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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71화 (682/1,027)

< 671화 2. 위기와 기회 >

뜻밖의 비보를 접한 이안은 곧바로 파티 채팅을 열어 상황을 물어보았다.

이안은 지금 적잖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분명히 맞붙지 말라고 얘기해 놓고 왔는데…….’

만약 사전에 이야기한 대로 수비적으로 전장을 운영했다면, 방어 타워의 위력이 절대적인 초반에는 킬을 따이고 싶어도 따일 수가 없으니 말이다.

-이안 :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무리해서 싸우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전장에 있던 파티원들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억울해 죽겠다는 듯 이야기를 시작한 유신이었다.

-유신 : 난 전혀 무리하지 않았다고. 타워 바로 옆에 바짝 붙어서 허깅하는 중이었는걸.

그리고 유신의 대답이 돌아오자, 이안은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안 : 정말? 그런데 죽었다고?

-헤르스 : 맞아. 우리 전부 각자 타워 하나씩 맡아서 허깅 중이었어.

-레미르 : 그런데 어떻게 죽을 수가 있는 거지? 타워 공격력 어마어마하던데…….

-간지훈이 : 뭐, 놈들이 작정하고 타워 사거리 안쪽까지 전부 뛰어들어 다굴을 놓았다면 죽을 수도 있겠지만, 그랬으면 저놈들도 하나 이상은 타워에 맞아 죽어야 정상인데?

-유신 : 지금 마군 진영에는 이상한 괴물 같은 병사들이 있어.

-이안 : 응? 괴물?

-유신 : 굳이 외형을 설명하자면, 시뻘겋게 불타는 오우거 같은 생김새랄까.

-이안 : 그게 대체 뭔데?

-유신 : 몰라. 나도 뭔지는 모르겠는데, 마치 차원병사들 지원 오듯이 라인 타고 계속 한두 마리씩 나타나더라고.

-이안 : 내가 처음 갔을 땐 분명 그런 병사는 없었는데……?!

-유신 :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냐.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

-이안 : 그 빨간 오우거가 그렇게 세?

-유신 : 공격력은 딱히 일반 병사랑 큰 차이 없어 보이는데, 탱킹 능력이 장난 아니더라고.

-이안 : 음…….

-유신 : 녀석이 타워의 공격을 맞으면서 버텨 주는 동안, 마군 녀석들이 갑자기 난입해서 다굴을 놓은 거야.

여기까지 들은 이안은 대략적인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을 느꼈다.

‘타워의 공격에 잠깐이라도 버텨 줄 존재가 있었다면, 확실히 킬을 내어 줄 만한 상황이긴 했네.’

고개를 주억거린 이안이, 이번에는 레비아를 향해 물었다.

유신이 당한 것도 치명적이기는 했지만, 그보다 현재의 전황이 어떻게 굴러가는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이안 :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현재 전장 상황은 어때요, 레비아 님?

-레비아 : 지금 저랑 헤르스 님 둘이서 아예 타워 하나에 같이 서 있어요. 이렇게 안 하면 또 다이브 들어올 것 같아서 말이죠.

-이안 : 그럼 다른 라인들은…… 밀리기 시작했겠네요?

-레비아 : 그렇죠 뭐. 영웅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병사들 전력도 마군 쪽이 훨씬 강하니까요.

-이안 : 그것 역시, 빨간 오우거 같은 놈들 때문이죠?

-레비아 : 네, 맞아요.

“후우.”

어느 정도 채팅으로 전황을 파악한 이안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마족 진영에만 새롭게 강력한 병사들이 충원되다니…….’

그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려, 혹시 콘텐츠들 중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혹시 군수물자 관리소에서 강화 병사가 추가되도록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능이 따로 있었던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안이 확인했던 콘텐츠들 중에는 그러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안은 발견했던 모든 콘텐츠들을 꼼꼼하게 읽고 기억해두었으니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어찌해야 한다…….’

파티 채팅을 하는 와중에도, 지하 통로에서의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는 이안과 훈이, 레미르의 레벨도 제법 오른 상황이었고, 사냥 숙련도는 말할 것도 없는 상태였으니 채팅과 별개로 계속해서 사냥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공격 마법 캐스팅을 한차례 완료한 레미르가 이안을 향해 물었다.

