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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91화 (701/1,027)

< 691화 1. 루가릭스의 제안 >

암천궁으로 향하는 길은 무척이나 험난하였다.

이안이 예상했던 것처럼 길 자체도 복잡하였으며, 암천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레벨도 점점 더 높아졌으니 말이다.

방금 이안이 처치한 다크 드라쿤의 경우, 무려 초월 51레벨이라는 무지막지한 레벨을 가지고 있었던 것.

“으음, 경험치는 많이 줘서 좋은데, 슬슬 힘에 부치기 시작하는걸.”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대부분 일반 등급의 잡몹들이었기에망정이지 만약 유일 등급 이상의 몬스터들이었더라면, 아마 이안이라 하더라도 여러 번 위기를 맞았을 것이었다.

‘아직 난이도가 왜 B~SSS라고 표기됐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난이도가 S정도는 되는 것 같군.’

한 무리의 몬스터를 전부 처치한 이안은, 잠시 정비할 곳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적된 피해로 인해 가신들과 소환수들의 생명력이 제법 닳아 있었기 때문에, 회복하고 정비할 만한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던 것이다.

“카카, 주변에 쉴 만한 곳은 찾아 뒀어?”

“제법 안전해 보이는 장소를 한 곳 찾아 두기는 했다, 주인아.”

“그럼 앞장서 봐. 잠깐 정비하고 움직여야겠어.”

“알겠다. 그런데 여기서 거리가 조금 있다.”

“얼마나?”

“한 10분 정도는 움직여야 할 거다.”

“오케이, 그 정도야, 뭐.”

이안의 명령을 받은 카카는 폴폴거리며 날아갔고, 이안은 주변을 경계하며 조심스레 그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 카카가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던 이안은 잠시 후 조금씩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 뭔가 맵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온통 짙은 회색 빛깔로 뒤덮여 있던 맵의 분위기가 점점 밝아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카카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이안의 두 눈이 뭔가를 발견하고는 크게 확대되었다.

“오, 이건 뭐지? 이런 곳에 뜬금없이 웬 건물이…….”

암천의 분위기와는 무척이나 대비되는, 밝은 자색 빛깔을 띤 동양풍의 건축물.

석재를 차곡차곡 쌓아 만들어진 20미터 정도 높이의 제단에, 팔각형의 기와 지붕을 가진 정자 같은 건물이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뭔가 새로운 콘텐츠라도 있는 건가?’

기대에 찬 표정이 된 이안은 망설임 없이 제단을 향해 다가갔고, 다음 순간 그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천비각(天秘閣)을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이 750만큼 증가합니다.

* * *

중천에는 용가(龍家)라고 불리는 오대가문(五代家門)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서로를 적대하는 관계는 아니다.

다만 각자 중천을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 되어 서로 간에 선의의 경쟁을 할 뿐.

하여 이 오대가문들에게 ‘동맹’이라는 존재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그들의 세력은 무척이나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때문에 어떠한 동맹을 얻느냐에 따라 도태되거나 앞서 나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 다섯 가문들에는 각각 ‘시험관’이라는 직책을 가진 NPC들이 존재했다.

자신들에게 동맹을 신청한 조력자가 어떤 종류의 능력을 가졌는지, 또 얼마나 뛰어난지, 시험 임무를 통과하는 동안 그를 관찰하고 인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지금 암천의 시험을 진행 중인 이안에게도 ‘시험관’ NPC들이 붙어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이안의 눈앞에 나타난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흐음, 다카론.”

“응?”

“이번에 잘하면, 오랜만에 A등급 이상의 조력자를 얻을 수도 있겠어.”

“그러게. 정말 놀라운 인간이야. 저렇게 저급한 초월의 힘을 가지고 이 정도의 전투력을 보여 주다니 말이야.”

“후후, 우리 암천에 오랜만에 인재가 들어온 것 같군.”

“맞아. 잘만 키우면, A급이 아니라 S급의 조력자로 성장할 수도 있겠어.”

암천의 조력자들을 관리하는 시험관이자 ‘쉐도우 드래곤(Shadow Dragon)’인 다카론과 마카론.

두 드래곤은 이안의 일거수일투족을 체크하며 흡족해하는 중이었다.

처음 암천에 나타난 이안을 보았을 때에는, 중천에 올라온 것 치고 너무 낮은 레벨에 실망했으나,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이안의 비범함을 여기저기서 확인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시험은 사실상 끝난 거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절차대로 진행해야겠지?”

“당연한 소리. 저자가 암천궁의 문을 본인의 손으로 열 때까지, 시험은 계속 진행되어야 해. 1천 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오대가문의 규율을 어길 수는 없지.”

“흐음……. 이제 슬슬 암천곡(暗天谷)으로 진입할 텐데, 아무리 저 인간이 대단해도 초월 50레벨도 안 되는 능력으론 무리가 아닐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저자가 위험해지기 전에 우리가 나서서 다른 길로 인도해야겠지.”

“뭐, 그렇긴 하지만, 까딱 잘못해서 사나운 드레이크들에게 저 인간이 당하기라도 하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단 말이야.”

“하긴, 그것도 그래. 만약 그렇게 되면, 아까운 인재를 다른 가문에게 빼앗겨 버리겠지.”

“휴우, 그럴 일 없도록 눈에 불을 켜고 지켜봐야겠어.”

