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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49화 (661/1,027)

< 649화 용사의 의식 (5) >

* * *

“어후, 이제 다음 주면 용사계급 찍을 수 있으려나?”

“당연하지, 누나. 오늘 받은 퀘스트까지 클리어하고 나면, 대충 6~7만 공헌도까진 찍힐 것 같은데?”

“그렇겠지? 으……. 대체 이안 그놈은 어떻게 벌써 용사계급 찍은 거야? 좋은 방법이 있으면 길드원들한테 풀어야지, 치사하게 본인 혼자만 알고 있다니.”

“알려 준다고 할 수 있는 거였으면 진즉 알려 줬을걸?”

“그, 그런가.”

“아마 무슨 히든퀘라던가 특수한 조건 같은 게 필요하겠지, 뭐.”

아침에 받은 용사의 마을 메인 퀘스트를 마친 레미르와 헤르스는 차원의 숲에서 나와 로터스 길드의 거점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여기서 거점이란, 거창하게 새로운 콘텐츠 같은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냥 용사의 마을 한편에 있는 여관을 로터스에서 거의 전세 내다시피 빌려서 쓰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관에서 로터스 랭커들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주며, 용사의 마을 퀘스트들을 빠르게 클리어하고 있었던 것.

특히 가끔 방문한 이안이 뿌려두고 가는 쓰다 남은(?) 장비들은, 후발 길드원들에게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고 있었다.

“오, 마스터! 오늘 퀘스트는 벌써 끝내신 건가요?”

“네. 오늘은 좀 수월하게 끝나서 일찍 퇴근할 수 있었네요.”

“크, 역시! 엇, 레미르 님도 오셨네요!”

헤르스와 레미르가 들어오자마자, 여관 안에서 쉬고 있던 길드원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일러서 그런 것인지, 여관에는 거의 용사의 마을에 진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유저들이 대부분이었다.

“헤르스.”

“응, 누나.”

“우리 ‘영웅의 협곡’ 전장 열리기 전까지, 몇 명이나 용사 계급 찍을 수 있을까?”

“으음, 글쎄…….”

“한 파티는 나오겠지?”

“좀 간당간당하지 않을까?”

여관 로비에 있는 원탁에 앉아, 여유롭게 대화하는 헤르스와 레미르.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뿐이던 여관의 로비에 한 명씩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최근에 이안 못지 않게 플레이 타임을 늘려 가며, 용사의 마을 입성에 성공한 하린부터…….

“어, 이제 하린이도 용사의 마을 올라왔네?”

“저 오늘 아침에 올라왔어요.”

“히야, 레벨 업 열심히 했나 보네.”

“길드 버스를 잘 탄 거지, 뭐.”

“유현이 넌 좀 조용히 해 줄래?”

뒤늦게 메인 퀘스르를 마치고 돌아온 카윈과 유신, 클로반까지.

“오, 다들 모여 있었네요?”

“오늘 중간 점검 하기로 한 날이잖아.”

“아, 맞다. 그렇지?”

“클로반 형, 형은 다음 주까지 공헌도 10만 가능해?”

“난 아무래도 다음 주 까지는 쉽지 않을 것 같아. 내 직업퀘 때문에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그럼 유신이랑 카윈은?”

“우린 문제 없어. 카윈이가 좀 간당간당하기는 한데, 아마 될 것 같아.”

그리고 이들이 오늘 모인 이유는,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버린 ‘영웅의 협곡’ 이벤트 때문이었다.

길드와 유저들의 ‘세계 랭킹’을 정하기 위해 열린다는 용사의 마을이 오픈될 당시 예고되었던 콘텐츠들 중 가장 핫한 콘텐츠.

한국 서버 부동의 랭킹 1위인 로터스 길드는 당연히 참전할 예정이기도 했다.

“언니, 입이 좀 심심한데, 커피 좀 타 볼까요?”

“크, 하린이 커피 좋지!”

“뭐 드실래요?”

“난 그냥 아무 커피나 다 좋아. 있는 거로 타 줘.”

“나는 모카라떼.”

“유현이 넌, 알아서 타 먹어.”

