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692화 (702/1,027)

< 692화 1. 루가릭스의 제안 (2) >

* * *

원래 중천에서 천비각을 찾는 일이란, 어지간한 히든피스를 찾는 일만큼 어려운 것이었다.

중천의 맵 자체가 워낙 드넓은 데다, 누군가 천비각을 찾으면 또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버리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안은 운이 엄청나게 좋아서 중천에 올라오자마자 우연히 천비각을 만나게 된 것일까?

그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본래 유저가 중천에 올라오게 되면, 처음 한 번 정도는 천비각이 그가 움직이는 경로에 나타나도록 되어 있었다.

이것은 누구든지 한 번씩은 전부 이 천비각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LB사 기획팀의 배려(?)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갑네, 암천의 조력자여. 이 중천에 처음 당도한 그대를 위하여 내가 한 가지 선물을 하고자 한다네.”

“오, 선물요?”

“그래. 이것은 선물이지. 그대가 빨리 성장하여 용들의 가문에 보탬이 되는, 뛰어난 조력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주는 선물이라 생각하시게.”

“오호.”

“이것들 중 하나를 선택하시게. 뭘 선택하든 한 가지는, 내 무상으로 자네에게 주도록 하지. 아마 자네에게 필요한 물건들일 게야.”

처음 천비각에 들어섰을 때 봤던 메시지처럼, 천비각주 폰테나스는 이안에게 한 가지 물건을 선물하려 하였다.

그리고 이안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총 세 가지였다.

-???/등급 : 알 수 없음

-???/등급 : 알 수 없음

-???/등급 : 알 수 없음

황금빛 단상에 올라 있는, 세 개의 커다란 유리 상자.

그리고 그 위에 씌워져 있는 까맣고 반투명한 비단 재질의 천.

그 앞에서 멍한 표정이 된 이안을 향해 폰테나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물건에 대한 정보는 자네가 먼저 선택한 뒤에 설명해 주도록 하겠네.”

“정보를 먼저 알고 선택하는 게 순서 아닌가요?”

“클클, 그러면 재미가 떨어지지 않는가. 이럴 땐 원래 좀 쫄깃한 맛이 있어야 하는 법.”

“아니, 최소한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라도 보여 주셔야…….”

NPC라고는 믿을 수 없는 폰테나스의 대사를 들으며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폰테나스가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흐음, 그렇다면 이 천쪼가리 정도는 걷어 주도록 하지.”

폰테나스가 한차례 손을 휘젓자, 상자에 올려져 있던 검은 천들이 스르륵 하고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러자 유리 상자 안에 각각 들어 있는 세 개의 아이템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안이 추가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아이템의 이름과 등급 정도까지였다.

-파괴의 목걸이/등급 : 영웅(초월)

-황금빛 안장/등급 : 영웅(초월)

-비룡의 알/등급 : 영웅(초월)

그런데 다음 순간…….

“……!”

선택지를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살짝 확대되었다.

폰테나스가 내민 아이템들 중 무척이나 낯익은 물건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어, 다른 건 몰라도 이 황금빛 안장은…… 내가 가지고 있는 거랑 똑같잖아?’

이안은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가 상자 주변을 돌아보며 안장의 생김새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그는 곧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이 지금 자신의 인벤토리 안에서 썩고 있는 황금빛 안장과 같은 물건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니, 이게 왜 여기서 나와?’

‘중간자’가 되기 위한 용사의 의식을 마치고, 그 보상으로 받았던 아이템인 황금빛 안장.

이것은 무려 영웅(초월) 등급의 아이템이었지만, 이안은 아직까지 이 아이템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어떻게 쓰는지 알아야 쓰지.’

아이템의 용도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황금빛 안장

분류 : 잡화

등급 : 영웅 (초월)

황금빛으로 빛나는 ‘안장’ 모양의 고대 유물입니다.

탈것의 등에 얹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템입니다.

*아직 사용되지 않은 아이템입니다.

