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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25화 (637/1,027)

< 625화 전설의 차원무기 (3) >

“후, 여러분. 다들 알고 오셨겠지만…… 오늘 긴급회의가 소집된 이유는, 용사의 마을 콘텐츠 때문입니다.”

LB사 사옥, 기획부서 안에 있는 소회의실.

총 일곱 개나 되는 기획 팀의 팀장급들이 전부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읽고 있었다.

그들이 각각 읽고 있는 것은, 빼곡하게 데이터가 적혀 있는 용사의 마을 콘텐츠 분석표.

그리고 그 분석표를 읽어 내려갈수록, 팀장들은 점점 묘한 표정이 되었다.

“용사의 마을 콘텐츠 때문이 아니라, 결국 또 ‘이안’ 때문에 소집된 회의군요.”

“…….”

“아니, 그 친구는 대체 어떻게 통합 서버에 가서도 혼자 말썽을 부리는 거지?”

“이걸 괴팍한 거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기발한 거라고 해야 할까요?”

“둘 다라고 봅니다, 전.”

“이거 재밌네요.”

자료를 살펴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팀장들.

그런 그들을 향해, 회의를 소집한 나지찬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자료를 다 읽었다면 파악하셨겠지만, 지금 용사의 마을 양 진영의 랭커들이 기획 의도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있습니다.”

“마군 진영에도 문제가 있는 건가요?”

“음, 마군 진영의 문제는 기획 의도보다 훨씬 빠르게 콘텐츠를 클리어해 내고 있다는 정도이고…… 천군 진영의 문제는 생각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콘텐츠가 진행되고 있다는 거겠죠.”

“흐음…….”

용사의 마을 콘텐츠의 핵심은, 양 팀 간의 밸런스이다.

어느 정도 밸런스가 맞아떨어져야만, ‘용사’가 되기 전 마지막 콘텐츠가 제대로 굴러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재 용사의 마을 상황은, 무척이나 기형적이고 특이했다.

일단 전체적인 콘텐츠 달성도에 대한 벨런스는 얼추 맞아 가는 듯 보였는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있었으니 말이었다.

전투 클래스의 메인 퀘스트는 마군 진영이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었으며, 생산 클래스의 메인 퀘스트는 천군 진영이 압도하고 있는 상황인 것.

‘사실 생산 클래스 메인 퀘스트는, 아직까지 시작조차 안 되었어야 하는 게 맞지…….’

한숨을 푹 쉬는 나지찬을 향해, 다른 팀장들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안 이 친구는 대체 어떻게 전투 클래스로 생산 클래스 히든 퀘를 받은 겁니까?”

“그러게요…….”

“그리고 아이언 스웜은 어떻게 잡았답니까?”

“요새로 끌어와서 타워로 잡았더군요.”

“헐…….”

그리고 그 질문들을 시작으로, 열띤 토론이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용사의 마을 상황을 그냥 흘러가는 대로 지켜보는 것이 맞는 건지, 아니면 어떤 새로운 콘텐츠를 도입하여 균형을 맞춰 보려 하는 것이 맞는 건지.

팀장들의 의견은 분분하였다.

“저는 지금 용사의 마을 상황을 그대로 두어도, 장기적으로 가면 어차피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거 이대로 그냥 두면, 차원의 숲에서 진행되는 콘텐츠는 천군 진영에서 계속 승리하게 될 거고, 협곡에서 진행될 콘텐츠는 마군 진영이 계속 해먹게 될 겁니다.”

“만약 지수 씨 말씀처럼 그렇게 된다 해도, 결국 지금의 랭커들이 용사의 마을을 졸업하고 나면 해결될 일 아닙니까?”

“맞습니다. 저는 1팀장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어차피 최상위권 유저들이 졸업하고 나면 다른 유저들로 채워질 텐데, 그렇게 순환되다 보면 밸런스는 알아서 맞춰지겠지요.”

그리고 이 회의의 결과는, 결국 좀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수렴되었다.

어쨌든 한쪽 진영에서 모든 분야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렇게까지 언밸런스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회의를 주도한 나지찬의 생각도, 딱히 그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말이다.

