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672화 (683/1,027)

< 672화 2. 위기와 기회 (2) >

* * *

영웅의 협곡에서 벌어지는 모든 경기는 카일란의 공식커뮤니티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물론 YTBC와 같은 방송 채널을 통해 시청하는 것과 달리 따로 해설자나 캐스터가 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통하지 않고 이곳에서 시청하는 카일란 팬들도 제법 많았다.

옵저버가 보여 주는 화면을 시청해야 하는 TV방송과는 달리, 공식 커뮤니티의 방송은 원하는 유저의 개인 영상을 마음대로 전환하며 시청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경기 영상의 바로 옆에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상황판도 함께 떠올라 있었기 때문에, 해설 없이도 전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영웅의 협곡 Score Board

‘로터스’ 길드 순위 결정전

경기 시간 (02 : 13 : 56)

*처치 점수

–천군 진영 (로터스) : 1

-마군 진영(AI): 1

*레벨 점수

–천군 진영(로터스)

평균 레벨 : 15

최고 레벨 : 17

-마군 진영 (AI)

평균 레벨 : 16

최고 레벨 : 17

*파괴 점수

–천군 진영 (로터스) : 0

마군 진영 (AI) : 100

……후략……

그리고 이 덕분에, 지금 카일란 공식 커뮤니티의 실시간 채팅 방들에는 온통 순위 결정전과 관련된 이야기뿐이었다.

-와, 이거 순위 결정전 난이도 진짜 헬이네. 이거 일반 유저들도 할 수 있는 콘텐츠 맞음?

-그러니까요. 지금까지 첫 타임 도전 길드들 영상 돌아가면서 계속 시청하는 중인데, 난이도가 진짜 답이 없는 듯…….

-어차피 영웅의 협곡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랭커들이나 하라고 만들어 놓은 콘텐츠 아닌가요? 일반인들은 용사 계급 달기는커녕 중간계 입성하는 것 조차 사실상 힘든데…….

-뭐 지금이야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상향평준화 될걸요. 제 생각엔, 반년만 더 지나도 어지간한 상위권 유저들은 전부 영웅의 협곡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아니, 백번 양보해서 랭커들을 위한 콘텐츠라고 칩시다. 지금 로터스만 겨우 팽팽하게 버티고 있고, 다른 팀들은 영혼까지 털리고 있어요. 다들 각국 최상위 랭커들일 텐데 말이죠.

-맞습니다. 아마 다들 보셨겠지만, 체이서 길드? 거긴 이미 승리의 평원에 있는 타워 전부 터지고 야영지 함락당하기 직전이던데요.

-뭐, 로터스도 겨우 대등한 상황인데 말 다했죠.

-AI 난이도가 이 수준일 줄이야…….

-그래도 시간 지날수록 공략법이 생기면서 상대적 난이도가 점차 내려가지 않을까요?

-분기마다 한 번씩 맵 재구성한다잖아요. 사람들 적응할 때쯤 되면 신맵으로 바뀔 듯.

-아, 나도 빨리 용사 달고 트라이해 보고 싶다.

-윗 님, 용사의 마을 입성은 하신 건가요?

-ㅎㅎ. 사실 그것도 아직……. ㅠㅠ

카일란의 공식 커뮤니티는 국가별로 따로 존재한다.

하지만 한국 서버의 커뮤니티만 틀어 놔도 영웅의 협곡 영상은 전부 시청이 가능했기 때문에, 해외 팀들의 영상을 보는 유저들도 제법 많았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로터스 팀의 순위 결정전 영상으로 모여들었지만 말이다.

└캬, 국뽕에 취한다.

└그래, 로터스가 못하면 이걸 누가 클리어하냐.

한국 서버의 페이지였기에 당연한 부분이기도 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하나.

로터스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이미 패색이 짙게 내려앉았기 때문이었다.

* * *

마군 진영의 장군이자, 로터스 팀과의 협곡 전장에 참전한 영웅, 무스카.

그는 지금 무척이나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던 전장의 흐름이 예상치 못했던 시점에서 턱 하고 막혀 버렸으니 말이었다.

심지어는 조금씩이지만, 오히려 마군 진영의 병사들이 밀리기 시작하고 있는 상황.

전장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일반 병사들의 스펙이 압도적으로 차이나다 보니, 발할라의 봉인을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여 지금 그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어디론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천군 애송이 놈들, 전장에 안 보이기에 뭐 하고 있나 했더니 군수물자 업그레이드를 위한 사냥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전장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영웅들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전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코인을 파밍하여 아이템이 아닌 군수물자에 투자한 천군진영 영웅들의 선택은,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분명 전장에 처음 들어온 애송이들이라 들었는데, 제법이란 말이야.’

하지만 단지 거기까지일 뿐.

무스카는 당황하거나 동요하지 않았다.

지금의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판단이긴 했으나, 곧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마.’

무스카의 생각은 간단했다.

천군진영의 영웅들이 그동안 파밍한 자원들을 전부 군수물자 관리소에 쏟아부었으니, 그 관리소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면, 전세를 단박에 역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후후, 이 전장에서 올인 성 배팅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도록 만들어 주지.’

