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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33화 (645/1,027)

< 633화 첫 번째 용사 (1) >

새하얀 설원 한복판에서 또다시 흉포한 용이 날뛰기 시작하였다.

커다란 입을 쩍 벌린 채 사정없이 마군 병사들을 물어뜯는 한 마리의 광룡.

이제 이 ‘천룡 소환’ 스킬을 완벽히 체득한 이안은, 전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고유 능력을 난사하고 있었다.

튕길 때마다 피해량이 감소하는 스킬의 특성을 감안하면서, 딜 로스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딜 로스가 줄어들자 자연히 마군 병사들을 처치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그럴수록 ‘천룡의 분노’는 빠르게 차올라, 또다시 용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스킬이 손에 익으면 익을수록 상승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크, 좋았어!’

쭉쭉 깎여 나가는 마군 병사들의 생명력과 어마어마한 속도로 빠르게 차오르는 이안의 공헌도.

그 흡족한 결과물들을 보는 이안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렸음은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마군 진영의 ‘정예병’ 등급 보초병을 처치하셨습니다.

-공헌도가 400만큼 상승합니다.

-마군 진영의 ‘용사’ 등급 보초병을 처치하셨습니다.

-공헌도가 900만큼 상승합니다.

……후략……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 주는 와중에도, 이안은 이 천룡 소환 스킬에 아쉬운 부분이 한 가지 있었다.

‘생각보다 치명타가 덜 뜨는 게 아쉽네. 논타깃 스킬이었으면, 컨트롤로 확률을 좀 더 높일 수 있었을 텐데…….’

이안은 아이러니하게도, 천룡소환이 타깃팅 스킬이라는 게 아쉬웠던 것이다.

일반적인 유저였다면 천룡 소환 스킬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였을 ‘타깃팅’이라는 특성이 이안의 손에 쥐여지자, 오히려 아쉬운 점이 되어 버린 것.

‘뭐, 덕분에 쓰기 편해서 좋기는 하다만…….’

일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카일란은 약점을 정확히 공격할 때에 치명타 확률이 가장 많이 보정된다.

하지만 논타깃 스킬과 다르게 타깃팅 스킬에는 ‘명중’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으니, 당연히 의도적으로 약점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타깃팅 스킬의 치명타 확률은 오로지 ‘장비’로 확보한 옵션에 달려 있었다.

그러니 항상 컨트롤로 치명타 확률을 극대화시키던 이안에게는, 이 부분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이번 전투가 끝나고 나면, 치명타 확률 옵션 최대한 많이 붙은 아이템들로 싹 다 도배해야겠어.’

천룡 소환 고유 능력은, 치명타가 많이 터지면 터질수록 위력이 막강해지는 스킬이다.

치명타가 터질 때마다 분노가 15씩이나 차오르니, 총 열 번 공격이 튕기는 동안 일곱 번 이상 치명타가 터지면 그 즉시 다시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이안의 아이템 세팅으로는, 평균적으로 세 번에서 다섯 번 정도 치명타가 터지는 것이 끝이었다.

그것도 결코 치명타 확률이 낮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상황에서는 한 번 천룡 소환을 쓰고 나면 최소한 열 명 이상의 적을 추가로 처치하기 전까지 스킬을 다시 발동할 수 없었다.

운이 좋아 치명타가 다섯 번까지 발동한다 쳐도, 분노 포인트가 25포인트나 더 필요했고, 적 처치로 얻을 수 있는 분노는 3포인트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이안이 치명타 확률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치명타가 두세 번만 더 터져도, DPS가 거의 두 배 가까이 뻥튀기 될 거야. 공격력 계수 만큼은 미친 스킬이니까.’

열심히 전투를 치르는 와중에도, 스킬의 위력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안.

그리고 그 사이, 이안의 공헌도는 점점 더 목표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연속해서 20명의 마군 병사를 처치하셨습니다!

-지금부터 10분 동안, ‘적 처치’로 획득하는 모든 공헌도가 두 배로 적용됩니다.

-공헌도가 1,800만큼 상승합니다.

-공헌도가 800만큼 상승합니다.

……후략……

공헌도 2배 보너스가 뜨기 시작하자, 이안은 더욱더 미친 듯이 활시위를 당겨 대었다.

물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이안의 소환수들도 하나 둘 역소환 되고 있었지만, ‘목표’만 달성한다면 그런 것은 상관없었다.

이 세 번째 전투에서 전사하기 전에 ‘용사’계급을 찍어볼 수 있다면, 이안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안이 누적시킨 공헌도는 99,000 정도.

공헌도 두 배 버프가 걸려 있는 지금, 딱 한 놈만 처치하면 10만이라는 수치를 달성할 수 있다.

‘용사계급으로 한 놈! 딱 한 놈만 더!’

소환수들이 역소환되고, 다시 전투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느낀 이안은 아예 방어를 도외시한 채 적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수비적으로 플레이하기엔, 버틸 여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안의 목표는, 가장 생명력이 많이 깎여 있는 용사 계급의 마군병사였다.

타탓-!

날렵한 몸놀림으로 마군 병사들의 창검을 피해 가며, 순식간에 목표에 도달한 이안.

“흐읍…….”

그 사이 무기까지 검으로 스왑한 이안은 마지막 힘을 다해 서머너 나이트의 고유 능력을 발동시켰다.

우우웅-!

그것은 ‘신의 말판’ 전장 최후의 전투에서 각성하였던, 서머너 나이트의 숨겨진 고유 능력이었다.

