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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97화 (707/1,027)

< 697화 2. 비룡 연구가 (2) >

* * *

이안이 첫 번째 비룡을 포획하는 데 성공한 것은, 군락을 발견한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3시간 뒤의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안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소모한 것이었다.

-소환수 ‘비룡’을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비룡 / 등급 : 영웅(초월) / Lv. 49(초월)

-‘소환수 정보’ 탭에서 포획한 소환수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후우, 역시 평범한 소환수가 아니라서 그런지, 엄청나게 까다롭네.”

이안은 3시간 동안 수없이 비룡 포획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정보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쉽게 말하면 비룡을 포획하는 데 필요한 ‘팁’ 같은 것이었다.

1. 생명력이 10퍼센트 이상 남아 있는 상태에서 포획을 시도하면, 99퍼센트의 확률로 포획에 실패하게 된다.

2. 기절, 빙결, 수면, 공포 등과 같은 군중 제어 기술(Crowd control)이 없이는, 비룡을 절대로 포획할 수 없다.

3. 포획 가능한 수준(10퍼센트 미만)까지 생명력이 떨어지기 직전, 비룡은 둥지 안으로 도주해 버린다.

대충 보기에는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지만, 막상 이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비룡을 잡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이 세 가지 조건들이 동시에 충족되어야만 하니 말이다.

게다가 비룡은 강력하다.

드레이크와 비교하면 전투력이 살짝 떨어지기는 하지만, 빠른 기동성 때문에 오히려 상대하기는 좀 더 까다롭다.

거기에 위와 같은 악조건들이 겹쳐지니, 포획하기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제 어떻게 포획해야 할지 감은 잡았으니, 두 마리 세 마리부턴 훨씬 더 수월하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안에게 제법 많은 군중 제어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단일 대상을 상대로 최고의 효율을 보여 주는 할리의 ‘후려치기’부터 시작하여, 빡빡이의 ‘도발’과 까망이가 가진 대부분의 고유 능력에 묻어나는 공포 효과까지.

그에 더해 떡대의 어비스 홀까지 있었으니, 그래도 해 볼 만한 것이다.

‘비룡 생명력이 한 7~9만 정도 되는 것 같으니까. 딜이 한 6만쯤 들어갔다 싶으면, 그때부턴 계속해서 스턴이랑 공포를 걸어야겠어. 도발과 어비스 홀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두고…….’

소환수들과 가신들의 상태를 한차례 점검한 이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소환수 정보 탭을 오픈하였다.

포획노가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방금 잡은 비룡이라는 녀석의 상태를 한번 확인해 봐야 하니 말이었다.

-비룡

레벨 : 49 (초월)

분류 : 용족

등급 : 영웅 (초월)

성격 : 성급함

진화 불가

공격력 : 1,157

방어력 : 665

민첩성 : 1,575

지능 : 772

생명력 : 82,525/82,525

잠재력 : 72

상세 능력(펼쳐 보기)

고유 능력

*급가속(패시브)

적 처치에 기여할 때마다 민첩성이 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급가속’ 효과는 최대 10회까지 중첩되며, 마지막으로 적 처치에 기여한 뒤 5분이 지나면 효과가 초기화됩니다.

*파괴의 돌풍(재사용 대기 시간 5분)

비룡이 나선형으로 빙글빙글 비행하여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며, 그 주변으로 강력한 돌풍을 일으킵니다.

돌풍은 주변의 모든 물체를 튕겨 내며, 비룡이 가진 공격력의 475퍼센트만큼의 피해를 입힙니다.

*바람의 숨결(재사용 대기 시간 10분)

비룡이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강력한 바람 속성의 숨결을 전방으로 내뿜습니다.

바람의 숨결은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가며, 범위 내 대상에게 강력한(공격력의 450퍼센트+민첩성의 750퍼센트)바람속성의 피해를 입힙니다.

*바람의 심장 (패시브)(재사용 대기 시간 30분)

생명력을 1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지게 하는 공격에 피격당했을 시, 비룡의 주변에 일시적으로 ‘무적’ 속성의 보호막이 발동합니다.

보호막은 10초 동안 지속되며, 보호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비룡의 생명력이 최대 생명력의 15퍼센트만큼 회복됩니다.