“이안아, 어떻게 할 거야?”

“으음…….”

“파밍도 중요하긴 하지만, 타워가 밀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지 않을까?”

훈이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레미르 누나 말이 맞아. 일단 돌아가서 돕는 게 맞는 것 같아.”

하지만 두 사람의 말에도 이안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이안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계속해서 떠올리느라 터질 것 같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막아 내긴 해야겠지만, 우리가 직접 가서 막는 건 하책이야.’

지금 만약 이안을 비롯한 세 사람이 돌아간다면, 얼추 녀석들의 공격을 막아 낼 수는 있을 것이었다.

이 지하 통로에서 파밍한 차원코인들이 어마어마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상점에서 아이템만 싹 갈아엎어도 훨씬 더 강력한 전투력을 자랑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결국에는 마족 영웅들의 페이스에 끌려다니게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근본적인 병력의 차이는 어쨌든 해소되기 힘들뿐더러, 그 차이로 인해 생긴 여유를 이용하여, 마족 영웅들 또한 파밍을 시작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마족 영웅들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전장을 이끌어가는 반면, 로터스 팀은 기껏 선점한 콘텐츠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

‘어쩐다……. 도박을 한번 해 봐야 하나?’

그런데 그렇게 이안이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던 바로 그때…….

띠링-!

이안 일행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어디선가 사이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지상으로부터 강렬한 마기가 느껴집니다.

-마계의 기운이 느껴지는 땅에 진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점점 더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 * *

“젠장, 이거 곧 있으면 타워 하나씩 터져 나가게 생겼는데.”

“그러게 말이에요. 균형은 이미 무너졌고……. 이러다가 야영지까지 쭉 밀려들어가겠어요.”

유신이 부활 대기 시간에 들어간 이후, 전장에 남은 헤르스와 레비아는 힘겨운 싸움을 해 나가고 있었다.

버티기에 최적화된 탱커와 힐러 포지션의 두 사람이었기에 추가 킬 포인트를 내어주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일 뿐이었다.

이미 그들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외곽의 타워는 내구도가 바닥까지 떨어졌으며, 이대로 몇 분만 더 지나면 파괴될 위기였으니 말이었다.

“대체 이안이는 어쩌려는 걸까요?”

“글쎄요. 곧바로 지원 온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는 걸 보니, 그쪽에서도 뭔가 하고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두 사람은 점점 더 초조한 표정이 되었다.

최전방에 있는 타워가 밀린다고 해서 곧바로 야영지까지 적들이 들이닥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야영지의 바로 앞에 있는 방어 타워까지 전선이 밀려 올라가게 될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밀려 올라가고 나면 그쪽까지 뚫리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이어서 야영지까지 점령되고 나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겠지.’

헤르스는 끝없이 밀려드는 마군 병사들의 공격을 막아 내며,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지금까지 버텨 내면서 레벨은 제법 올랐지만, 딱히 고무적인 것도 아니었다.

레벨이 오른 것은 마족 진영의 영웅들도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힘겨운 싸움을 하던 그때였다.

“어, 뭐지?”

“왜 그러세요, 레비아 님?”

“아뇨. 뭔가 이상해서요.”

“……?”

“갑자기 우리 병사들이 더 강력해진 것 같지 않아요?”

레비아의 말을 들은 헤르스는 주변을 둘러보며 전장을 살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천군 진영의 병사들이 갑자기 마군 진영의 병사들과 대등하게 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마신족 병사인 오클립스까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병사들끼리의 싸움에서는 우세를 보일 정도.

당황한 헤르스는 곧바로 병사 하나의 정보 창을 확인해 보았고,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소환된 차원 병사

직책 : 일반 병사

진영 : 천군

레벨 : 17

등급 : 희귀

*전투 능력

공격력 : 750 (강화 등급 : +6)

방어력 : 479 (강화 등급 : +4)

……중략……

*고유 능력(New)

숙련된 방패 막기

-일정 확률로 적의 공격을 방패 막기하여 피해의 일부를 흡수합니다(방패 막기 발동 확률 : 25퍼센트)(흡수 가능한 최대 피해량 : 70퍼센트)

차원의 홀을 통해 소환된 천군 진영의 차원병사입니다.