“우씨, 내가 타면 맛없단 말이야…….”

오랜만에 길드원들이 전부 모이자 시끌벅적해진 로터스 길드의 여관.

“그런데 하린아, 이안이는 언제 오는 거야? 왜 너 혼자 왔어?”

“아, 진성이 방금 일어나서, 씻고 있을걸?”

“에? 지금이 몇 신데 이제 일어나?”

“어제 밤새 게임하고 아침에 잤거든.”

“후우, 또 밤을 새고 무슨 짓을 한 거야.”

“어쨌든 이제 금방 올 거야.”

그리고 잠시 후, 여관 안에 있던 시계가 저녁 열두 시가 되었음을 알리는 종을 울리자…….

뎅- 뎅- 뎅-!

여관의 문이 열리며, 요주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덜컹-!

“오, 다들 와 있었네.”

그의 정체는 당연히, 이안이었다.

* * *

용사의 협곡.

그리고 영웅의 협곡.

무척이나 비슷한 어감을 가진 두 단어는, 사실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영웅의 협곡뿐 아니라, 용사의 마을부터 시작해서 차원의 숲, 차원의 설원까지.

이 모든 맵을 포괄하여 통칭하는 것이 용사의 협곡이었으니, 영웅의 협곡은 용사의 협곡 안에 있는 부수 콘텐츠들 중 하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요일 전장들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어쩌면, 용사의 협곡에 있는 모든 콘텐츠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이 영웅의 협곡일지도 몰랐다.

영웅의 협곡에서 승리한다고 특별한 뭔가를 얻게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에는 랭커로서의 자존심과 길드의 명예가 걸려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영웅의 협곡 전투는, 대체 어떤 콘텐츠일까?

이는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1. 영웅의 협곡 전투는 총 여섯 명의 랭커들이 팀을 이뤄 참전할 수 있으며, 한 팀에 같은 클래스가 두 명 이상 참전할 수 없다.

용사의 마을에서 ‘용사’계급 이상을 달성한 유저만이 참전 가능하다.

(참여 인원들의 레벨은 전부 초월 1레벨로 통일되며,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들은 사용할 수 없다.)

2. 팀은 길드와 서버에 무관하게 꾸릴 수 있으나, 길드의 이름으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길드원으로 이뤄져야만 한다.

3. 영웅의 협곡에 참전신청을 한 팀들은, 먼저 협곡을 지키는 ‘차원 군대’와 전투를 치러야 한다.

4. 차원 군대와의 전투를 치른 후 산정된 점수에 따라 협곡의 팀 랭킹이 설정되며, 1년에 두 번 열리는 ‘영웅들의 전쟁’에 랭킹 128위 안에 있는 팀까지 출전하게 된다.

5. 이 세계 대회에서 정해진 순위대로 팀 랭킹 혹은 길드 랭킹이 결정되게 되며, 매 전투마다 산정된 개인의 공헌도를 합산하여 개인 세계 랭킹이 만들어진다.

6. 세계 랭킹 1위~100위로 선정된 유저들에게는 소정의 상금과 함께 ‘카일란의 밤’ 행사 초청장이 발송된다.

그리고 지금, 로터스 길드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일주일 뒤에 처음 열리게 될 ‘차원 군대’와의 전투였다.

차원 군대와의 전투는 다음 주부터 매주 한 번 열리게 되는데, 연말에 있을 ‘영웅들의 전쟁’ 전까지 세 번의 기회가 남아 있었다.

영웅들의 전쟁 까지의 날짜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여 현재 공헌도 상위권에 있는 길드들은 이번 주 전장부터 어떻게든 참전하려고 공헌도를 끌어모으는 중이었다.

두 번의 기회 중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케이스로 랭킹이 등록되며, 128위 안에 들어야만 ‘영웅들의 전쟁’에 참전이 가능하게 되니 말이다.

물론 단 한 번의 기회에 높은 점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트라이 횟수가 많을수록 유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리고 길드 회의가 끝난 결과, 로터스 길드에서 클래스 별로 참전이 가능한 유저들을 어느 정도 정할 수 있었다.

