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94화 (60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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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역전극 (2)

* * *

돌격대장이 된 이안은 그야말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장의 곳곳에 널려 있는 먹잇감들을 향해, 미친 듯이 뛰어다닌 것이다.

이제 이 전장에서 이안이 선공을 걸었을 때 더 많은 버프를 갖는 존재는 ‘대장군’밖에 없었으니, 이안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천군 돌격대장, ‘이안’유저가 승리하였습니다.

-천군 돌격대장, ‘이안’유저가 승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세 턴이 더 지났을 때, 이안은 두 개의 킬을 추가로 올렸다.

첫 세 턴 만에 6킬을 올린 것에 비하면 약소한 성적이었지만, 전장이 중반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엄청난 성과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위 티어의 정예들만 남게 되는 데다, 대부분이 수비대장의 수비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니 말이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이안이 만들어 낸 킬은…….

-Rank 1 – 천군 돌격대장 이안 : 8킬

-Rank 2 – 마군 대장군 카이 : 6킬

-Rank 3 – 마군 돌격대장 림롱 : 4킬

-Rank 3 – 천군 대장군 페드릭 : 2킬

무려 8킬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였다.

“저 미친놈……. 이 전장에서 8킬을 하는 게 말이 되냐?”

“와, 저놈 혼자서 멱살 잡고 캐리해 버리네.”

“그러게. 지금까지 천군 전체 킬 포인트가 열다섯 갠데, 그중에 여덟 개가 저놈 거야…….”

“대장군 페드릭이 올린 2킬 제외하면, 천군에서 나머지 5킬은 누가 먹은 거지?”

“수비대장 ‘간지훈이’라는 녀석이 1킬 먹었네. 방금 죽은 돌격대장 녀석도 2킬 먹은 것 같고……. 나머지 2킬은 장교들이 하나씩 가져갔어.”

“하, 이거 앞으로 깰 수는 있는 기록인가?”

“힘들걸. 저 미친놈, 앞으로도 최소 2킬 이상은 할 거 같으니까 말이야.”

“헐, 그럼 두 자리 수 킬 나오는 건가?”

“그렇겠지.”

“하……. 그러고 보니 심지어 쟤 병사로 시작했네.”

“소오름.”

전장의 바깥쪽에서는, ‘이안’이라는 단어와 ‘미친 놈’ 이라는 단어만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스펙 부족으로 전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구경 중인 랭커들이, 이안의 플레이에 연신 경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전장에 투입되어 있는 유저들에 대해 모르는 상태로 구경했더라면, ‘랭커의 양민 학살 현장’이라 얘기해도 믿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모두가 이안의 플레이에 감탄하고 있었던 그 순간……!

-천군 의무대장, ‘료이카’유저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마군 돌격대장, ‘림롱’유저가 승리하였습니다.

-‘료이카’유저가 전장 바깥으로 소환됩니다.

천군 진영의 상승세를 ‘툭’ 하고 끊어 버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전장의 하늘에 울려 퍼졌다.

* * *

축구 경기를 시청할 때 사람들은, 탄식을 하며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아, 바로 옆을 대체 왜 못 보는 거야?’

‘거기서 한 번만 접었으면 그대로 열렸을 텐데. 아, 답답하네.’

‘아, 공간 비었잖아. 패스 좀 하지.’

하지만 말로만 그렇게 투덜댈 뿐.

실제로 선수들의 플레이가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직접 필드에서 뛰어 보면, 필드를 넓게 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으니 말이다.

당장 눈앞에 달려드는 선수를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체를 보는 게 쉬울 리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신의 말판’이라는 필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실시간으로 움직여야하는 축구보다야, 턴제로 진행되는 이 신의 말판이 생각할 여유는 더 많다.

하지만 반대로, 변수와 경우의 수는 이 신의 말판이 훨씬 많았다.

유닛마다 이동 가능 거리가 각기 다른 데다, 버프의 종류와 특성도 수없이 많았으니.

