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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93화 (703/1,027)

< 693화 1. 루가릭스의 제안 (3) >

* * *

“비룡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야, 이 용천에서 서식하는 용족들 중 가장 날렵한 친구들이라네.”

“오오!”

“몸집은 그렇게 큰 편이 아니지만, 날개 힘이 엄청나서, 그 날개로 만들어 낸 돌풍은 넓은 범위에 강력한 바람 속성의 피해를 입힐 수 있지.”

“대단하군요.”

“게다가 만약 운이 좋다면 저 비룡의 알에서 희귀종인 ‘비천룡’을 얻을 수 있는데, 그 녀석은 무려 전설 등급의 용족이지. 일반 비룡보다 배는 크고 강력해서, 어지간한 드래곤과 비교해도 결코 꿇리지 않는 녀석이야.”

“캬, 비천룡이라……. 이름부터 간지가 철철 흘러넘치네요.”

“엄청나지?”

“크윽, 정말 그러네요.”

침을 튀기며 떠드는 폰테나스의 앞에서 이안은 격렬한 리엑션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내기 위한, 추임새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러면 폰테나스, 혹시 비룡을 직접 포획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물론 비룡을 포획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아.”

“……!”

“당장 요 앞에 있는 암천곡(暗天谷)에만 들어가도, 운이 좋다면 비룡을 만날 수 있을 테니 말이야.”

“그건 다행이네요.”

“하지만 야생의 비룡을 포획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네.”

“그건 어째서죠?”

“무리지어 생활하는 녀석들에게 잘못 덤볐다가는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일세.”

“아하, 그건 확실히 그럴 수 있겠네요.”

격하게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이안.

그리고 그런 이안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 폰테나스.

“흐흐, 어때, 후회되지?”

“크……. 그러게요. 이 목걸이도 충분히 좋지만, 비룡의 알을 선택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조금 생기네요.”

“하핫, 내가 뭐라고 그랬나, 배만 아파질 거라고 하지 않았는가.”

폰테나스는 하도 떠들어서 목이 타는 것인지, 탁자에 올려져 있던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난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네. 저 황금빛 안장이 얼마나 좋은 물건인지도, 자네에게 설명해 줘야 하거든.”

이안을 다시 앞에 세운 폰테나스는 신이 설명을 이어 갔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서 필요한 것을 얻어 내야 하는 이안은, 할리우드 배우가 울고 갈 법한 혼신의 연기를 계속해서 보여 주었다.

‘저 변태 할아버지에게서 황금빛 안장의 사용법을 알아내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어.’

폰테나스는 이안이 배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더욱 신이 나서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러니 이안의 이 배 아픈 척하는 혼신의 연기는, 황금빛 안장의 사용법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무척이나 적합한 것이었다.

‘물론 비천룡이라는 녀석은 조금 탐이 나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이제 슬슬 이안이 기다렸던 본론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폰테나스의 말이 이어졌다.

“이 안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말이야.”

꿀꺽-!

이안은 마른침을 삼키며 폰테나스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는 이안의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드는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갔다.

“일반적인 ‘안장’과는 그 용도 자체가 다른 녀석일세.”

“……!”

“자네는 이 안장을 보고 당연히 소환수를 탑승할 때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했겠지?”

폰테나스의 말을 들은 이안의 두 동공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더 이상 연기가 아니었다.

‘안장이…… 탑승할 때 쓰는 물건이 아니었다고?’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첫 번째 대전제가 무너져 버리자, 이안은 진심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 뭐에 쓴다는 거야?’

이안의 속마음을 듣기라도 한 듯, 폰테나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시게.”

“…….”

“이 쪼그마한 안장을 소환수의 등에 얹어 보려 하는 시도 자체가 바보 같은 일 아니겠는가.”

빠직-!

순식간에 자신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폰테나스의 팩트 폭력에, 이안은 순식간에 누더기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를 낼 수도 없는 일.

이안은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 얌전히 폰테나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럼 저 안장은, 어디에 써야 하는 물건일까요?”

이안의 질문에 잠시 뜸을 들이는 폰테나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말은, 이안으로서는 정말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자네, 혹시 용기사단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 * *

이안은 용기사단에 대해 들어 본 적이 당연히 있었다.

아니, 들어 본 것을 넘어 그들과 함께 전쟁을 치렀던 적도 있었으니, 이안이 용기사단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과거 지상계에서 리치킹의 군대와 맞서던 시절.

이안은 용기사단의 덕을 톡톡히 본 적이 있었다.

‘카미레스 장군이 당시에 용기사단장이기도 했었고 말이지.’

때문에 폰테나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은 더욱 이안에게 충격적인 것이었다.

용기사단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안장과 그것을 연관지어 볼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용기사단을 본 적이 있다면, 그들이 타고 다니던 드래곤들도 기억이 나겠지?”

“네. 온몸에 갑주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철갑룡들을 말씀하시는 것 같네요.”

“맞네. 바로 그 녀석들일세.”

“……?”

“이 황금빛 안장은 평범한 비룡들을 철갑룡으로 진화시켜주는, 강력한 초월마력이 담긴 아티팩트라는 말일세.”

이안은 철갑룡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냥 그런 종류의 용족이 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그에 대한 정보는 지금까지 전무했었다.

