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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56화 (667/1,027)

< 656화 2. 용족 드라코우 (4) >

* * *

드라코우의 성체와 유체는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일단 ‘용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가장 큰 차이이며, 두 번째로 큰 차이는 바로 비늘의 색상이다.

하늘빛의 비늘을 가진 유체와 달리 성체의 비늘은 짙은 남색을 띠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성체와 유체 사이에 다이내믹한 전투력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성체들의 레벨 평균이 45 정도이고 유체들의 레벨 평균이 40레벨 정도인 것만 보더라도, 이것은 충분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성체가 유체보다 강한 것은 높게 잡아 줘야 20~30퍼센트 정도의 전투력 차이.

때문에 이안은, 암벽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이 상황이 ‘몬스터’때문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이것은 거의 보스급 몬스터가 등장할 때나 나타날 법한 이펙트였으니 말이다.

‘뭐지? 던전이라도 생성되는 건가? 아니면 무슨 돌발 이벤트라도 발생하는 거야?’

고개를 휙휙 돌리며 빠르게 주변 상황을 스캔한 이안은 빡빡이나 떡대와 같은 둔한 소환수들을 먼저 소환 해제하였다.

그리고 일단 눈앞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 마리의 드라코우를 침착하게 상대하기 시작하였다.

무리해서 몸을 빼는 것보다는, 생명력도 얼마 남지 않은 눈앞의 이 녀석을 처치하고 안정적으로 빠지는 게 나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엘, 배리어는 아끼고 일단 뒤로 물러서! 크르르, 파괴 광선!”

콰아앙-!

전설 등급의 마수이지만, 공격력만큼은 다른 신화 등급의 소환수들에 크게 꿀리지 않는 크르르.

게다가 3,750퍼센트라는 최상급의 공격력 계수를 가진 파괴광선은 드라코우를 마무리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소환마수, ‘크르르’의 고유 능력 ‘파괴 광선’이 발동하였습니다.

-‘드라코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드라코우’의 생명력이 2,110만큼 감소합니다.

크르르에게서 뿜어져 나간 파괴 광선이 드라코우의 흉부에 정확히 작렬했고, 하늘빛을 띄고 있던 드라코우는 까맣게 변해 가기 시작하였다.

-‘드라코우’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드라코우’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한 진보랏빛의 광선은, 드라코우의 사체에서 튕겨 나가 허공으로 쏘아졌다.

이어서 공터를 둘러싼 암벽들에 튕기며, 정신없이 주변으로 쏘아졌다.

최대 사정거리인 150미터에 도달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튕겨 나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목표물이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멸되지 않는 것이다.

드라코우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이안은, 곧바로 튀어 올라 까망이의 등에 올라탔다.

타탓-!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아직 파악은 되지 않지만, 일단 위험해 보이는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으니 말이다.

크르르를 비롯한 비행이 불가능한 소환수들은 전부 소환 해제하였다.

“까망아, 저쪽으로!”

푸릉- 푸르릉-!

이안을 태운 뒤, ‘어둠의 날개’를 발동시키기 위해 투레질을 시작하는 까망이.

그런데 다음 순간.

“……?”

이안의 눈앞에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가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드라코우’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드라코우’의 생명력이 98만큼 감소합니다.

* * *

이안이 공터로 끌고 들어왔던 드라코우들은 총 일곱 마리.

그리고 이안이 처치한 드라코우 또한 일곱 마리였다.

즉, 이 공터 안에 드라코우가 남아 있을 리 없다는 말이었다.

‘뭐야? 숫자를 잘못 세었을 리는 없는데……?’

게다가 메시지 상으로 떠있는 데미지 수치도 문제였다.

이것은 분명히 튕겨 나간 파괴광선으로 인한 대미지였는데, 피해량이 100조차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물론 파괴 광선은 한 번 궤도가 꺾일 때마다 5퍼센트씩 대미지가 감소하지만, 그것을 감안한다 해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였다.

‘젠장,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런데 다음 순간, 이안의 눈앞에는 더욱 기가 막힌 메시지가 떠올랐다.

-알 수 없는 결계가 존재합니다.

-이동할 수 없습니다.

까망이를 타고 공터를 벗어나 날아오르던 도중 반투명한 결계로 인해 진로가 막혀 버린 것이다.

이쯤 되자 이안은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피부에 와 닿음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변수가 발생했어. 대체 뭐지?’

이안은 이 알 수 없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즉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웅-!

드라코우의 사체들만이 널브러져 있던 공터의 한복판에, 거대한 보랏빛의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던 것이다.

“……!”

이어서 다음 순간, 이안의 귓전에 날카로운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감히 용족의 아이들을 해하다니. 겁을 상실한 인간이로구나!

희미하게 일렁이던 보랏빛의 기운은 점차 진해지기 시작하였고, 그것은 곧 한 마리의 용 형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한 이안의 눈에는 의아함이 어렸다.

보랏빛 기운이 일렁이며 나타난 형태는, 지금껏 그가 상대하던 드라코우와 무척이나 흡사했으니 말이었다.

‘뭐지? 초대형 드라코우인가?’

드라코우와 비슷하되 짙푸른 색을 넘어선 ‘다크 블루’에 가까운 어두운 색상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크기는 드라코우 성체의 세 배 가까이 되어 보이는 거대한 물뱀이었다.

