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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80화 (24/1,027)

< 680화 4. 마지막 퍼즐 (3) >

* * *

파죽지세라는 말이 있다.

긴 시간 동안 야영지에 웅크린 채 힘을 쌓아 오던 마군 진영의 기세는, 그야말로 맹렬하기 그지없었다.

본래 마족이라는 종족 자체가 패도적인 성향을 띄는 종족이기는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낸 것이다.

마군 야영지에서부터 천군 병사들을 밀어내어, 다시 최전선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여분 정도.

그리고 중앙 라인에 있는 천군 진영의 타워까지 도달한 무스카는 드디어 천군 진영의 영웅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놈들, 겁쟁이처럼 타워 안에 숨어 있을 테냐!”

마치 팽팽하게 대치하던 전장의 초반처럼, 각자 타워 하나씩을 허깅한 채 마군 진영의 병력들을 방어하는 천군 진영의 영웅들.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본 무스카는 빠르게 눈알을 굴리며 뭔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

찾고자 했던 대상을 결국 찾지 못한 무스카의 표정이 와락 하고 구겨져 버렸다.

‘이안, 이놈은 또 어디 간 거야?’

천군 진영의 모든 영웅들 중 가장 눈엣가시 같은 녀석인 이안.

나머지 다섯 명의 천군 영웅들은 전부 발견할 수 있었는데, 또다시 이안이라는 녀석이 사라졌으니 말이었다.

“이 비겁한 녀석……!”

이안에 대한 분노에 알 수 없는 불안감까지 더해진 무스카는, 성난 얼굴로 천군 진영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앞장서겠노라! 전군, 나를 따르라!”

“와아아!”

“무스카 장군님을 따르자!”

가장 마음에 걸리는 존재인 이안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지만, 무스카는 지체하지 않고 천군 진영의 측방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렇게 기세가 올랐을 때 녀석들의 방어선을 무너뜨린다면, 제아무리 이안이라 할지라도 별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이안을 찾느라고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쿵- 쿵- 쿵-!

커다란 방패와 묵직해 보이는 대검을 양손에 하나씩 틀어쥔 무스카는, 천군 진영의 타워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였다.

그리고 그 뒤를, 발할라의 마신족 병사들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크워어어-!

-캬아오!

이어서 튼튼한 맷집을 앞세운 마신족 병사들이 타워의 공격을 받아 내자, 무스카는 잽싸게 타워의 지근거리까지 뛰어들어 대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쿠웅- 콰아앙-!

인벤토리에 마력 폭탄을 가지고 있기는 하였지만, 무스카는 그것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마력 폭탄의 경우, 설치하는 데 20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난전인 상황에서 폭탄을 설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냥 때려 패도 이제 금방 부술 정도로 공격력이 높아졌고 말이지.’

무스카는 흡족한 표정으로 자신의 대검을 슬쩍 응시하였다.

그의 대검은, 차원상인이 내어주는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해야만 구매가 가능한 최상급 무기였다.

상점표 아이템 중 가장 높은 등급인 ‘영웅(초월)’등급의 장비인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전선의 경험치를 거의 다 먹었기 때문에, 레벨 또한 최대인 30레벨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무스카의 자신감엔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원거리 공격수들은 타워를 먼저 점사하라! 영웅들을 쫓는 데 시간낭비하지 말고, 일단 타워부터 부수란 말이다!”

무스카는 대검을 쾅쾅 내려치면서도, 주변을 향해 계속해서 소리쳤다.

근처에 있는 천군 영웅인 헤르스가 자꾸 도발 스킬을 시전하여, 타워를 집중 공격하는 데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첫 번째 타워가 터지기 바로 직전.

우우웅-!

헤르스의 손바닥이 파랗게 빛나면서, 부서지기 직전의 타워가 소환해제 되었다.

위잉-!

-천군 진영의 ‘방어 타워(A)’가 소환 해제되었습니다.

-해당 타워는 3분 뒤에 재소환이 가능합니다.

무스카는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당연히 당황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예견되어 있었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어차피 후방에서 재소환한다 쳐도, 내구도까지 전부 복구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오히려 기세가 더 오른 무스카와 마군 진영의 병력들은 다음 타워를 향해 맹렬히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다음부터는, 계속해서 같은 양상이었다.

