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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60화 (671/1,027)

< 660화 3. 영웅의 협곡 >

“아시라스.”

“음……?”

“네 말대로 내가 해 주는 대신 너도 해 줘야 할 게 몇 가지 있어.”

이안은 아시라스를 향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시라스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 말해 봐. 내가 해 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줄게.”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이안은 하나씩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일단 지금부터 하루 종일, 네가 ‘적극적’으로 나와 함께 사냥에 참여했으면 해.”

“그거야 당연하지. 어차피 우리 용린패 구하고 있었잖아? 그건 네가 부탁하지 않아도 하려고 했던 일이었어.”

“아니, 그 얘기가 아니야.”

“그럼?”

“용린패를 구한 뒤에도, 내가 그만하자고 할 때까지 나와 함께 여기서 사냥해야 한다는 말이지.”

“그게 얼마 동안인데?”

“대충 20시간 정도……?”

“……대체 왜?”

적잖이 당황한 표정의 아시라스.

사실 그녀의 이러한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최초 발견 버프에 대한 부분은 NPC인 그녀로선 알 방법이 없었으니 말이다.

이안은 이 태초의 평원 최초 발견 버프가 끝나기 전까지, 아시라스 버스(?)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었던 것.

“이유는 알 것 없고…….”

“아니, 20시간이나 여기 있으면 우리가 용린패를 들고 자운곡으로 돌아갈 시간이 부족하잖아.”

“오래 걸려도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 다 알거든?”

“…….”

“워프를 쓰든 텔레포트를 쓰든, 그건 너희가 알아서 하고.”

“휴우…….”

“그래서, 해 줄 거야, 말 거야?”

“알겠어. 해 줄게. 해 준다고.”

일단 첫 번째 노예계약에 성공한 이안은 만족스런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당연히도,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이제부터가 조금 더 중요한 거래(?)의 시작이었으니까.

“그리고 두 번째.”

“또 있어?”

“분명 내가 몇 가지라고 처음에 말했을 텐데……. 싫으면 말고.”

“아, 아냐. 일단 얘기나 들어 보자.”

이미 칼자루를 이안이 쥐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기에, 아시라스는 한숨을 푹 쉬며 다시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였다.

“내가 필요한 물건이 하나 있거든.”

“물건……?”

“천룡의 비늘. 그게 필요해. 그래서 어떻게든 저 녀석을 처치하려 했었던 거고.”

“……!”

아시라스는 분명, 천신의 인정을 받은 드래곤이 천룡이라 하였다.

그리고 이 소천보다는 중천에 더 많은 천룡들이 산다고 하였다.

그 말인 즉, 아직 중천에 갈 수 없는 이안보다는 그녀가 천룡의 비늘을 더 쉽게 구할 수 있을 터.

때문에 이안이 아시라스에게 뜯어내려는 두 번째는 바로 이 천룡의 비늘이었다.

“자운곡주로부터 받은 임무가 끝나자마자 천룡의 비늘을 하나 구해 줘야겠어.”

“…….”

“못 구하겠으면 네 비늘이라도 떼어 주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러니까 구해 와.”

“휴우…….”

“아, 혹시 대답만 하고 나중에 모른 척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천룡의 비늘을 구해다 주지 않으면, 내가 다시 천룡을 찾아서 또 사냥할 테니까.”

“하아, 알겠어…….”

이안의 철저함에 질려 버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아시라스.

“그리고 마지막.”

“마지막, 확실하지?”

“그래, 마지막이야.”

반쯤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다음 말을 기다리는 아시라스를 보며, 이안은 천천히 한쪽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안의 손끝에는, 아직까지 얌전히 기절해 있는 드라코우가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이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저 친구, 내가 좀 데려갈게.”

“뭐? 데려간다니?”

“나 소환술사인 거 잊었어?”

“……!”

“네가 친절하게 기절까지 시켜 줬으니, 내가 길들여서 데려가겠다고.”

“아니, 자, 잠깐.”

“왜 그러는 거야? 분명히 처치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그랬잖아.”

“그, 그랬었지.”

“그러니 내가 저 녀석을 포획한다고 해도 중천으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을 테지?”

“맞아. 천룡이 처치되는 것만 아니면 승천로는 열리지 않을 거야.”

“그럼 됐네.”

“……!”

