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674화 (685/1,027)

< 674화 3. 협곡의 무법자 >

-마군 진영의 ‘군수물자 관리소’ 건물이 파괴되었습니다.

-천군 진영의 영웅들에게 각각 1,500차원코인이 지급됩니다.

한창 전장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마군 영웅들의 눈앞에 뜬금없이 떠오른 두 줄의 시스템 메시지.

“……?”

“이게 무슨 일이야?”

“뭐? 관리소가 파괴됐다고?”

그것은 마군 영웅들의 두 눈을 의심케 하는 메시지였고, 때문에 그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천군 진영 관리소가 파괴된 게 아니라 우리 진영이 파괴됐다는 거야, 지금?”

“관리소 털러 간 건 우리 대장인데, 왜 우리 쪽 관리소가 파괴된 거야?”

진영이 파괴당했다는 메시지가 떴으면 곧바로 방어를 위해 이동해야 했지만, 마군 진영의 영웅들은 잠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로 너무 비현실적인(?) 상황인 데다, 결정적으로 전반적인 전략을 통솔하는 대장 무스카가 자리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여 그들은, 황급히 그들의 대장에게 연락을 넣기로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야겠어. 대장에게 메시지를 보내 봐.”

그러나 그들은, 다음 순간 또 한 번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팀원 ‘무스카’가 천군 진영의 영웅 ‘유신’으로부터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팀원 ‘무스카’가 사망하였습니다.

-현재까지 킬 스코어 – 천군 2 : 마군 1

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 듯, 연이어 믿을 수 없는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이게?”

“천군 녀석들, 조금 전부터 세 놈밖에 보이지 않더라니…….”

“녀석들이 대장이 지하 통로로 잠입한 걸 알아챈 거야?”

“안 되겠어. 일단 야영지 쪽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야겠어.”

“로나르, 매스 텔레포트 준비해. 같이 움직이자.”

“알겠어, 파르시온.”

갑자기 떠오른 충격적인 메시지들로 인해 마족 영웅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져 버렸다.

순식간에 가장 중요한 건축물을 파괴당한 데다 가장 핵심이 되는 영웅까지 하나 잃어버렸으니, 사실 침착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금방 다녀올 테니까, 셋이서 일단 버티고 있어 봐.”

“어차피 저쪽도 셋이잖아. 여긴 걱정 말고 다녀와.”

“아냐, 방금 대장이 처치당했으니 두 놈은 다시 돌아오겠지.”

“후우, 알겠어.”

마군 진영의 유일한 마법사 클래스의 영웅 로나르는, 대장인 무스카가 부재할 시 오더를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여섯 명의 마족 영웅들 중 가장 이성적이고 냉철한 성격을 가진 것이 바로 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성의 끈을 잡고 있던 그 또한 다음 메시지가 이어지는 순간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군 진영의 ‘차원 상점(야영지)’ 건물이 파괴되었습니다.

-천군 진영의 영웅들에게 각각 700차원코인이 지급됩니다.

마군 진영 내에 자연재해(?)가 일어나기라도 한 것인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두 번째 건물이 붕괴되었으니 말이었다.

* * *

“나이스, 타이밍 좋고!”

두 번째 건물까지 성공적으로 철거해 낸 이안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들을 확인하고는 두 눈을 반짝였다.

마군진영의 영웅, 무스카를 처치했다는 시스템 메시지.

유신이 킬 포인트를 올린 것으로 보아 녀석은 지하 통로에서 만났던 영웅이 분명했고, 그렇다는 것은 아군 진영의 안전이 확보되었다는 말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녀석이 처치되었다는 메시지로 인해, 마군 진영은 더욱 혼란에 빠졌을 것이고 말이다.

‘크흐흐, 지금쯤 패닉이 왔겠지. AI가 아니라 유저들이었다면, 더 크게 멘탈이 터졌을 텐데 아쉽네.’

음흉한 미소를 지은 이안은, 빠르게 마군 진영의 야영지를 스캔하였다.

아직 영웅들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야영지를 지나 전방으로 움직이던 병사들이 이안을 발견하여 달려들고 있었다.

“기습이다! 침입자를 처단하라!”

“감히 단신으로 야영지까지 들어오다니! 간덩이가 부은 놈이로구나!”

천군과 마군 진영의 야영지가 위치한 곳은 모두 진영의 정중앙이다.

때문에 전장의 중심을 최단거리로 잇는 C 보급로가 야영지를 관통하여 지나가도록 되어 있었고, B 보급로와 D 보급로가 양쪽을 지나고 있었다.

