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705화 (715/1,027)

< 705화 4. 암천궁 입성 (1) >

‘어둠의 모래시계’고유 능력은, 활용하기에 따라 전장의 판도를 뒤집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용하기 제법 까다로운 고유 능력이기도 했다.

‘15분 전’의 시간에 소환수들의 포지션과 컨디션 그리고 유저 자신의 상태와 가신들의 상태를 기억하고 있지 않다면 섣불리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모든 소환수들의 상태를 남김없이 머릿속에 기억하며 전투하는 이안에게 이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이 ‘어둠의 모래시계’까지 설계하고 전장에 들어선 이안은 모든 것이 갖춰진 최상의 컨디션에서 15분짜리 타이머를 돌리기 시작하였으니 말이다.

모든 소환수들을 가장 완벽한 위치에 포지셔닝 시켜 두고, 모든 고유 능력들을 당장이라도 발동시킬 수 있도록 세팅해 둔 시점에서 타이머 작동을 시작하여, 그로부터 15분이라는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어 전투에 임한 것.

그리고 어차피 원점으로 되돌아올 것이기에, 이안은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단지 목적은 15분 동안 이안의 목적은 오로지 최대한 많은 비룡들을 처치하는 것이었으며, 15분 뒤 전투의 2막이 열렸을 때 남은 모든 비룡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도록 전장의 판도를 만들어 놓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던전의 모든 상황은, 이안이 설계한 대로 15분 동안 굴러갔다.

하여 던전에 남은 비룡들은, 15분 전에 겪었던 드래곤 브레스 세례를 또 한 번 겪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콰아아-!

키에에엑!

이러한 상황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비룡들은, 미처 대비할 새도 없이 용들의 숨결을 뒤집어쓰고 가루가 되어 버렸다.

완벽히 무방비 상태에서, 그대로 통구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범위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비룡 몇몇과 바람의 심장을 발동시킨 몇몇이 살아남기는 하였지만, 겨우 살아남은 그들 또한 그리 오래 버텨내진 못하였다.

사나운 철갑신룡의 등에 올라탄 창기사 한 명이, 쏜살같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황금빛 창으로 그들의 목덜미를 꿰뚫었으니 말이었다.

쐐애애액-!

“내 경험치가 되어랏!”

퍼퍽-!

완전히 역전되어 버린 전황 아래,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는 이안과 이안의 소환수, 그리고 가신 들.

그리고 그렇게, 다시 15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을 무렵.

띠링-!

정신없이 비룡들을 도륙하던 이안의 눈 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둥지 안에 있는 비룡들을 90퍼센트 이상 처치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비룡의 둥지’ 던전을 성공적으로 정복하셨습니다.

-‘신목의 심장’의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비룡의 둥지’ 좌표 (898, 902)

-‘신목의 심장’으로 가면, 랜덤한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잠시 후, ‘비룡의 둥지’ 던전이 소멸합니다. 던전이 소멸하기 전에 던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사망’과 동일한 페널티를 얻을 수 있습니다(남은 시간 00:09:57).

이어서 그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상대하던 비룡을 내팽개쳐 두고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 시작하였다.

“가자, 아이언, 황금알 주우러!”

던전은 전부 정복하였지만, 이안은 가장 중요한 마지막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비행하기 시작하였다.

던전이 소멸되기까지 남은 10분이라는 시간 안에 이 안에 널려 있는 비룡의 알들을 전부 쓸어 담은 뒤, 신목의 심장으로 가서 던전 클리어 보상을 획득해야 했으니 말이었다.

* * *

최근 소르피스 내성의 콘텐츠가 열린 이후, 로터스의 길드마스터인 헤르스는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중간자의 위격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령계나 명계 등 다른 차원계에는 얼씬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바쁜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었다.

‘흐으, 나도 본격적으로 중간계 가서 초월 레벨 올리고 싶지만, 그래도 중간계 길드 거점 다지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니까.’

헤르스가 이렇게 바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내성에 워낙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 그것들을 파악하는 데도 제법 시간이 소요되기는 했으나, 결국 그가 바쁜 가장 큰 이유는 중간계의 ‘길드 거점’과 관련된 콘텐츠들 때문이었다.

‘소르피스 내성에 최초로 길드 거점을 세우는 길드는, 우리 로터스가 되어야만 해.’

소르피스 내성의 북쪽 지역에는 ‘길드 관리 사무소’라는 커다란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서버의 길드들이 이곳을 통해 길드등록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길드 퀘스트를 받고 길드전을 치르는 등의 길드 콘텐츠들을 중간계에서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곳에 길드를 등록하는 것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인 것이다.

물론 길드 등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3천 차원코인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등록 비용만 지불한다면, 1인 길드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등록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다만 문제는, 길드 등급을 올리는 것이었다.

