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668화 (679/1,027)

< 668화 1. 최전방 야영지 >

승리의 협곡을 지나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지는 광활한 평원이자 사냥터인 영광의 평원.

하지만 이 영광의 평원은 무한정 깔때기 모양으로 펼쳐지는 형태가 아니었다.

마치 거꾸로 세워 놓은 달걀의 모양처럼, 최전방에 가까워지면서 살짝 오므라드는 형태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달걀 모양의 평원에는 결을 따라 나 있는 다섯 갈래의 길이 존재했다.

승리의 협곡을 통과한 천군 진영의 병사들은 그 협곡을 따라 움직여 전방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말이다.

‘흐으음, 결국 전장에 도착하면 모든 길이 다 만나게 되어 있는데 굳이 다섯 갈래로 길을 나눠 놓은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미니 맵을 확인한 이안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장 짧게 전방까지 이어져 있는 길 위로 걸음을 옮겼다.

최전선에 참전하는 것은 조금 미루기로 하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고 사냥부터 시작할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최소한 이 전장의 구조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전장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한 번은 눈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띠링-!

-천군 진영의 ‘전투 보급로’에 들어섰습니다.

-이동속도가 40퍼센트만큼 빨라집니다.

길에 들어서자마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이안은 눈을 빛냈다.

‘오호, 길이 역시 괜히 만들어져 있는 건 아니었어.’

이동속도 40퍼센트라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이나 큰 수치였다.

결국 이 전장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냥터와 전장을 오갈 수 있느냐가 관건 중의 하나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다섯 갈래나 되게 나뉘어 있는 길 중에 본인의 레벨에 맞는 사냥터와 가깝게 이어진 길을 활용해야겠네.’

까망이의 등에 오른 채 직선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이안.

그런데 이동시간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던 그의 시야에, 처음 보는 커다란 마력 탑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건 또 뭐지?”

그리고 이안이 중얼거리기가 무섭게 그에 대한 답이라도 하듯 새로운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띠링-!

-천군 진영의 ‘마력 보급 관리소(C)’ 건축물을 발견하셨습니다.(자세히 보기)

“마력 보급…… 관리소?”

이안은 망설임 없이 ‘자세히 보기’를 선택해 보았다.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없을 테니 말이다.

-마력 보급 관리소(C)

건물 레벨 : Lv. 1

공격 능력 : 없음

내구도 : 175,000/175,000

분류 : 건축물

등급 : 일반

진영 : 천군

천군 진영의 ‘보급로 C’의 마력보급을 담당하는 관리소입니다.

전장에 필요한 마력을 송출하여, 최전방의 전투를 돕는 건축물입니다.

건물 레벨이 상승할수록 ‘C’라인의 모든 방어 타워의 성능이 향상됩니다.

*마력 보급 관리소가 파괴될 시 보급로 C 의 이동속도 버프가 사라집니다.

*마력 보급 관리소가 파괴될 시 ‘C’라인의 모든 방어 타워의 공격력이 30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마력 보급 관리소가 파괴될 시 ‘C’라인의 모든 방어 타워의 내구도 회복능력이 사라집니다.

파괴된 마력 보급 관리소를 재건축하기 위해선 많은 자원과 시간이 소모됩니다.

소요 시간 : 30분

소모 자원 : 15,500차원코인

그리고 건축물의 정보 창을 전부 읽은 이안은, 더욱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공격 능력이 아예 없는, 방어 타워가 아닌 건축물이지만 어찌 보면 그 어떤 방어타워보다도 훨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건물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적진에 들어가서 마력 보급 관리소를 부술 수 있으면 제법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겠는데?’

게다가 건물 레벨이 1레벨이라는 것을 보니, 이 레벨을 올려 줄 방법도 따로 존재하는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건물에 레벨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이거……. 이런 식으로 중요한 부속 건축물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잖아?’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표정이 되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이안.

그렇게 이안이 최전방까지 달리는 동안 확인한 건축물은 총 세 종류였다.

1. 마력 보급 관리소

2. 군수물자 관리소

3. 방어 타워

‘적진에 잠입할 방법만 있으면, 관리소 건물들을 파괴하는 게 엄청 크리티컬하겠어.’

마력 보급 관리소가 방어 타워들의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건축물이라면, 군수물자 관리소의 경우 병사들의 전투력을 좌우하는 건물이었다.

각 라인마다 하나씩 총 다섯 개나 있는 마력 보급 관리소와 달리, 맵의 정 중앙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군수물자 관리소.

이곳은 마력 보급 관리소처럼 파괴되었을 시 디버프 효과가 있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중요한 건축물이었다.

여기서 자원을 소모하여, 병사들의 장비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으니 말이었다.

‘초반에 이 건물이 파괴된다면, 상대진영의 병사들과 격차를 적잖이 벌릴 수 있겠지.’

한 번 파괴당하면 다시 짓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것이 누적되면 승기가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것.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들에 이안은 더욱 의욕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좋아 이제 마지막으로 전장이 어떻게 굴러가는지만 확인하면, 대략적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결정할 수 있겠어.’

이안은 까망이를 재촉하여 더욱 빠르게 전장으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곧, 광활한 전장을 마주할 수 있었다.

띠링-!

