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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14화 (627/1,027)

< 614화 요새 방어전 (7) >

* * *

드르륵- 쿠쿵-!

따앙- 따앙-!

깡- 깡- 깡-!

온갖 공구 소리가 울려 퍼지는 차원의 숲 천군 진영의 요새.

마력석을 한 무더기 들고 나타난 이안과 훈이를 티버는 무척이나 환대해 주었다.

“오, 이안, 벌써 제련 작업이 끝났는가?”

“당연하죠. 이런 전시 상황에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야지 않겠습니까.”

“크, 역시! 수비대장님이 자네를 왜 좋아하시는지 알겠구먼.”

티버와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눈 이안과 훈이는 곧바로 그를 따라 요새 위쪽으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티버의 막사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하늘 높이 솟은 웅장한 석탑.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타고 높이 올라가자, 광활한 요새의 규모가 점점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계단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올랐을 때, 이안과 훈이는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확 트인 시야와 함께 압도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요새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티버가 자랑스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 어떤가. 태초부터 우리 천군 진영을 지켜왔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요새일세.”

이안과 훈이, 그리고 티버가 서 있는 곳은 요새의 정 중앙에 있는 가장 높은 망루였다.

때문에 이안과 훈이는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요새의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와, 여기 진짜 크네, 형.”

훈이의 짧은 감탄사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게. 우리 파이로 영지 요새와 비교해도 여기가 더 큰 것 같아.”

이안은 매의 눈으로 요새 구석구석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는 한때, 한국대학교의 저명한 건축학과 교수까지 섭외해서 영지의 요새를 설계했던 전적이 있었다.

때문에 단순히 요새의 규모에 감탄하기보다는 그 짜임새와 구조를 더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런 이안을 향해 티버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이안과 훈이가 감탄하는 것을 보며 뿌듯했는지, 그의 목소리는 한층 상기되어 있었다.

“내가 자네들을 왜 이 곳에 데리고 왔을까?”

티버의 물음에, 이안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하였다.

“글쎄요. 요새의 구조를 파악시켜 주기 위해서?”

이안의 대답에 티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반만 맞았다네.”

“……?”

“요새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자네들을 여기에 데려온 가장 큰 이유는…….”

잠시 뜸을 들이는 티버.

그리고 그의 말이 이어짐과 동시에, 이안과 훈이의 앞에 새로운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오늘부터 자네들이 일하게 될 ‘일터’를 정해 주기 위함일세.”

띠링-!

-퀘스트 진행을 위해, 요새의 구역 중 한 곳을 선택하십시오.

-선택한 구역에서 퀘스트가 진행되게 되며, 연계 퀘스트가 전부 끝날 때 까지 구역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퀘스트 실패 후 재도전 시 가능).

-구역에 따라 획득 가능한 공헌도의 한계치와 난이도가 현저히 차이나기 때문에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제한 시간 내에 구역을 선택하지 않으면 랜덤한 구역으로 자동 선택됩니다(남은 제한 시간 : 240초).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살짝 확대되었다.

‘구역을…… 선택하라고?’

퀘스트의 전개 방식이 처음부터 흥미진진했기 때문이었다.

망루의 사방으로 정신없이 시선을 움직이며, 조금 더 꼼꼼히 요새를 살펴보는 이안과 훈이.

그런 그들을 향해, 티버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우리 천군진영의 요새는, 총 백 군데로 분할되어 구역이 지정되어 있다네. 구역 선택 시 한 가지 팁을 주자면, 내성에 가까운 쪽으로 일터를 잡는 게 편할 거야.”

“그건 왜죠?”

“외성에 가까운 구역일수록, 몬스터의 공격이 잦으니 말이지.”

티버의 설명에, 훈이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아하, 요새를 증축하는 와중에 공격받으면, 확실히 일하는 게 쉽지 않겠군요.”

“바로 그거지.”

티버의 설명을 듣는 와중에도 이안은 열심히 시선을 움직이며 요새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한 2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결정했습니다.”

이안의 입이 떨어지자, 티버와 훈이의 시선이 동시에 이안을 향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안의 말이 이어졌다.

“A-11섹터로 하죠. 저기가 제일 마음에 드네요.”

이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순간적으로 흐르는 정적.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안의 말을 들은 훈이와 티버의 표정이 무척이나 상반된다는 것이었다.

티버의 표정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으며, 훈이의 표정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자네……. 내 설명을 잘 이해한 것 맞나?”

“무슨 설명요?”

“내가 분명, 내성 쪽에 가까운 요새일수록 일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얘기해 줬는데…….”

“아아, 그야 당연히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외성에서도 가장 전투가 잦은 구역을 선택한 것인가?”

이안이 선택한 구역은 구불구불한 외성의 성벽 중에서도 유일하게 전방으로 툭 튀어난 위치였다.

때문에 티버가 당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떨떠름한 표정의 티버를 향해 이안은 씨익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야, 이 요새에 누구보다 큰 공헌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

“가장 어려운 자리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한다면, 천신들께서 제 공로를 치하해 주시겠지요.”

“과, 과연……!”

이안의 말에 감명받은 것인지, 연신 탄성을 터뜨리는 티버.

한편 청산유수같이 대화를 이어 가는 이안을 보며, 훈이는 속으로 다른 의미에서 감탄하고 있었다.

‘크, 그냥 공헌도 많이 쌓고 싶다는 말을 저렇게 포장해서 말해버리네. 역시 이안 클라스……!’

