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621화 (633/1,027)

< 621화 요새방어전(下) (7) >

* * *

깡- 깡- 깡-!

-정확한 위치를 타격하였습니다.

-광상鑛床의 결에 균열이 발생합니다.

-채굴에 성공하였습니다.

-‘수비대장의 황금 곡괭이’ 아이템의 내구도가 1만큼 감소합니다.

-에픽 몬스터 ‘마력의 아이언스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119만큼 감소합니다!

-‘차원의 마력석’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곡괭이를 휘두르는 이안의 손짓이 점점 더 빨라진다.

타워에 더 가까워지기 전에 최대한 많은 마력석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자, 이제 마지막 하나!’

꿈틀이를 타고 요새까지 오는 동안, 이안은 이미 마흔두 개 이상의 충분한 마력석을 확보하였다.

제련 가능한 파편까지 합한다면 이미 육십 개가 넘는 마력석을 확보한 상황.

하지만 이안의 집착은 상식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일단 한 개라도 더 캐고 생각한다. 내일도, 모레도. 분명 마력석이 필요한 신규 유저들은 계속 생길 테니 말이지.’

오늘의 퀘스트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질 퀘스트에 부려먹을 노동력까지 생각하는 이안의 치밀함!

그리고 한 개의 마력석을 추가로 채굴한 순간…….

-채굴에 성공하였습니다.

-‘차원의 마력석’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흣- 차!”

꿈틀이의 등짝을 박차고 튀어 오른 이안은 자신을 따라오던 핀의 등에 가볍게 안착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가지고 있던 마력석 파편 중 하나를 전방을 향해 힘껏 투척하였다.

“꿈틀이, 요새를 향해 달려!”

무식하게 생긴 외모에 걸맞게 정말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꿈틀이의 AI.

캬아아오-!

꿈틀이는 이안이 던진 마력석 파편을 받아먹기 위해 전방을 향해 날아들었고, 덕분에 사정거리를 확보한 요새의 타워들은, 일제히 포격을 시작하였다.

콰쾅- 콰콰쾅-!

퍼퍼펑-!

그리고 핀의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안은 떠오를 시스템 메시지를 기다렸다.

‘과연……! 대미지가 얼마나 들어가려나?’

요새에 못 보던 타워가 생긴 것으로 보아 이안이 주문해 두었던 뇌전 포탑은 완성된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쏟아지는 폭격의 결과물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마력의 포탑A’가 에픽 몬스터 ‘마력의 아이언스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1,525만큼 감소합니다!

-‘마력의 포탑C’가 에픽몬스터 ‘마력의 아이언스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1,372만큼 감소합니다!

-‘마력의 전류 타워’가 에픽몬스터 ‘마력의 아이언스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중략……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포탑들은 아이언 스웜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입히기 시작하였다.

이안이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퍼부어도 한 자릿수의 피해밖에 입힐 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스웜의 생명력이 깎여 나가는 속도는 정말 고무적인 것이었다.

크웨에엑-!

하지만 잠시 후, 이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미친 몬스터는 생명력 회복 속도가 왜 이 모양이야?’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순간, 갑자기 녀석의 생명력이 미친 듯이 회복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마치 누군가 녀석에게 회복 마법이라도 걸어 주는 것처럼, 눈에 보일 정도로 게이지 바가 차오른 것이다.

‘미친……! 내가 너무 무리한 모험을 감행한 건가?’

50퍼센트 정도를 채운 수준에서, 아래위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아이언스웜의 생명력 게이지.

그 모습을 보며, 이안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으, 이 녀석은 역시……. 잡지 말라고 만들어 놓은 몬스터였나?’

사실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이안의 예상 밖에 있던 전개는 아니었다.

아이언스웜은 애초에 이벤트성 몬스터였고, 처치가 불가능한 콘셉트로 만들어진 녀석 같았으니 말이었다.

때문에 이안은, 이런 상황에서 생각해 뒀던 플랜도 가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어.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녀석을 다시 유인해서 숲속으로 들어가야지.’

적잖이 아쉬운 표정이 된 이안은 핀을 타고 슬슬 녀석을 향해 접근하였다.

괜히 녀석이 외벽을 부수기라도 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처치가 가능했으면 더 재밌었겠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입맛을 다시며, 녀석을 유인하기 위한 마력석 파편을 인벤토리에서 꺼내 드는 이안.

하지만 녀석을 향해 파편을 던지려던 그때.

“……!”

이안은 들어 올린 손을 다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요새를 향해 달려드는 녀석의 머리 위로 어마어마한 양의 먹구름이 생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저게 뭐지? 설마 뇌전 포탑이 저렇게 작동되는 건가?’

요새가 조금 부서지더라도 새로 지은 타워의 성능은 확인해 보고 싶었던 이안.

그리고 잠시 후.

하늘 가득 낀 먹구름에서 번개의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콰르릉- 콰콰쾅-!

* * *

아이언 스웜은 거대하다.

그 크기만 따지자면,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 두셋은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거대했다.

