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664화 (675/1,027)

< 664화 3. 영웅의 협곡 (5) >

* * *

“아, 역시 이안……! 전투력 관련 장비 하나 착용 안 한 상태로 서리악령들을 순식간에 사냥했어요!”

“저 흑기린은 얼마나 강력한 잠재력을 가진 마수이기에 1레벨부터 저만한 위력을 보이는 걸까요?”

“글쎄요. 아직 흑기린을 가졌다고 알려진 유저가 이안뿐이라, 공개된 정보가 없어서 잘 모르겠네요.”

용사의 협곡은, 예상 플레이 타임이 최소 6시간 최대 18시간인 마라톤 같은 콘텐츠이다.

때문에 플레이를 중계하는 캐스터들도 만만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다섯 명이 뭉쳐서 이동한 서쪽 팀이 훨씬 더 진행이 빠르기는 하네요.”

“그렇죠. 레미르와 간지훈이의 광역 딜이 워낙 강력해서 그런지, 숲에 등장하는 초반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쓸어 버리네요.”

“그래도 뭐, 경험치가 차오르는 속도는 양쪽이 비슷합니다. 이안은 경험치를 쉐어하지 않고 독식하니까요.”

“그렇습니다. 이거 흥미진진하군요.”

지금 YTBC의 방송 화면은, 절반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한쪽은 헤르스를 비롯한 다섯 명의 전투 장면을 보여 주었고, 나머지 한쪽은 홀로 서쪽으로 떠난 이안의 전투 장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물론 보여 주다가 중요한 장면이 나온다 싶으면 한쪽 화면을 확대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 그런데 이거 무슨 일이죠?”

“왜 그러세요, 하인스 님?”

“이안이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빙빙 돌고 있어요.”

“엇, 정말이네요? 무슨 일일까요?”

“마치 악령들이 증식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요!”

“아, 악령들을 증식시켜 파밍할 생각인가 봅니다!”

“어, 괜찮은 방법인 것도 같은데, 이게 효율이 나올까요?”

“글쎄요. 악령들이 생명력은 약하지만 공격력이 강한 편이라, 무리해서 증식시키다가는 아무리 이안이라도 위험할 수 있어요.”

“이거 재밌네요. 악령을 증식시켜서 경험치 파밍을 한다라……. 이거 잘못하면 무리수가 되어 시간만 날릴 수도 있겠지만, 플레이하는 유저가 이안이라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작전인 것 같습니다.”

“맞아요, 하인스 님. 여기서 경험치를 충분히 쌓을 수 있다면, 확실히 앞서 나갈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지기는 하겠어요.”

화면 속의 이안이 악령들을 증식시키는 동안, 동쪽으로 이동한 다섯 명의 파티도 네다섯 정도 되는 서리악령 무리를 만났다.

하지만 그들은, 악령이 증식한다는 사실조차 알아내지 못하고 더 깊숙한 숲으로 들어섰다.

혼자 있는 이안보다 그들의 DPS가 훨씬 높기 때문에, 악령들이 증식을 시도해 보지조차 못하고 전멸당한 것이다.

여하튼 악령들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계속해서 그들을 증식시키는 이안.

그리고 그렇게,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안의 주변에는 이제 스무 마리에 가까운 악령들이 득실거리기 시작하였고, 하인스와 루시아의 얼굴에는 살짝 걱정이 어렸다.

이안의 실력과 능력에 대해서는 수없이 봐 온 그들이었지만, 이 영웅의 협곡 전장에서는 지금까지 이안이 쌓아 온 것들이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까망이의 능력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니, 걱정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상황이기도 했다.

“아, 더 이상은 위험해 보이는데요!”

“엘카릭스의 배리어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악령들을 상대하다가는 한 번의 실수로 사망할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엇! 이안이 드디어 사냥을 시작합니다!”

“1레벨로 2~3레벨 스무 마리를 향해 망설임 없이 뛰어들고 있어요!”

까망이의 커다란 날개가 활짝 펼쳐지자, 두 캐스터는 입을 쩍 벌린 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 *

용사의 마을 콘텐츠를 시작한 이후, 이안은 소환수들을 이전처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보통 많아야 네다섯 마리 정도의 소환수를 운용하는 다른 소환술사들과 달리 이안은 거의 열 마리에 달하는 소환수들을 운용하였고, 때문에 소환수들의 레벨이 본신의 레벨을 전혀 따라오지 못했으니 말이다.