사실 지금의 이안은, 결코 저 드라코우를 테이밍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소환수를 테이밍하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제압해야 가능한데, 혈투 끝에 겨우 이긴 녀석을 테이밍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한 일반 드라코우조차도 결코 쉽게 테이밍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군집생활을 하는 녀석들을 한 마리 따로 빼서 테이밍하기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들 게 분명하니 말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

아시라스의 용언마법에 의해 제압되어 있는 드라코우를 테이밍하는 것은 너무 쉬웠다.

원래 대상을 기절 상태에 빠뜨리면 테이밍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니 말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기절 지속 시간은 무척이나 짧아서 쉽게 활용할 수 없는 팁이기는 했지만, 지금 드라코우는 벌써 몇 분째 바닥에 뻗어 있었다.

정말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생긴 특별한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완벽해. 이렇게 하면, 너랑 나 둘 다 만족할 수 있겠어.”

마지막으로 아예 못을 박아 버리는 이안을 보며, 아시라스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너야 확실히 만족한 것 같은데, 나는……?”

하지만 그런 아시라스의 반문을 이안은 단 한 마디로 일축해 버렸다.

“넌 만족했어.”

“…….”

* * *

이안은 정말 아시라스에게 말했던 모든 것들을 성공적으로 뜯어내었다.

일단 천룡 드라코우를 먼저 테이밍하였으며.

-용족 드라코우(천룡)을 테이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드라코우(천룡)/Lv 50(초월)/등급 : 전설

최초 발견 버프가 지속되는 시간을 거의 한계까지 사용하여 사냥을 감행하였다.

-용족 드라코우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파티원 ‘아시라스’가 고유 능력 ‘드래곤 브레스’를 발동하였습니다!

-용족 드라코우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용족 드라코우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중략……

-파티원 ‘아시라스’가 용언마법 ‘자운강림(紫雲降臨)’를 발동하였습니다!

-범위 내의 모든 대상이 자운에 잠식당합니다.

-파티원 ‘아시라스’가 용언마법 ‘화염지옥’을 발동하였습니다!

-용족 드라코우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용족 드라코우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후략……

그리고 아시라스는, 최근에 이안이 탑승(?)했던 그 어떤 버스도 비교할 수 없는 놀라운 승차감을 자랑하였다.

갈수록 경험치 테이블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짐에도 불구하고, 하루만에 30레벨 중반까지 달성되었으니 말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0레벨(초월)이 되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31레벨(초월)이 되었습니다.

……중략……

-레벨이 올랐습니다. 35레벨(초월)이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용린패’가 만들어진 것은 당연했으며, 각종 아이템 제작 재료로 사용되는 희귀한 용의 부산물들이 인벤토리에 한가득 쌓였다.

-드라코우의 비늘×59

-튼튼한 드라코우의 큰 다리뼈×24

-날카로운 드라코우의 허리뼈×36

-드라코우의 역린×4

……후략……

게다가 마지막에 아시라스로부터 ‘천룡의 비늘’을 꼭 구해다 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아 내었으니, 이보다 더 나은 시나리오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이안이 잃은(?) 것도 한 가지 있기는 했다.

이안에게 질려 버린 아시라스와의 친밀도가, 대폭 감소해했으니까.

-자운룡 ‘아시라스’와의 친밀도가 감소합니다.

물론 이안은 별로 아쉬워하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뭐, 용천은 넓고 드래곤은 많으니, 다른 드래곤이랑 친해지면 되지, 뭐.’

여하튼 ‘용사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얼떨결에 용천에 떨어져서는, 기대했던 것을 훨씬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 이안.

‘크, 다 좋지만 역시 마지막 한 수가 신의 한 수였어.’

이안은 드라코우를 테이밍할 생각을 해 낸 자신의 잔머리에 연신 감탄을 거듭하였다.

막대한 경험치나 천룡의 비늘도 대단한 수확이기는 했지만,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진행 중인 용사의 의식 퀘스트였으니 말이다.

이 한 수로 인해 너무도 쉽게 퀘스트 조건을 완수하였으며, 그것을 넘어 목적을 초과 달성해 버리게 된 것.

‘으흐흣, 이제 제단으로 한번 돌아가 볼까?’

