍼지기 전에, 최대한 탑승 가능한 전설등급 드래곤을 많이 확보해야 해.

-맞습니다, 마스터.

-난 길드원들 동원해서 비룡이라는 녀석들을 어디서 포획할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정보를 찾아보겠네. 자네는 무조건 그 물건을 확보해 두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마스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상황에 당황한 인물들이 한 무리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헤르스를 비롯한 로터스 길드의 수뇌들이었다.

“경매장에 올라간 비룡들, 보나마나 이안 짓이겠지?”

헤르스의 물음에 옆에 있던 훈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백퍼지, 뭐. 아마 용천에서 콘텐츠 제일 많이 진행한 게 이안 형일 텐데, 그 형 말고 누가 저런 짓을 벌이겠어?”

훈이의 말에, 헤르스의 입에서 한숨이 푹 하고 새어 나왔다.

“하아……. 아니, 이안, 이 정신 나간 놈은 다른 건 몰라도 비천룡 저걸 경매장에 매물로 올렸단 말이야?”

“이안 님은 아마 천룡기사단과 관련된 정보를 모르지 않을까요?”

“그렇기는 하지만…….”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든 연락이 두절된 이안 때문에 속이 답답해진 로터스의 길드원.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던 레미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안이가 생각이 없는 녀석은 아니니까, 아마 팔지 않고 남겨 둔 물량도 분명히 있을 거야.”

“그렇……겠지, 누나?”

“일단 길드 등급이나 올리면서 기다려 보자고. 혹시 알아? 저 비천룡 같은 매물을 이안이 계속해서 수급할 수 있다면, 천룡기사단을 가장 먼저 완성하는 게 우리가 될지도 모르지.”

레미르의 말에 헤르스와 피올란이 동시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큰 기대는 사실 하지 않았지만,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지금 이안이 경매장에 올린 매물은 고유 능력이 마음에 안 들거나 잠재력이 낮은, 하자 투성이(?)의 비룡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안의 창고에는 지금, 고유 능력이 완벽히 세팅된, ‘진화 가능’ 옵션을 가진 비룡들만 거의 열 마리는 잠들어 있었다.

* * *

한편, 소르피스 내성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이안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암천곡을 휘젓고 있었다.

“에헤이, 이거 난이도가 너무 시시하잖아? 드레이크 킹이라고 해서 엄청 강력할 줄 알았더니……. 우리 아이언보다도 허약한 친구였네.”

아이언이 비상식적으로 강력한 개체라는 것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드레이크 킹의 사체에서 나온 전리품들을 주워 담으며 중얼거리는 이안.

띠링-!

-‘드레이크 킹의 단단한 뼈(전설)’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날카로운 드레이크 킹의 이빨(전설)’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드레이크 킹의 빛나는 비늘(전설)’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드레이크 하트(전설)’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다크 본 스피어(영웅)’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용천주화 15,270냥을 획득하였습니다.

……후략……

획득한 전리품들의 내용에 흡족해진 이안은 인벤토리를 깔끔하게 정리한 뒤 다시 아이언의 등에 올라탔다.

“허술한 친구 치고 생각보다 전리품이 짭짤한걸.”

비룡의 둥지에 입장하기 전, 불과 보름 전에 만났더라면, 승패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상대였건만…….

10분 만에 드레이크 킹을 처치한 이안은 히죽히죽 웃으며 마지막으로 획득한 아이템의 정보 창을 확인해 보았다.

“정복자의 스크롤이라……. 이걸 찢으면 바로 암천궁까지 갈 수 있다는 거지?”

- 정복자의 스크롤

분류 : 잡화

등급 : 전설(초월)

암천곡(暗天谷)의 수호자인, ‘드레이크 킹’을 처치한 수험자만이 얻을 수 있는 마법 스크롤입니다.

이 스크롤을 찢으면 암천곡을 벗어나 마지막 시험의 장소로 이동하게 됩니다.

*‘암천궁’의 시험을 진행 중인 ‘수험자’만이 얻을 수 있는 이벤트성 아이템입니다.

*유저 ‘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정보 창을 한차례 읽어 내려간 이안은, 망설임 없이 스크롤을 주욱 하고 찢었다.

촤아악-!

그러자 그 순간.

띠링-!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암천궁’으로 이동합니다.

간결한 두 줄의 메시지와 함께, 이안을 비롯한 모든 일행의 그림자가 새하얀 빛무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 * *

한없이 고요한 적막감이 내려앉은 암천궁 구석의 한 암자.

검정색 망토를 두른 한 소년이 초조한 표정으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잠시 후 그의 앞에 두 구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스하아아-!

이어서 그 그림자들을 발견한 소년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 새로운 수험자야? 새로운 수험자가 암천궁을 동맹으로 선택한 거지?”

다급함을 넘어 뭔가 간절함(?)까지 느껴지는, 소년 루가릭스의 목소리.

하지만 루가릭스의 물음에는 곧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앞에 선 두 남자 마카론과 다카론은 그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아니, 이것들이 왜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러고 있어?”

“…….”

“루가릭스 님…….”

루가릭스의 거듭된 재촉에도,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두 드래곤들.

그리고 이쯤 되자 루가릭스는 더 이상 현실을 부정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하, 이안……. 진짜로 그놈이 비룡의 둥지에서 살아나와 암천곡에 다시 나타난 거야?”

루가릭스의 물음에 마카론과 다카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예……. 그렇더라고요.”

“게다가 방금 전에는 드레이크 킹도 잡았던데요.”

“무슨 드레이크 킹을 10분 만에 썰어 버리던데…….”

“심지어 어떻게 구한 건지, 철갑신룡을 타고 있더라고요.”

“어떻게 구하긴 어떻게 구했겠어? 비천룡 잡아다가 안장으로 진화시켰겠지.”

“천비각에선 목걸이를 받은 걸로 기억하는데, 안장은 대체 어떻게 구했담.”

마치 만담이라도 하듯, 중얼중얼 말을 주고받으며 루가릭스의 혈압을 높이는 마카론과 다카론.

하지만 루가릭스는 화를 낼 힘조차 없는 건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하아, 그 징그러운 놈을 결국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중간자’의 위격을 달고 찾아오면 계약해 주겠다는 말을 했던, 경솔하기 그지없던 자신이 그 어느 때보다 미워지는 루가릭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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