전사 클래스 : 유신

기사 클래스 : 헤르스

궁수 클래스 : 카윈

마법사 클래스 : 레미르, 피올란

사제 클래스 : 레비아

암살자 클래스 : 없음

흑마법사 클래스 : 간지훈이

소환술사 클래스 : 이안

로터스에서 비교적 약세인 암살자 클래스를 제외하고는, 다음 주까지 용사 계급이 가능한 유저들이 다행히 하나씩은 있었던 것.

종이에 쭉 나열해 놓은 명단을 보며, 헤르스가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일단 이안이랑 훈이, 그리고 레비아 님까진 확정인 것 같고…….”

옆에 있던 피올란이 그 말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세 분은 확정이고, 마법사 클래스도 저 대신 레미르 님이 참전하시는 게 맞는 것 같고요.”

“그럼 두 명을 더 정해야 하는 거네요.”

“흐음, 어떻게 조합하는 게 더 좋으려나…….”

소환술사와 흑마법사 그리고 마법사와 사제클래스까지.

이렇게 네 클래스가 픽스되었으니 이 조합에 어울릴 두 클래스를 전사, 기사, 궁수 중에 고르면 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잠자코 있던 레비아가 입을 열었다.

“딜은 부족할 것 같지 않으니, 아무래도 탱킹이 되는 헤르스 님이 참전하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안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확실히 기사 클래스는 하나 있는 게 좋죠.”

이어서 카윈을 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카윈이보다는 통합 랭킹 높은 유신이가 들어오는 게 좋을 것 같고요.”

이안의 말에 카윈이 입술을 살짝 삐죽였지만, 딱히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모든 면에서 유신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는 정도는 카윈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길드 회의가 마무리되고 나자, 이안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르스, 이제 난 다시 가도 되지?”

이안의 물음에, 헤르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음? 어딜 또 그렇게 급히 가는 건데?”

자다가 방금 일어났다니 다시 자러 가는 것은 아닐 테고, 이미 용사 계급을 찍은 마당에 어떤 콘텐츠를 하러 가려는 건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아, 용사의 의식이라고, 중간자의 위격을 얻으려면 또 해야 되는 게 있더라고.”

“……!”

“이거 하고 마지막 퀘스트 하나 더 깨면 졸업이던데……. 다음 주 되기 전까지 여기 졸업해 버려야지.”

“용사의 마을 졸업해도 협곡 참전은 가능한 건가?”

“당연하지. 영웅들의 전쟁 이거 이제부터 반년에 한 번씩 계속 한다는데, 여기 졸업한다고 참전 못 하면 말이 돼?”

“하긴, 그것도 그러네.”

헤르스와 짧은 대화를 마친 이안은, 곧바로 마을의 동쪽을 향해 움직였다.

동쪽에 있는 병영.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백룡수호대장白龍守戶大丈카미레스의 막사가, 이안이 향하는 목적지였다.

‘기왕 의식을 진행하는 거, 일면식이라도 있는 장군을 통해 가는 게 뭐라도 더 좋은 게 있겠지.’

용사의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천군 진영의 ‘장군’계급을 가진 이를 통해야만 한다.

그리고 천군진영의 장군들 중 이안과 가장 친한 NPC는 바로 카미레스.

카미레스는 이안과 일면식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최상의 친밀도를 자랑했기에, 퀘스트를 진행함에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안의 그런 예상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오, 이안. 기다리고 있었다네.”

“네?”

“자네가 이미 용사 계급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말일세.”

“아하.”

“왜 이렇게 늦게 오나 했더니, 용맹의 깃발 전장에서 거하게 활약하셨더군.”

“하하, 세카이림 장군께 들으셨나 보군요.”

“그렇다네. 그는 나의 절친한 친우 중 한 명이지.”

이안을 반갑게 맞은 카미레스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를 찾아왔다는 건, 아무래도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서겠지?”

“그렇습니다, 장군.”

이안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카미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편에 걸려 있던 장비들을 챙겨 장착하였다.

“자, 그럼 한번 출발해 볼까?”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상자 하나를 꺼내어 이안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이건 내 선물일세.”

“……!”

“아마 자네가 의식을 진행하는 데 제법 도움이 될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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