이 모든 경우를 생각하며 수 싸움을 하는 게 쉬울 리 없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보는 관중들과 마찬가지로, 천군 진영을 응원하던 시청자들은 탄식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천군 수비진영의 실책은, 그만큼 뼈아팠으니 말이다.

-하, 쟤들 잘하다가 갑자기 뭐 하는 거임?

-거기서 림롱한테 길을 열어 주면 어쩌자는 거야?

-와 씨, 생각도 못 했던 전개인데, 이건.

-진짜 큰일 났네. 아직 완벽히 역전한 것도 아닌데, 이 시점에서 의무대장이 죽어 버리면…….

‘신의 말판’ 전장 안에서, 유일하게 생명력 회복을 가능하게 해 주는 유닛은 바로 의무대장이다.

때문에 이 의무대장의 역할은, 두 번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중요했다.

의무대장의 치료가 있어야만, 이어지는 여러 번의 전투를 연속해서 이겨 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점에서, 천군의 의무대장이 사망해 버렸다.

심지어 사망한 그 의무대장은 천군 진영에 남아 있던 마지막 의무대장이었다.

‘큰일 났네 이거…….’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공격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니, 측방이 열린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이안의 지분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이안의 포지션은 애초에 최전방이었으니 말이다.

만약 누군가의 실책을 논해야 한다면, 후방에 있던 수비대장 훈이나 대장군 페드릭.

그리고 보좌관들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안은 지금의 상황이 누군가의 실수 때문이라기보다 림롱의 기지가 만들어 낸 한 수라고 판단하였다.

‘완벽히 허를 찔렸어.’

이안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채 림롱이 있는 후방을 돌아보았다.

이어서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그리고 이안의 눈에 들어온 림롱의 입가엔 미묘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림롱의 표정은 마치 이안에게 ‘자, 이제 어떻게 할 거냐’라고 묻는 듯하였다.

입술을 깨문 이안의 입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방금은 분명 한 방 먹었다만,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내가 될 거다.’

모든 의무대장이 아웃된 건 분명 치명적인 타격이었지만, 이길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야만 했다.

지금까지 쌓아 올린 공헌도가 아까워서라도 말이다.

만약 전장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공헌도가 제법 많이 삭감될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공헌도에서 뒤쳐진 마당에, 그런 결말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음을 다잡은 이안은, 전방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 *

시간이 지날수록 전투는 무르익어 갔다.

그리고 방송을 시청하는 유저들 또한, 점점 더 전장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초반처럼 매 턴마다 킬이 나오는 양상은 아니었지만, 전장에 남은 말들의 숫자가 적다 보니 게임의 속도감은 더욱 빨라진 것이다.

“와, 저기서 연속 킬을 따버 리네?”

“크으, 대장군 고유 특성은 정말 생각조차 못 했어.”

“난 거기까지 예상하고 한발 뒤로 뺀 수비대장이 더 대단한 것 같은데? 훈이? 쟤도 한국유저였나?”

“진짜 엎치락뒤치락 장난 아니다. 벌써 역전에 재역전까지 나왔잖아!”

“이거 재밌어서 다른 일을 못 하겠네 정말.”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장위의 옥석은 점점 가려지기 시작했다.

결국 양 진영에서 가장 뛰어난 유저들만이, 말판 위에 남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양 진영의 스코어는 계속 비등하게 뒤집혔고, 그 결과, 스코어는 다음과 같이 만들어졌다.

-전투 현황

*천군

킬 포인트 : 540

생존 현황 : 대장군(1), 장군(2), 특수병(0), 장교(2), 병사(0)

비고 : 트리플 킬 2회

더블 킬 1회

*마군

킬 포인트 : 560

생존 현황 : 대장군(1), 장군(2), 특수병(1), 장교(1), 병사(0)

비고 : 트리플 킬 1회

더블 킬 3회

양 진영에 남은 유저들은 정확히 각각 다섯 명.

최후의 10인이 남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중 한국 유저가 무려 셋이나 된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이미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많은 한국 유저들이 국뽕(?)에 취해 있었다.

-와, 생존자 열 명 중에 한국인이 셋이라니. 이거 실화임?