‘물론, 뭔가 좀 불안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회의실에서 나온 나지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기획 3팀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할 때마다 기획 의도대로 흘러가는 적이 한 번도 없으니.

이제는 몸속에서 사리가 생길 지경이었다.

‘그렇게 대충 만든 콘텐츠들이 아닌데…….’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지금의 양상이 묘하게 기대되는 부분도 있었다.

어찌됐든 이대로 양상이 진행된다면, 천군과 마군 진영이 본격적으로 맞붙게 될 ‘첫 번째 전투’에서는 마군 진영의 전력이 압도적일 게 분명했으니.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이안이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해진 것이다.

* * *

제법 오래전.

‘리치 킹 샬리언’ 에피소드 때부터 인연이 있던 NPC인, 백룡수호대장(白龍守戶大丈) 카미레스.

이안은 카미레스에게 만날 때마다 좋은 인상을 심어 주었고, 덕분에 그와의 친밀도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물론 티버 정도로 최상급의 친밀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우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친밀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이안은 카미레스의 막사에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었고, 그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었다.

“오호, 이안. 그대가 정말로 ‘아이언 스웜’을 처치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장군님.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죠.”

“대체 정예병의 계급으로 어떻게 그 괴물을 처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구먼. 자네는 역시 타고난 용사야.”

“과찬이십니다.”

‘프릭스의 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부득이하게(?) 이안이 무용담을 늘어놓자, 카미레스는 연신 감탄하였다.

그리고 더해서, 아이언 스웜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광산의 골칫거리이던 거대 지렁이를 퇴치했으니, 이제 한동안 용사들의 광물 채굴이 수월해지겠어.”

“음……? 아이언 스웜은 한번 처치하고 나면 리젠…… 그러니까 다시 나타나지 않는 건가요?”

“아니, 언젠가 다시 나타나기는 할 것이지만,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

“……?”

“충분한 광물을 섭취하기 전엔 아이언 스웜은 지상으로 나오지 않으니 말이야.”

“아하.”

“자네가 아이언 스웜을 처치했으니 지하 어딘가에 새로운 녀석이 잉태되었겠지만, 놈이 지상으로 나올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었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그때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 건가요?”

“글쎄, 그건 나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네만, 적어도 한두 달 이상의 시간은 걸리겠지.”

“아하.”

앞으로도 새로운 아이언 스웜을 데려와 공헌도와 마력석 루팡을 하려 했던 이안은, 아쉬운 마음에 입맛을 다셨다.

‘쩝. 좀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뭐.’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아이언 스웜이 아니었으니,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여튼, 카미레스 님. 그러한 이유로 ‘프릭스의 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후후, 전설의 광물을 얻었으니 당연히 전설의 무기를 만들어 보고 싶겠지.”

“그렇습니다.”

“뭐, 자네에게 그 정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우리 천군 진영의 유망주에게 전설의 무기가 생긴다면, 거국적인 층면에서 나쁠 것이 없으니 말이야.”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아는 것들을 이야기해 주겠네.”

잠시 뜸을 들인 카미레스는, ‘프릭스의 검’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 가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제법 흥미로운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용사 프릭스는 일반적인 ‘인간 영웅’이 아니었다.

그의 종족은, 오래전에 멸망하였다던 거신족이었으니 말이다.

“아마 프릭스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전설의 무기인 ‘프릭스의 검’은 결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걸세.”

“어째서 그런…… 거죠?”

“프릭스의 검을 설계한 설계도는 평범한 인간 대장장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으니 말일세.”

“……?”

“프릭스는 거신족이었고, 프릭스의 검은 당시 거신족 최고의 대장장이였던 트라피엘이 제작한 무기니까 말이지.”

카미레스의 설명에 의하면, 모든 차원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족들 중 거신족의 대장장이 기술이 가장 뛰어나다 하였다.

그리고 특히나 ‘차원의 힘’을 담은 무기를 제작하는 데에 있어서, 인간은 결코 거신족을 넘을 수 없다고 하였다.

“우리 천군 진영의 수석 대장장이인 티버에게도, 내가 알기로 거신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네.”

카미레스의 말에, 이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거신족은 체구가 사람보다 훨씬 크지 않나요?”

“그렇지.”

