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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90화 (700/1,027)

< 690화 6. 반가운 재회 (4) >

* * *

띠링-!

-돌발 퀘스트가 발동하였습니다.

-‘능력을 증명하라! Ⅰ’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막 전투가 벌어지려던 시점.

이안은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에 살짝 움찔하였다.

이런 식으로 생성되는 퀘스트를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척이나 희귀한 경우이기 때문이었다.

‘뜬금없네. 돌발 퀘스트라니……. 하긴, 뜬금없으니까 돌발 퀘스트겠지.’

실 없는 생각을 떠올린 이안은, 전투가 벌어지기 전 재빨리 퀘스트 내용을 살펴보았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구체적인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해야, 최대한 임무에 맞게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퀘스트의 내용은 무척이나 심플하였다.

-‘능력을 증명하라!Ⅰ’

당신은 중천에서 함께 할 용족의 가문으로, ‘암천’의 가문을 택하였다.

하지만 자존심 센 용천의 가문들이, 아무런 조건 없이 당신을 동맹으로 인정해 줄 리 없다.

드넓은 암천의 대지를 거슬러 올라 암천궁에 도달하는 동안, 수많은 어둠의 망령들이 당신을 공격할 것이다.

그들로부터 살아남아, 무사히 암천궁에 도착하자.

암천궁의 정문에 도착하여 암천패를 꺼낸다면 그 안으로 입장할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B~SSS (초월)

퀘스트 조건 : ‘중간자’의 위격을 획득한 자.

승천의 조건을 충족하여 용오름에 오른 자.

중천의 동맹으로 ‘암천’을 선택한 자.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능력을 증명하라! Ⅱ’ 연계 퀘스트 발동.

용족의 가문, ‘암천’에서의 공헌도 500 획득.

명성(초월) +500

*거절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암천궁에 도착하기 전에 한번이라도 게임 아웃된다면 퀘스트에 실패하게 됩니다.

*퀘스트에 실패할 시 ‘승천’퀘스트부터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퀘스트에 실패할 시 50일 동안 ‘암천’을 동맹으로 지목할 수 없습니다.

뭔가 조건과 부연 설명은 많은 편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이 퀘스트의 목적은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었다.

살아남으라. 그리고 북쪽 끝에 있는 암천궁까지 도달하라.

다만 한 가지 이안의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퀘스트의 난이도였다.

‘이건 뭐지? 이런 식으로 난이도가 표기되는 건 이 게임 하면서 처음 보는데…….’

이런 식으로 퀘스트의 난이도가 범위로 지정되어 있는 경우는, 이안조차도 완전히 처음 보는 케이스였던 것이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암천으로 가는 길을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다르다는 걸까?’

화르륵-!

이안은 머릿속으로 난이도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서, 그와 동시에 화염시의 시위를 팽팽히 잡아당겼다.

“일단……. 이놈들부터 다 잡고 나서 생각하지, 뭐.”

이어서 이안의 활시위를 떠난 시뻘건 화염의 화살이 전면의 어둠을 가로지르며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 * *

이안은 루가릭스를 찾기 위해 암천을 택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천의 버프와 시너지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안에게는 카카가 있었고 까망이가 있었으며, 어둠과 최고의 시너지를 내는 가신인 헬라임이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다른 버프는 몰라도, 모든 공격에 어둠 속성이 붙는 옵션이 진짜 쓸 만하군.’

이안의 손에서 쏘아져 나간 불화살이 ‘쉐도우 드라쿤’의 등짝에 틀어박히자, 그와 동시에 시커먼 기운이 그 위에서 피어오른다.

‘암천의 인장’ 부가 효과가 발동한 것.

-암천의 인장을 지닌 유저가 적에게 모든 종류의 피해를 입힐 시, 총 대미지의 5퍼센트에 달하는 어둠 속성의 마법 피해를 추가로 입힙니다.

그리고 어둠의 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그 위로 시커먼 그림자가 스르륵 하고 나타났다.

