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98화 (6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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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전투 (3)

루스펠 제국을 일으켜 세웠던 고대의 영웅, ‘서머너 나이트’ 뮤란.

그의 유산은 확실히 대단했지만, 이안에게는 항상 하나의 의문점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고유 능력 중 하나인, 바이탈리티 웨폰의 효용성에 관한 것이었다.

이안은 그동안 바이탈리티 웨폰의 숙련도를 무척이나 많이 올려 놓았지만, 정작 중요한 실전에서는 제대로 활용한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효율’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좋은 스킬은 맞는데, 뭔가 애매하단 말이지.’

얼마 전까지 이안이 가진 바이탈리티 웨폰의 스펙은 다음과 같았다.

-바이탈리티 웨폰

분류 : 액티브 스킬

스킬 레벨 : Lv. 21

숙련도 : 57퍼센트

재사용 대기 시간 : 없음

지속 시간 : 15분

서머너 나이트는, 자아Ego를 가진 무기에 한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생명력을 얻은 무기에는 각각의 AI가 부여되며, 착용하지 않더라도 전투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무기의 AI가 향상되며,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는 무기의 최대 숫자가 늘어납니다.

*바이탈리티 웨폰의 스킬 레벨이 열 단계 상승할 때마다, 생명력 부여가 가능한 무기의 개수가 한 개 증가합니다.

현재 생명력 부여가 가능한 무기의 수 : 3

*무기의 자아와의 친밀도가 높아질수록, 무기가 가진 더욱 강력한 잠재력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봉인) : 무기의 최대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성공하면, 숨겨진 능력이 개방됩니다.

바이탈리티 웨폰은 말 그대로, 장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서 사용하는 스킬이다.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안의 전투 스타일에도 잘 맞는 스킬.

그렇다면 이안은, 이 좋은 스킬을 대체 왜 ‘애매하다’고 느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무기들의 ‘인공지능’에 있었다.

‘AI가 어떤 면에선 편하긴 한데, 오히려 완벽히 통제가 안 되니까 답답하군.’

스킬의 숙련도가 오를수록 AI의 수준이 향상되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직접 컨트롤하는 만큼의 만족도는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이안이 무기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두루뭉술한 명령을 내리는 정도일 뿐.

괜히 집중력만 분산되고 원하는 만큼의 컨트롤이 나오지 않다 보니, 실전에서 자연히 쓰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잠겨 있던 봉인이 해제된 순간.

얘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극한의 검술을 성공시켰습니다.

-서머너 나이트의 고유 능력, ‘바이탈리티 웨폰’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서머너 나이트의 새로운 고유 능력이 개방되었습니다.

-‘일리미터블 스워드’ 능력을 습득하였습니다.

-일리미터블 스워드

지속 시간 : 120초

재사용 대기 시간 : 360초

서머너 나이트는 검술의 대가입니다.

검의 극한을 깨달은 서머너 나이트는, 하나의 검에 일시적으로 강력한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자아가 없는 검에도 발동이 가능하며, 검 외에 다른 무기에는 발동할 수 없습니다).

생명력을 얻은 검은 더욱 강력한 공격력(+42퍼센트)을 얻게 되며, 동시에 여러 개의 환영을 만들어냅니다.

다만 복제된 환영들은 자아를 갖지 않습니다.

(소환되는 환영의 숫자는 생명력 부여가 가능한 검의 숫자에 비례합니다.)

(소환된 환영의 위력은, 스킬 레벨×2에 비례합니다.)

(일리미터블 스워드를 발동시키는 동안 다른 무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없습니다. 이미 생명력을 불어넣은 무기가 있다면, 생명력을 잃게 됩니다.)

*소환된 환영이 적을 처치할 시, 재사용 대기 시간이 5초만큼 감소합니다.

일리미터블 스워드는, 쉽게 말해 바이탈리티 웨폰의 ‘진화’ 형태라고 할 수 있었다.