마지막까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던 아시라스의 얼굴을 떠올린 이안은, 피식 웃으며 태초의 평원을 떠나 고요의 바위산으로 향했다.

고요의 바위산 정상으로 돌아가야 다시 포털을 타고 제단으로 복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흣차!”

핀을 타고 빠르게 바위산에 도착한 이안은, 가벼운 몸짓으로 포털을 향해 뛰어들었다.

이어서 푸른빛으로 요동치던 커다란 포털은 이안을 집어삼킨 뒤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었다.

* * *

-이안,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돌아왔군.

“예, 뭐……. 그렇게 되었네요.”

-역시……. 아무리 대단한 실력을 가진 용사라 하더라도, 너무 무리한 임무를 내렸던 것인가.

“그게 무슨 말이세요? 말씀하셨던 드라코우, 테이밍해 왔는데요?”

의식의 제단에 도착한 이안은 곧바로 퀘스트를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동상의 앞에 서, 아시라스로부터 강탈해 온 드라코우를 소환한 것이다.

쿠우웅-!

제단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뽐내며, 동상의 앞에 소환된 드라코우.

크르륵-

녀석은 무척이나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이안을 노려보았지만, 이안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자, 됐죠? 말씀하셨던 드라코우. 그중에서도 제일 실한 놈으로다가 잡아 왔습니다요.”

-……?

그리고 이안의 이어진 말에, 천신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당황스러운 상황에 말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안은 이 상황을 즐기면서, 그의 다음 말이 이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흐흐, 퀘스트 조건이 분명 초과 달성되었으니 뭐라도 하나쯤 더 얹어 주지 않을까?’

모든 퀘스트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퀘스트의 조건을 초과달성한 경우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때문에 이안은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다음 말을 기다렸고, 천신의 목소리가 다시 쩌렁쩌렁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내용이 이어질수록, 이안의 표정은 점점 더 밝아져 갔다.

-영웅의 의식에 도전하는 용사여.

그대는 지금껏 그 어떤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 내었노라.

그대의 능력에 걸맞은 시련을 내렸다 생각하였으나, 그대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뛰어난 용사였다.

그대에게 남은 모든 의식을 통과할 수 있는 면제권을 주도록 하겠노라.

따로 추가보상이 나타난 것은 아니었지만 남아 있는 다른 의식들을 프리패스할 수 있는 면제권이 주어졌으니, 지금의 상황에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단을 쩌렁쩌렁 울리며 쏟아져 내리는 신의 목소리.

-용사여, 나의 부름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가.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안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물론입니다. 전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안은 신이 난 표정으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거의 동시에 동상에서 황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우웅- 우우웅-!

그리고 그 광채들은 잠시 동안 제단을 가득 메우더니, 이내 이안을 향해 쏟아져 내려왔다.

쏴아아-!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띠링-!

-‘용사의 의식 Ⅰ/소환술사의 시련 (에픽)’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당신의 용맹과 뛰어난 소환술을 입증하여 천신으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클리어 등급 : 알 수 없음

-‘알 수 없음’ 등급으로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황금빛 안장’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용사의 징표(초월)’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용사의 의식 Ⅱ/소환술사의 시련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용사의 의식 Ⅲ/소환술사의 시련 (에픽)’ 퀘스트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모든 의식을 클리어하여, 진정한 ‘용사’의 자격을 얻으셨습니다.

-중간자의 위격을 얻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중간자의 위격을 얻기 위한 마지막 조건이 개방됩니다.

황금빛으로 온통 어지러운 시야 속에서 정신없이 쏟아져 내리는 메시지들을 겨우 읽어 내려간 이안.

그런데 눈앞에 떠오른 마지막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모든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용사의 마을’로 다시 워프됩니다.

“자, 잠깐!”

뭔가를 깨달은 이안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0초만 시간을 줘! 상자 아직 못 깠다고……!

이안이 마지막 순간에 떠올린 것은 바로, 백룡수호대장 카미레스로부터 받았던 선물.

-용사의 의식을 진행하는 동안 위기가 찾아오거든 그 상자를 한 번 열어 보시게나.

-위기……요?

-말 그대로일세. 쉽지 않은 난관에 봉착했을 때 그 상자를 열어 본다면,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네.

용사의 의식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에만 오픈할 수 있는 아이템인, ‘카미레스의 황금 상자’ 아이템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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