온통 새까만 무복에 까만 두건을 머리에 맨 두 남자, 아니, 마치 닌자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두 드래곤은 나직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저 인간은 천비각(天秘閣)에서 뭘 가지고 나올까?”

“글쎄. 첫 방문에서 뭘 사는지가 정말 중요한데 말이지.”

“소환술사이니, 아마 비룡의 알 같은 걸 가지고 나오지 않을까? 소환술사들은 우리 용족을 소환수로 부릴 수 있다고 하면 보통 환장하잖아.”

“글쎄……. 이미 드래곤 소환수들을 부리고 있는 저 인간은, 다른 소환술사들과 다를지도 모르지.”

다카론과 마카론.

두 드래곤은 허공에 두둥실 떠오른 채 어둠속에 숨어 한 곳을 계속해서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곳에는 하늘로 우뚝 솟아있는 천비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 * *

천비각은 무척이나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높다란 석탑에 자리한 것까지는 그렇게까지 특이하다고 할 수 없었으나, 탑을 오를 수 있는 계단 같은 것이 전혀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부분은, 누가 보더라도 특이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천비각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플라이 마법 같은 허공을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거나 비행 능력을 가진 ‘탈 것’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용족들 대부분이 하늘을 날 수 있어서, 건축물을 이런 식으로 지어 놓은 건가?’

물론 비행 가능한 소환수를 여러 마리 보유하고 있는 이안은, 어렵지 않게 석탑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쐐애액-!

날개를 멋들어지게 펼친 까망이가 허공을 가르며 순식간에 이안을 석탑으로 데려다 주었으니 말이다.

탓-!

이어서 가벼운 걸음으로 제단에 내려 선 이안은 고개를 들어 건물의 정면에 박혀 있는 커다란 현판을 올려다보았다.

멋들어진 필체로 쓰여 있는, 천비각이라는 세 글자.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조심스레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안의 눈앞에 또다시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천비각에 입장하였습니다.

-한국 서버 최초로 천비각에 입장하셨습니다.

-숨겨진 품목을 세 가지 더 확인할 수 있습니다.

-1회에 한해, 모든 물건을 절반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천비각에 입장하셨습니다.

-1회에 한해, 원하는 물건을 무상으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천비각주가 지정하는 품목 중에서만 선택이 가능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떠오른 최초 발견 보상 메시지만 보아도 대략적인 콘텐츠의 종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호, 비밀 상점 같은 느낌의 콘텐츠인 건가?’

게다가 보상 메시지 뒤에 추가로 떠오른 메시지들은 이 건축물의 이름이 왜 ‘천비각’인지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암천에서 천비각이 발견되었습니다.

-천비각의 위치가 은폐됩니다.

-5분 뒤에, 천비각은 다른 위치로 이동됩니다.

‘이건 뭐 숨바꼭질도 아니고…….’

하늘(天)에 숨겨진(秘) 집(閣)이라는, 그 이름에 걸맞은 특별한 콘텐츠.

이 천비각은 중천의 랜덤한 곳에 무작위로 생성되는, 숨겨진 콘텐츠였던 것이다.

어쨌든 이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고, 곧 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건물의 안쪽에는 외관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한 금장과 휘황찬란한 물품들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주름진 얼굴을 가진 한 NPC가, 놀란 표정의 이안을 맞아 주었다.

“어서 오시게, 연자(緣者)여. 기다리고 있었다네.”

그리고 그 NPC의 머리 위에는, 보랏빛으로 선명한 한 줄의 글귀가 떠올라 있었다.

-천비각주 폰테나스 : Lv. 100 (초월)

* * *

카일란 기획3팀, 4월 기획 보고서 확정안 中 발췌.

……중략……

A-12 가신 콘텐츠

1. 인간계에서 얻은 가신의 경우 중간계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1) 가신의 레벨이 500이상일 것.

(2) 가신의 명성이 1,000만 이상일 것.

(3) 가신의 등급이 ‘영웅’ 등급 이상일 것.

*만약 위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더라도 ‘유피르 산맥’에서 받을 수 있는 ‘용사의 자격 증명’ 퀘스트를 가신이 완수한다면 해당 가신을 중간계로 데려올 수 있다.

*가신이 ‘용사의 자격 증명’퀘스트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가신의 주인인 유저가 ‘중간자’의 위격을 가지고 있어야 함.

2. ‘중간자’의 위격을 획득한 뒤 ‘명성(초월)’을 1만 이상 쌓는다면, 중간계의 NPC를 가신으로 등용할 수 있다.

*중간계에서 등용한 모든 가신은, 지상계로 데리고 갈 수 있다.

……중략……

A-17 중간계 최초 보상 관련 세부 설정.

1. 현재까지 기획된 모든 최초 발견 보상은, 서버별로 분류된다(차후 세계 최초 보상 추가 예정).

*이 경우 해당 발견이 세계 최초의 업적이라 할지라도, 유저의 국적과 소속 서버의 최초 발견으로 등록되며 그에 걸맞은 등급의 보상이 지급된다.

2. 신화(초월) 등급 이상의 중간계 필드 보스 처치의 경우 모든 Case에 세계 최초 업적이 적용된다.

*이 경우 해당 클리어가 세계 최초 업적일 시 ‘카일란 최초’라는 수식이 붙게 되며 그에 맞는 보상이 지급된다.

……후략……

문서 등급 : 대외비

기획 보고자 : 기획3팀 팀장 나지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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