“한데 티버님의 체격은 그렇게 거구가 아니잖아요.”

“그야 티버가 완전한 거신족이 아니기 때문이야.”

“음……?”

“티버에게는 거신족의 피가 반의반 정도만 흐르고 있으니까 말이지.”

“아하…….”

“아마 티버가 아니라면, 설계도를 찾는다고 할지라도 전설의 무기를 제작하지 못할 거야.”

이종족의 유전자가 절반 정도 섞인 인간을, 카일란에서는 ‘하프’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 하프와 인간 사이에서 또다시 생명이 탄생한다면, 그는 하프가 아닌 ‘쿼터’가 된다.

거신족의 피가 반의반 흐르고 있다는 대장장이 티버의 존재는, 바로 그 ‘쿼터’인 것이다.

티버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마친 카미레스가, 다시 설계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가기 시작했다.

“어찌됐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설계도에 대한 이야기나 다시 해 보겠네.”

“경청하겠습니다.”

“좀 전에 내가, 거신족의 대장장이 ‘트라피엘’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지?”

“그렇습니다.”

“‘프릭스의 검’ 설계도는 아마, 그 트라피엘의 대장간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걸세.”

“트라피엘의…… 대장간요? 거신족은 전부 멸망했다 들었는데, 그는 아직 살아 있는 존재인가요?”

“당연히 그건 아닐세. 트라피엘은 이미 수천 년도 전에 명을 달리했으니 말이야.”

“……!”

“하지만 그가 용사의 마을에 머물 당시 사용했던 ‘대장간의 터’는, 아직까지 차원의 숲에 남아 있다네.”

여기까지 들은 이안은 전체적인 밑그림을 머릿속으로 대충 그려 볼 수 있었다.

‘라피엘은 죽었지만 그가 남긴 유산들이 차원의 숲에 남아 있다는 이야긴가 보네.’

그리고 이안이 머릿속을 정리하는 동안, 카미레스의 설명이 이어졌다.

“자네 혹시 차원의 숲 안에서 만년설이 쌓여 있는 곳을 본 적이 있는가?”

카미레스의 말을 들은 이안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이 알기로 차원의 숲에서 하얀 눈이 쌓여 있는 곳은, 차원의 거인이 잠들어 있다는 그 봉우리 하나뿐이었으니 말이다.

‘어차피 만년 빙결을 채집하러 가야 할 곳이었는데, 이곳에서 설계도까지 구할 수 있으면 잘 되었네.’

설봉(雪峯)을 다시 한 번 떠올린 이안은, 천천히 입을 뗐다.

“그렇습니다. 그곳에 올라가 보지는 않았지만, 위치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카미레스의 말은, 이안의 예상을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자네가 말하는 그 봉우리는, 차원의 거인이 잠들어 있는 곳을 말함이겠지?”

“그렇습니다.”

“내가 말하는 곳은 그곳이 아닐세.”

잠시 뜸을 들인 카미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차원의 숲, 북서쪽 끝자락.”

“…….”

“그곳에 가면, 아주 좁은 공간에 만년설이 쌓여 있는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네.”

“아주 좁은 공간……요?”

“그래.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발을 딛고 설 만큼 좁은 폭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만년설이 있을 거야.”

카미레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예측이 불가능한 이안은, 잠자코 그의 말을 경청하였다.

그리고 이어진 그의 말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자네는 그 만년설을 밟거나 만질 수 없을 거야. 그 뒤쪽으로는 아무나 통과할 수 없게 만들어진 결계가 깔려 있으니 말이지.”

“결계……요?”

“그래. 그 뒤쪽은 마군 진영과 이어질 수 있는 중립 지역이라, 결계로 막아 놓았거든.”

“……!”

잠시 서랍을 열어 뒤적이던 카미레스는, 푸른 빛이 맴도는 옥패를 하나 꺼내어 이안에게 전달하였다.

“이것을 가지고 가면 결계를 통과할 수 있을 걸세. 결계 안으로 들어가 트라피엘의 대장간 터를 잘 찾아보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미레스는 단단히 당부하였다.

“하지만 극도로 조심하시게. 방금 말했든 그곳은 중립 지역이라 언제 마군 녀석들을 만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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