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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608화 (621/1,027)

< 608화 요새 방어전 (1) >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이안을 만난 훈이의 파티원들은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안 님, 그 곡괭이는 뭔가요? 히든 아이템인가요?”

“과, 광물은 대체 몇 개를 채굴하신 겁니까? 혹시 생산직 업으로 광부 클래스라도 갖고 계신 건가요?”

“혹시 서버에 몇 명 없다던 고급 채광술 보유자?”

이안에게 다가와 질문 세례를 퍼붓는 천군 진영의 랭커들.

하지만 그런 소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묵묵히 곡괭이질만을 할 뿐이었다.

깡- 깡- 까앙-!

일말의 흐트러짐조차 없는, 규칙적이고 청명하기까지한 이안의 곡괭이질 소리.

이어서 답답해하는 랭커들을 향해, 옆에 있던 뿍뿍이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주인은 원래 한번 채굴을 시작하면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는다뿍. 아마 뭐라도 하나 캐고 난 다음에야 대답해 줄 거다뿍.”

뿍뿍이의 말에 몇몇 랭커들은 살짝 기분이 상할 뻔했지만, 이해가지 않는 부분은 아니었기에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채광은 극도의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할 만한 작업이 아니니 말이다.

요나스를 비롯한 랭커들은, 질문공세를 펼치는 대신 이안이 어떤 식으로 채굴하는지 자세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깡- 깡- 까앙-!

황금빛 곡괭이가 떨어져 내릴 때마다, 뭉텅이로 부서져 나가는 광산의 바윗덩이들.

그리고 그 규칙적인 곡괭이질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석벽 안에 숨어 있던 푸른 광물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깡- 깡- 깡-!

마치 광물을 조각하기라도 하듯, 세심하게 움직이는 이안의 황금 곡괭이!

그리고 그렇게 5분 여 정도가 지났을 때.

툭.

붉은 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신비한 광석이 이안의 앞으로 다소곳이(?) 굴러 내려왔다.

이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랭커들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새어나왔다.

“아……!”

“엄청나잖아!”

랭커들이 놀라는 것은 사실 당연한 부분이었다.

그들이 마력석을 채굴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의 채굴이었으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마력석을 채굴하기 위해선 못해도 15분 정도 낑낑거리며 곡괭이질을 해야 했으며, 무척이나 높은 확률로 마력석이 손상되어 채광에 실패하게 된다.

한데 이안은 달랐다.

고작 5분여 만에 광석을 파 내는 데 성공하였으며, 그 안정적인 곡괭이질을 보고 있노라면 ‘실패’ 따위와는 무척이나 거리가 멀어 보였다.

물론 방금 이안이 채굴해 낸 광석이 차원의 마력석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렇다 해서 다른 광물을 채광하는 게 더 쉬운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딱히 곡괭이질이 더 빠른 것도 아니라는 점.

어쨌든 채굴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안은, 슬슬 자신을 둘러싼 어린 양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모든 것은, 이안이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채굴 과정을 보여 준 것조차 이안이 짠 ‘설계’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후후, 이쯤 됐으면 슬슬 안달이 나기 시작했겠지.’

훈이를 시작으로 요나스까지.

낯익은 얼굴들을 한 번 둘러본 이안은 짐짓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 너무 집중하느라 여러분께서 오신지 몰랐습니다. 이거 죄송하네요.”

이안의 진정성 넘치는(?) 사과를 들은 요나스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이안 님. 채굴이라는 게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하더라고요. 이해합니다.”

“이해해 주신다니, 다행이네요.”

씨익 웃어 보인 이안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역시, 다들 마력석은 충분히 채굴하셨나 보군요.”

“……?”

“다들 채굴이 끝나셔서 제 노가다를 구경하고 계셨던 것 아닙니까?”

이안의 대사를 들은 일행들은 벙 찐 표정이 되었고, 훈이만이 얄밉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안을 향해 입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저 형, 다 알면서 저러는 거 같은데.’

그리고 잠시 동안의 정적이 지난 이후 한차례 침을 꿀꺽 삼킨 요나스가 이안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저흰 아직 채굴을 더 해야 하는데……. 이안 님은 혹시 마력석을 충분히 캐신 겁니까?”

