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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35화 (647/1,027)

< 635화 첫 번째 용사 (3) >

* * *

은은한 푸른 기운이 일렁임과 동시에, 눈부시도록 새하얀 빛이 내려앉는다.

마치 하늘의 별들이 쏟아져 내리기라도 하듯 티버의 모루를 향해 빨려 들어가는 찬란한 빛의 무리.

그리고 그 화려하기 그지없는 이펙트를 본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안의 입에서, 짧게 탄성이 새어 나왔다.

“오…… 오오!”

이안은 지금껏 카일란을 하면서 수많은 장비를 제작해 보았다.

또, 그 이상으로 많은 장비들을 강화해 보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로 강렬한 이펙트를 본 것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이안은 눈을 반짝이며, 티버를 향해 물었다.

“티, 티버……!”

“흐으음?”

“성공……인 건가요?”

기대감에 가득찬 이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티버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환하게 빛나는 모루를 향해 시선을 움직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완성된 무기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하얀 빛으로 인해 무기의 형태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안이 알 수 있는 것은 무기의 형태가 검과 비슷하다는 정도?

‘크, 이건 분명 성공이야.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화려한 이펙트가 터질 리가 없지!’

티버에게 묻기는 했지만, 이안은 이미 거의 확신한 상태였다.

제작된 전설의 무기가, 엄청나게 성공적이리라는 것을 말이다.

‘너무 사기 템이 나오면 어떡하지? LB사에서 너프라도 먹이면 곤란한데…….’

빛나는 모루를 보며, 연신 히죽거리며 웃는 이안.

하지만 이안의 머릿속에서 돌아가던 행복회로가 정지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잠시 후, 티버로부터 돌아온 대답이 이안의 예상을 제법 벗어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성공? 글쎄, 성공이라…….”

“……!”

“성공이라고 하긴 참 애매하구먼.”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티버?”

생각지도 못했던 티버의 답변에, 흔들리기 시작하는 이안의 동공.

불안해 보이는 이안의 표정을 본 티버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실패한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 마시게, 이안.”

티버의 아리송한 대답을 들은 이안은 순간적으로 열이 뻗치는 것을 느꼈다.

며칠 동안 그 고생을 해 가며 필요한 재료를 다 구해 왔건만 성공도 실패도 아니라는 애매한 대답이 돌아오니.

답답하다 못해 속이 터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성공도 실패도 아니면, 대체 뭐죠?”

“흠, 그건……. 직접 한번 확인해 보는 게 빠르겠네.”

말을 마친 티버는 손에 들고 있던 망치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빛이 뿜어져 나오는 모루를 향해 조심스레 손을 가져다 대었다.

이어서 잠시 후.

파앗-!

일순간 하얀 빛이 전부 사그라지며, 모루를 향해 빨려 들어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모루에 놓인 커다란 물체(?)를 향해 빨려 들어간 것이었다.

그리고 모루 위에 드러난 검을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살짝 확대되었다.

‘아니, 뭐 전설의 무기가 이렇게 생겼어?’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검의 형태가 이안이 기대했던 외형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전설의 무기면 전설의 무기답게 간지가 좀 나야…….’

정령왕의 심판처럼 번쩍번쩍하고 호화로운 외형의 검을 기대했는데, 지금 이안의 눈앞에 있는 이 물건은 검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안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힘들게 만든 전설의 무기가 천룡군장 템보다 후지면 곤란한데…….’

현재 이안이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인 천룡군장의 갑주와 보주는, 외형부터가 무척이나 고급진 형태였다.

짙은 남청색과 화려한 금장이 어우러져, 딱 봐도 비싸고 고급져 보이는 외형인 것.

반면에 지금 티버가 만들어 낸 이 정체불명의 물체는, 거무튀튀하고 둔탁한 것이 검보다는 몽둥이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티버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티버, 혹시 둔기를 만든 건 아니죠?”

“아닐세. 이 녀석은 분명히 검이야.”

“어딜 봐서…….”

어딜 봐서 검이냐는 말을 하고 싶었던 이안은, 나오던 말을 다시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띠링-!

-‘전설의 무기 제작 (에픽)(히든)’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전설의 차원 무기, ‘용사 이안의 검’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검이 맞네요…….”

