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91화 (60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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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신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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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기사’ 클래스는 PVP에서 평균 이상의 성능을 보여 주는 클래스이다.

딜 능력은 다른 클래스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편이지만, 탱킹 능력이 타 클래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이었다.

괴랄한 방어력과 생명력, 그리고 회복 능력.

이것을 무기로 버티며 계속해서 딜을 넣다 보면, 상대는 가랑비에 옷 젖듯 결국 모든 생명력을 잃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장비 성능 차이가 많이 난다면……. 전사 클래스 따위로 기사를 절대 이길 수 없지.’

달려드는 이안을 보며, 왕차이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왕차이는 이미 이안을 ‘전사’ 클래스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전 전투에서, 이안이 보여 준 근접전 실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피지컬은 확실히 대단한 놈이지만, 공격이 박히지 않는다면 피지컬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는 법.’

왕차이가 짐작하기로, 이안이 든 검의 티어는 자신의 판금갑옷보다 적어도 두 단계는 낮은 급이었다.

그리고 그 수준의 무기라면, 정말 개미 발자국만 한 딜이 들어오리라.

“흐아압!”

기합성을 내지르며, 이안을 향해 마주 달리는 왕차이.

그런데 그 순간, 왕차이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달려드는 이안의 한 손에, 어느새 방패가 들려 있었던 것이다.

‘뭐지? 전사 클래스가 방패를 들어?’

하지만 왕차이의 생각은 더 이어질 수 없었다.

곧바로 이안과 검과 방패를 부대끼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깡- 까앙- 까아앙-!

그리고 왕차이는, 더욱 오기가 생겼다.

‘감히 기사 클래스를 상대로 방패 컨트롤 싸움을 해보자는 건가?’

카일란에서 기사 클래스끼리의 PVP는, 흔히 ‘방패전’ 이라고 많이 부른다.

대부분의 경우 방패 컨트롤 실력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었다.

누가 더 많은 피해를 흡수해 내느냐의 싸움이랄까.

그리고 지금 이안이 방패를 들고 덤볐다는 것은 방패전을 신청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왕차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안의 ‘무모한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방패 컨을 나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왕차이는, 이안의 움직임에 더욱 집중하였다.

압도적인 방패 컨을 보여 줘서 녀석의 기를 죽여 놓아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자 더욱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파팡- 파파팡-!

이안과 왕차이의 신형이 움직일 때마다 두 사람의 방패를 타고 푸른 파동이 뿜어져 나온다.

방패막기로 흡수율 90퍼센트 이상을 달성해야만 터져 나오는 이펙트가 연달아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정말 최고의 실력을 가진 기사 클래스들의 PVP에서만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장관’이라고 할 수 있는 광경.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랭커들은,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쟤 전사 클래스 아니었어? 대체 정체가 뭐지?’

‘저 방패 컨은 타클래스로 보여 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이안과 왕차이의 방패 컨은 겉으로 보기에 정말 막상막하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었다.

왕차이는 기사 클래스이고 이안은 소환술사 클래스라는 점.

애초에 기사 클래스는 방패 막기를 사용할 때 일정 수준의 컨트롤 보정을 받는다.

때문에 지금 비슷한 수준의 흡수율을 보인다는 것은, 이안의 실력이 한 수 위라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그리고 그 팽팽하던 균형조차도,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까가강- 그그극-!

듣기 거북한 쇳소리와 함께, 이안의 검이 왕차이의 방패를 훑고 지나간다.

그리고 다음 순간.

퍼억-!

지금까지와는 확실히 다른, 둔탁한 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커헉!”

왕차이의 방패를 빗겨 친 이안이, 방패의 결을 따라 그대로 그의 복부를 찌른 것이다.

그리고 뭉텅이로 깎여 나가는 생명력을 확인한 왕차이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생명력이 깎여나 갔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한 방에 5퍼센트나 깎여 나가는 거지?’

전체 생명력에 5퍼센트라는 수치는, 얼핏 보기에 그리 대단한 수준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왕차이가 기사 클래스라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다른 클래스들에 비해 생명력이 두 배 이상 높은 데다가, 월등한 방어력까지 갖춘 클래스인 것이다.

게다가 지금 왕차이의 장비들은 다른 유저들보다 적어도 1~2티어 정도는 높은 상태.

결론적으로 지금 왕차이가 확인한 대미지는 예상했던 수준에 두 배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었다.

“후후.”

왕차이에게 치명적인 한 방을 꽂아 넣은 뒤, 이안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씨익 웃어 보였다.

물론 이안은, 왕차이의 멘탈을 슬쩍 건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혹시 지금, 신병한테 밀리는 거?”

“이놈이……!”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른 왕차이는, 마치 들소처럼 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이안은, 속으로 히죽히죽 웃음 지었다.

‘형편없는 실력으로 어떻게 2킬이나 했나 했더니……. 믿는 구석이 이거였군.’

사실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이안도 방금의 공수교환으로 살짝 놀란 상태였다.

그리고 이안이 놀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이안은, 생각보다 떨어지는 왕차이의 피지컬에 놀랐다.

물론 왕차이의 피지컬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이렇게 비교하면 조금 미안하지만, 헤르스와 비교해도 더 나은 수준이었으니까.