이안은 기다렸다는 듯, 요나스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물론입니다. 이미 전 퀘스트는 완료했거든요.”

그러자 이번에는 옆에 있던 세이플이 반사적으로 이안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채굴을……?”

그에 이안은 대답 대신 씨익 웃으며 방금 채광한 붉은 광석을 보여 주었다.

“전 이런 녀석들이 필요해서 남아 있었습니다. 마력석이야 넘쳐나는데, 다른 광물들을 좀 더 모아 두고 싶어서 말이지요.”

“아…….”

이어서 원하는 판을 까는 데 성공한 이안은, 은근한 표정으로 천천히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이안의 표정에, 훈이는 순간 악마의 형상이 겹쳐 보이는 듯한 착각을 받았다.

“여러분, 혹시 제가 제안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 * *

이안의 인벤토리에 수없이 쌓여 있는 차원의 마력석들.

그리고 이안이 생각해 낸 잉여 마력석들의 활용 방법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아이언스웜에 대한 비밀을 풀지 못한 다른 랭커들은 분명히 마력석이 부족한 상황일 테니, 이 마력석을 미끼로 그들을 부려먹을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안은 이들의 노동력(?)으로 대체 뭘 하려는 계획이었을까?

“이 붉은 광석은 ‘차원의 합성석’이라는 광물입니다 여러분.”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 마력석인 줄 알고 잘못 채굴해서 한 개 가지고 있거든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혹시, 이 자줏빛 광석과 백색의 광물도 갖고 계신 분이 있으십니까?”

이안의 물음에, 몇몇 랭커들이 쭈뼛거리며 손을 들었다.

그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여러분도 정보 창을 확인하셨다면 아시겠지만, 하얀 녀석이 차원의 마법석. 그리고 자줏빛을 띄는 녀석은 차원의 강화석입니다.”

랭커들은 이안의 다음 말을 기다렸고, 이안은 천천히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지금부터 제가 하고 싶은 제안은, 바로 물물교환입니다.”

“……?”

“여러분이 가지신 합성석과 마법석, 그리고 강화석을……. 마력석으로 교환해 드리도록 하죠.”

“오오……!”

이안의 폭탄 선언에, 듣고 있던 랭커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정말입니까, 이안 님?”

“저, 저부터 바꿔 주세요! 저 강화석 세 개나 있습니다!”

하지만 이안의 말이 여기서 끝일 리 없었다.

이안은 흥분한 사람들을 잠시 진정시킨 뒤, 다시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아직 제 제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

“……!”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마력석의 채굴이 다른 광석들에 비해 훨씬 어려운 바. 당연히 일대 일 교환은 성립할 수 없지요.”

“그렇다면……?”

잠시 뜸을 들인 이안은 양손을 비비며 씨익 웃어 보였다.

“합성석과 마법석은 세 개당 하나. 강화석은 다섯 개당 하나의 비율로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조건이죠?”

이안의 설명에, 가장 앞쪽에서 듣고 있던 요나스가 벌떡 일어나며 반론을 제기하였다.

“물론 마력석의 채굴이 더 어려운 건 맞지만, 비율이 너무 높은 것 아닙니까, 이안 님?”

“음?”

“사실 강화석은 몰라도 합성석이나 마법석은……. 마력석 못지않게 채굴이 오래 걸리는 광물이지 않습니까.”

사실 요나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안도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요나스는, 한 가지를 빼먹고 말하였다.

“후후,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한 가지 놓치신 부분이 있네요.”

“……?”

“마력석의 경우 차원의 힘을 쫓아다니며 채굴해야 하지만, 그 외 다른 광물들은 어떤 광산에서든 채굴된다는 겁니다.”

“엇……. 그, 그런가요?”

이안의 말에, 요나스는 살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것은 방금 이안에게 듣기 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이안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계속 차원의 기운만 쫓아다니며 채굴했을 테니, 이런 걸 알 수가 없었겠지.’

이안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차원의 숲 초입으로 가면, 차원의 기운이 잘 머물지 않는 커다란 광맥이 한 곳 있습니다.”

그리고 이안의 거래 제안이 제법 괜찮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랭커들은, 침묵한 채 그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하였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그곳으로 가서 오늘 차원의 포털이 닫히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광물들을 채굴해 주시면 됩니다.”