시스템 메시지에 떡하니 ‘용사 이안의 검’이라고 명시되어 있었으니, 이안은 더 이상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두부도 썰지 못할 것처럼 보이는 둔탁해 보이는 검날과는 별개로, 이 정체불명의 아이템은 ‘검’이 맞았다.

“휴우.”

짧게 한숨을 내쉰 이안은, 허탈한 표정으로 인벤토리를 오픈했다.

철광석을 대충 녹여서 이어 붙여도 이것보단 더 검답게 만들어질 것 같았지만, 어쨌든 ‘전설의 무기’라는데,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 보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용사 이안의 검

분류 : 양손대검

등급 : 전설 (초월)

착용 제한 : ‘용사’계급 이상.

공격력 : 2,055~5,325

내구도 : 999/999

옵션 : 모든 전투 능력 : +100(초월)

힘 : +450(초월)

민첩 : –300(초월)

-치명타 확률이 20퍼센트만큼 감소하며, 치명타 피해량이 20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이동속도가 10퍼센트만큼 감소하며, 공격 속도가 50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전설의 차원 무기

공격에 ‘차원의 힘’을 담을 수 있습니다.

‘차원의 방호막’을 관통하여 공격할 수 있습니다.

*제련할 수 없는 아이템입니다.

전설의 차원광물로 만들어진, 전설의 무기입니다.

용사 ‘이안’에 의해, ‘이안’을 위해 제작된 차원무기입니다.

“……?”

‘용사 이안의 검’의 정보 창은 무척이나 간결했다.

희귀등급의 무기에도 종종 부여되는 그 흔한 장비 고유 능력 하나 없었으며, 부가 옵션과 아이템 설명도 무척이나 간단했으니 말이다.

정보 창의 구성만 보아서는, 티버의 대장간에서 파는 최하급 장비들과 동급으로 느껴지는 ‘용사 이안의 검’ 아이템.

하지만 이안은 이 정보 창을 오픈하자마자 이게 왜 전설의 무기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무기’류의 아이템을 볼 때, 자연스레 가장 먼저 확인할 수밖에 없게 되는 부분.

즉 정보 창의 상단에 표기되어 있는 무기의 공격력을 본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졌으니 말이다.

‘뭐, 뭐야? 이거 혹시 버그 아이템인가?’

이안은 한동안, 정보 창의 ‘공격력’ 탭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였다.

-공격력 : 2,055~5,325

‘진짜 생긴 것보다 더 무식한 공격력이잖아?’

최소 2천에서 최대 5천이라는 이 공격력 수치는, 이안이 충분히 놀랄 만한 것이었다.

현재 이안이 가지고 있는 초월 장비 중 가장 좋은 무기인 ‘천룡군장의 보주’를 떠올려 보더라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수치였으니 말이다.

‘천룡군장 보주는 최대 공격력이 1천 초반대인데…….’

물론 ‘보주’와 ‘양손대검’의 공격력을 단순히 수치만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두 무기의 분류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의 수치 차이는 무기의 특성 차이 정도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인 것이 분명했다.

‘일단 공격력은 공격력이고……. 옵션을 한번 읽어봐야겠어.’

상식 밖의 공격력 때문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이안은, 차분히 옵션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공격력이 오버 밸런스인 만큼 어떠한 불이익이 분명히 있을 터.

고유 능력이 없다는 것도 페널티 중 하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리고 옵션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전부 분석하는 데에는 크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흐음, 공격력이 사기 수준이다 싶더니 역시 이유가 있기는 하네.’

무기의 정보 창을 전부 읽은 이안의 표정에는, 어느새 실망 같은 것이 남아 있지 않았다.

물론 몽둥이같이 생긴 외형은 아직도 불만이었지만, 무기의 확실한 콘셉트(?)와 성능이 그 불만을 상쇄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힘이 450 오르는 대신 민첩이 300 깎이고……. 치명타 확률은 감소하는데 피해량은 오히려 증가한다?’

무식한 공격력에 450이라는 힘 스텟까지 더해진 이 몽둥이는, 그야말로 무식한 파괴력을 자랑할 게 분명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평타 공격으로 1만 단위의 대미지는 우습게 뽑아낼 것이 확실하니 말이다.

