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8화 2. 비룡 연구가 (3) >
* * *
비룡포획에 성공하여 황금빛 광채가 쏟아짐과 동시에, 이안의 눈 앞에 기다렸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수많은 비룡(飛龍)을 포획하셨습니다.
-소환수 ‘비룡’에 대한 이해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비룡 전문가’ 칭호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무척이나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크, 드디어……!”
지금까지 소환술사로서 이 카일란을 플레이하면서, 이안은 백 종류도 넘는 ‘전문가’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이런 식으로 연구했던 소환수의 종류가 수백 종이 넘으니, 사실 이 전문가 칭호를 얻는 것은 그리 새로운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포획 노가다와 이번 비룡 포획 노가다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오랜만에 하는 포획 노가다이기도 하였으나, 중간계에서 처음 하는 포획 노가다라는 게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전문가 칭호를 따는 데 걸린 시간과 노력도, 지상계의 평범한 몬스터를 포획할 때보다 수배 이상 많이 들어갔고 말이다.
‘전문가 칭호야 어차피 대부분 비슷한 종류의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한번 확인은 해 봐야겠지?’
이안은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새로 획득한 칭호의 정보 창을 오픈해 보았다.
중간계에서 처음 얻은 전문가 칭호이니, 뭔가 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비룡 전문가
등급 : 영웅(초월)
비룡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소환술사에게 부여되는 칭호입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얻은 이 칭호는, 앞으로의 비룡연구에 있어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착용 효과
-잠재력이 높은 비룡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비룡 포획에 성공할 확률이 15퍼센트만큼 고정적으로 증가합니다.
#보유 효과
-비룡과의 친밀도를 더 빨리 쌓을 수 있습니다.
-비룡을 소환수로 사용할 시 비룡의 모든 전투 능력이 3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비룡을 처치할 시, 낮은 확률로 ‘황금빛 비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중복 착용이 불가능한 칭호입니다.
처음 비룡 전문가 칭호를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이안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두 가지 착용 효과를 확인할 때까지 지금까지 얻었던 다른 전문가 칭호와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거의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유 효과’의 마지막에 추가되어 있는 한 줄의 옵션을 확인한 순간, 이안은 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카일란을 플레이하면서 처음 보는 종류의 옵션이었으니 말이었다.
“황금빛…… 비늘?”
게다가 ‘황금빛 비늘’이라는 이름은, 그 이름 자체만으로도 이안에게 뭔가 강렬한 시그널을 주고 있었다.
‘황금빛 안장. 그리고 황금빛 비늘이라…….’
이안이 천비각에서 얻은 정보에 의하면, 황금빛 안장은 비룡을 ‘철갑룡’으로 진화시키는 데 필요한 재료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이 ‘황금빛 비늘’이라는 아이템 또한, 비슷한 용도로 쓰일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뭐, 직접 획득해서 알아보면 그만인 일이지.’
연구할 거리가 한 가지 더 늘어난 이안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 * *
‘비룡 전문가’ 칭호를 착용한 이안의 포획 노가다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칭호에 붙어있는 15퍼센트라는 포획 확률 업 효과가, 포획속도를 거의 두 배 가깝게 증폭시켜 준 것이다.
기존의 확률에 비례하여 적용되는 것이 아닌 절대수치로 증가하는 효과였기 때문에, 체감되는 효과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띠링-!
-용족 ‘비룡’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3,598만큼 획득합니다.
-용천주화를 330냥 만큼 획득하였습니다.
-용족 ‘비룡’을 성공적으로 포획하셨습니다!
-용족 ‘비룡’을 성공적으로 포획하셨습니다!
-용족 ‘비룡’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3,331만큼 획득합니다.
-용천주화를 290냥 만큼 획득하였습니다.
……후략……
그리고 그렇게 반나절 정도를 더 노가다한 결과, 이안은 드디어 ‘황금빛 비늘’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다.
띠링-!
-용족 ‘비룡’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3,701만큼 획득합니다.
-용천주화를 345냥 만큼 획득하였습니다.
-‘황금빛 비늘’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기다렸던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이안은 저도 모르게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잣, 드디어 떴네. 진짜 1천 마리는 잡은 것 같은데…….”
‘낮은 확률’이라는 부연 설명이 뼈저리게 느껴질 만큼, 극악한 드롭률을 보여 줬던 ‘황금빛 비늘’ 아이템.
하지만 이 비늘 아이템의 정보 창을 확인한 순간, 이안은 며칠간의 피로가 다 날아가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처음 칭호를 얻었을 때 했던 예상이, 정확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황금빛 비늘
등급 : 전설(초월)
분류 : 잡화
비룡에게서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다는,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희귀한 용린(龍鱗)입니다.
이 비늘을 사용하면, 잠재력이 뛰어난 비룡에 한해 ‘비천룡’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룡의 군락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들로부터 이 비늘을 얻어 내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천비각의 주인 ‘폰테나스’에게 가져다주면, 비싼 값에 판매할 수 있습니다.
*‘비룡’을 ‘비천룡’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소모성 아이템입니다.
*태생 잠재력이 높은 비룡일수록, 진화에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역시……. 황금빛 비늘도 비룡을 진화시키는 데 쓰는 아이템이 맞았군.”
지금까지 며칠 동안 비룡의 둥지 근처에 죽치고 노가다를 하면서, 이안은 총 일곱 마리 정도의 비천룡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써 봐도 비천룡을 포획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고, 때문에 비천룡을 얻기 위한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던 참이었다.
‘이렇게 되면 최고의 철갑룡을 뽑기 위해 마지막 하나의 실험이 남은 건가?’
지금까지의 연구로 이안이 알게 된 사실들은 총 세 가지였다.