평소 같았다면 소환수들의 레벨을 맞추기 위해 파밍 노가다를 했을 텐데, 다른 랭커들을 제치고 용사의 마을 콘텐츠들을 앞서 나가느라 그럴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까망이’는, 대중들에게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안이 까망이를 얻은 시점은 용사의 마을 콘텐츠를 시작하기 직전이었으니, 공식적인 전투에서 몇 번 등장하지 못한 것이다.

대중들이 이안과 까망이의 활약을 제대로 본 것은 신의말판 전장과 용맹의 깃발 전장에서 정도.

게다가 그때는 이안의 다른 소환수들까지 전부 등장하였으니, 까망이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까망이는 이안의 팬들에게 하르가수스 정도의 존재감밖에 보여 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영웅의 협곡은 모두가 1레벨부터 시작이었고, 게다가 이안이 첫 번째로 선택하여 소환한 소환수가 까망이였으니, 전장의 주인공이 까망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푸르릉-!

이안은 정말 하르가수스의 모든 능력을 최대치까지 활용하여, 서리악령들을 학살하기 시작하였다.

-소환수 ‘까망이’의 고유 능력 ‘어둠의 날개’가 발동합니다.

-중립 몬스터 ‘서리악령’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서리악령’의 생명력이 298만큼 감소합니다!

-‘서리악령’이 ‘공포’상태에 빠졌습니다.

-소환수 ‘까망이’의 모든 고유 능력 재사용 대기 시간이 1초만큼 회복됩니다.

……중략……

-소환수 ‘까망이’의 고유 능력 ‘어둠의 날개’가 발동합니다.

-소환수 ‘까망이’의 고유 능력 ‘그림자 회피’가 발동합니다.

-‘까망이’의 상태가 ‘어둠’으로 변환됩니다.

-‘까망이’의 생명력이 378만큼 회복됩니다.

-소환수 ‘까망이’의 고유 능력 ‘마력 연쇄폭발’이 발동합니다.

-소환수 ‘까망이’의 고유 능력 ‘어둠의 날개’가 발동합니다.

……후략……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광역 스킬을 난사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까망이를 활용한 악령 학살의 매커니즘은 제법 복잡한 것이었다.

첫 번째.

대쉬(Dash) 기술인 ‘어둠의 날개’를 발동시켜 최대한 많은 개체에 ‘공포’상태 이상을 묻힌다.

‘공포’ 상태 이상을 충분히 묻히지 못한다면 다음 ‘어둠의 날개’를 사용할 타이밍이 늦어지기 때문에, 스킬 각을 잡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두 번째.

전방으로 돌진하는 와중에 쏟아져 들어오는 공격들을 최대한 회피하여, ‘그림자 회피’ 고유 능력을 발동시킨다.

‘그림자 회피’가 발동되면 까망이의 지능 스텟에 비례하여 생명력이 회복되기 때문에, 웬만큼 피해를 입더라도 전부 회복할 수 있다.

세 번째.

‘그림자 회피’가 발동되어 ‘어둠’상태가 된 까망이의 공격력 버프가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어둠의 날개를 발동시켜 악령들을 ‘공포’상태에 빠뜨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한까지 계수가 증폭된 ‘마력 연쇄폭발’을 발동시켜, 악령들을 전멸시킨다.

자세히 뜯어보면 이렇게 복잡하지만, 겉에서 보기에 까망이의 공격은 너무 단순했다.

거대한 날개를 펼쳐 양쪽으로 두 번 대쉬하더니, 허공으로 솟아올라 마력 폭발을 발동시켰을 뿐이니 말이다.

게다가 그것으로 열댓 마리의 악령들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리니, 일반 유저들이 보기에 이것은 ‘사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YTBC의 중계와 라이브로 연결되어 있는 시청자 게시판은, 까망이의 활약에 폭발할 듯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무슨 1레벨짜리 소환수가 딜이 저렇게 센 거지?

-저 소환수 대체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저거 소환수 아니라 마수에요.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이안밖에 모르겠죠.

-아니, 위력도 위력인데, 저런 광역 대쉬기 재사용 대기시간이 왜 이렇게 짧은 거임? 이거 밸붕인데.

-LB사가 벨붕 스킬을 만들었겠음? 분명 조건부 재사용 대기 시간 감소 같은 패시브가 달려 있겠죠.

