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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29화 (641/1,027)

< 629화 차원의 설원 (4) >

* * *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안을 비롯한 모든 유저들의 초월레벨은 10이다.

용사 등급이 되고 이 용사의 마을을 졸업하기 전까지, 10 이상의 초월레벨은 올릴 수 없으니 말이다.

반면에 지금 이안이 상대하는 마군들은, 개중 레벨이 낮은 녀석도 18이라는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기획 팀에서는 어떻게 밸런스를 조절할 생각으로 유저들과 NPC 사이에 이렇게 큰 레벨 차이를 만들어 두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컨트롤발. 그리고 둘째는 템발.

용사의 마을 각 진영의 NPC병사들은, 각각 본인의 계급에 맞는 가장 기본적인 장비들을 착용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반면에 유저들은, 이안이 그랬듯 얼마든 노력하면 상위 등급의 장비를 제작하고 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아이템 우위를 통해 레벨 차이로 인한 스텟 격차를 최대한 줄여 놓고, 컨트롤로 승부하여 NPC들을 상대하라는 것이 기획 팀의 기획 의도였던 것.

그리고 이안은 그 기획 의도를 너무도 충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컨트롤이야 말할 것도 없는 부분이었고, 장비 또한 필요 이상(?)으로 충실히 제작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가 이안의 보주에서 쏟아져 나오는 거대한 보랏빛 천룡天龍이었다.

콰아아아-!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라도 할 듯 거대한 입을 쩍 벌린 채 마군 NPC를 향해 쇄도하는 이안의 천룡.

크어억!

그리고 이 천룡 소환이 무서운 것은 타깃팅 스킬이라는 것이었다.

천룡이 한 번 목표물을 선택하면 실드나 무적 계열의 스킬로 막지 않는 이상 피할 수 없으니 말이다.

촤아아-!

때문에 이안의 기습을 받은 두 마군병사는, 속절없이 사나운 용아龍牙에 물어뜯기고 말았다.

-고유 능력 ‘천룡 소환’을 발동하였습니다.

-‘마군 정예병 쿠르투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군 정예병 쿠르투스’의 생명력이 4,720만큼 감소합니다!

-‘천룡의 분노’가 15포인트만큼 차오릅니다!

-‘마군 용사 포르기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군 용사 포르기스’의 생명력이 3,954만큼 감소합니다!

-‘천룡의 분노’가 15포인트만큼 차오릅니다!

……후략……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안의 보주에서 쏟아져 나간 천룡은 마치 마법사의 전격스킬 중 하나인 ‘체인 라이트닝’처럼 지속적인 피해를 입혔다.

두 마군병사의 몸을 타고 번갈아 이동하며 미친 듯이 물어뜯는 것이다.

타깃이 둘밖에 없으니, 계속해서 번갈아 가며 피해를 입는 것.

-‘마군 정예병 쿠르투스’의 생명력이 2,650만큼 감소합니다!

-‘마군 용사 포르기스’의 생명력이 1,922만큼 감소합니다!

-‘마군 정예병 쿠르투스’의 생명력이 1,595만큼 감소합니다!

-‘마군 용사 포르기스’의 생명력이 1,011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물론 후속으로 들어간 공격은 최초에 공격했을 때만큼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지는 않았다.

한번 퉁겨서 다음 공격으로 넘어갈 때마다 일정 수준의 위력이 감소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두 마군 병사를 처치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천룡의 기운이 총 여섯 번 튕겨 나갔을 때…….

“크헉, 이게 무슨……!”

“제, 제길…….”

두 명의 마군병사는, 근처에 있을 동료들을 불러 보지 조차 못한 채, 그대로 회색 빛깔로 변해 버리고 말았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보며, 이안의 눈빛이 반짝였다.

마군 병사를 처치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공헌도를 줄지 궁금했으니 말이었다.

‘유저를 처치할 땐 보유 공헌도의 5퍼센트를 빼앗아 온다고 했었는데, NPC를 처치할 땐 얼마나 들어오려나.’

이어서 이안이 기다렸던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띠링-!

-최초로 마군 진영의 ‘용사’등급 정찰병을 처치하셨습니다.

-최초 보상 500퍼센트가 적용되어, 공헌도가 4,500만큼 상승합니다.

-최초로 마군 진영의 ‘정예병’등급 정찰병을 처치하셨습니다.

-최초 보상 500퍼센트가 적용되어, 공헌도가 2,000만큼 상승합니다.