이쯤 되니 뱀이나 구렁이 같은 느낌보다는 확실히 한 마리의 용의 위압감을 뿜어내는 모습이었다.

고오오오-!

이안과 눈을 마주친 녀석은, 위협적인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보아하니, 중간자의 위격조차 얻지 못한 저급한 영혼이로군.

“……?”

-그 저급한 위격으로 어찌 우리 아이들을 해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후회해도 이미 늦었느니라.

파아앗-!

청색의 빛무리가 허공으로 폭사됨과 동시에, 거대한 용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났다.

이어서 그 순간, 녀석의 머리 위로 한 줄의 정보가 떠올랐다.

-드라코우(천룡)/Lv. 50(초월)

그리고 그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 * *

레벨 업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부분이지만, 초월 레벨은 지상계의 레벨과 격이 달랐다.

레벨 업을 하나 할 때마다 성장하는 스텟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지만, 그 이상으로 레벨 업에 필요한 노력이 어마어마했으니 말이다.

지상계에서 100레벨 정도 찍을 노력을 들여야 초월 20레벨을 겨우 달성할 수 있었으니, 그 난이도가 어떠한지는 어렵지 않게 가늠해 볼 수 있으리라.

‘초월 레벨 50이라……. 내가 저걸 상대할 수 있을까?’

‘천룡’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타난, 어마어마한 위용을 뿜어내는 드라코우.

녀석을 마주한 이안은 마른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아무리 이안이라고 해도 이제 갓 30레벨 정도의 초월 레벨로 50레벨짜리 괴물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어떤 트릭을 사용한다거나 편법을 사용한다면 모르되, 지금은 그런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처음 이 공터에 판을 깔기 시작한 것은 이안이었으나, 지금은 저 드라코우가 그것을 전부 장악해 버렸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 이안은, 보유한 소환수의 절반조차 쓰지 못하는 상황.

소환 해제한 소환수들을 다시 꺼낼 수 있게 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젠장, 이런 외통수는 또 오랜만이네.’

만약 여기서 사망하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이안이 손해 볼 부분이야 기존의 데스 페널티 외엔 딱히 없었지만, 카노엘의 티어 상승 퀘스트는 그대로 실패하게 될 테니 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된 것은 이안의 두 가지 판단미스 때문이었다.

첫 번째 착오는 ‘천룡’이라는 개체가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는 것이었으며, 두 번째 착오는 희귀하다는 천룡이 이렇게 빨리 등장할 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이 순간 이안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한 줄의 시스템 메시지.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태초의 평원’에서 ‘천룡’이 등장할 확률이 50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최초 발견 버프가 이렇게 뒤통수를 칠 줄이야.’

항상 이안에게 선물보따리만을 가져다주던 ‘최초 발견’ 버프가 이안을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아넣은 꼴이 되어 버렸다.

“후웁…….”

한차례 크게 심호흡을 한 이안은 등에 메어 두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었다.

스르릉-!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는 최악의 상황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것은 아니었으니 오히려 머릿속은 점점 더 차분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래. 어차피 천룡의 비늘을 얻기 위해서라도 언젠간 싸워 봐야 하는 녀석이었어. 죽을 땐 죽더라도 최대한 정보를 수집해 보자.’

쿠릉- 쿠르르릉-

마치 광산에서 만났던 아이언스웜처럼 암벽들을 무너뜨리며 다가오는 거대한 드라코우.

이안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표정으로, 녀석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 * *

태초의 평원 초입.

흐르는 백룡강의 강물을 바라보며 태평한 표정으로 바위에 걸터앉아 있던 아시라스는, 크게 기지개를 켜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흐아암, 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그녀의 표정은 몹시 지루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안이 드라코우를 잡겠다며 떠난 지 벌써 2시간이 넘었기 때문이었다.

본래부터 성질이 급한 그녀로서는, 충분히 지루할 만도 한 상황.

“아니, 못 잡겠으면 빨리 돌아올 것이지. 대체 이렇게 오랫동안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녀가 본 이안은, 분명히 눈에 차지 않을 정도로 허약했다.

중간자의 위격조차 없는 마당이었으니, 용천에서 가장 저급한 위격을 가진 용족보다도 낮은 위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안이 드라코우를 잡다가 사망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이안이 보유한 소환수들을 눈으로 확인하였고, 어지간히 바보가 아니라면 소환수들의 능력을 활용해 도망 정도는 충분히 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때문에 아시라스는 이안이 금방 사냥을 포기하고 돌아올 줄 알았다.

“쯧. 대단한 위격의 소환수들과 계약했으면 뭐 해? 아직 본인의 자격이 부족한 것을…….”

그녀의 눈에는 거만하기 그지없어 보였던 이안.

그를 떠올린 아시라스는, 입을 삐죽 내민 채 투덜거렸다.

더 이상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꾸물거리다가는, 곡주의 불호령이 떨어질 터였다.

“결국 이 몸을 귀찮게 하겠다 이거지.”

한숨을 푹 쉰 아시라스는,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마치 공중 위를 걷기라도 하듯 그녀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허공을 날기 시작하였다.

마법사 클래스 유저들이 사용하는 플라이 마법과 비슷한 느낌이기는 했으나, 그보다 수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아시라스!

그렇게, 대략 10여 분 정도 움직였을까?

어렵지 않게 드라코우의 군락을 발견한 아시라스는 두리번거리며 이안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게 대체……!”

뭔가를 발견한 아시라스의 두 동공이, 점차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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