*봉인된 아이템입니다. 사용법을 알아낼 시 봉인이 해제됩니다.

*유저 ‘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안은 이 안장을 처음 얻었을 때 사용법을 알아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 봤었다.

최근 들어 가장 자주 탑승하는 까망이와 원조 자가용(?) 할리를 데려다 놓은 뒤 널찍한 할리의 등에 올려도 보고, 길쭉한 까망이의 목에도 걸어 보는 등 정말 별짓을 다 해 본 것이다.

그에 더해 로터스에서 유일한 탐험가 클래스 랭커인 릴슨에게도 자문을 구해 보았지만, 그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을 뿐.

‘애초에 고양이 등에나 맞을만한 사이즈인데, 이걸 소환수 등에 어떻게 얹는다는 건지…….’

그래서 결국 이 안장은 ‘장식용’인 것으로 판명(?)이 났고, 지금까지 이안의 인벤토리에서 썩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이 쓸모없는 물건은 왜 또 등장한 건데…….’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세 가지 선택지 중 황금빛 안장을 곧바로 제외해 버렸다.

폰테나스에게 안장의 용도를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었으나, 적어도 지금은 대답해 주지 않을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안은 파괴의 목걸이와 비룡의 알을 놓고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흐음, 비룡의 알은 딱 봐도 소환수 알인데, 등급이 영웅(초월) 등급이라…….’

소환수에게 ‘초월’ 등급의 의미는 아이템이 가진 ‘초월’의 의미보다 크지 않다.

지상계에서 얻은 소환수라 하더라도, 주인이 중간자의 위격을 얻는다면, 자연스레 ‘초월’등급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추가로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 이안은 ‘신화(초월)’ 등급의 포텐을 가진 소환수도 여럿 보유하고 있는 것.

‘전설(초월)’ 등급이었던 드라코우도 과감히 판매했던 이안에게 고작(?) ‘영웅(초월)’ 등급의 비룡이 성에 찰 리가 없었다.

‘영웅 등급 정도 소환수는 지금 나한테 별로 의미가 없겠지.’

마지막으로 이안의 시선이 새카만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향해 고정되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이 정해진 상황이었다.

‘이 파괴의 목걸이가 아무래도 제일 낫겠어. 어쨌든 영웅(초월) 등급의 목걸이라면, 최소한 지금 내가 쓰는 잡템보다는 좋을 테니 말이야.’

나름 논리적인 사고의 흐름을 통해 마음을 결정한 이안은 파괴의 목걸이를 향해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마음을 정했으면, 과감히 지르는 게 이안의 스타일이었으니 말이다.

“폰테나스, 저 이걸로 고를래요.”

그리고 그런 이안의 빠른 결정에, 오히려 폰테나스가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음, 벌써 선택하신 겐가?”

“네. 어쩐지 이 목걸이가 제게 가장 큰 도움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이미 목걸이가 들어 있는 상자를 집어 든 이안.

그런 그를 보며, 폰테나스는 재미있다는 표정이 되었다.

“오호, 자네 소환술사 아닌가?”

“맞죠.”

“후후, 의외로군. 소환술사가 소환술사와 가장 관련이 없는 아이템을 고르다니 말이야.”

폰테나스의 말에, 이안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떤 아이템인지 아직 확인도 못 했는데, 소환술사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압니까?”

“나머지 두 개가 ‘안장’과 ‘소환수 알’인데, 그냥 생긴 것만 봐도 알 법하지 않은가?”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여하튼 이안은 이미 ‘파괴의 목걸이’ 아이템을 선택했고…….

띠링-!

-‘파괴의 목걸이’ 아이템을 선택하셨습니다.

-‘파괴의 목걸이/등급 : 영웅(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이안의 인벤토리에서는, 아름다운 흑요석 목걸이가 기묘한 칠흑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거 거의 공으로 얻은 아이템이라서 그런가, 흐흐, 이렇게 보니 뭔가 더 좋아 보이는데?’