-와, 오졌다……. 날개 펴고 슥슥 지나가니까 악령들 그냥 지워지네.

하지만 유저들의 놀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안이 한차례 악령들을 쓸어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또 스무 마리에 가까운 악령들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일부러 이안이 너댓 마리의 악령들을 증식용으로 남겨 둔 것이다.

-크, 이런 식으로 무한 사냥하면 순식간에 10레벨 찍는 거 아님?

-에이, 그 정도는 아닐 듯. 악령들 최대 레벨이 3밖에 안 되는데, 레벨 좀 더 오르면 경험치 효율 나빠지지 않을까요?

위기 상황마다 엘카릭스의 배리어와 마법들을 활용하며, 극한의 효율을 뽑아내며 파밍을 계속하는 이안.

그리고 그 결과, 이안은 순식간에 초월 5레벨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 * *

띠링-!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여, 초월 5레벨이 되었습니다.

-추가로 한 마리의 소환수를 더 소환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하나의 스킬을 더 사용할 수 있습니다.

5레벨이 된 이안은, 이제 두 개의 스킬과 한 마리의 소환수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스킬은 2레벨 단위로 하나씩 개방되니, 5레벨인 지금 총 세 개의 스킬이 오픈된 것이다.

하여 이안은 화염시에 더하여 ‘공간 왜곡’을 선택한 뒤, 망설임 없이 뿍뿍이를 소환하였다.

그리고 뿍뿍이를 향해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뿍뿍아, 충분히 쉬었지?”

“뿍?”

“오랜만에 형이랑 일 좀 해보자.”

“……!”

이제 화염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데다 뿍뿍이까지 소환하였으니, 이안은 작정하고 판을 키우기 시작하였다.

서리악령 양식장(?)의 규모를 두 배도 넘게 키워 버린 것이다.

물론 슬슬 경험치 획득량이 줄어들기 시작하였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경험치 게이지가 차오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

이안은 이 양식장에서 뽑아먹을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의 경험치를 뽑아먹은 뒤 서쪽 숲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잘하면 7레벨. 아니 8레벨까지는 고효율로 올릴 수 있겠어.’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여, 초월 6레벨이 되었습니다.

또다시 경험치가 가득 차올라 무려 6이 되어 버린 이안의 레벨.

동쪽으로 간 길드원들의 레벨이 이제 3~4레벨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의 레벨 업이었고, 이안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해서 파밍을 이어 갔다.

여기서 최대한 레벨을 올린 뒤, 숲속에서 추가 사냥을 한다면 충분히 10레벨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터.

10레벨이 되어 카르세우스까지 소환한다면, 혼자서도 ‘차원술사들의 제단’에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것이 이안의 판단이었다.

‘역시 RPG게임의 기본은 파밍이지.’

정말 숨 고를 새도 없이 미친 듯이 악령들을 학살하는 이안.

그리고 그렇게 7레벨을 달성했을 때, 이안은 미련 없이 양식장을 떠날 수 있었다.

2레벨의 서리악령을 처치함과 동시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5레벨 이상 차이나는 몬스터로부터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물론 3레벨의 악령들로부터는 아직 유의미한 수준의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었지만, 사냥 효율이 절반 이하로 급감하게 된 것.

“으음……. 증식시켜 놓은 친구들만 싹 처치하고 이동해야겠어.”

이제 7레벨이 된 까망이는 순식간에 남은 악령들을 전멸시켰고, 이안은 악령들의 사체가 널린 공터에 잠시앉아 인벤토리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악령들을 워낙 많이 처치했다 보니, 제법 많은 잡템들이 인벤토리에 쌓인 것이다.

“으, 쓸모없는 잡템들을 왜 이렇게 많이 주는 거야? 신비상인한테 가져가면 팔리기는 하려나…….”

악령들로부터 획득한 아이템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연신 궁시렁거리는 이안.

그런데 인벤토리의 정리가 끝나갈 무렵, 이안의 눈에 새로운 장비 아이템 하나가 발견되었다.

워낙 정신없이 사냥해서인지, 장비아이템이 드롭된 것조차 몰랐던 것이다.

“……!”

이안은 망설임 없이 아이템을 집어 들어 정보를 확인해 보았고, 기분 좋은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악령으로부터 드롭된 장비가, 무려 ‘희귀(초월)’ 등급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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