티버의 설명이 있기 전.

이미 두 사람은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한 가지 사실을 확인했었다.

난이도가 어려울수록 많은 공헌도를 획득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이안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은 하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최대의 보상을 뽑아 내는 것.

이안을 수 없이 보아 온 훈이로서는 이안의 선택을 너무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 이안. 기왕 어려운 길을 택했으니, 훌륭히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오시게.”

“물론입니다, 티버.”

이안의 씩씩한 대답에 흡족한 표정이 된 티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앞에 푸른빛의 포털이 생성되었다.

“자, 이 포털로 이동하면, 자네들이 선택한 구역으로 곧바로 이동될 거야.”

“그것 참 편하군요.”

“그럼, 행운을 비네.”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망설임 없이 포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이안의 뒤편에 있던 훈이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자, 잠깐!”

“왜 그러는가, 간지훈이.”

“나, 나한테는 선택권이 없는 겁니까?”

“음……?”

“나는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훈이의 게임 성향 또한 이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훈이 또한 당연히 어려운 난이도로 트라이하여 최대의 보상을 획득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이안과 같은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던 것.

‘난 다른 구역으로 가서 따로 캐리할 거라고! 저 형 옆에 있으면 심부름만 하다가 끝날 것 같단 말이야!’

하지만 훈이의 반발은 씨알도 먹히지 않고 진압되었다.

“그대는 이안과 세트가 아닌가.”

“……?”

“잔말 말고 따라가시게.”

* * *

위잉-!

결국 세트로 포털에 입장한 이안과 훈이는 이안이 선택한 A-11섹터의 위치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의 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차원의 요새 A-11섹터에 입장하셨습니다.

-허술한 요새의 빈틈을 수선하고, 더욱 강력한 방어 시설을 개발하십시오.

-요새가 견고해질수록 많은 공헌도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A-11 차원의 마력탑’이 파괴되면 임무에 실패하게 됩니다.

-*요새 증축 도중 사망하게 되면 임무에 실패하게 됩니다.

-*몰려오는 몬스터를 처치할 때마다, 몬스터의 등급에 비례하는 공헌도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요새의 방어 시설을 이용하여 처치한 몬스터만이 공헌도 산정에 포함됩니다).

-00시간 04분 59초 뒤에 몬스터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메시지를 전부 확인한 이안과 훈이는, 퀘스트의 정확한 매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해 부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5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있었으니, 어떤식으로 요새 수리를 시작해야 할지 빠르게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아무래도 이 차원의 마력탑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지?”

“그런 것 같아, 형.”

그리고 카일란에 도가 튼 이안과 훈이는 금세 퀘스트의 방향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요새를 증축하고 발전시키면서 몰려드는 몬스터를 막아 내야 하는 디펜스 게임 같은 거네.’

이안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요새의 지형을 살피면 살필수록 좋은 위치를 잘 골랐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안과 훈이가 선택한 A-11섹터.

이곳은 언뜻 보면 최전방으로 튀어나와있어 무척이나 위험해 보이는 위치였지만, 근방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성벽이 형성되어 있어 이런 디펜스 게임을 하기에는 정말 최적화된 입지라고 할 수 있었다.

지형 확인이 끝난 훈이와 이안은 방어 타워를 생성하기 가장 좋은 위치를 찾았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소모하여 건설할 수 있는, 방어 타워들의 종류를 확인해 보았다.

-A. 마력의 석궁 타워.

등급 : 일반

공격력 : 520(타입 : 단일/물리)

방어력 : 250

내구도 : 85,000

소모 자원 : 차원의 마력 : 12.5

차원의 철광석 : 50개

마력의 흑단목 : 35개

소모 시간 : 150~250초

제작 난이도 : 下

B. 마력의 전류 타워

등급 : 일반

공격력 : 175(타입 : 광역/마법)

방어력 : 250

내구도 : 100,000

소모 자원 : 차원의 마력 : 12.5

차원의 철광석 : 45개

마력의 흑단목 : 70개

소모 시간 : 250~550초

제작 난이도 : 하下

C. 튼튼한 마력의 석벽

……중략……

*기술력 부족으로 아직 건설할 수 없는 타워가 열다섯 종류 존재합니다.

*방어 시설을 건설할 시 낮은 확률로 새로운 타워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타워 건설 중 전체 내구도의 20퍼센트 이상의 피해를 입을 시 타워 건설에 실패합니다(실패 시 소모된 자원은 50%만큼 돌려받습니다).

‘으, 이거 시간이 5분밖에 없는데 뭐 이리 복잡한 거야?’

내용을 대략적으로 파악한 이안은, 먼저 활용 가능한 자원부터 살펴보았다.

‘차원의 마력석이 대충 100개쯤 있는 것 같은데……. 이거 녹이면 한 개당 차원의 마력 10포인트, 차원의 철광석 20개니까.’

이안과 훈이가 제련해 온 차원의 마력석들을 사용하면, 개당 10포인트의 차원 마력과 20개의 차원 철광석을 획득할 수 있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필요한 자원들 중 ‘차원 마력’과 ‘차원 철광석’은 넘쳐난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흑단목이야. 이거 요새 안에 기본으로 주어진 게 200개뿐이네.’

건설 가능한 타워들과 보유한 자원들을 따져 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이안과 훈이.

이어서 두 사람이 콘텐츠를 파악하는 동안 주어졌던 5분이라는 시간은 훌쩍 지나 버리고 말았다.

띠링-!

-대기 시간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몬스터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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