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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15화 (628/1,027)

< 615화 요새방어전(下) (1) >

이안과 훈이는 둘 다 소환 계열의 클래스 보유자이다.

때문에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소환수의 활용이었다.

“처음부터 강력한 몬스터들이 나타나지는 않겠지, 형?”

“아마도 그렇겠지?”

“일단 소환수들로 버티면서, 빨리 기본 타워라도 건설하자.”

“그게 좋겠어. 첫 웨이브들 정도는 소환수로 충분히 커버가 될 테니까.”

훈이와의 짧은 의견 교환을 끝낸 이안은, 곧바로 소환수들을 소환하여 요새의 전방에 배치하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멀찍이서 몰려오는 일단의 몬스터 무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차원의 악령 : Lv 5

-포악한 차원 불곰 : Lv 6

몰려오는 몬스터들의 숫자는 총 스물 정도로, 그 숫자는 제법 많은 편.

하지만 초월 레벨이 5~6밖에 되지 않는 허약한 몬스터들이었기 때문에, 이안과 훈이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등장한 몬스터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낮자, 이안은 약간의 욕심이 생겼다.

‘소환수들이 처치하면 공적치를 획득할 수가 없으니, 최대한 생명력만 깎아놓고 죽이지는 말라고 해야겠어.’

처음 A-11섹터에 도착했을 때, 이안의 눈앞에 떠올랐던 한 줄의 메시지.

-*몰려오는 몬스터를 처치할 때마다, 몬스터의 등급에 비례하는 공헌도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요새의 방어 시설을 이용하여 처치한 몬스터만이 공헌도 산정에 포함됩니다.)

이 때문에 이안은,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막타를 최대한 타워에 몰아줘 볼 생각이었다.

‘흐흐, 생각대로만 된다면, 공적치를 쓸어 담을 수 있겠어.’

아직 몬스터 처치로 인한 공적치가 어느 정도일지 전혀 모르지만, 계속해서 공적치가 쌓일 생각만으로도 신이 나는 이안.

그는 소환된 소환수들에게, 생각해 두었던 오더를 빠르게 전달하였다.

“라이, 카르세우스. 가능하면 적들을 처치는 하지 말고 생명력만 최대한 빼 줘.”

“크릉? 알겠다, 주인.”

“뭐,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러도록 하지.”

이안의 오더가 조금 의아하기는 했지만, 라이를 비롯한 소환수들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전장을 향해 이동하였다.

적어도 전투에 임할 때만큼은 이안에 대한 소환수들의 믿음이 절대적이었으니 말이다.

이안에 이어 훈이도 자신의 소환수들에게 마찬가지의 오더를 하였고.

소환수들의 세팅이 끝난 두 사람은, 미리 봐 두었던 자리에 방어 타워 건설을 시작하였다.

“최대한 빨리 만들자, 훈아. 첫 번째 웨이브는 쉬워 보이지만, 몬스터들이 금방금방 추가될 수도 있으니까.”

“오케이, 알겠어 형.”

이안과 훈이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적잖이 상기되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카일란에서 ‘건설’이라는 컨텐츠를 직접 접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시설물 건설을 직접 하는 건 처음인데……. 크게 어렵진 않겠지?’

이안은 시스템이 알려 주는 대로 ‘건설’ 탭을 오픈하고 바닥에 재료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곧바로, 몇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시설물 ‘방어 타워’ 건설이 가능한 위치입니다.

-어떤 방어 타워를 건설하시겠습니까?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잠시 훈이와 눈빛을 교환하였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생각해 두었던 방어 타워를 선택하였다.

“‘마력의 석궁 타워’를 건설하겠어.”

마력의 석궁 타워는, 현재 두 사람이 건설할 수 있는 타워들 중 가장 기본적인 타워이다.

때문에 당연히, 성능도 가장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안과 훈이는, 더 높은 티어의 타워들을 건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가장 기본적인 타워를 선택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두 사람에게 한정적인 자원인 ‘흑단목’이, 이 기본타워에 가장 조금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또, 건설에 필요한 시간이 다른 타워들에 비해 월등히 짧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이런 디펜스 게임에서는, 처음부터 욕심 부리다간 패가망신하는 법이지.’