천군 진영의 영웅들은 무척이나 수비적으로 플레이하였고, E라인의 타워가 소환해제 된 것처럼 모든 라인의 타워들을 차례로 소환 해제시킨 것이다.

-천군 진영의 ‘방어 타워(B)’가 소환 해제되었습니다.

-천군 진영의 ‘방어 타워(C)’가 소환 해제되었습니다.

……후략……

처음 마군 진영에 의해 타워를 하나 잃을 때만 해도 로터스 팀원들은 소환 해제의 기능을 잘 몰랐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척이나 능숙하게 타이밍을 조절하면서, 타워를 잃지 않고 최대한 시간을 끌어낼 수 있었다.

“좋아, 레미르 누나, 이제 몇 분 정도 지났지?”

“대충 20분 정도는 버틴 것 같아.”

“괜찮네. 그 정도면 충분하겠어.”

레미르와 의미를 알 수 없는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다른 팀원들과 병사들을 인솔하여 후방으로 빠져나가는 헤르스.

그리고 멀찍이서 그들의 모습을 발견한 무스카는 더욱 찝찝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였다.

‘저놈들, 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지?’

무스카가 생각하기에는, 분명 자신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이안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오히려 최전방 라인을 미는 작업을 더 수월하고 빠른 시간 안에 해낸 것이다.

하지만 무스카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로, 아직도 이안이 나타나지 않고 있었으며.

둘째로, 천군 진영 영웅들의 표정에 여유가 넘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놈들이……. 허세를 부리는 것인가.’

하지만 사실이 어찌되었든, 무스카에게 선택지는 단 하나 뿐이었다.

이미 칼은 뽑아 들었으니, 최대한 빨리 적들을 베어 넘기는 것.

그 이상의 선택지는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놈들의 뒤를 쫓아라! 야영지에 다시 진영을 구축하기 전에 싹 밀어 버려야만 한다!”

지금 마군 진영의 병력은 무척이나 강력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야영지에 제대로 된 방어진이 구축되면 골치 아파진다.

생명의 샘 주변으로 세팅된 강력한 방어 타워들이 얼마나 까다로운지는, 무스카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때문에 기동성 좋은 영웅들을 중심으로, 최대한 빠르게 천군 야영지를 향해 달리는 마군의 병력들.

특히 집채만 한 도끼를 휘둘러 대는 마신족 병사 ‘데빌 미노스’의 위용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쿵- 쿠쿵- 쿵-!

“야영지만 밀어 버리면 차원의 홀까지는 순식간이야!”

“다들 빨리빨리 움직이지 못해!?”

그러나 잠시 후.

“……!”

기세등등하게 진격하던 마군 진영의 병력들은 야영지를 목전에 남겨 두고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야영지에 도달하기 전, 다섯 곳의 보급로가 이어지는 지점.

생각지도 못했던 광경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으니 말이었다.

* * *

영웅의 협곡에 존재하는 모든 생산성 콘텐츠를 지닌 건물들은, ‘차원코인’을 활용해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티어가 높아질수록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차원코인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 경기에서 모든 건물들을 전부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로터스 팀은, 용암지대에서 번 코인들을 전부 군수물자 관리소에 올인하기로 결정하였다.

“난 여기서 파밍 좀 더 하고 돌아갈게. 다들 이제 슬슬 먼저 돌아가 있어.”

“혼자…… 괜찮겠어?”

“한 세트만 더 모으면 용암 셋이야. 이제 화염 대미지는 간지러운 수준이라고.”

“이제 슬슬 마군 녀석들이 반격할 때가 되었으니, 너무 오래 파밍하지는 마세요, 이안님.”

“예, 레비아 님. 걱정 마세요. 한 20~30분 안에 아이템 못 먹으면, 곧바로 돌아갈 테니까요.”

용암지대에서 1시간이 넘도록 사냥한 로터스의 팀원들은, 이안만을 남겨 두고 전부 야영지로 복귀하였다.

슬슬 마군 진영의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 한발 일찍 복귀한 것이다.

