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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54화 (665/1,027)

< 654화 2. 용족 드라코우 (3) >

* * *

강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를 거대하게 휘감으며, 하늘 높이 솟구쳐 구름까지 이어져 있는 거대한 소용돌이.

심지어 이 소용돌이는 한두 개가 아니었다.

총 일곱 개의 크고 작은 소용돌이들이, 일정한 패턴을 이루며 하늘 높이 솟아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수년간 카일란을 하면서도 처음 보는 어마어마한 광경에, 이안의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저게 뭐야 아시라스?”

이안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용오름을 가리키자 아시라스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용오름이라는 거다, 인간.

“그냥 자연 현상이야?”

-음……. 자연현상의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굳이 따지자면 반반이라고 해야 할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용들의 힘을 자연현상의 범주 안에 넣는다면, 이 또한 자연현상이라 할 수 있겠지.

“……!”

이안이 놀라는 동안, 그를 태운 아시라스는 빠르게 비행하여 용오름을 향해 다가갔다.

이어서 날개의 각도를 비스듬하게 틀어 내리며, 용오름의 사이를 여유롭게 통과해 냈다.

쏴아아-!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띠링-!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에픽 던전, ‘승룡문昇龍門’을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이 100만큼 상승합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입장할 수 없는 던전입니다.

-‘중간자’의 위격을 가진 자만이 던전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중천中天으로 향하는 입구를 발견하셨습니다.

……후략……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에 주르륵 하고 쏟아지듯 나타나는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

이안은 그것들을 빠르게 읽어 내려가며, 한 가지 사실을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중천으로 향하는 입구라……. 여기가 던전이자 상위 맵으로 이동하는 통로인 건가?’

그리고 그 추측을 확인해 보기 위해, 아시라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야, 빨간 머리.”

‘빨간 머리’라는 말에 아시라스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지만, 이제 포기한 것인지 그녀는 별다른 반응 없이 대답하였다.

-왜 부르는가, 건방진 인간.

“이 승룡문이라는 곳이, 중천과 연결되어 있는 통로인 거야?”

-그렇다. 승룡문을 따라 하늘을 오르다 보면, 진정한 용들의 땅에 도달할 수 있지.

“그렇군.”

-하지만 어지간한 능력으로는 승룡문을 오를 수 없을 것이다.

“그래?”

-이곳, 소천에 있는 거의 모든 용족들이 이 승룡문을 오르지 못하여 이곳에 남아 있는 것이니 말이다.

“아하.”

고개를 끄덕인 이안은, 본능적으로(?) 아시라스의 자존심을 긁는 질문을 덧붙였다.

“그럼 너도 저기 못 올라가서 여기에 있는 거냐?”

이안의 질문에, 아시라스는 인상을 팍 쓰며 퉁명스레 대꾸하였다.

-나야 당연히 중천에 오를 수 있다. 승룡문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용이 어찌 자운의 수호룡이 될 수 있을까.

아시라스와의 대화를 통해, 이안은 용천의 대략적인 구조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을 느꼈다.

‘흐흐, 적어도 용사의 마을을 졸업하자마자 뭐부터 해 봐야 할지 계획은 서는군.’

이안은 용사의 마을을 졸업하고 중간자의 위격을 획득하면, 곧바로 저 ‘승룡문’이라는 이름의 던전에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용천의 본격적인 콘텐츠들도 즐기고 오래 전에 찜(?)해 놓은 소환수 루가릭스를 찾으러 갈 겸, 기분이 좋아진 이안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크크, 다른 곳은 몰라도 이 용천의 콘텐츠만큼은 싹 다 독식해 주겠어.’

물론 정령계나 명계와 같은 다른 중간계의 콘텐츠들도 아직까지 이안만큼 많이 진행한 유저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미 그곳들은 수많은 유저들이 발을 들인 땅.

이제 본격적으로 용사의 마을 졸업자들이 나오기 시작한다면, 순식간에 포화될 곳들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 용천은 다르다.

사실상 카노엘과 이안을 제외한다면, 아직 이 용천이라는 곳이 있다는 사실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안이 이런저런 계획을 머릿속으로 세워 보는 동안, 용오름의 사이를 빠져나온 아시라스가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긴장하는 게 좋을 것이다, 인간.

그에 전방을 향해 시선을 돌린 이안이 반색하며 입을 열었다.

“오, 강 다 건넜네? 여기부터 태초의 평원인가?”

그리고 이안의 그 중얼거림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또다시 생성되었다.

띠링-!

-용들의 대지 ‘태초의 평원’을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초월)이 50만큼 상승합니다.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태초의 평원’에서 획득하는 모든 경험치가 50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태초의 평원’에서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5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최초 발견’ 메시지들.

그런데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뭔가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에이, 여긴 버프가 왜 이렇게 짜? 당연히 두 배 버프일 줄 알았는데…….’

최초 발견 보상 버프는 100퍼센트만큼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곳의 버프는 고작(?) 50퍼센트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이안의 불만은 금세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에 떠오른 세 줄의 메시지가 이안을 설레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태초의 평원’에서 ‘용린’을 획득할 확률이 10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태초의 평원’에서 ‘천룡’이 등장할 확률이 50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태초의 평원’에서 ‘천룡의 비늘’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1,000%만큼 증가합니다.

* * *

태초의 평원과 천룡.

그리고 천룡의 비늘.

메시지를 전부 확인한 이안은, 기억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태초……! 이 단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익숙하다 생각했었는데 말이지.’

이안은 번개같이 인벤토리를 열어, 쌓아 둔 아이템들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원하던 아이템을 찾아낼 수 있었다.

-‘태초의 마룡’ 연성 레시피 아이템을 꺼냈습니다.