보호막이 지속되는 동안, 비룡의 민첩성이 2배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용족 중에 가장 날렵하고 빠르다고 알려진, 바람 속에서 태어난 드래곤입니다.

길들이기는 무척이나 어렵지만, 만약 길들일 수만 있다면 주인에게 무척이나 충성스럽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용천의 강력한 무력 집단인 ‘용기사단’에서 탑승용 드래곤으로 가장 선호하는 용족이기도 합니다.

‘오호, 이거 영웅 등급 치고는 고유 능력도 상당히 좋잖아?’

비룡의 소환수 정보 창을 읽어 내려갈수록, 이안은 점점 더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처음 전투 능력을 보았을 땐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능력치에 살짝 실망했었지만, 고유 능력들이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었다.

‘파괴의 돌풍 공격 계수도 재사용 대기 시간에 비해 상당히 높고……. 바람의 숨결이 진짜 어지간한 드래곤 브레스 뺨 때리는 수준이네.’

공격력과 민첩성 계수가 이중으로 붙어 있는, 강력한 범위공격 스킬인 바람의 숨결.

전투능력이 민첩성 위주로 특화되어 있는 비룡에게 이 바람의 숨결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격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급가속 패시브와 바람의 심장 패시브까지 최대한 중첩시킨 뒤 이 바람의 숨결을 발동시키면, 극대화된 민첩성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나오는 것이다.

‘방어력이랑 생명력이 라이보다도 훨씬 약한 수준이긴 하지만, 민첩성이 할리보다도 빠른 수준이니 충분히 커버가 가능할 거야.’

대략 비룡이라는 소환수에 대한 판단을 마친 이안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지. 방금 잡은 건 평범한 비룡일 뿐이고, 나는 어떻게든 여기서 비천룡을 잡을 생각이니 말이야.’

비룡의 알에서 낮은 확률로 등장한다는, 비룡의 상위버전 소환수인 비천룡(飛天龍).

영웅 등급과 전설 등급이라는 등급의 격차만 생각하더라도, 비천룡의 전투 능력이 일반 비룡에 비해 훨씬 뛰어날 것이라는 정도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것이다.

‘거기에 황금빛 안장을 사용해서 녀석을 철갑룡으로 진화시킨다면……!’

확실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모든 소환수는 진화시에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간다.

때문에 만약 비천룡에 안장을 사용하여 철갑룡으로 진화시킨다면, 녀석은 신화등급의 소환수로 또 한 번 탈바꿈될 것이다.

“크으, 지려 버렸다!”

신화 등급의 철갑룡을 타고 다닐 생각에, 저도 모르는 사이 탄성을 터뜨린 이안.

옆에 있던 뿍뿍이가 깜짝 놀랐는지, 이안을 째려보며 핀잔을 주었다.

“뭘 지린 거냐뿍. 더러우니까 가까이 오지 마라뿍.”

하지만 뿍뿍이의 핀잔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싱글벙글 할 뿐이었다.

머릿속에 ‘신화 등급 철갑룡’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차 있는 한, 뿍뿍이의 이런 반항 정도는 애교로 넘겨 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후후, 이거 이렇게 되면 노가다할 힘이 솟아오르는걸.”

이안의 중얼거림에, 순간적으로 사색이 되어 버린 소환수들과 가신들.

“힘은 지금도 충분한 것 같뿍. 더 솟아오를 필요 없을 것 같뿍.”

“크릉, 저 날렵한 드래곤과의 전투가 제법 재밌긴 하지만 아무리 재밌는 것도 쉬어 가면서 해야 하는 법이다.”

“후우, 역시 주군 놈은 정상이 아니다. 지상계로 돌아가고 싶군.”

“하아, 폐하아…….”

그리고 잠시 후, 부하 직원(?)의 반발을 깔끔히 무시한 이안의 노가다는 다시 시작되었다.

* * *

한편 이안의 소환수들과 가신들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있던 무렵.

“하아, 젠장…….”

그들 못지않게 깊은 한숨을 뿜어내는 이들이 현실에도 존재하였으니.

그들은 바로, 나지찬을 비롯한 기획 3팀의 직원들이었다.