-다른 나라는 둘 이상 살아 있는 곳이 없는 것 같은데……. 대박이네. 카일란 종주국 이름값 한 듯.

-난 이안이랑 림롱까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훈이까지 이 정도로 잘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지금 우리 이안갓의 충복 1호를 무시하는 거임?

-ㅋㅋㅋ 충복 클라스 오졌다.

-그나저나 아까까지만 해도 이라한도 있지 않았냐? 나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이라한 어디 감? 걔까지 있었으면 한국유저 넷이었을 텐데…….

-너, 화장실에 1시간은 앉아 있었나 본데?

-응? 그게 무슨……?

-이라한, 아~까 전에 이안한테 순삭당했음.

-뭐지? 계속해서 방송 보고 있었는데, 대체 언제 어디서 당한 거냐, 이라한은?

-뭐, 놓쳤을 만도 해. 진짜 3초 만에 순삭 당했거든. 이안한테 화살 몇 대 맞더니 그냥 증발해 버리던데?

-ㅋㅋㅋ 미친 ㅋㅋ 또 이안한테 죽은 거야?

-ㅇㅇ

-이라한은 무슨 이안만 만나면 개복치인 양 죽어 버리네. 걔들 무슨 상성 있음?

-개복치 클래스.

하지만 축제분위기인 시청자들과 달리, 전장 안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살벌했다.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듯, 매 턴에 주어진 모든 시간을 활용하며 움직이는 열 명의 랭커들.

그렇게 전투 없이 두세 턴이 더 지나가자, 열 명의 유저들이 전부 전장의 중앙에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이안의 턴이 돌아왔다.

* * *

‘휴우, 그래도 어찌어찌 여기까지는 왔네.’

짧게 심호흡을 한 이안은 남아 있는 유저들의 면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각 진영에 남은 다섯 명의 유저들이 한데 똘똘 뭉쳐 서로를 마주하고 있는 전장의 중심부.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대등하고 팽팽한 상황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지금은 천군 진영이 무척이나 불리한 상황이었다.

남은 유저의 숫자는 똑같이 다섯일지라도, 남아 있는 생명력의 수치가 달랐으니 말이다.

모두가 80퍼센트 이상의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마군 진영과 달리, 절반의 생명력조차 남아 있지 않은 천군의 랭커들.

그나마 이렇게 숫자라도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치열한 운영의 결과였다.

수비대장과 대장군, 그리고 보좌관들의 포지션을 치밀하게 움직여서, 최소한의 피해로 마군 진영을 야금야금 갉아먹은 것이다.

만약 이러한 짜임새 없이 계속해서 국지전의 양상이 이어졌더라면, 전투는 이미 끝나 있었을 것이다.

전투에서 살아남기만 하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마군진영과 달리, 천군진영의 피해는 누적되니까.

“후우……!”

한차례 크게 심호흡한 이안은 전방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바로 지금의 ‘구도’를 만들기 위해 몇 턴 동안 전투를 피해 온 것이니,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훈이, 시작해도 되겠어?”

이안의 물음에, 훈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자, 그럼 한번 질러 볼까?”

돌아온 턴은 분명 이안의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안의 턴에는 이안만이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안은, 대체 왜 훈이에게 허락을 구한 것일까.

저벅저벅.

이안의 걸음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해 고정되었다.

그리고 그의 행보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이었다.

“지금 대체 뭘 하는 거야?”

“갑자기 자살이라도 하려는 거야?”

“뒤쪽에 보좌관이랑 수비대장은 안 보이냐고!”

이안의 걸음이 하나 움직일 때마다, 전장을 지켜보던 유저들의 표정은 점점 더 하얗게 변했다.

그의 걸음이 닿은 목적지는 바로…….

띠링-!

-천군 진영의 돌격대장 ‘이안’ 유저가, 마군 진영의 대장군 ‘카이’ 유저를 공격합니다.

-‘이안’ 유저와 ‘카이’ 유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마군진영의 대장군 ‘카이’의 앞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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