에고 웨폰에 한해 생명력 부여가 가능했던 기존의 고유 능력과 달리 일반 무기에도 발동이 가능하며, 생성된 환영들은 더 강력한 공격력을 갖게 되니 말이다.

다만 ‘검 외의 무기에는 발동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자아가 없으므로 AI가 없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 두 가지는 이안에게 큰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이안은 원래, 가리는 무기가 거의 없는 혼종이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AI가 없다는 점은, 오히려 이안에게 장점으로 작용하였다.

“다 뒈져 버려라!”

이안의 기합성과 함께, 소환된 세 자루의 검이 사방으로 비산하였다.

그러자 강력한 풍압과 함께, 이안을 둘러싸던 마수들이 그대로 밀려나고 말았다.

콰아아앙-!

그리고 그 틈을 이안이 놓칠 리 없었다.

밀려난 마수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안의 신형이 번쩍이며 사라진 것이다.

“공간 왜곡!”

이어서 이안이 나타난 곳은 모쿠바의 머리 위였다.

콰르릉-!

-마군의 보좌관, ‘모쿠바’유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모쿠바’유저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모쿠바’ 유저가 전장을 이탈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승리를 위한 첫 번째 단추가 드디어 꿰어졌다.

-천군의 돌격대장 ‘이안’ 유저가 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 *

결정적인 순간에 바이탈리티 웨폰의 봉인이 해제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그저 이안의 운이 좋아서일까?

물론 이안의 운이 좋았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당연히 ‘운’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검’을 사용한 극한의 컨트롤을 성공시켜야만, 이 봉인이 풀리게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이안의 컨트롤이 봉인을 풀기에 부족했던 것일까?

당연히 그것 또한 아니었다.

지금껏 이안이 봉인을 풀지 못했던 이유는, 그저 이안이 검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안이 이 스킬의 봉인을 풀기 위해 조금만 더 머리를 굴려 보았더라면, 이미 봉인을 풀고도 남았을 것이었다.

과거 영웅 뮤란이 어떤 식으로 이 스킬을 사용했는지, 조금만 더 상기해 보았으면 충분히 단서를 잡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여하튼 ‘일리미터블 스워드’의 발동으로, 절벽 끝까지 내몰렸던 이안과 훈이는 구사일생할 수 있었다.

“정말, 이건 미쳤습니다! 그 극한의 순간에서, 이안갓은 역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정말 대단해요! 정말 끊임없이 소름을 돋게 만드는 전투인 것 같아요, 하인스 님!”

“그렇습니다. 이 엄청난 전투는, 그리고 우리 한국 서버 유저들의 활약은 전 세계 카일란 유저들이 함께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비록 공중파 방송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YTBC 방송은 제법 인지도 있는 채널이었다.

때문에 평소 하인스는, 방송에서 ‘이안갓’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두 캐스터 모두 ‘자제’라는 것을 할 수 없었다.

연달아 미친 활약을 펼쳐 보이며 ‘신의 말판’이라는 전장 자체를 뒤고 흔드는 이안의 활약에, 이미 취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2 : 2의 상황입니다, 여러분.”

“루시아 님의 말씀대롭니다! 이젠 정말, ‘승리’라는 단어를 한번 떠올려 봐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놀라운 기지와 폭발적인 실력으로 결국 모쿠바를 처치해 낸 이안은, 결국 궁지에 몰린 훈이를 구하는 데까지 성공하였다.

카이의 공격으로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린 훈이였지만, 어쨌든 ‘동수’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이쯤 되자,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도 전력 자체는 마군 진영이 우세하다 할 수 있었지만, ‘기세’가 역전되어 버린 것이다.

이안은, 이 기세를 몰아 훈이와 함께 카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서먼 인카네이션Summon Incarnation!”

서머너 나이트의 또 다른 고유 능력, ‘서먼 인카네이션’이 발동되었다.