필요한 재료들을 챙겨 ‘마력의 석궁 타워’ 건설을 확정짓는 이안.

그러자 이안의 앞에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작업 과정이 홀로그램처럼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마력의 석궁 타워’를 선택하셨습니다.

-건설을 시작합니다.

-작업순서를 맞춰 건설을 진행하십시오.

-순서가 틀리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건설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은 무척이나 친절했다.

기초 공사 과정부터 시작해서 뼈대를 잡고 살을 붙여 마무리하는 단계까지 홀로그램으로 차례차례 띄워 주니, 헤메거나 어려울 만한 부분이 딱히 없는 것이다.

땅- 땅- 땅-.

덕분에 훈이와 이안 모두, 어렵지 않게 작업을 이어 나갔다.

-‘마력의 석궁 타워’를 건설 중입니다.

-건설 진척도 : 23.56퍼센트

-건설 진척도 : 24.32퍼센트

……중략……

-건설 진척도 : 92.99퍼센트

-뼈대 제작 과정에서 이음새가 벌어졌습니다.

-진척도가 5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건설 진척도 : 87.99퍼센트

중간중간 한 번씩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결국 이안과 훈이은 200초 안쪽으로 첫 타워의 완공에 성공하였다.

정보 창에 떠 있던 건설 시간이 150~250초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처음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

두 사람모두 어느 정도 손재주 스텟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띠링-!

-‘마력의 석궁 타워’가 완공되었습니다!

-요새 개발 기여도가 0.05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시설물 ‘마력의 석궁 타워’에 대한 이해도가 12만큼 상승합니다.

-‘마력의 석궁 타워’에 대한 이해도가 30에 도달하면, 상위 등급의 방어 타워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과 훈이는 두 눈에 살짝 이채를 띄었다.

‘오호, 기본 타워를 업그레이드해서 쓸 수도 있는 거군.’

상위 타워를 건설해야 할 때 철거할 생각까지도 하고 있었던 이안과 훈이는, 뜻밖의 콘텐츠에 기분 좋은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잠시 후, 또 다른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콘텐츠에 대한 정보가 없다 보니 어떤 식으로 운용하는 게 효율적일지 감이 오지 않은 것이다.

“근데 형, 이거 ‘이해도’라는 걸 더 올리려면, 같은 타워로 두 개 더 지어야 하는 걸까?”

“글쎄. 그렇게 무식하게 만들어 놓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러나 고민도 잠시.

퍼어엉-!

완공된 타워에서 거대한 석궁이 쏘아지자, 이안과 훈이의 시선은 그것에 고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만든 첫 번째 타워가 어떤 식으로 몬스터를 처치하는지, 확인하고 싶었으니 말이다.

“……!”

“오!”

그리고 다음 순간…….

콰득-!

석궁이 몬스터에게 명중됨과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마력의 석궁 타워’가 ‘포악한 차원 불곰’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포악한 차원 불곰’의 생명력이 275만큼 감소합니다!

-‘포악한 차원 불곰’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처치 기여도 : 1.5퍼센트

-기여도에 비례하여 공헌도가 0.005만큼 증가합니다.

그런데 메시지들을 확인한 이안과 훈이는 순간적으로 굳은 표정이 되었다.

공헌도를 산정하는 방식이 예상과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었다.

‘어, 이렇게 되면 막타 전략이 의미가 없는 거잖아?’

소환수들로 최대한 생명력을 빼 놓은 뒤 타워들을 활용해 막타만 빼먹으려던 이안의 전략이 처음부터 무의미해져 버린 것이다.

* * *

처치 기여도에 따라 공헌도가 산정되는 방식을 확인한 이안과 훈이는, 전략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일단 자원 다 떨어질 때까지 죽어라 타워만 지어야겠어.”

“그러자. 이거 석궁 타워 하나만으론 화력이 택도 없는 것 같아.”

석궁 타워의 공격력은, 기본타워 치고 무척이나 강력했다.

두 발 정도 석궁을 발사하면, 차원 레벨 5~6정도 되는 기본 몬스터들을 처치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공격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 문제였다.

