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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13화 (626/1,027)

< 613화 요새 방어전 (6) >

* * *

“요나스 님, 이쪽에 찾았어요!”

“오, 디아스 님!”

“와아, 드디어 첫 번째 결정석인가요?”

포털이 열리자마자 차원의 숲에 진입하여 거침없이 차원의 숲을 수색하던 천군 진영의 선두그룹 랭커들.

그들은 입장한 지 정확히 30분 만에 첫 번째 마력결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금방 마력 결정이 발견되자 랭커들의 표정은 한껏 고무되었다.

“자, 빨리 파괴하고 다음 결정 찾으러 가죠!”

“그래요. 30분 만에 하나 찾았으니, 세 개 찾는 건 정말 식은 죽 먹기겠어요.”

“후후, 세 개만 찾을 겁니까? 이번 퀘스트에서 아주 공적치 뽕을 뽑아 버려야죠. 이번 퀘는 채굴 퀘스트랑 달리 공적치 상한선도 없잖아요.”

“오오오, 듣고 보니 그러네요. 진급 갑시다!”

랭커들이 처음 찾은 마력 결정의 형태는 마치 거대한 크리스탈 연상케 하였다.

지면으로부터 1미터 정도 떠올라 있는 위치에,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뾰족한 얼음 덩어리 같은 것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마력 결정을 둘러싼 다섯 명의 랭커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저랑 페드릭 님이 딜 넣을 테니, 다른 분들은 몬스터 접근 못 하게 막아 주세요!”

“알겠습니다, 요나스 님!”

“예썰!”

“료이카 님은, 상황 봐서 광역 실드 좀 띄워 주시고요!”

“네, 알겠어요.”

요나스의 오더 하에, 순식간에 대형을 갖춘 천군진영의 랭커들.

그리고 곧이어 첫 번째 결정석을 파괴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마력석에 딜을 넣는 역할은 단일 공격력이 가장 강력한 요나스와 페드릭이었다.

깡- 까강-!

콰아앙-!

그런데 작업이 시작된 바로 그 순간.

한껏 들뜬 표정이던 요나스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 가기 시작하였다.

마력 결정의 방어력과 체력이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상회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거 무슨 방어력이 이따위야? 딜이 이것밖에 안 박히는 게 말이 돼?’

까강-!

요나스는 자신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시스템 메시지와 마력 결정의 내구도 게이지를 번갈아 확인해 보았다.

-‘차원의 마력 결정’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차원의 마력 결정’의 내구도가 178만큼 감소합니다!

-‘차원의 마력 결정’의 내구도가 149만큼 감소합니다!

물론 광산에서 만났던 에픽몬스터인 ‘아이언스웜’과 비교한다면, 결정석을 파괴하는 것이 훨씬 쉬운 것은 사실이었다.

아이언스웜의 경우 아무리 강력한 스킬을 맞아도, 고정적으로 1이상의 대미지를 입힐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파괴하는 데 애를 먹을 것이라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었다.

“페드릭 님. 이거, 하루 종일 쳐야 부서지겠는데요?”

침중한 어조로 말하는 요나스를 향해 페드릭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하였다.

“으음, 하루 종일까진 아니어도, 하나 파괴하는 데 거의 30~40분은 걸리겠어요.”

“으으, 이렇게 무식하게 노가다 해야 하나…….”

요나스의 얼굴은 살짝 어두워졌다.

마력 결정을 십수 개 파괴하고 막대한 공적치를 쌓을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기대했던 것보다 공적치 쌓는 속도가 두 배 이상 느려질 테니 말이었다.

때문에 요나스는, 머리를 굴려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디아스님, 혹시 그쪽에 여유 좀 있으세요?”

“아직까진 버틸 만합니다.”

“그러면 혹시, 세 분 중 한 분이 다음 마력 결정을 미리 찾고 계시는 건 어떨까요?”

“아하, 확실히 그렇게 하면 시간을 좀 단축시킬 순 있겠어요.”

“오, 역시 요나스 님!”

파티원들이 엄지를 치켜 올리자, 굳었던 요나스의 표정이 살짝 풀어진다.

하지만 요나스의 나아진 기분은 금새 다시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항상 조용했던 료이카가 뜬금없이 산통을 깨어 버렸으니 말이다.

“요나스 님, 제 의견 하나 말해도 될까요?”

“네, 물론입니다, 료이카 님.”

“방금 말씀하신 대로 전력을 운용하려면, 지금이라도 이안 님, 훈이 님 찾아오는 건 어떨까요? 두 분에겐 소환수가 있으니, 마력석을 훨씬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생각지 못했던 료이카의 의견에 다시금 일그러진 요나스의 표정.

