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4화 5. 용들의 땅 (2) >
* * *
이안이 놀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로, 기대했던 영웅(초월)보다도 더 높은 등급의 장비가 나왔다는 것과 두 번째로, 아이템을 얻은 것만으로 새로운 칭호를 획득했다는 것.
그 때문에 아직 아이템과 칭호의 정보를 확인해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의 표정은 잔뜩 들뜰 수밖에 없었다.
“크……!”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어쩌면 이 정도의 보상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영웅의 협곡에서 헥사 킬을 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말이지.’
협곡의 난이도와 6인의 적 영웅들을 한자리에서 처치해야한다는 특별한 조건을 생각했을 때, 헥사 킬은 사실 이안조차도 다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업적이긴 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얼른 확인해 볼까?’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용암의 마법 장화’ 아이템의 정보 창을 오픈하는 이안.
그리고 다음 순간, 이안의 눈앞에 화려한 아이템의 정보창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띠링-!
-용암의 마법 장화
분류 : 신발
등급 : 전설 (초월)
착용 제한 : ‘중간자’의 위격 달성.
방어력 : 935
내구도 : 337/337
옵션 : 모든 전투 능력 + 70(초월)
공격력 +225
화염 속성 피해 흡수 +10퍼센트
모든 종류의 물리/마법 공격력 +5퍼센트
모든 종류의 화염 속성 공격력 +15퍼센트
*용암의 발걸음
-지속 효과
‘화염’속성을 가진 모든 대상을 밟을 때마다 ‘불의 힘’ 버프(공격력 3퍼센트 상승)가 생성됩니다.
버프는 20초 동안 지속되며, 최대 20회까지 중첩이 가능합니다.
용암을 밟을 때마다 ‘용암의 발걸음’ 재사용 대기 시간이 1초씩 감소합니다.
-사용 효과
‘용암의 발걸음’을 활성화시킬 시 이동속도가 15퍼센트만큼 증가하며, 발을 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용암이 생성됩니다.
생성된 용암은 주변으로 조금씩 흘러내리며, 15초 뒤에 사라집니다.
용암에 닿은 적들은 매 0.3초마다 350만큼의 화염 피해를 입게 됩니다.
‘용암의 발걸음’이 활성화되어 있는 동안은 어떤 곳을 밟더라도 ‘불의 힘’ 버프가 중첩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80초)
*용암의 대지
전방으로 강력한 진각(震脚)을 밟아 지하 깊숙한 곳의 용암을 불러냅니다.
진각을 밟은 위치를 기준으로 부채꼴 모양의 범위에 공격력의 380퍼센트만큼의 강력한 화염 피해를 입히며, 같은 범위에 용암이 소환됩니다.
불러낸 용암은 부채꼴 모양으로 3초 동안 퍼져 나가며, 15초 뒤에 사라집니다.
용암에 닿은 적들은 매 0.3초마다 350만큼의 화염 피해를 입게 됩니다.
(고유 능력을 사용한 직후 3초 동안 움직일 수 없으며, 그 동안 모든 피해를 95퍼센트만큼 무효화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240초)
*유저 ‘이안’ 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용암지대’ 세트 아이템입니다.
두 파츠 이상의 세트 아이템을 동시에 착용할 때마다, 강력한 옵션이 추가됩니다.
2세트 효과
–모든 ‘용암지대’ 장비의 성능+10퍼센트(부가 옵션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3세트 효과
–모든 화염 속성 공격의 위력이 20퍼센트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모든 화염 속성 피해를 20퍼센트만큼 추가로 무효화합니다.
4세트 효과
-모든 화염 속성 공격의 위력이 30퍼센트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모든 화염 속성 피해를 30퍼센트만큼 추가로 무효화합니다.
5세트 효과
-화염 저항 능력치가 5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모든 화염 속성 공격의 치명타 피해량이 5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고대의 영웅이 사용하던 장화로, 오랜 시간 용암지대의 열기를 받아 탄생한 강력한 장비입니다.