‘타워로 몬스터들을 잡아서 유의미한 공헌도를 뽑아내려면, 결국 소환수들의 전투력에 의존해서는 안 돼.’

처치 기여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히 대상에 입힌 피해였지만, 어그로를 끌어 탱킹을 하는 것 만으로도, 일정부분 기여도를 가져올 수가 있다.

때문에 딜러형 소환수부터 시작해서 탱킹형 소환수들까지.

어떤 소환수도 전투에 참전시키지 않은 채 시설물들로만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이, 가장 많은 공헌도를 획득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콘텐츠를 기획한 기획 팀에서, 유저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꼼수를 막아 놓은 것이다.

‘지금 악령이나 곰탱이를 타워가 온전히 처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공헌도가 0.3정도…….’

첫 웨이브에 등장한 가장 허약한 몬스터들의 경우 총 1천 마리 정도를 타워로 처치해야 300의 공헌도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금 석궁 타워가 보여 주는 DPS로는 1천 마리가 아니라 1백 마리 처치하는 데에도 한세월 걸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상위 타워를 지으려면 결국 흑단목을 채집하러 숲에도 다녀와야 하는데……. 이거 시간이 너무 빠듯해.’

공헌도를 쌓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떠올리기 위해, 이안과 훈이는 쉴 새 없이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생각에 빠져 있던 훈이가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어 놓았다.

“형, 그럼 이건 어때?”

“뭐……?”

“우리 소환수들한테 차라리 흑단목을 채집해 오라고 하는 거야. 뿍뿍이나 빡빡이 같은 애들은 힘들지 몰라도, 인간형 소환수들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오호, 그거 괜찮은데……?”

소환수들을 채집에 보내는 건 분명히 리스크가 따르는 일이다.

지금이야 몬스터들의 전투력이 허약해서 타워 한 개만으로도 방어가 가능했지만, 웨이브가 이어지면 어떻게 난이도가 상향될지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이안과 훈이는,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일단 기본타워 두 개 더 지어서 이해도 30 채운 다음에, 타워 세 개 싹 다 업그레이드 해서 티어 올려 버리자.”

“그래, 좋았어. 그러면 일단 방어 라인이 좀 안정화될 테니까……. 그 다음에 상위티어 타워들을 하나씩 제작해 보자고!”

카일란 한국 서버에서 최고로 꼽히는 듀오답게 손발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이안과 훈이.

두 사람은 마치 뭐에 쓰이기라도 한 듯 미친 듯이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하였고…….

깡- 까깡- 깡-.

쾅- 쾅!

거대한 석벽만이 덩그러니 서 있던 A-11섹터에는 점점 그럴싸한 방어시설들이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마력의 석궁 타워’가 완공되었습니다!

-요새 개발 기여도가 0.05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시설물 ‘마력의 석궁 타워’에 대한 이해도가 12만큼 상승합니다.

-‘마력의 석궁 타워’가 완공되었습니다!

……중략……

-‘마력의 석궁 타워’에 대한 이해도가 2단계에 도달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마력의 석궁 타워’를 ‘마력의 포탑’으로 증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안과 훈이가 만든 방어 타워들이 하나씩 추가되는 것에 별개로 퀘스트의 난이도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요새를 향해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전투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새로운 몬스터 무리가 등장하였습니다.

-요새 외벽의 내구도가 30퍼센트만큼 감소하였습니다!

-요새 외벽을 수리하십시오!

최초에는 성벽 근처까지 접근조차 제대로 못했던 몬스터들이, 이제는 내구도가 십만이 넘는 성벽에 제법 피해를 입히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이안과 훈이에게 최초의 위기가 온 것은, 몰려오는 일반적인 몬스터들 때문이 아니었다.

위험할 때마다 훈이의 광역 마법을 동원하여, 꾸역꾸역 잘 막아 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이 지키는 요새를 처음으로 위협한 것은 바로,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된 지 1시간여 만에 등장한, 거대한 에픽 몬스터였다.

띠링-!

-에픽 몬스터 ‘포악한 차원의 망령’이 나타납니다.

거의 성벽의 높이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준보스급의 몬스터가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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