‘등급을 올려야 본격적으로 길드 콘텐츠들이 오픈되기 시작하니 말이지…….’

우선 지금 헤르스와 로터스 길드의 첫 번째 목표는, 관리소로부터 인정받은 공식적인 길드 거점을 이 소르피스 성안에 세우는 것이었다.

소르피스 성안에 길드 거점이 생기는 순간, 파격적인 기능들이 여러 가지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았다.

첫째, 강력한 ‘중간자’위격의 NPC들을, 길드 가신으로 등용할 수 있게 된다.

소르피스 내성의 용병 길드에는 초월 레벨이 높은 강력한 인재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데, 이들을 용병이 아닌 ‘가신’으로 등용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냥 용병으로 고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라 할 수 있었다.

‘가신’은 일단 등용된 순간 반영구적으로 길드에 소속되게 되며, 향후 길드의 행보에 따라 함께 성장하며 강해질 수 있는 반면, ‘용병’은 단기적인 고용밖에 성립이 되질 않으니 말이었다.

게다가 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신’으로 등용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 보니, 이것은 확실히 파격적인 콘텐츠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둘째, 차원 대장간과 천신의 제단, 차원 마력 연구소와 같은 특별한 건축물 들을 길드 거점의 안에 지을 수 있게 된다.

특히 길드 거점에서 직접 신탁을 받을 수 있는 ‘천신의 제단’이 최근에 떠오른 가장 핫한 이슈였는데, 길드에서는 매일 이 ‘천신의 제단’을 통해 세 가지의 신탁(퀘스트)을 받을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차원코인을 비롯한 막대한 양의 보상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아직 제단을 건설한 길드는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는 바는 없었지만, LB사에서 공개한 정보만으로도 파격적인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셋째, ‘중간자’ 이상의 유저나 NPC 가신 들로 구성된, ‘기사단’을 하나 꾸릴 수 있게 된다.

기사단은 현재까지 세 가지 종류가 공개되어 있으며, 조건을 충족할 시 그중 하나의 기사단을 설립할 수 있다.

A. 신성기사단

*설립 조건

-‘중간자’ 이상의 위격을 가진 구성원 20인.

-‘영웅’ 등급 이상의 ‘준마’ 20필 보유.

-‘빛’ 속성을 가진 ‘전설’ 등급 이상의 수호신수 등록.

-‘기사’ 클래스를 가진 구성원 5인 이상.

-‘사제’ 클래스를 가진 구성원 5인 이상.

*신성기사단 버프 효과

-‘신성기사단’ 소속의 파티원이 한 명 추가될 때마다 모든 전투 능력이 2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신성기사단’ 소속의 사제로부터 생명력을 회복받을 시, 회복 효과가 5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신성기사단’ 소속의 사제에게 ‘신성기사단’ 소속에 한해 부활시킬 수 있는 ‘빛의 부활’ 마법이 습득됩니다.

……중략……

B. 용맹기사단.

*설립 조건

-‘중간자’ 이상의 위격을 가진 구성원 20인.

-‘전설’ 등급 이상의 ‘준마’ 20필 보유.

-‘신화’ 등급 이상의 수호신수 등록.

-‘기사’ 클래스를 가진 구성원 5인 이상.

-‘전사’ 클래스를 가진 구성원 5인 이상.

-‘궁사’ 클래스를 가진 구성원 5인 이상.

-초월 레벨 50레벨 이상인 ‘전사’ 클래스의 ‘유저’를 ‘기사단장’으로 임명

*용맹기사단 버프 효과

-‘용맹기사단’소속의 파티원 전원 공격력+50퍼센트 방어력 –20퍼센트

-‘용맹기사단’소속의 파티원 전원 이동속도+20퍼센트

-함께 있는 ‘용맹기사단’소속의 파티원 숫자에 비례하여, ‘용맹기사단장’의 모든 전투능력이 추가로 증가.

(한 사람당 +3퍼센트)

……중략……

C. 천룡기사단.

*설립 조건

-‘중간자’ 이상의 위격을 가진 구성원 20인.

-‘전설’ 등급 이상의 탑승 가능한 ‘드래곤’ 스무 마리 보유.

-‘신화’ 등급 이상, ‘천룡’ 이상의 위격을 가진 드래곤 종족 소환수를 수호신수로 등록.

-‘기사’ 클래스를 가진 구성원 5인 이상.

-‘(흑)마법사’ 클래스를 가진 구성원 4인 이상.

-‘사제’ 클래스를 가진 구성원 3인 이상.

-‘소환술사’ 클래스를 가진 구성원 2인 이상.