용암의 장비들을 전부 모을 수만 있다면, 용암지대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라바 드래곤’을 처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와…….”
아이템의 정보 창을 읽어 내려가던 이안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토해 내었다.
중간계에 처음 입성했던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전설(초월) 등급의 아이템.
이 아이템은 그 등급의 값어치를 충분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신발 스펙이 이래?”
황홀한 표정으로 정보 창을 연신 확인하며, 두 눈을 꿈뻑이는 이안.
분명히 신발 파트의 아이템인데, 어지간한 갑옷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방어력을 가진데다, 특A급이라 할 수 있는 고유능력을 두 개나 가지고 있었으니.
이안은 단연코 이런 아이템을 본 적이 없었다.
‘이 용암 세트……. 영웅의 협곡 말고는 구할 방법이 없는 걸까?’
이안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초월 장비들을 초라하게 만드는 용암 장화의 스펙에, 이 용암 세트에 대한 열망은 더욱 강해졌다.
‘일단 다음 주에 열릴 순위 결정전 2회차에서 어떻게든 헥사 킬을 한 번 더 먹어야겠어.’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업적달성 보상이 1회로 제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그랬더라면, 별도의 설명이 부가되었을 테니 말이다.
‘순위 결정전 열릴 때마다 꼬박꼬박 참여해서 용암 장비상자를 최대한 모아야…….’
그런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안은 급 우울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 잊고 있던 슬픈 사실이 머릿속에 떠올라 버렸기 때문이다.
‘젠장! 생각해 보니 이번 시즌 순위 결정전은 다음 주가 마지막이잖아!’
LB사의 발표에 의하면, 영웅의 협곡 시즌은 분기마다 한 번씩 새로 오픈된다.
그리고 새 시즌이 열릴 때마다 모든 콘텐츠와 맵이 물갈이된다고 하였으니, 다음 시즌에선 용암 세트를 얻을 수 없을 확률이 무척이나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으, 이거 풀세트 모으면 다 털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새빨간 용암의 장화를 만지작거리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이안.
그런데 바로 그때, 뭔가를 발견한 이안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잠깐. 이거 그러고 보니…… 용암 세트 설명이 아직까지도 바뀌지 않았잖아?’
이안의 시선이 고정된 부분은, 용암 장화 정보 창의 최하단에 위치한 아이템 설명.
-고대의 영웅이 사용하던 장화로, 오랜 시간 용암지대의 열기를 받아 탄생한 강력한 장비입니다.
용암의 장비들을 전부 모을 수만 있다면, 용암지대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는 ‘라바 드래곤’을 처치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혹시 영웅의 협곡이 아닌 중간계의 어딘가에도 이 용암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카일란은 그렇게 허술한 게임이 아니다.
만약 이 아이템이 영웅의 협곡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장비였다면, 분명히 아이템 설명이 바뀌어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용암지대의 ‘라바 드래곤’에 대한 설명만큼은, 빠져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지금 이안이 얻은 이 신발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웅의 협곡에 신고 들어갈 수는 없는 아이템이었으니 말이다.
‘호오, 이거 재밌는데?’
때문에 이안은, 무심코 떠올린 이 가정에 점점 더 확신을 갖기 시작하였다.
“좋아. 역시 카일란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다른 용암 세트들까지 모을 생각에, 다시 신바람이 난 이안.
그런데 다음 순간, 이안의 귓전에 낯익은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이안이, 너 또 무슨 작당모의를 하고 있는 거지!”
“이안 형, 여기 숨어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또 혼자 무슨 재밌는 걸 하시려고 그렇게 음흉한 목소리로 혼자 중얼중얼 하시는 건가요?”
그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바로, 이안으로부터 ‘차원 영웅 랜덤 상자’를 받기 위해 달려온 로터스 팀의 팀원들이었다.
* * *
용사의 마을은, 중간계의 콘텐츠들을 즐기기 위해 통과해야만 하는 등용문이다.