이어서 이안은, 자신의 기억이 맞길 바라면서 오랜만에 레시피의 정보 창을 오픈해 보았다.

-‘태초의 마룡’ 연성 레시피

분류 : 잡화

등급 : 신화 (초월)

베이스 마수 : ‘신화’등급 이상인 드래곤 종족의 마수.

재료 마수 : ‘신화’등급 이상인 태초의 마수.

재료 A. ‘마룡’의 영혼 결정.

재료 B. 마신의 혈옥血玉

재료 C. 천룡의 비늘

재료 D. 최상급 원소 결정

*마수 연성술이 10레벨에 이른 연성술사만이 시도할 수 있는 레시피입니다.

*성공률이 무척 낮은 레시피입니다. ‘전설’등급 이상의 마령석과 함께 연성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유저 ‘이안’에게 귀속된 아이템입니다.

다른 유저에게 양도하거나 팔 수 없으며 캐릭터가 죽더라도 드롭되지 않습니다.

과거 이안이 정령계에 처음 입성하기 전.

그리퍼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태초의 마룡’ 연성 레시피.

태초의 평원에 들어서며 떠오른 최초 발견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이 레시피의 재료였던 ‘천룡의 비늘’을 곧바로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천룡의 비늘이 레시피에 들어가는 재료였다는 사실을 떠올린 순간, ‘태초’라는 단어가 왜 낯익었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여기 온 김에 천룡의 비늘은 무조건 구해야 해. 어쩌면 천룡이라는 몬스터 자체가 이 태초의 평원에서만 나오는 녀석들일 수도 있어.’

물론 재료가 되는 마수들인 ‘신화’등급 이상인 드래곤 종족의 마수와 ‘신화’등급 이상의 태초의 마수를 얻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신의 혈옥과 최상급 원소 결정을 얻는것 까지.

아직까지 어디서 어떻게 얻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재료들이 쌓여 있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이안은 무척이나 고무적이었다.

가장 막막했던 재료 중 하나의 단서가 의뢰로 쉽게 나타났으니 말이다.

‘어차피 드라코우의 금린을 구하기 위해선 미친 듯이 녀석들을 사냥해야 해. 그러다보면 천룡이라는 녀석을 만날 수도 있을 테고, 녀석의 비늘도 구할 수 있겠지.’

최초 발견 버프가 지속되는 시간은 24시간.

그리고 노엘의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남아 있는 제한시간은 22시간 남짓.

원래도 철철 흘러넘치고 있었던 이안의 의욕이 더욱더 강렬히 불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촤아아-!

거대한 용오름들의 사이에서 들려오던 물살 소리가 점점 멀어지면서, 이안을 태운 아시라스는 곧 강변에 도착하였다.

쿠웅-!

이어서 묵직한 소리와 함께 내려앉은 아시라스는 이안이 등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인간의 형태로 폴리모프하였다.

우우웅.

자줏빛의 머리카락에 자색 눈동자를 한 아시라스의 인간형 외모는, 사랑의 숲을 지키는 엘프 이리엘에 비견될 정도였다.

물론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이안에게 그녀는 버스기사로 보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휘유, 강이라기에 금방 건널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려 버리네.”

이안의 투덜거림에, 아시라스가 살짝 핀잔을 주었다.

-인간,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전투 준비에 집중하라.

“거 참, 빡빡한 친구네. 그렇지 않아도 장비 점검 중이었다고.”

티버를 갈아 내어(?) 만든 최상급 장비들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 이안은, 이제 전투를 시작하기 전 필요한 정보들을 아시라스에게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물론 과거에 드라코우를 상대해 본 경험이 있긴 하지만, 너무 오래 전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녀석의 고유능력에 대해 아는 것 있으면 좀 알려 줘 봐. 주의해야 할 점이라던가…….”

-드라코우에 대해 주의해야 할 점이라기보단, 모든 용족들을 상대함에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게 뭔데?”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마법들이 ‘용언 마법’이라는 것이지.

“……?”

-용언 마법은 일반적인 마법들과 달라서, 캐스팅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 마법사들을 상대할 때처럼 대응한다면, 큰 코 다칠 거다.

아시라스의 말을 들은 이안은,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그녀가 말하는 ‘용언 마법’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나, 다른 부분에서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용족이라는 개념이 대체 뭐야? 일반 드래곤들은 용족이 아니야?”

지금 이안의 소환수인 카르세우스나 엘카릭스는 분명 드래곤이다.

한데 이들이 인간형으로 폴리모프한 채 쓰는 마법들은, 딱히 인간 마법사들이 쓰는 마법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때문에 이안에게 이런 궁금증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들은 아시라스는 살짝 놀란 표정이 되어 입을 열었다.

-오호, 인간, 그대가 드래곤과 계약을 맺은 소환술사인 줄은 몰랐군.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말들은, 제법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지금 그대와 계약한 드래곤이 용언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다.

“어째서?”

-계약자인 그대가 아직 중간자의 위격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지. 마치 나의 동생 카시라스가 지금 용언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의 이유가 더 있을 수 있다.

“하나 더……? 그게 뭔데?”

잠시 뜸을 들인 아시라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직 그 드래곤이 영혼에 내재되어 있는 진정한 자신의 위격을 깨우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떤 영혼이든 지상계에 오래 머물다 보면, 본래의 위격이 봉인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오호.”

-그리고 그 본래의 위격이 어떤 수준이었는지에 따라서, 그것이 깨어났을 때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겠지.

아시라스의 말을 전부 다 들은 이안은 점점 더 설레는 것을 느꼈다.

지금도 충분히 강력한 카르세우스 등의 소환수들이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같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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