하여 지금 이안을 향해 달려드는 차원병사들은 총 세 곳의 보급로를 통해 전장으로 이동하고 있던 열다섯 정도의 병사들.

이안은 머리를 굴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계산을 두들기기 시작하였다.

‘관리소도 부서진 마당에, 업그레이드 초기화된 병사들 잡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이 녀석들이랑 싸우다 보면 영웅들이 나타나겠지.’

마군 진영 영웅들이 생각이 있다면, 적어도 홀로 이곳에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었다.

여럿이 몰려와 최대한 빨리 상황을 수습한 뒤 다시 복귀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니 말이다.

혼자 나타났다가 역으로 당하기라도 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무시하고 건물 철거에 올인한다고 해도 한 개 정도 더 부수는 게 고작이겠지.’

물론 세 개나 되는 건물을 터뜨리고 사망한다면, 그것은 아주 훌륭한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안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차라리 지금은 빠지자. 건물 하나 덜 부순다고 해도, 내가 살아남아서 계속 후방을 위협하는 게 훨씬 더 상대하기 까다로울 테니 말이야.’

생각을 정리한 이안은, 망설임 없이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괜히 우물쭈물하다가는 죽도 밥도 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 말이었다.

타탓-!

그리고 이 적진 한복판에서 깔끔하게 빠져나가기 위해, 일단 토르를 이용하기로 했다.

“토르, 저기 ‘생명의 샘’을 철거해!”

그륵- 그르륵-!

이안의 오더가 떨어지자마자, 토르는 육중한 거구를 움직이며 마군 진영 야영지의 ‘생명의 샘’을 향해 망치를 치켜들었다.

생명의 샘은 주변에 머무는 모든 아군의 생명력을 초당 10퍼센트만큼이나 회복시켜 주는 고급 시설물로, 적들로부터 야영지를 방어할 때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건물이다.

마군의 입장에서는, 잃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방어시설 중 하나인 것이다.

“미친! 저 해골을 막아!”

“생명의 샘이 부서져서는 안 돼!”

때문에 이안을 향해 달려오던 마군 병사들은 곧바로 방향을 선회하여 토르를 향해 내달릴 수밖에 없었고…….

쿠웅-!

토르의 망치가 한 차례 떨어져 내리자, 그들의 표정은 아예 사색이 되어 버렸다.

“지켜! 지키라고!”

“이 해골바가지를 공격해!”

그리고 모든 마군병사들의 어그로가 토르에게 몰린 사이…….

“까망이, 어둠의 날개!”

푸르릉-!

어느새 까망이의 등에 오른 이안은,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유유히 야영지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아주 깔끔하게 말이다.

‘후후, 역시 병사들의 AI가 확연히 떨어지는군.’

그렇다면 이안은, 전장에 홀로 남겨진 토르를 제물로 버린 것일까?

당연히 그것은 아니었다.

이안의 입장에서는 그저…….

“토르, 소환 해제.”

토르의 생명력이 다 떨어지기 전에, 소환을 해제해 버리면 그만인 일이었으니 말이었다.

“깔끔하군, 깔끔해.”

이어서 완벽히 야영지를 벗어나 숲속으로 몸을 숨긴 이안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소환해제 한 토르는 재소환 대기 시간 때문에 당분간 소환할 수 없겠지만, 어차피 그 동안 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 상관없었다.

‘마군 진영의 파밍 존들을 싹 다 털어먹어야겠어. 숨어서 사냥이나 하다 보면, 재소환 대기 시간은 금방 돌아오겠지.’

이안이 지금 마군 쪽의 진영에 숨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군 영웅들은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마군 영웅들 전원이 마음먹고 수색한다면 이안을 찾아낼 수야 있겠지만, 그 사이 최전방은 싸그리 밀려 버릴 테니 말이다.

군수물자 보급소가 터져 나간 지금, 한동안 천군 진영과 마군 진영 병사들의 전투력 갭을 매울 수 있는 방법이 사라져 버렸으니까.

‘어디 보자, 내가 터뜨린 건축물이 보급소랑 차원 상점이니까…….’

머리를 굴리던 이안이, 히죽히죽 웃으며 중얼거렸다.

“다음 타깃은 정해졌군.”

뭔가 마군 진영을 더욱 괴롭혀 줄 방법을 찾아낸 것인지, 이안의 입가에는 음흉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 * *

-영웅의 협곡 Score Board

‘로터스(Rotus)’길드 순위 결정전

경기 시간 (02 : 59 : 32)

*처치 점수

–천군 진영(로터스) : 2

마군 진영(AI) : 1

*레벨 점수

–천군 진영(로터스)

평균 레벨 : 19

최고 레벨 : 19

-마군 진영 (AI)

평균 레벨 : 19

최고 레벨 : 20

*파괴 점수

–천군 진영 (로터스) : 500

마군 진영 (AI) : 100

……후략……

로터스 길드의 순위 결정전이 시작된 지 3시간이 되어 가는 지금 이 시점.