-가신 ‘헬라임’의 고유 능력 ‘다크 비전’이 발동됩니다.

-어둠의 힘으로 인해 헬라임의 공격력이 순간적으로 강력해집니다.

-헬라임의 공격력이 10초 동안 25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어둠의 힘이 머무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날 수 있다는 그 고유 능력의 설명처럼, 헬라임의 다크 비전은 어둠 속성의 이펙트가 터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250퍼센트만큼 증가하여 배수로는 3.5배가량 뻥튀기된 헬라임의 일격은…….

콰아앙-!

그림자 도마뱀의 두개골을 그대로 찌그러뜨려 버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드득-!

-가신 ‘헬라임’이 몬스터 ‘쉐도우 드라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쉐도우 드라쿤’의 생명력이 12,350만큼 감소합니다!

-‘쉐도우 드라쿤’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쉐도우 드라쿤’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수치상으로 도저히 초월 30레벨짜리의 공격력이라고 믿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헬라임의 다크 비전.

물론 이 정도의 파괴력으로 초월 40레벨이 넘는 도마뱀이 한 방에 즉사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카이자르를 비롯한 다른 소환수들의 공격이 누적되었기 때문에, 헬라임의 검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크 비전의 위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크 비전의 고유 능력 정보 창에는 하나의 조건부 발동옵션이 달려 있었으니 말이다.

*다크 비전으로 적을 처치했을 시 다크 비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됩니다(최대 10회까지 적용되며, 10회 연속으로 다크 비전이 발동하였을 시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지 않습니다).

활용이 까다롭긴 하지만, 지금처럼 맷집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일반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어마어마한 효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옵션.

이미 카르세우스 등의 광역 스킬로 인해 양념이 된 그림자도마뱀들은, 다크 비전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우웅-!

‘처치’ 조건부 재사용 대기 시간 초기화 옵션이 발동함과 동시에 헬라임의 그림자가 또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크 비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가신 ‘헬라임’의 고유 능력 ‘다크 비전’이 발동됩니다.

쾅- 쾅- 콰쾅-!

카카의 어둠 장판이 깔려 있는 데다 ‘암천의 인장’ 버프가 중첩되고, 거기에 헬라임이 날뛸 수 있도록 이안의 화살이 정확히 어둠 속성을 적들에게 발라 주니 헬라임은 다크 비전의 한계 발동 횟수인 10회가 가득 찰 때까지 미친 듯이 도마뱀들의 두개골을 부수고 다닐 수 있었다.

-‘쉐도우 드라쿤’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쉐조우 드라쿤’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쉐조우 드라쿤’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후략……

거기에 까망이의 어둠의 날개와 카이자르의 대검이 춤추듯 전장을 휘저으니, 이안을 둘러싸고 있던 열댓 정도의 그림자 도마뱀들은 순식간에 전멸당하고 말았다.

치이익-!

-‘쉐조우 드라쿤’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4,829만큼 획득합니다.

그리고 이안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재밌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새로운 재화(財貨)를 얻은 것이다.

-용천주화(龍天鑄貨)를 25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 * *

띠링-!

-모든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중간자’의 위격을 획득하셨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초월 장비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략……

-이제부터 모든 가신들을 중간계로 데려올 수 있습니다(가신들의 초월 레벨은 1레벨부터 시작됩니다).

-‘시공의 열쇠’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용사의 마을 ‘내성’에 있는 ‘시공의 탑’에서 시공의 열쇠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후략……

눈앞에 주르륵 하고 떠오른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들.

그것을 전부 확인한 ‘요나스’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확실히 중간계 콘텐츠의 본격적인 시작은, 중간자를 다는 것부터였군.”

독일서버의 클래스 통합 랭킹 3위이자 전사 클래스 랭킹 1위의 유저인 요나스.

그의 얼굴에는 지금, 숨길 수 없는 자부심과 뿌듯함이 어려 있었다.