첫째, 비룡을 진화시키는 방법은 ‘황금빛 안장’ 혹은 ‘황금빛 비늘’을 사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둘째, 비룡이 황금빛 안장을 사용하여 진화하면 철갑룡이 되고, 황금빛 비늘을 사용하여 진화하면 비천룡이 된다.
셋째, 비룡이 가질 수 있는 네 개의 고유 능력들 중 두 가지는 고정된 고유 능력이고 나머지 두 가지는 랜덤으로 습득되는 고유 능력이다.
때문에 이제 한 가지 사실만 확인이 되면, 이안은 최강의 철갑룡을 탄생시키기 위한 노가다를 시작할 수 있었다.
‘황금빛 비늘로 진화된 비천룡에 다시 황금빛 안장을 사용하면……. 또다시 진화가 이뤄질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해.’
비천룡의 개체 중에 ‘진화 가능’ 개체가 탄생할 수 있는지 그 부분만 확인이 된다면, 이안은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신화 등급의 철갑룡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 진화 가능한 비룡만 열 마리 정도는 잡아 놨으니……. 오늘은 하루 종일 비늘 노가다만 해야겠어. 황금빛 비늘을 대여섯 개 정도는 쟁여 놓고 동시에 진화시켜 봐야지.’
보통의 노가다정신이 아니라면 결코 상상하기조차 힘든 계획을 세운 이안은, 전투태세를 완벽히 전환하였다.
지금까지는 포획 위주로 전투를 운용했다면, 이제 최대한 많은 비룡들을 닥치는 대로 처치하기 위한 세팅으로 바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밤을 샌 결과.
띠링-!
-‘황금빛 비늘’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현재 보유 중인 ‘황금빛 비늘’ 아이템 : 다섯 개
실험을 위한 모든 준비가, 드디어 완성되었다.
* * *
이안이 생각하는 ‘철갑룡’이라는 소환수의 가장 큰 메리트는, 당연히 탑승 시 능력치를 공유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카일란에 존재했던 어떤 소환수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념의 능력이었으며, 직접 무기를 들고 싸우는 육탄전(?)을 선호하는 소환술사인 이안에게 있어서, 혁명과도 같은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안은, 진화시킬 비룡을 선별하는 데에서부터 신중에 신중을 기하였다.
‘비룡이 가진 공격형 액티브 스킬들도 충분히 훌륭하기는 하지만, 역시 무조건 챙겨야 할 고유 능력은 패시브 위주야.’
어차피 모든 비룡은, ‘급가속’ 고유 능력과 ‘바람의 숨결’ 고유 능력을 무조건 가지고 태어난다.
하여 나머지 두 개의 고유 능력 중 어떤 것이 최선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이안의 연구 과제였는데, 여기서 이안은 다음과 같은 두 개의 고유 능력을 최선이라 판단하였다.
*바람의 심장 (패시브)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생명력을 1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지게 하는 공격에 피격 당했을 시, 비룡의 주변에 일시적으로 ‘무적’ 속성의 보호막이 발동합니다.
보호막은 10초 동안 지속되며, 보호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비룡의 생명력이 최대 생명력의 15퍼센트만큼 회복됩니다.
보호막이 지속되는 동안, 비룡의 민첩성이 2배만큼 증가합니다.
*바람신의 축복 (패시브)
바람신의 축복을 받은 비룡은, 평범한 비룡보다 더 강력하게 성장합니다.
비룡의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전투에 돌입했을 시 비룡의 민첩성과 공격력이 추가로 (레벨×50)만큼 상승합니다.
결국 이안이 초점을 맞춘 것은, 비룡의 능력치를 가장 크게 뻥튀기시켜 줄 수 있는 고유능력이 어떤 능력들이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이안이 선택한 고유 능력들의 시너지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
‘급가속으로 증폭되는 민첩성이 최대 1.5배……. 여기에 바람신의 축복 패시브랑 바람의 심장까지 발동하면, 민첩성만 봐도 3.3배 가량 뻥튀기되는 셈이네.’
천비각의 주인 폰테나스에 의하면, 철갑룡은 거의 자신이 가진 절반의 전투 능력을 소환술사에게 공유해 준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뻥튀기된 스텟들의 절반이 이안에게 들어온다면, 이안의 전투 능력은 못해도 1.5배 이상 강력해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크, 빨리 해 보고 싶어……!’
머릿속으로 모든 정리가 끝난 이안은 먼저 준비해 두었던 비룡 한 마리를 소환하였다.
-소환수 ‘비룡’을 소환하였습니다.
잠재력이 높아 ‘진화 가능’ 상태인 것은 물론, 고유 능력까지 이안이 원하는 대로 세팅된 완벽한 진화의 재료.
녀석의 정보 창을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하던 이안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집어삼켰다.
꿀꺽.
이렇게 세팅된 녀석을 한 마리 포획해 내기 위해서는,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전문가 칭호 없이는 거의 불가능이고, 칭호가 있는 상태로도 반나절에 한 마리 뽑을까 말까 하니까…….’
현재 이안은 이렇게 세팅된 비룡을 총 다섯 마리 잡아 둔 상태였다.
가지고 있는 황금빛 비늘과 숫자를 맞춰 놓은 것이다.
이안은 자신의 앞에서 눈을 꿈뻑거리며 가만히 서 있는, 늠름한 자태의 비룡에게로 다가갔다.
이어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작게 속삭였다.
“잘 부탁한다, 1호기.”
“크릉?”
“신화등급 철갑룡, 가즈아……!”
비룡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이안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주문!
그리고 다음 순간, 비룡의 전신에서 화려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황금빛 비늘’ 아이템을 사용하였습니다.
-소환수 ‘비룡’이 비늘을 탈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비룡의 상태 창에는 오랜만에 보는 짧은 문구가 떠올라 있었다.
-진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