게다가 그녀의 의견이 일리가 있었기 때문에 요나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소……환수가 있어 봐야, 차원마력 탐지기가 없으면 결정석을 찾을 수 없잖아요.”

“저희가 한 개씩 가지고 있는 탐지기를 소환수들에게 쥐어 주면 되죠.”

“으음, 듣고 보니 그렇긴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의견 제시에, 할 말을 잃어 버린 요나스.

그런데 그때, 옆에 있던 페드릭이 요나스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어디 있는 줄 알고 찾으러 가요? 그러다가 시간만 낭비할지도 몰라요.”

“그, 그건…….”

“페드릭 님의 말씀이 맞아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어요.”

료이카의 의견은 분명 날카롭고 타당했지만, 요나스와 페드릭은 그녀의 말대로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공적치를 역전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또 올 리 없잖아.’

‘둘이 합류하면 순위가 그대로 유지될 텐데……. 그렇게 할 수는 없지.’

때문에 두 사람은 그저 묵묵히 마력 결정을 향해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깡- 까강-!

콰콰쾅-!

그리고 이안과 훈이에 대한 이야기가 쏙 들어간 뒤, 시간이 지날수록 랭커들 사이에서는 대화가 점점 줄어들어 갔다.

그것은 의견 대립 때문이 아니었다.

갈수록 마력 결정을 향해 몰려드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더욱 많아졌기 때문에, 말을 할 틈조차 생기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디아스가 다른 마력 결정을 찾기 위해 자리를 비웠으니 몬스터들을 막던 나머지 두 랭커는 점점 더 힘에 부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10분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요나스 님, 페드릭 님! 두 분 중 한 분이 일단 몬스터들 좀 상대하셔야겠어요!”

“맞아요! 이대로 가다가는 방어선이 뚫리겠어요!”

결국 몬스터를 막던 두 랭커는, 요나스와 페드릭에게 도움을 청해야만 했다.

“으으,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몬스터 처치를 돕도록 하죠.”

그리고 그것은 사실상 재앙의 시작이었다.

마력 결정에 딜을 넣던 두 사람 중 하나가 빠졌으니, 결정을 파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또다시 배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순탄히 진행되는 듯 했던 퀘스트가, 완전히 꼬이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일행에게 다가오는 재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마력 결정을 향해 홀로 딜을 넣던 페드릭이, 거의 1시간이 걸려서 파괴에 성공했을 때.

“흐아압……!”

콰쾅- 쾅-!

파티원들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들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것이었으니 말이다.

띠링-!

-파티원 ‘페드릭’유저가 마력 결정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파티원의 마력 결정 파괴 기여도가 책정됩니다.

-1. 페드릭 – 79.80퍼센트

-2. 요나스 – 20.20퍼센트

-3. 리아스 – 0.00퍼센트

-3. 료이카 – 0.00퍼센트

-3. 세이플 – 0.00퍼센트

-플레이어별 기여도에 따라, 공헌도가 산정됩니다.

-‘페드릭’ 유저의 공헌도가 79.8포인트만큼 증가합니다.

-‘요나스’ 유저의 공헌도가 20.2포인트만큼 증가합니다.

-‘리아스’ 유저의 공헌도가 0.0포인트만큼 증가합니다.

-‘료이카’ 유저의 공헌도가…….

……후략……

모든 메시지를 확인한 요나스의 입에, 허탈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마력석을 파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공헌도의 산정 방식이, 원래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으니 말이다.

“이거……. 파티 전원의 공헌도가 전부 100씩 오르는 게 아니었어?”

랭커들은 당연히, 하나의 마력 결정을 파괴했을 때 모든 파티원이 100의 공헌도를 얻을 수 있는 것인 줄 알고 있었다.

일반적인 퀘스트들의 공헌도 분배 방식이 보통 그와 같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메시지에 나타난 대로라면, 100의 공헌도를 파티원들이 나눠 갖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되면 총체적인 공헌도 획득 속도가 생각했던 것 보다 5배 느려지게 되는 것이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요나스의 이마를 타고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으, 이거 이렇게 되면……. 랭킹 뒤집는 게 문제가 아니고 클리어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잖아?’

한 개의 마력석을 파괴하는 데까지 천군 진영 랭커들이 소요한 시간은 총 1시간 반.

총 열다섯 개의 마력 결정을 파괴해야 모든 파티원이 클리어하게 되는 것이었으니,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킨다고 해도 남은 시간 동안 얻을 수 있는 공헌도의 한계는 900도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상황을 전부 파악한 요나스의 머릿속이 점점 더 복잡해지기 시작하였고, 다른 파티원들의 표정도 점점 굳어져 갔다.

어차피 900이라는 공헌도를 균등하게 배분해서는 단 한 사람도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못한다.