그러자 카이를 향해 달려들던 이안의 그림자가 세 개로 분리되었다.

검을 휘둘러 이안에 맞서려던 카이는, 순간적으로 목표물이 사라지자 중심을 잃을 뻔하였다.

하지만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으며, 이안의 검을 막기 위해 고유 능력을 발동시켰다.

“……!”

“유령보幽靈步!”

유령보는 카이가 자주 사용하는 유틸 계열의 스킬이었다.

순간적으로 다섯 걸음을 일시에 움직여, 마치 ‘블링크’계열의 스킬처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유령보의 존재를 알고 있던 이안은, 곧바로 분신을 이동시켜 카이의 퇴로를 차단해 버렸다.

까강- 까가강-!

연신 불을 뿜어 대는 이안의 검‘들’을 보며, 카이는 속으로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환장하겠군.’

지금 카이는, 총 아홉 자루의 검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리미터블 스워드로 세 자루의 검을 만들어 낸 이안이 분신술까지 사용했으니, 검의 숫자는 총 아홉 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좋아, 한번 해 보자는 거지?’

정신없이 짓쳐 드는 이안의 검격을 보며, 카이는 빠르게 양 손을 교차시켰다.

그러자 카이의 주변으로, 순간 강렬한 폭발이 터져 나갔다.

“폭렬검暴熱劍!”

콰콰쾅-!

폭발로 인해 이안의 분신들은, 한 걸음씩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캐스팅 없이 발동하는 기술인만큼 위력 자체는 강하지 않았지만, 넉백 효과는 제대로 적용된 것이다.

“환영무인幻影武人!”

그리고 다음 순간.

어디선가 류첸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붉은 빛이 카이의 전신을 휘감았다.

이어서 카이의 신형은 마치 이안의 서먼 인카네이션처럼, 세 개로 분리되었다.

* * *

카이는 분신술 계열의 고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진법과 환영 계열의 마법을 구사하는 ‘주술사’인 류첸에게는, 아군을 복제할 수 있는 고유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그 복제된 아군의 통제권이 류첸이 아닌 대상에게 귀속된다는 점이었다.

간단히 말해 지금 이안과 카이는 거의 유사한 상황에서 맞대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콰쾅- 콰콰쾅-!

연달아 폭음이 울려 퍼지며, 이안과 카이의 분신들이 쉴 새 없이 뒤엉킨다.

그리고 그들 뿐 아니라 훈이와 류첸 또한, 계속해서 분주히 싸우고 있었다.

이안과 카이의 전투는 그야말로 ‘용호상박’이었고, 때문에 둘의 서포팅이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계속해서 역전되는 것이다.

“사실 이만큼 싸움이 되는 것도 이안과 훈이의 퓨전클래스 덕분이겠지.”

스크린으로 최후의 전투를 지켜보던 나지찬이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최근에 이안이 이렇게까지 밑천을 다 털어 내며 치열하게 싸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지찬의 눈은 초롱초롱하기 그지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은 확실히 카이와 류첸이 우세. 하지만 팀워크와 시너지는 이안과 훈이가 월등하군.”

나지찬이 말하는 ‘전력’이란, 단순히 유저의 실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유저의 실력과 현재 게임 내에서의 스텟, 그리고 직업의 상성 관계까지.

이 모든 것을 복합하여 판단했을 때, 마군 진영이 아직까지도 유리하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훈이와 이안의 시너지가 워낙 좋기에, 그 차이를 메우고 있는 것뿐이었다.

-어둠이 내린다…….

이제는 이안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가 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묵직하고 웅장한 카카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나지찬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양쪽 모두 나올 건 다 나왔고……. 어떻게든 결론이 날 때가 되었군.”

마치 수비는 생각지 않는 스매싱랠리Smashing rally처럼, 미친 듯이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어 대는 네 명의 랭커들.

하지만 그 어떤 랠리에도, 결국 ‘끝’이란 존재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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