-초월 레벨 70레벨 이상인 전투 클래스의 ‘유저’를 ‘기사단장’으로 임명

*천룡기사단 버프 효과

-‘천룡기사단’ 소속의 파티원 전원 모든 전투 능력치 +30퍼센트

-‘천룡기사단’ 소속 모든 드래곤의 공격력 45퍼센트만큼 상승.

-‘천룡기사단’ 소속 모든 드래곤의 ‘브레스’계열 고유능력 재사용 대기 시간 50퍼센트 감소.

-‘수호신수로 등록된 드래곤’의 속성과 같은 속성의 마법을 사용할 시, 위력 30퍼센트만큼 증가.

……후략……

한눈에 보아도 어마어마한 내용을 담고 있는 중간계 길드거점의 신규 콘텐츠들.

이것들을 누리기 위해서는 길드 거점 설립이 필수였고, 길드 거점을 세우기 위해서는 길드 등급을 C등급으로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다.

“하……. 이 노가다 길드 퀘 일주일 정도만 더 하면 C급까지 올릴 수 있으려나.”

길드 퀘스트 창 한편에 쌓여 있는 수많은 퀘스트들을 확인한 헤르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벌써 닷새째 길드원들과 함께 노가다하여 길드 등급을 D등급까지 올렸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건 몰라도 기사단만큼은 최대한 빨리 만들어 보고 싶은데 말이야……. 아무리 봐도 지상계 기사단 버프랑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란 말이지.”

기사단 관련 설명들을 한차례 다시 읽어 내려가던 헤르스는,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켰다.

A, B, C로 나뉘어 있는 세 종류의 기사단은, 뭐 하나 빠짐없이 엄청난 버프 효과를 자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알파벳이 뒤로 갈수록 설립 조건이 더 까다롭고 버프효과도 더 좋았으나, 가장 설립 난이도가 쉬운 ‘신성기사단’만 하더라도 헤르스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용맹기사단이나 천룡기사단은 몰라도 신성기사단 설립 조건 정도는 지금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야.’

헤르스가 생각하기에 신성기사단의 설립 조건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은, ‘빛’ 속성의 ‘전설’ 등급 이상 수호신수를 등록하는 것이었다.

애초에 ‘빛’ 속성을 가진 소환수 자체가 엄청나게 희귀했으니, 전설 등급 이상이라는 추가 조건까지 충족시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로터스에게는 이안이 있고, 이안에게는 무려 신화등급의 빛 속성 소환수인 엘카릭스가 있다.

때문에 헤르스는 이 조건을 보자마자 ‘신성기사단’에 군침을 흘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C 파트에 명시되어 있는 ‘천룡기사단’이라는 세 번째 옵션은, 그저 판타지 소설처럼 보일 뿐이었다.

“휘유, ‘천룡기사단’ 이건 도전하라고 만들어 놓은 옵션인지 그냥 관상용으로 해 놓은 건지…….”

입맛을 다시며 푸념하는 헤르스의 옆에서, 피올란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전설 등급 이상 드래곤 스무 마리에, 신화 등급 이상 드래곤을 수호신수로 등록하라니…….”

“단지 ‘전설’ 등급이면 사실 해 볼 만해요. ‘탑승 가능’이라는 옵션이 문제인 거죠.”

일반적으로 소환수를 탑승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소환술사 뿐이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 예외 케이스가 존재했는데, 그것이 바로 ‘탑승 가능’이라는 옵션이었다.

종족이 ‘말’인 소환수의 경우 기본적으로 ‘탑승 가능’옵션을 탑재해서 태어나는데, 이 옵션을 가졌을 경우 소환술사 클래스가 아닌 다른 클래스의 유저도 해당 소환수를 길들이고 탑승할 수 있게 되는 것.

물론 ‘말’이 아닌 다른 종족의 소환수들도 가끔 ‘탑승가능’ 옵션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다만 문제는, 그런 경우가 무척이나 희박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드래곤’이면서 ‘전설’등급 이상이고, 거기에 ‘탑승 가능’옵션을 가진 소환수를 스무 마리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라 봐도 무방한 것이다.

“하긴……. 소환술사로 최대한 파티를 구성해도 탑승 가능 드래곤 열두 마리는 있어야겠네요.”

“그런 셈이죠…….”

“게다가 기사단장은 초월 70레벨이라…….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천룡기사단은 나올 수가 없겠네요.”

“몇 개월이 뭡니까? 저는 1년 이상 봅니다.”

당장 실현 불가능하다 생각되는 콘텐츠를 앞에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피올란과 헤르스.

하지만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던 지금 이 순간, ‘탑승 가능’ 옵션을 가진 드래곤들이 경매장에 대거 등록되었던 것이다.

비록 그들 중 대부분이 ‘영웅’ 등급일지라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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