-천군 진영의 최전방 야영지인 ‘승리의 야영지’에 도착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야영지의 ‘차원 상인’을 제한 없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천군 진영의 야영지에 ‘영웅’이 도착하였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됩니다.

-지금부터 전투 중에 사망한 ‘천군’진영의 영웅들은 일정 시간을 대기한 뒤 부활이 가능합니다.

-부활한 영웅은 ‘차원의 홀’에서 소환됩니다.

-천군 진영의 ‘전략 본부’ 건축물을 발견하셨습니다.

* * *

전장은 넓었다.

지상에서는 결코, 한눈에 모든 전장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

하지만 전장의 구조 자체가 복잡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중간중간 구릉지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나무 하나 보이지 않는 널따란 평원이었으니 말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 진영의 방어라인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타워들.

타워들은 각 보급로의 종착지마다 2개씩 솟아 있었으니, 양 진영에 각각 10개의 타워가 건설되어 있는 셈이었다.

‘역시나 아직까지 적 영웅이 보이지는 않는 것 같고……. 병사들과 방어 타워의 스펙이나 한번 살펴볼까?’

이안은 천군 진영의 병사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정보 창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그 즉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안의 초월 레벨은 10레벨이었는데, 이 전장을 가득 메운 병사들의 레벨 또한 10레벨이었으니 말이었다.

아이템을 제외한 전투 능력상으로는, 이안과 병사들의 능력치에 큰 차이가 없는 것.

‘생각보다 전장 난이도가 높구나.’

더해서 방어 타워의 스펙까지 확인한 이안은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방어 타워의 공격력은 무려 5천대가 훌쩍 넘는 수준이었고, 지금 이안의 스펙으론 스치기만 해도 빈사 상태가 되어 버릴 만한 강력한 파괴력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이안을 가장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아군 진영의 병력이 마군 진영의 ‘차원 병사’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를 150만큼 획득합니다!

적진의 차원병사들이, 생각보다 많은 경험치를 준다는 점이었다.

경험치만으로 따지자면 사냥터의 몬스터들보다 확실히 적지만, 문제는 누가 적을 처치해도 전장 안에만 있으면 같은 경험치가 들어온다는 사실.

이렇게 되면, 사냥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경험치가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음…….”

다만 사냥터의 몬스터들에 비해 부족한 것은 ‘차원코인’을 획득할 수 없다는 점.

레벨 업을 위해서는 전쟁터에 박혀 있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었지만, 아이템 파밍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사냥을 다녀야 하는 구조였다.

이안은 머릿속으로 예상하고 있던 전장의 구도가 완전히 뒤집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모두가 사냥터로 이동하는 건 비효율적인 선택이 되겠어.’

처음 이안은, 당연히 전장에 있는 것보다 사냥을 다니는 것이 빠른 성장에 더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사냥만 다니다가는, 오히려 적 영웅들에 비해 레벨이 현저히 밀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밸런스가 중요하겠는데…….’

그리고 잠시 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이안은 모든 팀원들이 야영지에 도착할 즈음 일차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혼자서도 사냥 속도가 빠른 사람들이 사냥 위주로 게임을 풀어야겠어. 어차피 전장에는 누가 있어도 레벨 업 속도가 같을 테니까.’

지금 로터스 길드 팀에서 가장 사냥 속도가 빠른 멤버는 당연히 이안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광역기를 보유한 훈이와 레미르였다.

“유신, 헤르스 그리고 레비아 님이 전장을 지켜 주세요.”

이안의 오더에, 레비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분명히 아까 전엔, 일단 사냥부터 빡세게 하는 방향으로 얘기하지 않으셨나요?”

당연한 레비아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이안을 향해 모였지만, 그는 단호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는 파티 메시지로 차차 설명해 드릴게요. 일단은 빨리 움직이도록 하죠.”

야영지에 도착하면서 얻은 수많은 정보들로 인해 일행들은 머리가 복잡했지만, 일단 이안의 오더에 따라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궁금한 것들이 많은 것과는 별개로 이안에 대한 신뢰도가 절대적인 수준이었으니, 아무도 그의 오더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헤르스가 한마디 첨언을 했을 뿐이었다.

“일단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상점부터 들릅시다. 제단 클리어하고 오르크 잡으면서 쌓인 코인으로 장비는 맞추고 시작하는 게 더 효율적일 테니까요.”

너무도 당연한 헤르스의 말에, 이안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아, 맞네. 돈도 안 쓰고 바로 사냥 갈 뻔했어.”

너무 이것저것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많았던 나머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빼먹은 것이다.

이어서 이안은 인벤토리를 열어 지금까지 모인 차원코인을 한번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서리 악령 증식 파밍은 탁월한 선택이었어.’

무려 1천5백 코인에 육박하는, 초반 치고는 부유하기 그지없는 이안의 재화.

이안은 이 코인 전부를 탈탈 털어 모든 부위의 장비들을 맞췄다.

아직까지 ‘희귀’등급 이상의 장비는 구매할 수 없도록 봉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한부위에 돈을 올인하는 것보다는 부위별로 골고루 아이템을 맞추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좋아, 이제 한번 가 볼까?’

새로 구입한 아이템들을 전부 착용한 이안은 눈을 빛내며 미니 맵을 오픈하였다.

이어서 미리 봐 두었던 사냥터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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