다만 문제는, 이곳이 일반적인 전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세계에서도 50명만이 선별되어 올라온,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전장인 것.

이곳에서 2킬이나 올린 유저의 실력이라 하기에, 왕차이는 분명 많이 부족했다.

그리고 둘째로 이안이 놀란 이유는, 예상을 훨씬 웃도는 왕차이의 방어력과 공격력이었다.

간단히 말해, ‘템발’에 놀란 것이었다.

‘이 녀석도 나처럼 제작을 한 건가? 어떻게 이렇게 높은 티어의 템들을 들고 있는 거지?’

옵션을 까보기 전엔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왕차이의 템들은 이안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보다 나은 수준이었다.

물론 지금 이안의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는 ‘용사의 천룡군장 보주’보다야 떨어지는 수준이었지만, 적당히 제작된 방어구와 검, 방패보다는 확실히 뛰어났던 것.

그리고 이안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거리를 좁힌 왕차이의 검이 다시 이안을 향해 쇄도하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이안의 표정은 느긋하기 그지없었다.

‘열 방 때려서 안 잡힌다면……. 백 대 때리면 그만이지.’

날아드는 왕차이의 검을 여유롭게 피해 낸 이안이, 순식간에 그의 후방을 점하며 몸을 빙그르르 돌렸다.

그러자 목표물을 잃은 왕차이의 신형이, 순간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이어서 다리를 접어 자세를 낮추며 위쪽으로 방패를 치켜드는 이안.

“……!”

그리고 당황한 왕차이를 향해 이안의 신형이 용수철처럼 튕겨 올랐다.

퍼엉-!

마치 폭발음을 연상케 할 정도로, 커다랗게 전장에 울려 퍼지는 둔탁한 타격음.

그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왕차이의 신형은 거짓말처럼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안이 방패치기를 사용하여, 왕차이를 허공에 띄운 것이다.

“으아아……!”

당황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비명을 터뜨리는 왕차이.

그리고 허공에 떠올라 완벽히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린 왕차이를 이안이 그대로 둘 리 없었다.

퍼퍽- 퍼퍼퍽-!

허공에 떠오른 왕차이의 등짝을, 이안의 검이 무차별적으로 난도질해 버린 것이다.

-마군 정찰병 ‘왕차이’유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군 정찰병 ‘왕차이’유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이제는 거의 정신이 혼미해져 버린 왕차이!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왕차이를 향해, 이안의 검이 그대로 꽂혀 들어갔으니 말이다.

퍼억-!

그리고 그 순간.

왕차이의 눈에는, 두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라 있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마염의 판금갑옷’ 아이템의 내구도가 30퍼센트만큼 떨어집니다.

-‘마염의 판금갑옷’ 아이템이 ‘파열’ 상태가 되었습니다.

-‘마염의 판금갑옷’ 아이템의 방어력이, 63퍼센트만큼 감소합니다.

“크허윽…….”

이안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한 뒤, 그대로 내동댕이쳐져 바닥을 힘없이 구르는 왕차이.

아직도 절반 이상의 생명력이 남기는 했지만, 왕차이는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내, 내 마염갑이……!’

마염의 판금갑옷은, 용사의 협곡에서 지금의 왕차이가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완소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아이템이 ‘파열’ 상태가 되었다는 것은, 제 기능을 못하게 되었다는 말과 일맥상통했다.

물론 수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수리한다고 하여도 원래의 성능을 되찾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일반적으로 ‘파열’로 인해 떨어진 아이템의 성능은 운 좋게 수리가 잘되어 봐야 50퍼센트 수준으로밖에 복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복구된 마염갑을 사용하느니 그냥 ‘전투병’ 등급의 아무 방어구나 착용하는 게 나을 수준이었다.

“이…… 이……!”

극도로 치밀어 오르는 복합적인 감정으로 인해, 두 주먹을 부르르 떠는 왕차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왕차이가 슬퍼할(?) 시간을 줄 이안이 아니었다.

“자, 제법 힘들어 보이는데……. 이제 그만 나가서 쉬자고 친구.”

이안은 맹렬한 기세를 뿜어내며, 왕차이를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물론 왕차이 또한 검과 방패를 마주 휘둘렀지만,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갑옷이 파열되어 심리적으로 위축된 데다, 이미 전의를 상실했으니 말이다.

퍽- 퍼퍼퍽-!

연신 방패를 들이대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막아 내지 못하는 왕차이.

반면에 이안의 방패에서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푸른 파동이 계속해서 퍼져 나왔다.

파앙- 파파팡-!

그리고 그렇게 10여 분 정도가 지났을까?

-마군 정찰병 ‘왕차이’유저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천군 기마대 ‘이안’유저가 승리하였습니다.

-‘왕차이’유저가 전장 바깥으로 소환됩니다.

전투의 끝을 알리는 메시지가 장내의 모든 유저들의 눈앞에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띠링-!

그리고 이안의 눈앞에는, 기분 좋은 메시지들이 추가로 이어졌다.

-수비전에서 승리하였습니다.

-현재까지 누적 킬 포인트 : 4

-연속해서 4킬을 달성하셨습니다.

-획득 공적치가, 150만큼 추가로 누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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