중간자가 되기 위한 모든 절차들이 이 용사의 마을에서 진행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첫 번째 중간자가 나온 이 시점부터, 용사의 마을은 한 가지 추가적인 기능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중간계를 여행하는 모든 유저들의 베이스캠프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모든 중간계와 연결되어 있는 시공의 탑이, 이 내성 안에 설치되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
그리고 베이스캠프답게 이 내성에는, 수많은 신규 콘텐츠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거래소와 용병 길드부터 시작해서, 각종 상점과 ‘길드 관리소’라는 생소한 시스템까지.
하지만 최초로 이 내성에 입장한 로터스 길드원들의 관심사는 아직까지 ‘차원 영웅 랜덤 상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아싸, 난 영웅 등급이다!”
“멍청아, 다른 사람들도 다 영웅 등급 먹었거든?”
“아, 그래? 젠장, 내가 운이 좋은 건 줄 알았는데…….”
“훈이 네가 운이 좋을 리가 있냐?”
“와, 너무하네. 누나까지 나한테 이럴 거야?”
그리고 열 개의 모든 상자가 오픈되는 동안, 오직 이안만이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아쉽게도 용암 장비가 나오는 상자는 없었네. 나왔으면 내가 강탈하려 했는데…….’
이미 ‘용암의 마법 장화’가 가진 스펙을 확인한 이안으로서는, 그저 영웅(초월) 등급의 장비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한 다른 길드원과 달리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도 잠시.
상자 오픈식(?)이 전부 끝나고 나자, 이안은 길드원을 불러 모아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하였다.
“형, 갑자기 어디로 가는 건데?”
“잔말 말고 따라와. 이제 여기 투어해야지.”
“투어?”
전에도 언급하였지만, 이안이 굳이 이 내성으로 길드원들을 오라고 한 것은 조용한 곳이 필요해서만은 아니었다.
이 내성에 새로 생긴 콘텐츠들을 길드원과 함께 먼저 선점하는 것이 더 큰 이유였던 것이다.
“길드 관리소라는 콘텐츠가 분명히 있다고 했었는데…….”
“길드 관리소?”
“응. 중간자 달성하면서 시스템 메시지로 안내받았었거든.”
“오, 그런 것도 있어?”
이안의 이야기에 훈이를 비롯한 로터스 길드원들은 좀 더 흥미로운 표정이 되어 이안의 뒤를 쫓았다.
랭커인 그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콘텐츠라는 것은 항상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였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1시간에 걸쳐 내성 투어를 마친 이안 일행은, 몇 가지 재밌는 사실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첫째.
이 용사의 마을 내성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에 필요한 재화는, 영웅의 협곡에서 보았던 재화인 ‘차원코인’이다.
둘째.
중간계마다 통용되는 모든 다른 재화들은 ‘소르피스 은행’에서 일정한 비율로 차원코인과 교환이 가능하다.
셋째.
충분한 차원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면, ‘소르피스 부동산’에서 성안에 있는 부지를 매입할 수 있다.
넷째.
이러한 ‘내성’ 콘텐츠들이 있는 곳은, 이 소르피스 성 뿐만이 아니다.
소르피스성의 인구가 늘어나면 다른 성으로 이동할 수 있는 포털이 추가로 개방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재밌는 콘텐츠들을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안 일행의 표정은 시무룩하였다.
이 모든 콘텐츠들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재화인 차원코인.
일행에게는 그것이 단 한 푼도 없었기 때문이다.
“쩝, 뭐가 많기는 많네.”
“그러게.”
“하지만 아직까지는 뭐 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거의 없어.”
“맞아. 돈이 있어야 뭘 해 보지.”
“결국 차원코인 벌려면, 다른 중간계 가서 파밍 겁나 해야겠네.”
“그렇지.”
“아, 영웅의 협곡에서 벌었던 차원코인 다 들고 나오고 싶다.”
“나도…….”
그리고 모든 콘텐츠들을 머릿속에 저장한 이안은 이제부터 뭘 해야 할지 확실히 결정할 수 있었다.
“일단 다들 중간자 요건이나 빨리 채우라고. 난 먼저 중간계 돌아다니면서 파밍하고 있을 테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