하지만 300이나 깎이는 민첩성과 50퍼센트나 감소하는 공격 속도는, 그 파괴력만큼이나 무식한 수준의 디버프였다.

‘이 정도면, 실질 공격속도는 거의 70퍼센트 이상 떨어진다고 봐야겠지.’

이안은 옵션들을 다시 한 번 곱씹어 읽어 보며, 정신없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보주를 들었을 때와 이 몽둥이를 들었을 때.

DPS(Damage Per Sec) 측면에서 어느 쪽이 더 강력할지를 계산해 보기 위해서였다.

‘화염시 스무 발 날릴 동안, 두세 번 정도 겨우 휘두를 수 있을 것 같고…….’

평범한 초월 10레벨대의 적을 상대할 때, 이안의 화염시는 1,500 언저리의 대미지를 띄운다.

그리고 보주의 고유 능력 중 하나인 천룡 소환은 치명타 발동시 5천에 가까운 위력을 보여 준다.

이러한 지표들을 감안해 보면, 이안은 대략적인 수치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 무기를 사용했을 때, 못해도 1만5천 이상의 평균 대미지는 나와 줘야 되는 거네. 뭐, 충분히 될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지.’

검인지 몽둥이인지 알 수 없는 이 괴상한 무기를 집어 들고는, 구석구석 애정 어린(?) 눈빛으로 살피는 이안.

그런 그를 보며, 티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안, 이제 내 말이 이해가 되는가?”

티버의 물음에 이안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성공도 아니고 실패도 아니라는…… 그 말씀 말인가요?”

티버는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안이 힘들게 귀한 재료들을 구해 왔음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미안하네, 이안. 보다시피 내 실력의 부족으로, 기형적인 물건이 나와 버리고 말았다네.”

‘기형적’이라는 말을 들은 이안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껏 카일란을 플레이하면서, 이 무기만큼 그 기형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아이템은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확실히 기형적인 물건이기는 하네요.”

“그렇지?”

“하지만 성공도 실패도 아니라는 그 말씀에는 아직도 동의하지 못하겠네요.”

이안의 말에, 티버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다.

그가 이 무기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흐음……. 역시 실패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하지만 당연히도, 티버의 그 생각은 크나큰 오해였다.

잠시 뜸을 들인 이안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뇨, 티버.”

“……?”

“전설의 무기 제작은…… 아무래도 ‘성공’인 것 같은걸요?”

* * *

이안은 티버에게서 ‘전설의 무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대장간에서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요일 전장이 열리기 바로 전날인 목요일까지도 대장간 안에 틀어박힌 채 요새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새로 얻은 이 무기에 맞는, 완벽한 템 세팅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가지고 있는 자원 다 털어서, 이 무기의 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완벽한 템 세팅을 완성해야 해.’

티버가 말한 대로 ‘기형적’인 스텟을 가진, ‘용사 이안의 검’ 아이템.

이 검은, 지금껏 이안이 전투해 왔던 방식과 완전히 상반되는 성격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지금까지 이안의 전투 방식이 기동력과 민첩성 위주였다면, 이 무식한 몽둥이는 느리고 둔하지만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가졌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 녀석의 위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이안은 장비들을 한번 갈아엎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아예 한 방 대미지에 몰빵해야겠어.’

심지어 이안은 대장간에서 망치를 휘두르느라 이어지는 요새 증축 퀘스트조차 받지 못했다.

경쟁자가 사라졌다며 좋아하던(?) 훈이가 이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했을 정도.

하지만 그런 퀘스트는 어차피 상관없어진 상태였다.

‘용사의 의식’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전까지는 더 이상 공헌도도 얻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이안은 기왕 이렇게 된 것, 본인이 생각하는 최상의 세팅을 완성한 뒤 금요일의 요일 전장에 참여할 생각이었다.

요일 전장을 캐리하며 무기의 성능을 테스트한 뒤 곧바로 ‘용사의 의식’에 도전하려는 것이다.

깡- 깡- 깡-!

밤이 깊은 늦은 시간까지도 쉴 새 없이 망치질 소리가 울려 퍼지는 티버의 대장간.

그리고 그렇게 또 시간이 지나 어느새 금요일의 아침이 밝아 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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