몇 날 밤을 새며 용사의 의식 퀘스트를 진행한 끝에, 드디어 중간자의 위격을 획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제일 힘들었던 조건은 영웅의 협곡 1승 획득이었어. AI 주제에 그렇게 난이도가 높을 줄은 몰랐지.’

요나스가 속해 있는 독일 랭커 팀은, 정말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영웅의 협곡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1회 차에서 클리어에 성공한 로터스 팀의 영상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까딱하면 패배할 뻔했을 정도로 AI난이도가 상당했던 것이다.

그리고 영웅의 협곡까지 경험하고 나자, 요나스는 이제 이안이라는 유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영웅의 협곡에 들어가서 헥사 킬을 내며 캐리하는 것은, 운이나 팀 서포팅이 아무리 좋다고 해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일주일 전쯤 이안이 최초의 중간자 달았다고 떴으니까, 나도 한 열 손가락 안에는 들겠지?”

비록 처음 중간자를 달 때부터 초월 35레벨이었던 이안과 달리 요나스의 초월 레벨은 고작 13레벨에 불과했지만, 세계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빠르게 중간자를 달성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자부심가질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요나스가 최대한 빨리 중간자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후후, 이제 중간자가 되었으니 왕국의 가신들을 전부 다 데려와 볼까?”

요나스는 독일 서버에서 가장 큰 왕국의 국왕이었고, 덕분에 다른 랭커들보다 훨씬 많은 가신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그들을 전부 중간계로 데려와서 명계를 휩쓸고 다닐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흐흐. 가신 콘텐츠만큼은 내가 이안보다 우위에 있겠지. 정보통에 따르면, 이안이 중간계로 데려온 가신은 둘밖에 없다니 말이야.’

요나스는 이안의 귀족 등급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요나스가 속한 길드의 랭커 중 하나가 소천에서 우연히 이안이 사냥하는 장면을 목격하였고, 그 당시 이안은 분명히 두 명의 가신들과 함께 사냥 중이었다 하였으니 말이다.

‘영웅 등급 이상인 가신들만 모아도 스물은 넘겠지. 가신들의 초월 레벨을 최대한 올려서, 파티 사냥으로 이안의 레벨을 따라잡아야겠어.’

아무리 이안이 대단하다 하여도, 수많은 고위 등급 가신들을 끌고 다니며 사냥하는 자신보다 사냥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터.

적어도 요나스는 그렇게 생각하였고, 하여 헛된 꿈에 부풀었다.

‘크, 누구부터 중간계로 데려올까? 일단 오랜만에 가신 정보 창이나 열어 볼까?’

하지만 잠시 후.

“……!”

가신 정보 창을 위에서부터 확인하던 요나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애지중지하던 가신 하나를 소환해 보았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가 떠올랐으니 말이었다.

-해당 가신이 가진 영혼의 위격이 하등합니다.

-중간계로 가신을 불러올 수 없습니다.

“뭐, 뭐야? 어째서…… 대체 왜?”

당황한 요나스는 가신 정보 창의 세부 정보들을 열어 황급히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자신의 가신 정보 창에 등록되어 있는 백 명에 가까운 가신 목록의 옆에, 믿을 수 없는 문구가 붉은 글씨로 박혀 있었던 것이다.

그 수많은 가신들 중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말이다.

-소환 불가.

이어서 당황한 요나스의 입에서 영혼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 분명 이안은 가신들과 함께 사냥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요나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의 이 상황.

때문에 그의 머릿속에서는 하나의 결론밖에 나올 수 없었다.

“이거…… 버그야! 버그가 분명해! 신고해야겠어!”

잔뜩 기대했던 가신 콘텐츠가 거하게 뒤통수를 후려치자, 정신이 혼미해진 요나스는 그대로 로그아웃하여 접속을 종료하였다.

당장 카일란 독일 지사에 전화하여 버그 신고를 할 생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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