-‘용맹을 증명하라! (히든)(에픽)’퀘스트의 조건을 일부 달성하였습니다(현재까지 처치한 마군병사 2/10).

……후략……

그리고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뭐? 이 두 놈 잡은걸로 공헌도 6천 5백이라고?’

지금 이안의 공헌도는 1만은 겨우 넘은 수준이다.

처음 용사의 마을에 들어온 뒤부터 지금까지 악착같이 모은 공헌도가 그 정도인 것이다.

한데 지금 단 두 놈을 잡았을 뿐인데, 그 절반도 넘는 6,500의 공헌도를 획득해 버렸다.

입이 쩍 하고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깐, 이거 최초 보상 5배를 제외하더라도 용사 등급은 한 명당 900공헌도. 정예병도 명당 400공헌도잖아.’

그리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안의 잔머리가, 또다시 빠르게 굴러 가기 시작하였다.

처음 이 설원에 입장했을 때 꼼꼼히 봐 두었던 시스템 메시지들을 떠올린 것이다.

‘분명 시스템메시지 상으로는 중립 지역에서 사망하면 공헌도 10퍼센트를 써서 부활할 수 있다고 했었어.’

보유 공헌도의 10퍼센트를 사용해서 아무 페널티 없이 부활할 수 있다는 것.

사실 보유 공헌도의 10퍼센트라는 수치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피땀 흘려 모은 공헌도를 일순간에 10퍼센트 날린다는 것은, 사실상 접속 불가 페널티보다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안의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랐다.

최초 보상 보너스가 포함된 것이기는 하지만, 한 순간에 보유 공헌도가 1.5배 이상으로 뻥튀기되었으니 말이다.

지금 당장 죽더라도, 이안의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수준인 것.

‘현재 내 공헌도는 대충 1만 7천 정도……. 만약 내가 1만 정도 공헌도를 추가로 뽑아먹을 수 있다면, 10퍼센트쯤 부활하는 데 쓰더라도 엄청난 이득이잖아?’

만약 이안이 1만의 공헌도를 추가로 얻고 장렬히 전사한다면, 부활하는 데 공헌도를 써 버린다 해도 총 2만 7천의 공헌도에서 10퍼센트가 차감된 24,300의 공헌도가 남을 것이다.

그냥 대충만 계산해 봐도, 어마어마하게 남는 장사인 것이다.

‘만약 내가 마군 야영지에 미친 척하고 쳐들어간다면 몇 놈이나 잡을 수 있을까?’

지금 이안이 머릿속에 떠올린 것은 바로, 자폭 테러 전략이었다.

아예 죽음을 염두에 두고 마군 진영에 쳐들어가서 최대한 많은 마군병사들을 학살하고 장렬히 전사하는 것.

‘정예병으로 한 열 놈만 잡아도 공헌도가 4천이야. 그리고 이 정도 수준의 녀석들을 상대하는 거라면……. 열 놈이 아니라 스무 명도 잡을 수 있겠지.’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을 두들기며, 전략을 점점 구체화시켜 가는 이안!

그리고 그 결과.

‘이거, 충분히 해 볼 만한 도박인데……?’

넘치는 가능성을 본 이안의 두 눈동자가,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하였다.

* * *

“와아……. 팀장님, 팀장님! 이거 보셨어요?”

“뭔데, 윤조 씨. 갑자기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마군 진영에 ‘카이’라는 유저 아시죠?”

“당연히 알지. 지금 그 친구가 마군 공헌도 랭킹 1위인데.”

“이 유저, 마력결정 파괴 퀘스트에서 히든 피스 찾은 것 같아요.”

“오호, 그래? 히든 피스라면, 마력의 피뢰침?”

“네. 그거요.”

기획 3팀의 팀원인 오윤조는 용사의 마을 마군 진영 분석 담당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하루 종일, 마군 진영의 상위 랭커들 위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지금 1시간 사이에 결정 벌써 열 개도 넘게 부순 것 같아요. 오늘 획득한 공헌도만 3천이에요.”

“3천이라……. 그래서 지금까지 총 공헌도가 몇인데?”

“현재 카이의 누적 공헌도가 1만 2천 정도. 그 바로 뒤에 바싹 추격 중인 센트로 유저의 누적 공헌도가 1만 1천 정도. 9천대인 림롱과는 차이가 좀 벌어졌네요.”

“흐음, 그렇군.”