차원 병사들을 효과적으로 지휘한다면 전장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역시! 이안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이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해진 차원 병사들의 전투력을 확인한 헤르스는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냥터에서 파밍한 돈을 긁어모아서 군수물자 관리소에 쏟아부었나 보네.’

병사들은 영웅들과 다르다.

전장에서 레벨을 올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물론 경험치를 획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장에서 계속 살아남아야 레벨 업이 가능하니 말이다.

때문에 지금 헤르스가 확인한 것처럼 병사의 레벨이 17레벨이나 되려면, 군수물자 관리소에서 병사들을 업그레이드해야만 가능했다.

차원코인을 때려 박아 병사들의 전투력을 업그레이드하면, 소환되는 시점부터 10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을 가지게 되니 말이다.

게다가 이안이 업그레이드한 차원병사의 스펙은 레벨뿐 만이 아니었다.

‘와 씨, 공격력 +6강에, 방어력 +4강? 거기다가 고유 능력까지 달아 놨네?’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전투 능력과 고유 능력까지 강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용이 얼마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수만 단위의 코인이 들어갔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

뒤늦게 그것을 확인한 레비아도, 입을 쩍 벌리며 감탄하였다.

“대체 어디서 돈을 긁어모아서 이만큼 업그레이드를…….”

그리고 그것으로, 궁지에 몰릴 대로 몰려 있던 천군 진영의 전선에도 한 줄기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힐! 홀리 실드!”

“리커버리 필드!”

레비아가 강력한 광역 힐과 실드를 펼치며 병사들을 서포팅하기 시작하자, 마족 영웅들이 활약함에도 불구하고 다시 전장이 팽팽한 구도로 돌아온 것이다.

“크윽, 대체 이게 무슨……!”

“병사들이 갑자기 강해졌어!”

당황한 마족 영웅들은 안간힘을 쓰며 타워를 향해 돌진하였다.

내구도가 바닥까지 떨어진 천군 진영의 방어 타워들을 어떻게든 부수려는 것이었다.

타워 하나조차 부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거의 수포로 돌아가니 말이다.

“크아앗!”

그리고 그 결과, 마족 영웅들은 결국 하나의 타워를 파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콰아앙-!

-천군 진영의 1차 방어 타워(A)가 파괴되었습니다.

-마군 진영의 영웅들에게 각각 1,000차원코인이 지급됩니다.

그 대가로 하나의 킬 포인트를 내어 줘야만 했다.

-팀원 ‘헤르스’가 마군 진영의 영웅 ‘파르시온’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킬 포인트를 올린 영웅 ‘헤르스’에게 2,325차원코인이 지급됩니다.

물론 획득한 글로벌 코인을 생각한다면, 타워를 파괴한 쪽이 압도적인 이득이라 할 수 있었다.

마군 진영의 영웅들이 획득한 코인을 전부 합하면, 총 6천 코인이나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전장의 분위기는 이제 천군 진영에 넘어올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의 전력부터가 역전된 상황에서 마족 영웅 한 명의 빈 자리는 결코 작지 않았으니 말이다.

게다가 천군 진영에는 새로운 원군까지 추가로 도착하였다.

위이잉-!

커다란 공명음과 함께, 천군 진영의 한복판에 나타나는 두 구의 그림자!

“이 훈이 님이 오셨으니, 이제 걱정하지 말라고.”

“다들 고생했어! 이제 다시 본격적으로 밀어 보자!”

이안과 함께 지하통로를 공략하던 레미르와 훈이가 텔레포트를 타고 전장에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발견한 마족 영웅들의 표정은 적잖이 구겨졌다.

“쳇.”

“원군이 왔군.”

두 사람이 더해졌다고 해서 압도적으로 밀리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다 잡았던 승기를 눈앞에서 놓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상관없어. 다 쓸어 버리자고.”

“그래. 대장이 파밍하러 사냥터로 이동했으니, 우리 진영의 병사들도 곧 강화될 거야.”

하지만 마군 진영의 영웅들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지금 천군 진영에는 이제까지 그들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무서운(?) 존재가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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