“혹시 여기, 루가릭스 AI 설계한 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

분노가 가득 담긴 나지찬의 한마디에, 옆에 있던 직원 하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하였다.

“팀장님, 루가릭스 저희가 안 만들었어요. 아마 팀 분할되기 전에 설계되었을 테니…… 1팀 애들이 만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지찬은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뱉어 내었다.

“크윽…….”

루가릭스라는 멍청한 드래곤이 움직였다 하면 어김없이 이안이 꿀을 빨기 시작하였으니, 기획 팀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니, 대체 AI 설계를 어떻게 했기에 드래곤이라는 놈 머리가 이렇게 나쁜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애초에 약간의 백치미가 콘셉트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고…….”

“후우, 이건 백치미가 아니라 멍청한 거야. 이안에게 비룡의 군락을 알려 주면 거기 들어가서 죽을 거라는 발상을…… 대체 어떻게 할 수가 있지?”

“보통은 죽을 확률이 높습니다, 팀장님.”

“아니, 얘는 일반 유저가 아니라 이안이잖아…….”

“…….”

기획팀에는 다시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중간계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열린 뒤에도 어김없이 밸런스를 파괴하는 이안 때문에 기획 팀의 팀원들은, 초당 한 개씩 흰머리가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이제 와서 철갑룡을 너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음 업데이트 날 전까지 이안이 철갑룡을 못 만들면, 너프하는 것도 가능은 합니다.”

“그게 언젠데?”

“다음 달 20일요.”

“그걸 말이라고 해? 쟤 아마 일주일이면……. 철갑룡 만들고도 남을 것 같은데?”

“…….”

나지찬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울려 퍼진 뒤 다시 적막이 흐르기 시작한 기획 3팀의 사무실.

그리고 잠시 후 나지찬의 입에서 다시 나온 이야기는, 기획팀 전체의 멘탈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일이나 하자, 친구들.”

“흐윽.”

“저기 이안이 노가다 하는 동안, 우리도 퇴근 금지다.”

“티, 팀장님!”

“그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사, 살려 주세요, 팀장님.”

하지만 나지찬의 입에서 한 번 나온 이야기는 보통 번복되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팀원들은 곧 반발을 포기하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다만 기획 3팀의 막내 사원 둘만이 조용히 일어나 사무실 구석에 간이침대와 모포를 깔기 시작할 뿐이었다.

* * *

*소환수 ‘비룡’ 연구일지

#1일차

-오후 늦은 시각 비룡의 군락에 도착하여, 3시간 만에 첫 번째 비룡을 포획함.

-그 뒤로 두 마리의 비룡을 추가로 포획하는 데에 성공하였으나, 별다른 차이점은 찾지 못하였음.

#2일차

-새벽부터 시작하여 해가 저물 때까지, 쉬지 않고 포획을 시도하여 총 스무 마리 정도의 비룡을 추가로 포획하였음.

-그 과정에서 경험치도 제법 많이 쌓아, 초월 레벨도 2레벨 정도 상승하였음.

-포획한 스무 마리의 비룡들을 분석한 결과 비룡들의 고유능력이 전부 같지 않다는 것을 발견함.

-모든 비룡이 ‘급가속’ 고유 능력과 ‘바람의 숨결’ 고유 능력은 무조건 가지고 태어나지만, 나머지 두 개의 고유 능력은 대여섯 가지 다른 고유 능력들 중 랜덤하게 습득한다는 사실을 발견.

-아직까지 ‘비천룡’에 대한 단서는 찾아내지 못하였음.

#3일차

-오늘도 역시 하루 종일 포획을 시도하여 서른 마리 정도의 비룡을 추가로 포획하는 데 성공함.

-갈수록 노하우가 생겨 포획 속도가 빨라졌으며, 내일은 쉰 마리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

-하루 종일 비룡의 군락을 들쑤신 결과, 한 마리의 비천룡 발견. 하지만 포획은 실패하였음.

-‘비룡 전문가’ 칭호를 획득하고 나면, 뭔가 새로운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함.

#4일차

-드디어 ‘비룡 전문가’ 칭호 획득.

-비천룡 포획에는 여전히 실패하였으나, 크리티컬한 단서를 하나 발견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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