목걸이를 인벤토리에서 꺼낸 이안은 곧바로 아이템의 정보 창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파괴의 목걸이’라는 멋들어진 이름과 영웅(초월)이라는 높은 등급에 걸맞게 목걸이의 정보 창은 무척이나 화려하였다.

-파괴의 목걸이

분류 : 목걸이

등급 : 영웅 (초월)

착용 제한 : ‘중간자’의 위격 보유

내구도 : 333/333

옵션 : 모든 전투 능력 +25(초월)

힘 +50(초월)

민첩 +30(초월)

지능 +75(초월)

-치명타 확률이 5퍼센트만큼 증가하며, 치명타 피해량이 3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근접’ 공격의 위력이 1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물리’ 속성의 공격 스킬 위력이 1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1톤(1,000킬로그램) 이상의 몸집을 가진 대형 몬스터에게 50퍼센트만큼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거신족’ 종족의 몬스터를 공격할 시, 20퍼센트만큼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고유 능력 (봉인)

???(알 수 없음)

최고급의 흑요석에 어둠의 힘을 봉인하여 만든 파괴의 목걸이입니다.

고대 용천의 용족들이 거신족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 낸 강력한 아티팩트입니다.

*봉인된 아이템입니다. 조건을 충족할 시 봉인이 해제됩니다.

*성장형 아이템입니다. 봉인이 해제될 시 아이템의 등급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유저 ‘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일단 부가 스텟만 봐도 충분히 합격점이야. 원래 쓰던 희귀 등급 목걸이는 바로 버릴 수 있겠군.’

카일란에서 착용 가능한 모든 장비들은 부위에 따라 붙을 수 있는 스텟의 양이 제각각 다르다.

대검의 경우 ‘힘’ 스텟이 붙을 확률이 가장 높고 그 수치도 높은 반면, 목걸이의 경우 ‘지능’이 주력 스텟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파괴의 목걸이에 붙은 50이라는 힘 스텟은 오히려 아래 붙어 있는 75의 지능 스텟보다 훨씬 고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치명타 확률에 치명타 피해까지 있고, 각종 증뎀도 엄청나게 붙어 있네.’

근접 공격의 위력증가도 충분히 훌륭한 옵션이었지만, 이안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모든 물리 속성의 공격 위력을 증폭시켜 주는 옵션이었다.

그에 더해 대형 몬스터에게 대량의 추가 피해를 입힐 수 있게 해 주는 옵션 또한, 유용하게 쓸 일이 많을 것 같았다.

‘대부분의 보스 몬스터들이 대형 몬스터이니 말이지.’

이안은 무척이나 만족하였다.

마지막으로 붙어 있는 ‘거신족’종족에 한한 위력 증가 옵션의 경우에는 위의 다른 옵션들에 비해 조금 활용도가 떨어져 보였지만, 전반적으로 목걸이에 버릴 옵션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었다.

“훌륭하네요, 폰테나스. 엄청 마음에 드는 목걸이에요.”

이안의 반응에, 폰테나스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후후, 확실히 대단한 아티팩트지. 주인을 잘 만난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구먼그래.”

그리고 이쯤 되자, 선택하지 못했던 나머지 두 개 아이템들에 대한 정보도 궁금해졌다.

비룡의 알에서는 대체 어떤 소환수가 나오는 것인지, 황금빛 안장은 대체 뭐에 쓰는 물건인지 말이다.

“그런데 폰테나스.”

“음?”

“이제, 나머지 두 물건에 대해서 좀 여쭤 봐도 될까요?”

“나머지 두 물건이라면, 저 안장과 비룡의 알을 말함인가?”

“네. 그렇지요.”

이안의 물음에, 폰테나스가 씨익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갖지 못한 물건에 대해 들어서 뭘 하려고 그러는가. 괜히 배만 아파질 텐데 말이야.”

“……!”

“하지만 기왕 물어봤으니 친절하게 설명해 주도록 하겠네. 난 자네의 배 아픈 표정이 보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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