그런데 팀장인 나지찬에게 보고를 올리던 오윤조는, 곧 의아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카이와 센트로가 히든 피스를 찾은 것은 전반적인 용사의 협곡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들은 나지찬의 반응이 너무도 밋밋했으니 말이다.

“팀장님, 이거……. 이대로 괜찮은 거 맞아요?”

“뭐가?”

“아니, 진영 간 밸런스요. 이안이 생산 진영에서 활약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제 공헌도도 역전당했잖아요.”

“음……?”

“이러다가 밸런스 무너져서 마군 진영 쪽으로 너무 기울어 버릴까 봐 걱정이에요.”

자신의 모니터에 얼굴을 박은 채 윤조의 보고를 듣고 있던 나지찬은,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표정에는 일말의 동요조차 보이지 않았다.

“윤조 씨.”

“넵?”

“지금 카이랑 센트로가 히든 피스 발견한 거.”

“네.”

“그거 정말 다행인 상황이야.”

“……?”

나지찬으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은 윤조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팀장님? 지금 이안이랑 훈이 공헌도까지 뒤집어졌다니까요? 카이 공헌도가 1만 2천이 넘었다고요.”

하지만 그녀의 호들갑에도 나지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탁자에 놓여 있던 자신의 태블릿을 집어 들어, 오윤조의 책상에 올려주었다.

“뒤집힌 게 아니고 그나마 따라간 거야, 윤조 씨.”

“네……?”

나지찬에게 태블릿을 받아 든 오윤조는 두 눈을 꿈뻑이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화면을 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멍한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헐……. 1만 7천? 이거 지금 실화?”

* * *

마군 정찰병 둘을 가볍게 제압한 이안은, 곧바로 남쪽으로 내려간 다른 정찰조를 찾아 처치하였다.

미리 카카를 통해 위치를 파악해 두고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세 정찰병을 잡는 것은 너무도 싱겁게 끝나 버리고 말았다.

-‘마군 정예병 켈프’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마군 정예병…….

……중략……

-‘용맹을 증명하라!(히든)(에픽)’퀘스트의 조건을 일부 달성하였습니다(현재까지 처치한 마군병사 5/10).

그리고 순조롭게 일차 목표를 달성한 이안은, 이안 사단(?)의 전담 정찰조 카카에게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작전을 들은 카카는 무척이나 어이없어 하였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주인아…….”

“응?”

“지금 자살하겠다는 거냐?”

“어차피 살아난다니까?”

“아니, 그래도……. 그냥 지금처럼 야영지 밖으로 적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더 편한 거 같은데…….”

“또 언제 나올지 알고 기다려?”

“보낸 정찰병이 돌아오지 않으면 후발대를 금방 보낼 것 같다, 주인아.”

이안의 설명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카카.

하지만 공헌도라는 개념까지 설명하기는 귀찮았던 이안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작전을 강행하였다.

“아 됐고, 작전은 이해한 거 맞지?”

“뭐 이해하고 말고 할 게 없는 것 같다, 주인아. 그냥 시원하게 쳐들어가서, 깽판 치다가 죽는 작전 아니냐.”

“그, 그렇……지.”

카카의 너무 명쾌한 요약에, 이안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대로 체면을 구길 수는 없었기에,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잠입하는 루트는 엄청 중요해.”

“그건 그렇다, 주인아.”

“가장 허술한 위치를 찾아서 기습해야 죽을 때 죽더라도 최대한 많이 데리고 가지.”

이어서 미리 봐 두었던 마군 야영지의 구도를 종이에 슥슥 그린 이안은, 그것을 카카에게 보여 주며 설명을 더했다.

“지금부터 이 뒤쪽으로 돌아서 바위산을 넘을 거야, 카카.”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주인아. 이 뒤쪽이라면 마군 녀석들의 방비도 허술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잠시 후.

카카와의 간결한 작전회의(?)를 마친 이안은, 다시 할리의 등에 올라탔다.

이제 이안이 그려 준 루트대로 카카가 앞장서서 이동을 시작할 것이고, 이안은 그 뒤를 따라붙어 마군 진영의 후방으로 잠입할 계획이었다.

‘흐흐……. 그럼 한번 공헌도를 쓸어 담으러 가 볼까?’

공헌도 잭팟을 터뜨림과 동시에, ‘용맹을 증명하라!’퀘스트의 조건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

두근거리는 마음이 된 이안은 서둘러 동쪽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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