때문에 최선책은 300의 공헌도가 만들어질 때마다, 대상을 바꿔 가며 공헌도를 몰아주는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라도 되려면, 결국 두 명 이상의 희생이 필요했다.

그리고 랭커들 중에 희생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었다.

* * *

한편, 마력 결정 퀘스트 팀이 난항을 겪고 있던 그 시간 동안, 훈이와 이안은 말 한마디 없이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짧은 시간 안에 마력석 제련을 전부 마칠 수 있었다.

티버가 예상했던 시간보다 거의 두 배나 빠르게 모든 제련작업을 마친 것이다.

“이게 마지막이지, 형?”

“오, 다 끝났어?”

“응. 빨리 포털 타러 이동하자.”

“잠깐만 기다려 봐, 형. 지금 하던 거 한 개 남아 있어.”

특히 사랑의 숲을 향한 열망(?) 때문인지, 훈이의 작업 속도는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노가다 머신 이안과 비교하여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분량의 마력석을 제련해 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안이 작업하던 마지막 마력석의 제련이 끝난 순간.

띠링-!

두 사람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력석 제련에 성공하셨습니다!

-대장간에 남아 있는 모든 마력석을 제련하였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요새 개발 기여도가 0.4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이어서 메시지를 확인한 두 사람은, 빠르게 마력석들을 인벤토리에 챙기기 시작하였다.

이제 조금이라도 빨리, 차원의 숲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력석을 전부 챙겨 대장간의 밖으로 나서려던 그 때…….

“잠깐.”

“응? 왜 그래, 형?”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 이안이, 문득 자리에 멈춰 섰다.

“기여도가 0.4퍼센트올랐다고……?”

거의 두 시간에 가깝게 노가다를 한 결과로 오른 퀘스트 기여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낮았기 때문이었다.

“어, 그러게? 생각해 보니 0.4퍼센트는 너무 낮은 것 같은데?”

이안과 훈이는, 거의 동시에 퀘스트 창을 열어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퀘스트 자체는 무척이나 간결한 편이었기 때문에, 다시 읽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F)차원의 거인 레이드-2

퀘스트 분류 : 메인(히든) 퀘스트.

퀘스트 발생 조건 : (F)차원의 거인 레이드-1 퀘스트 클리어.

수비대장과의 친밀도 20 이상.

획득 가능 공적치 : 300~???

당신의 대장기술을 높이 평가한 수비대장은 당신에게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였다.

용사들이 채굴해 온 마력석을 정제하여 노후된 요새를 정비하라는 것.

티버를 도와 노후된 요새를 수리하고 업그레이드하라!

강력한 방어 시설을 많이 개발해야만, 깨어날 거인을 상대로 요새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성공 조건 : 요새 개발 기여도 3퍼센트 달성

퀘스트 보상 : 기여도 1퍼센트당 공적치 100

알 수 없는 보상 A, B (택 1)

*임무 과정에서 도태될 시, 획득 공적치가 100퍼센트 삭감됩니다.

*퀘스트 실패 시 다음 날 다시 도전이 가능합니다.

퀘스트 내용을 다시 확인한 이안은, 빠르게 머리를 굴려보았다.

‘흐음……. 시간당 0.2퍼센트밖에 안 되는 속도면, 남은 시간 쉬지 않고 노동해도 2퍼센트 정도밖에 달성 못 하겠는데?’

처음 퀘스트를 받고 정보창을 확인했을 때, 이안은 퀘스트 내용이 무척이나 무난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첫 번째 임무를 끝내고 보니 조금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역시……. 연계 퀘스트의 난이도를 그렇게 쉽게 설정해 놨을 리 없지.’

이안과 훈이가 이 퀘스트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도박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남들과 같은 퀘스트를 진행하면 계속해서 순위를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다른 루트를 선택함으로 인해 스스로 변수를 만든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이안과 훈이는, 이 선택으로 인해 공적치를 역전 당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남들 다 하는 걸 하는 것보단 특별한 걸 하는 게 끌리니까 어쩔 수 없지, 뭐.’

하지만 고민해 봐야 이제 와서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었기에, 이안과 훈이는 다시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포털에 들어서는 이안의 표정은 오히려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퀘스트 클리어 조건이야 어려울지언정 불가능하게 만들어놓았을 리는 없었고, 단순 노가다로 인한 기여도 상승분이 작다는 것은 기여도를 올릴 수 있는 다른 변수가 많다는 방증이었으니 말이다.

‘재밌는 콘텐츠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요새 증축에 어떤 콘텐츠들이 있을지 궁금해진 이안의 입 꼬리가 슬그머니 말려 올라갔다.

애초에 변수를 두려워했다면, 지금의 이안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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