두 시간이 넘도록 팽팽하게 이어지던 두 진영 간의 균형에, 드디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단지 상황판에 떠 있는 스코어 차이만으로는 아직까지도 팽팽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계속해서 경기를 지켜보던 유저들이 체감하는 것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직까지 마군 진영이 회생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었지만, 경기의 분위기가 천군 쪽으로 확실히 넘어온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지금 이안이 사냥하는 곳이 마군 진영의 사냥터가 맞는 건가요?

-뒤늦게 시청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다시 한 번 설명드리자면, 저긴 본진에 있는 사냥터가 아니라 마군 진영 한복판에 있는 사냥터입니다.

-그렇습니다. 비록 이안과 그의 소환수들은 본인 집 앞마당처럼 거리낌 없이 뛰어놀고 있지만, 여긴 마군 진영의 사냥터거든요.

-정말 마군 영웅들의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겠습니다. 최전방에서 천군 병력들을 상대로 검을 휘두르면서도, 뒤통수가 계속 근질거리겠어요.

-그렇죠. 언제 이안이 진영에 나타나 난동을 부릴지 모를 노릇이니, 항시 텔레포트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적잖이 흥분한 것인지, 침을 튀어가며 해설에 열을 올리는 하인스와 루시아.

소파에 반쯤 누워 그들의 해설을 지켜보던 나지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지, 아니야. 거기까지밖에 보지 못하다니, 하인스 실망인걸.”

TV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할 듯, 몇 시간째 엉덩이를 붙인 채 전장에 몰입하고 있는 나지찬.

그는 지금 마치 이안과 동화되기라도 한 듯,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이안의 움직임을 분석하며 그의 전략을 유추해 보고 있었다.

‘이안, 저 녀석은 머릿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열어보고 싶을 정도라니까.’

지금 이안은, 마군 진영의 사냥터들을 계속해서 옮겨 다니며 사냥에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하나의 사냥터에 자리 잡고 계속해서 파밍하는 것이 더 효율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마군 진영 전체를 이 잡듯 뒤지고 있는 것이다.

하인스와 루시아는 단지 이안이 마군 영웅들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라 해설하였지만, 나지찬의 생각은 달랐다.

‘이안은 지금, 마군 녀석들의 밥줄을 완전히 끊어 놓으려는 거야.’

지금 마족 영웅들은 최전방에 묶여 힘겹게 싸움을 이어 가고 있었다.

다섯 명의 영웅이 한 명이라도 자리를 비우는 순간 천군 진영에 밀리게 될 테니, 어디로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마군 진영에서 그런 소모전을 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최전방에서는 경험치가 수급될지언정 차원코인 수급이 불가능하였고, 부서진 건설물들을 복구하고 병사들의 스펙을 올리려면 필연적으로 사냥을 다시 해야 할 테니 말이었다.

아마 그들은, 사망한 ‘무스카’가 부활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터.

‘마군 진영의 사냥터 맵을 전부 다 밝혀 놓고, 돌아다니면서 녀석들의 코인수급을 완전히 차단해 버리려는 거겠지.’

마군 진영에서 파밍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은 끽해야 한두 명 정도이다.

그리고 미리 맵을 전부 숙지해 놓는다면,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 터.

직접 그들을 공격하든, 야영지의 건설물들을 공격해서 어그로를 끌든 이안은 그들이 정상적인 파밍을 할 수 없도록, 끊임없이 괴롭히기 위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맵을 밝히다가 마군 진영의 히든피스라도 찾아낸다면 더 큰 이득을 볼 수도 있겠고…….’

그런데 그 순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이안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나지찬의 두 눈이 조금씩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어……?”

지금 YTBC의 방송은 이안 중심으로 계속해서 중계되고 있었으니 나지찬이 보고 있던 화면은 곧 이안의 시야였고, 그 시야에 뭔가 특별한 존재가 포착된 것이다.

“저건, 고블린 보부상?”

그리고 그 정체를 완벽히 확인한 나지찬은 자신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을 내뱉었다.

“허허. 끝났네, 끝났어.”

이안의 눈앞에 나타난 ‘고블린 보부상’이라는 특별한 NPC.

비록 그가 나지찬이 떠올렸던 ‘히든피스’는 아니었지만, 지금 이안에게는 어쩌면 어지간한 히든피스보다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존재였으니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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