이안이 지금까지 보아 온 몬스터들 중에 비슷한 크기를 가진 녀석을 떠올리자면, 과거 마계에서 만났었던 베히모스 정도.

때문에 녀석은 뇌전 포탑이 뿌리는 번개들을 온몸으로 받아 내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이안과 훈이의 눈에는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들이 미친 듯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차원의 뇌전 포탑’이 에픽몬스터 ‘마력의 아이언스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2,052만큼 감소합니다!

-‘차원의 뇌전 포탑’이 에픽 몬스터 ‘마력의 아이언스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2,321만큼 감소합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이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움직임이 50퍼센트만큼 느려집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번개저항이 35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3,075만큼 감소합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3,211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마치 먹구름을 타고 내리는 뇌우雷雨처럼, 정신없이 쏟아지며 눈앞을 가득 메우는 시스템 메시지들.

그리고 이 메시지들을 확인하는 이안과 훈이는 동시에 같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거, 단순한 광역 타워가 아니었어!’

일반적인 광역 타입의 공격은, 몸집이 크다고 해서 더 많은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보통의 광역 공격은, 범위 안에 들어온 모든 대상에게 균일한 피해를 입히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꿈틀이를 아작 내고 있는 이 뇌전포탑은 ‘광역 공격’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달리하였다.

범위 내의 적에게 균일한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는 번개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크으! 일부러 유일 등급 중에 제일 만들이 어려워 보이는 걸 주문했는데……. 역시 숨겨진 한 방이 있는 타워였어!’

사실 길드원들에게 유일 등급의 타워를 의뢰(?)할 때, 이안은 적잖은 고민을 했었다.

건설 가능한 유일 등급의 타워들 중 뇌전 포탑보다 좋아 보이는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수치상으로 보이는 공격력의 경우 뇌전 타워의 세 배가 넘는 위력을 가진 타워도 있었으니, 이안의 입장에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안이 이 뇌전 포탑을 선택한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있었다.

‘이 타워는 길드원들이 다 있을 때가 아니면 도저히 만들 수 없어 보였으니까…….’

다른 타워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긴 제작 시간 때문에 이안은 이 타워를 선택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안의 선택은, 결국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지직- 지지직-!

어마어마한 양의 전류가 쏟아져 내리면서, 처치를 포기해야 할 것처럼 보였던 꿈틀이가 번갯불에 튀겨지고 있었으니 말이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3,425만큼 감소합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3,199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그야말로 불판에 올려놓은 아이스크림처럼, 미친 듯이 깎여 나가는 꿈틀이의 생명력 게이지.

“크으으으! 조금만, 조금만 더!”

신이 난 이안은 핀의 등에 올라탄 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고, 요새 안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길드원들은 그저 멍한 표정이었다.

아직까지도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이 불가능하였으니, 그들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훈이조차도, 이안이 타고 온 저 괴상한 꿈틀이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저 형은 마력석을 캐 온다더니 웬 에픽몬스터를 끌고 온 거야?”

“그러니까……. 뇌전 포탑 아니었으면 진짜 망할 뻔했잖아.”

“휘유, 가끔 보면 이안 님은 진짜 무모한 면이 있어요.”

“뭐, 아무렴 어때. 어쨌든 에픽 몬스터는 잡은 것 같고, 이제 이안이가 마력석을 충. 분. 히. 가져왔는지나 확인해 봐야겠어.”

어찌되었든 요새 안에 있는 길드원들은, 꿈틀이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될 때까지 열심히 망치질을 하였다.

녀석의 몸통박치기는 위력이 제법 대단해서, 그냥 두었다가는 외벽이 너무 많이 무너질 것 같았으니 말이었다.

이안에게 궁금한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이 녀석만 처치하고 나면 물어볼 수 있을 터.

깡- 깡- 깡-!

그리고 잠시 후.

온몸을 뒤틀며 난동을 부리던 꿈틀이의 거구가, 쏟아져 내리는 뇌우 앞에 드디어 항복을 선언하였다.

띠링-!

-‘차원의 뇌전 포탑’이 에픽 몬스터 ‘마력의 아이언스웜’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3,425만큼 감소합니다!

-‘마력의 아이언스웜’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에픽 몬스터, ‘마력의 아이언스웜’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기여도에 비례하여, 공헌도가 850만큼 증가합니다.

-‘마력의 응집체’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차원의 마력석×275’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차원의 마력석 파편×1,098’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이어서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확인한 이안은, 황홀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것들은 다 떠나서 획득한 공헌도의 양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됐어! 이 정도면 거의 잭팟이야!’

당연하게도, 대량의 공헌도만이 이 잭팟의 전부는 아니었다.

주르륵 떠오른 메시지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안의 기대감을 증폭시킬 만한 내용이 담겨 있었으니 말이었다.

-‘빛나는 차원의 마력석’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신비한 마력의 결정체’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이언스웜의 심장’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모든 메시지까지 확인한 이안은 어느새 양쪽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