그리고 야영지에 도착한 일행들은, 사전에 논의했던 대로 용암지대에서 벌어들인 모든 코인을 군수물자 관리소에 쏟아 넣었다.

그러자 그 결과, 군수물자 관리소를 최종 티어까지 업그레이드 할 수 있었고…….

띠링-!

-‘군수물자 관리소’ 건물의 모든 업그레이드를 완료하였습니다.

-‘군수물자 관리소’ 건물이 3티어가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차원의 홀에서 새로운 병과인 ‘기마병’이 생산됩니다.

-더 이상의 업그레이드는 불가능합니다.

최종 티어 업으로 인해 새로 생성된 병과인 ‘기마병’은, 코인을 쏟아 넣은 보람이 있을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기마병이라……. 이안이 말대로, 확실히 여기 올인하길 잘한 것 같네.”

“그러게. 스텟 보니까 그 마족 진영의 마신족 병사들과 비교해도 꿇리지 않겠어.”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더 이상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떠오르고 난 잠시 후.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의 새로운 콘텐츠가 오픈되었으니 말이었다.

-‘군수물자 관리소’가 최종 티어까지 업그레이드되어, 새로운 기능이 오픈됩니다.

-지금부터 ‘군수물자 관리소’에서 ‘차원코인’을 소모하여, ‘차원기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영웅의 협곡 모든 병사들은 ‘차원의 홀’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환되는 병사들이 전부였다.

한데 군수물자 관리소가 최종 티어에 도달하자, 코인을 활용하여 병사를 생산할 수 있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방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게다가 최종티어에서만 생산 가능한 병사인 만큼 ‘차원기병’의 스펙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던 것.

“한 기 뽑는 데 8천 코인이라……. 비싸기는 하지만 충분히 돈값하겠는데?”

“이거 두 기 정도 모이면, 영웅도 상대해 볼 수 있을 만큼 강력하겠어.”

그리고 이 ‘차원기병’ 콘텐츠의 가장 큰 장점은, 홀에서 소환된 다른 병사들과 달리 영웅들이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쉽게 말해, 일정 수준의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8,000만큼의 차원코인을 소모합니다.

-특수병과 ‘차원 기병’ 병사를 생산하였습니다.

-특수병과 ‘차원 기병’ 병사를 생산하였습니다.

……후략……

그리하여 로터스 팀원들이 남은 돈으로 생산해 낸 차원기병은 총 일곱 기 정도.

헤르스는 머리를 굴려 이 고급 병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결정하였고, 나머지 팀원들도 모두 그 생각에 동의하였다.

“차원기병은 최대한 아껴야겠어.”

“헤르스 말에 동의해. 이 친구들은 후방에 아껴 두었다가 이안이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싸울 때 투입하자고.”

“나도 찬성! 거의 일만 코인 가깝게 들여야 뽑을 수 있는데, 비명횡사라도 하면 마음이 너무 아플 거야.”

그리고 그 결과.

마군 진영의 역습이 시작되었을 때도, 차원기병들은 야영지에 남게 되었다.

헤르스를 비롯한 천군 진영의 영웅들만이 전방에 나가서, 최대한 시간을 끌며 버티기 작전을 펼친 것이다.

어차피 이안이 도착할 때까진 시간 끄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고, 히든카드를 벌써부터 보여 줄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하여 최전방 라인의 타워를 전부 회수하고 야영지의 앞에 다시 진영을 구축한 지금, 천군 진영 병력의 위용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것이었다.

“차, 차원기병이라니. 어떻게 벌써……?”

천군 진영의 선두에 늠름하게 둘러서 있는 일곱 기의 차원기병.

그것들을 발견한 무스카의 동공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무스카의 놀람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벅- 저벅- 저벅-!

양옆으로 갈라진 천군 진영의 병력들 사이로, 새카만 흑기린을 탄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걸어 나왔으니 말이다.

히이이잉-!

그의 정체는 당연히 시뻘건 용암의 장비들을 몸에 두른 이안.

이어서 이안의 뒤쪽으로, 다섯 기의 차원기병들이 추가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척-!

무스카로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그림이 펼쳐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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