군수물자 관리소가 파괴되면, 해당 시설을 통해 업그레이드한 모든 능력치들이 원점으로 돌아온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예 투자한 비용이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관리소를 다시 재건축하여 완성하면, 이전에 업그레이드했던 부분들은 그대로 복구되니 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관리소를 다시 짓기까지 걸릴 시간과 비용.

관리소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부은 천군 진영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파괴된 군수물자 관리소가 다시 지어질 때쯤이면, 이미 전장은 초토화되었을 터.

‘마력 폭탄 다섯 개 정도면, 관리소 하나쯤은 날려 버릴 수 있겠지.’

차원 상인으로부터 거금을 들여 구매한 마력 폭탄들을 확인한 무스카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지하 통로를 향해 걸어 들어갔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특수 아이템, ‘미로의 증표’를 사용합니다.

-‘미로의 지하 통로’에 진입합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통로는 지금까지 이안이 공략해 온 ‘미로의 지하통로’였다.

* * *

현재 이안의 레벨은 17이다.

만약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전장을 벗어나지 않았더라면 18~19레벨까지도 충분히 찍었겠지만, 상대적으로 경험치 획득량이 적은 사냥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레벨 업이 지체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금 이안의 마음은, 조금씩 급해지고 있었다.

물론 차원코인이야 어마어마한 양을 벌었지만, 그것 외에 특별한 콘텐츠를 찾아낸 것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붉고 거대한 마신족의 병사들을 만들어 낸 마족 진영의 영웅들처럼, 이안은 이 지하 통로에서 뭔가 특별한 콘텐츠를 찾아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마족 녀석들에게 레벨이 따라잡히기 전까지 뭔가 확실한 이득을 만들어 내야만 해.’

마족 영웅들의 레벨은 알 길이 없었지만, 같은 팀원들의 레벨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전장에 있는 한 레벨 업 속도가 거의 같을 것이기 때문에, 팀원들의 레벨을 통해 마족 영웅들의 레벨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하여 전장에 있는 헤르스와 레비아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이안은 더욱 분주하게 지하 통로를 뚫어 내고 있었다.

“이놈에 지하 통로는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한 무리의 골렘과 변이정령들을 처치한 이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던전을 구석구석 살폈다.

지형지물 사이에 혹시나 특별한 기관장치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으며, 더해서 10여 분 전에 떠올랐던 한 줄의 의미심장한 메시지 때문이기도 하였다.

-마계의 기운이 느껴지는 땅에 진입하였습니다.

이 메시지대로라면 지금 이안이 위치한 곳은 마계 진영의 지하일 것이고, 언제 통로 안에서 마족 영웅을 만나도 이상할 게 없으니 말이다.

‘레비아 님 말에 의하면 전장에 보이지 않는 마족 영웅은 두 놈……. 한 놈은 사망해서 복귀하는 중이라고 하더라도, 나머지 한 놈은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는 뜻이지.’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하지만 최대한 신속하고 빠르게.

이안은 계속해서 몬스터들을 처치해 나가며, 지하 통로의 더욱 깊숙한 곳을 향해 뚫고 들어갔다.

15레벨이 된 뒤에는 또 하나의 신화 등급 소환수를 전투에 투입했기 때문에, 사냥 속도가 배 이상 빨라진 상황이었다.

“토르, 파괴의 망치질!”

그어어어-.

콰앙-!

-소환수 ‘토르’가 고유 능력 ‘파괴의 망치질’을 발동합니다.

-‘변이된 바위 골렘’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변이된 바위 골렘’의 생명력이 5,324만큼 감소합니다!

-‘무생물’속성을 가진 대상을 공격하였으므로, 추가 피해가 발동합니다.

-‘변이된 바위 골렘’의 생명력이 17,994만큼 감소합니다.

-‘변이된 바위 골렘’을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1,080만큼 획득합니다.

-350 차원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안이 추가로 선택한 소환수는 바로, ‘파괴의 해골기사’ 토르였던 것.

토르의 망치질은 무생물 속성을 가진 골렘류에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었으니, 훈이와 레미르가 함께할 때만큼이나 빠르게 처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안이 토르를 선택한 이유는, 골렘 때문만이 아니었다.

‘여기가 마계 진영의 영역이라면, 분명 이 끝은 마군 녀석들의 진영과 이어질 터.’

건축물 철거의 대명사인 토르를 활용한다면, 마군 진영의 건축물들을 부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관리소라든가, 야영지라든가……. 건축물 몇 개만 파괴해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겠지.’

마군 야영지에서 망치를 휘두를 토르를 상상한 이안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토르의 거대한 망치로 마군 진영 빈집털이 할 생각을 하니, 히죽히죽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10여 분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으음?”

한차례 정비를 마치고 다음 전투를 위해 움직이려던 이안은, 순간 들려온 이질적인 소리에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깡- 까앙-!

어두운 통로의 깊숙한 안쪽에서 쉼 없이 부대끼는 쇳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분명, 병장기 부딪치는 소린데……?’

작아서 귀를 기울여야 알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분명하게 들려오는 금속음.

그것을 확인한 이안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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