그렇기에 폰테나스로부터 듣는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철갑룡이 된 비룡은, 계약을 맺은 안장의 주인과 영혼으로 연결된다네. 아마 안장이 있다면, 소환술사가 아니더라도 철갑룡과 계약하는 것이 가능할 거야.”

“그럼 어떻게 되는 거죠……?”

“나도 철갑룡을 가져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하게는 모르네만, 녀석이 가진 전투 능력의 일부가 이 아티팩트의 공능을 통해 주인의 능력에 더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

“……!”

“물론 철갑룡을 타고 있을 때만 녀석의 능력을 빌려쓸 수 있겠지만 말일세.”

“능력을 얼마나 빌려올 수 있는 건데요?”

“글쎄. 이 또한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 절반 가까이 빌릴 수 있다고 알고 있다네.”

이안이 생각하기에 폰테나스의 설명은 그야말로 혁명 그 자체였다.

‘탑승한 소환수의 능력을 빌려와서 쓸 수 있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애초에 영웅(초월) 등급인 비룡만 하더라도, 아이템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의 같은 레벨 유저보다는 월등한 전투 능력을 자랑한다.

한데 그런 비룡이 철갑룡으로 진화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전설 등급 소환수만 한 능력치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치의 절반을 빌려와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내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냥 전투 스텟 자체가 한 배 반 이상은 강력해지겠네.’

입을 쩍 벌린 채 멍한 표정이 된 이안.

그런 그를 보며, 폰테나스가 껄껄 웃어 대었다.

“허허, 그런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내 이야기를 확실하게 이해한 게 분명하구먼.”

“그, 그러네요.”

“어떤가. 이 안장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 무척이나 후회되지 않는가? 하핫!”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의 인벤토리 안에 안장이 들어 있지 않았더라면, 이 세 가지의 선택지 중에는 확실히 안장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으니 말이다.

‘고마워요, 폰테나스. 하마터면 장식용으로 쓸 뻔한 황금빛 안장을……. 덕분에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네요.’

이안은 인벤토리 안에서 자신의 안장을 꺼내어 보여 주며 폰테나스를 약 올리고 싶었지만 그것은 꾹 참기로 하였다.

이 용천에 있는 한 앞으로도 만날 일이 있을 것 같은 NPC였기 때문에, 굳이 적대적인(?) 관계로 남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이안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폰테나스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폰테나스.”

“말씀하시게.”

“이 황금빛 안장을…… 혹시 용천주화로 구매할 수는 없을까요?”

이안의 물음에 더욱 흡족한 표정이 된 폰테나스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흐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세.”

“……!”

“이 황금빛 안장을 언제나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이렇게 상점에 들어와 있으니까 말이야.”

폰테나스의 말에 이안은 이채를 띄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서 한 가지 궁금증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 세 가지 물품은 항상 보유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저처럼 이 비천각을 처음 방문한 중간자에게 세 가지 물품 중 하나를 선물해 주실 테니까요.”

이안의 질문에 폰테나스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하였다.

“하하, 내가 비천각에 처음 방문하는 손님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맞지만, 그 품목이 이 세 가지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네.”

“그럼……?”

“비룡의 알은 언제나 고정이지만, 나머지 두 가지 물품은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정하기 때문이지.”

“그……렇군요.”

“그리고 자네가 고른 파괴의 목걸이나 이 황금빛 안장은, 나조차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라네.”

“오호.”

“특히 이 안장을 용천주화로 사고 싶다면, 못해도 50만 냥 정도는 줘야 할 거야.”

폰테나스의 말에, 이안은 기겁을 하고 말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이안이 모은 용천주화는 총 7천 냥 정도에 불과했으니, 거의 그 1백 배에 달하는 값이 어마어마하게 느껴진 것이었다.

“그……럼 지금 제가 가진 7천 냥 정도로는, 지금 살 만한 물건이 있을까요?”

이안의 물음에 폰테나스는 피식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 정도의 주화로는 이곳에서 살 만한 물건이 없을 것이네.”

“쩝…….”

“끽 해야 아티팩트를 만드는 데 쓰이는 드래곤 본 같은 재료들을 구입할 수 있을 텐데, 그 또한 대량으로 구입하지 않는다면 별 의미가 없지.”

“그렇군요.”

“반값 할인의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 줄 테니, 오늘은 이 목걸이나 잘 챙겨서 나가시게나.”

최초 보상을 허무하게 날리게 되는 줄 알았던 이안은 폰테나스의 말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음에는 못해도 한 1백만 냥 정도 모은 다음에 비천각을 찾아야겠어.’

그리고 생각 외로 따뜻했던 폰테나스의 인성에,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크, 할배 비위 맞춰 주길 정말 잘했군. 덕분에 여기서 많이 뽑아 가네.’

이안은 비천각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비룡의 알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았다.

비룡의 알은 용천주화가 얼마나 있어야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비룡의 알/등급 : 영웅(초월)/가격 : 75,000냥(단위 : 용천주화)

‘쩝, 이것도 제법 비싸네. 직접 비룡을 포획해야 하는 건가?’

입맛을 다신 이안은, 더 이상 미련두지 않고 비천각을 빠져나왔다.

암천궁으로 가는 길에 비룡을 한번 찾아볼까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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