이어서 이안은, 어느새 자신의 앞에 놓아둔 세 종류의 광물을 한 차례씩 가리키며 말을 이어 갔다.

“비율은 말씀드렸다시피 마법석과 합성석이 3 : 1. 강화석이 5 : 1입니다. 아마 제 예상대로라면, 5시간 바싹 채굴하셨을 때 한 분당 서너 개 정도의 마력석은 교환하실 수 있겠군요. 채굴에 소질이 있으신 분이라면, 대여섯 개까지도 가능할지도 모르고요.”

그리고 이안의 마지막 대사는 무척이나 결정적이었다.

한 사람당 마력석 서너 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한마디.

랭커들 대부분이 퀘스트의 최소조건조차 간당간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안의 제안이 너무도 달콤하게 들린 것이다.

이안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는 훈이조차 동공이 떨리기 시작했을 정도이니 다른 유저들이야 말할 것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 그렇게만 된다면, 퀘스트는 어렵지 않게 클리어되겠어!”

“맞아. 차원의 기운이 없는 곳에서도 채굴이 된다면, 안정적으로 채광만 할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차원의 기운이 없는 곳에는 몬스터가 몰려들지 않으니까.”

“좋았어. 이 조건대로라면 충분히 광물을 대량 채굴하는 게 가능해. 지금부터 빨리 채굴을 시작해서, 마력석을 최대한 확보해야겠어!”

머릿속에서 계산이 끝났는지, 들떠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랭커들.

그런 그들을 보며, 이안은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겨우겨우 눌러 참고 있었다.

‘크크, 역시……! 머리 좋은 친구들이 이 좋은 제안을 거절할 리가 없지.’

이안이 짜 놓은 이 설계는, 사실 무척이나 치밀한 것이었다.

마력석 한 개당 교환 가능한 광물의 비율조차도 이안의 계산 하에 치밀하게 설계된 것이다.

‘이 비율대로라면, 저 친구들이 아무리 채광을 잘 해도 마력석 서너 개밖에 교환하지 못할 거야. 그러면 결국 공헌도 1천조차 확보하기 힘들겠지.’

마력석을 교환해 주면서도 최대 공헌도는 자신을 넘지 못하게 하려는 이안의 꼼꼼한 설계 능력!

이안은 자신의 잔머리가 만족스러웠는지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의 옆에 선 뿍뿍이는 뭔가 무섭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사이비 교주같은 주인이다뿍.’

그런데 그때, 뭔가 머리를 열심히 굴리던 요나스가 이안을 향해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나저나 이안 님.”

“말씀하시죠.”

“방금 말씀하신 제안이 분명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해야 할 부분이 하나 있지 않겠습니까?”

“확인해야 할 부분이라면……?”

인벤토리에서 마력석 하나를 꺼내 든 요나스가 그것을 가리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이안 님을 믿고 다른 광물을 채굴하러 가려면 이 마력석을 얼마나 확보하고 계신지 먼저 보여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요나스의 말을 들은 다른 랭커들의 시선 또한 다시 이안을 향해 모여들었다.

요나스가 말한 부분은 그들의 입장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안 또한 그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씨익 웃으며 인벤토리 한편을 공개하였다.

“혹시 여기 숫자 보이십니까?”

“……!”

“정확히 60개 있습니다.”

“미, 미친……!”

이안의 인벤토리 구석에 들어 차 있는, 60개의 차원의 마력석들.

그 숫자를 확인한 랭커들은 그대로 벙 찐 표정이 되고 말았다.

“지금 바로 출발하시지요. 최대한 빨리 채굴을 시작하셔야, 한 개라도 마력석을 더 확보하시지 않겠습니까?”

“어, 엄청나군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이안이 공개한 인벤토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랭커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 쐐기와도 같은 이안의 한마디가 추가로 덧붙여졌다.

“가장 많은 광물을 채굴하신 분께는, 마력석을 추가로 한 개 더 얹어 드리겠습니다.”

“……!”

“자, 이 광맥은 곧 몬스터들이 몰려올 테니, 우리 초입에 있는 1번 광산에서 다시 모이도록 해 볼까요?”

그리고 이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랭커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순식간에 광산 밖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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