-고유 능력, ‘일리미터블 스워드Illimitable Sword’가 발동됩니다.

-생명력을 얻은 검의 공격력이, 대폭 강화됩니다.(+42퍼센트)

-생명력을 얻은 검의 환영이 생성되었습니다.

-생명력을 얻은 검의 환영이 생성되었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이안의 주변에 세 자루의 검이 생성되었다.

이어서 그 검들은, 새하얀 광채를 뿜어내며 그대로 마군 병사를 향해 내리꽂혔다.

“죽어라!”

콰콰쾅-!

그리고 생명력이 채 10퍼센트도 남아 있지 않았던 마군 병사가, 혼신의 힘이 담긴 이안의 이 공격을 버텨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군 진영의 ‘용사’등급 파수병을 처치하셨습니다.

-공헌도가 1,800만큼 상승합니다.

새하얀 섬광을 뿜어내는, 말 그대로 한계를 뛰어넘은(Illimitable) 세 자루의 검.

이 강력한 공격에 관통당한 마군 병사의 전신은 그대로 까맣게 물들기 시작하였고, 이안의 시선은 자연스레 시스템 창을 향해 고정되었다.

‘용사’계급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었으니, 어떤 메시지들이 떠오를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안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주르륵 하고 새로운 메시지들이 추가되기 시작하였다.

-천군진영에서 10만의 공헌도를 달성하셨습니다! (현재 공헌도 : 100,792)

-계급 승격을 위한 공헌도가 충족되었습니다.

-천신天神들이 당신을 축복합니다!

-천군의 직급, ‘용사’계급으로 승격되었습니다!

-누적된 공헌도를 소모하여 초월 능력치를 획득합니다.

-최초로 용사 계급으로 진급하여 3퍼센트만큼의 추가 능력치를 획득합니다.

-100,792만큼의 공헌도를 소모합니다.

-모든 초월능력치가 28.79퍼센트만큼 상승하였습니다!

-‘용사의 의식’ 퀘스트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까지 더 이상 공헌도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용사의 대장간에서 새로운 장비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용사의 잡화 상점에서 새로운 물품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중략……

-천군 진영의 모든 NPC와의 친밀도가 20만큼 상승합니다.

-‘용사의 협곡’에 참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다음 용사의 협곡 전투까지 남은 시간 : 14일 5시간 47분)

이안이 기대했던 것처럼, 눈앞을 가득 메우는 기분 좋은 시스템 메시지들.

하지만 그 메시지들 중에서도 이안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뭐, 공헌도를 소모한다고? 게다가 초월 능력치가 증가해?’

지금껏 열심히 모은 10만의 공헌도를 수거(?)해 가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모든 능력치를 거의 30퍼센트 가까이 뻥튀기시켜 준다는 메시지.

이안의 눈에는 이 두 줄의 메시지가, 가장 눈에 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10만의 공헌도를 소모한다는 것은, 이안의 입장에서 나쁠 것 없는 메시지였다.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를 넘어, 오히려 반길 만한 수준이었다.

어차피 이제 사망하면 10퍼센트의 공헌도를 잃을 텐데, 공헌도를 잃기 전에 전부 소모해 버린 것이 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10만이라는 공헌도는, 다시 파밍하기도 편한 수준의 공헌도였다.

10만정도의 공헌도까지는, 자폭 파밍(?)의 효율이 충분히 잘 나오는 구간이었으니 말이다.

하루정도만 노가다를 더 해도 충분히 복구할 수 있는 수치라고 할 수 있었다.

‘크으……! 올 스텟을 28퍼센트나 올려 준다는데, 공헌도 10만쯤이야 아깝지 않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안한 요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용사의 의식이라는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전까지는 더 이상 공헌도를 획득할 수 없다고 되어 있었으니, 그 퀘스트를 클리어 할 때까지 단기적으로는 공헌도 랭킹이 떨어져 보일 테니 말이다.

‘한동안 랭킹은 포기해야겠군.’

마군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생명력이 바닥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안의 입가에는 묘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용사 계급으로 진급하면 뭔가 특별한 콘텐츠들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는 했었지만.

이렇게 놀라운 내용들이 튀어나올 줄은 이안조차 상상하지 못했었다.

‘역시 카일란은 날 실망시키는 법이 없어.’

이안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밤낮 없이 일하는 LB사 직원들의 고충을 알기는 하는 건지, 높은 퀄리티를 가진 새로운 콘텐츠들에 마냥 기분이 좋기만 한 이안.

이안은 눈앞에 떠 있는 시스템메시지들을 다시 곱씹으며, 얌전히 전사할 준비를 하였다.

어차피 부활해도 잃는 공헌도는 제로에 수렴할 테니 사망 페널티에 대한 부담은 더더욱 사라진 것이다.

다만 이안의 머릿속은, 한 번에 들어찬 새로운 정보들로 인해 복잡할 뿐이었다.

‘알아봐야 할 게 너무 많아졌어. 일단 전설의 무기 퀘스트만 클리어하고…….’

목표를 달성해서인지, 홀가분한 표정으로 눈을 감는 이안!

그런데 바로 그때.

띠링-!

전부 끝난 줄만 알았던 시스템 메시지가 이안의 눈앞에 추가로 한 줄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방금 떠오른 모든 시스템 메시지들 중 가장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용사’계급을 획득하여 중간자의 위격을 갖추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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