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89화 (60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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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의 역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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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부터 대장군까지, 수많은 상위 직책이 존재하는 이 용담호혈 속에서 이안이 선택한 한 수는 정말 ‘신의 한 수’ 라고 할 만한 것이었다.

선공권을 활용하여 한 계급 높은 장교를 아무런 피해 없이 처치해 낸 데다, 주변에 있는 마군 병사들로 하여금 공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지금 이안의 위치는, 마군 병사 셋의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앞에 나와 있는 두 병사 유저 사이의 대각선 한 칸 앞이자, 그 뒤편에 한 칸 빠져 있는 마군병사로부터 두 칸 떨어진 위치.

때문에 셋의 마군 병사 유저는 이안을 공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턴에 이안을 그냥 방치한다면, 다음 턴에는 선공 버프까지 받은 이안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들 테니까.

그리고 선공버 프를 받고 무방비의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병사로서 킬 포인트를 올릴 수 있는 쉽게 오지 않을 기회이기도 했다.

이제 이 첫 번째 턴이 전부 지나기 전에 상대 병사들의 차례가 순서대로 돌아올 것이고, 그들은 전부 이안을 공격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으리라.

‘셋 중 두 명만 날 공격해도, 어렵지 않게 장교로 승격될 수 있겠지.’

이미 이안은 1킬을 올렸다.

때문에 두 번의 전투만 더 승리하면 장교로 승격하게 된다.

첫 턴이 지나고 상대 진영의 강자들에게 타깃팅되기 전까지, ‘랭크 업’이라는 1차 목표가 이뤄지게 되는 것.

그리고 이 1차 목표에 성공한다면 이안의 큰 그림이 완성될 확률은 배 이상 높아질 것이었다.

‘물론 계획대로 퍼즐이 맞춰지려면, 내가 단 한 번도 패배해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가 깔리긴 하지만…….’

까강- 까가강-!

이안의 검과 크리스의 검이, 허공에서 수차례 맞물리며 불을 뿜는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두 사람 사이의 전투가 제법 치열해 보였다.

아니, 치열한 것을 넘어서 오히려 크리스가 더 유리한 듯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안은 사각으로 된 전장에 몰려 있었고, 크리스는 그런 이안을 쉴 새 없이 몰아붙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뒈져라, 이놈!”

크리스의 검에서 시뻘건 불길이 뿜어져 나오더니, 순간적으로 그의 신형이 전방을 향해 쏘아진다.

마계의 광전사 클래스 유저들이 즐겨 사용하는 최강의 공격기술인, ‘인페르노 디센드Inferno Descend’.

이름 그대로 지옥불이 강림하듯 쏟아져 내리는 불꽃을 마주하였지만, 이안의 표정은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런 이안의 표정을 발견한 크리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곧 뒈질 놈이 허세는……!’

인페르노 디센드는 카일란에서도 공격 계수가 상위 1퍼센트 안에 드는 막강한 스킬이다.

그리고 눈앞의 저 녀석이 기사 클래스가 아닌 이상 이 무지막지한 일격을 막거나 버텨 낼 수는 없을 것이었다.

완벽히 구석에 몰렸기 때문에 피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도, 크리스의 생각처럼 상황이 전개되지는 않았다.

우우웅-!

갑작스레 이안의 주변으로 공명음이 일더니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 것이다.

“……!”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당황한 크리스는 순간 무게 중심을 잃고 말았다.

촤아악-!

그리고 크리스의 뒤편에 나타난 이안의 검이 그의 뒷덜미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커헉!”

그리고 헛바람 들이키는 소리와 함께 크리스의 시야가 까맣게 변하기 시작했다.

띠링-!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마군의 병사 ‘크리스’ 유저가 패배하였습니다.

-‘크리스’ 유저가 전장 바깥으로 소환됩니다.

온몸이 새까맣게 변해 가며 쓰러지는 크리스.

그런 그를 응시하는 이안의 눈앞에 계속해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천군의 병사 ‘이안’ 유저가 승리하였습니다.

-‘이안’ 유저의 킬 포인트 : 2

-획득 공적치가 50만큼 추가로 누적됩니다.

그리고 이안의 입꼬리가 기분 좋게 말려 올라갔음은 물론이었다.

* * *

“……!”

잠시 동안 정적이 맴도는 YTBC 방송국의 스튜디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것은, 잔뜩 흥분한 하인스의 목소리였다.

“와, 이게 뭔가요! 어떻게 그 잠깐 사이에 저런 스킬 운용을 보여 줄 수 있는 거죠?!”

멍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던 하인스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크리스’라는 마군 병사 유저를 처치할 때 보여 주었던, 이안의 스킬 운용과 컨트롤을 뒤늦게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하인스를 제외한 스튜디오의 모든 인원들은 아직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잔뜩 호기심 어린 표정이 된 루시아가 하인스를 향해 물었다.

“하인스 님, 방금 어떻게 된 건가요? 혼자 감탄하지 마시고 얼른 설명해 주셔야죠.”

그리고 루시아의 말을 들은 하인스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해설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저도 단언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한차례 마른침을 삼킨 하인스가 방송 PD를 향해 신호를 주었다.

그러자 방금 전의 전투 장면이 느리게 편집되어 재송출되었다.

하인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안은 방금, ‘공간 왜곡’ 스킬을 사용한 겁니다.”

“공간 왜곡이라면…….”

잠시 생각하던 루시아는, 그제야 이안의 공간 왜곡 스킬을 떠올리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공간 왜곡은 소환수와 이안의 위치를 바꾸는 스킬 아니었나요?”

“맞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인스는 화면에 살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푸른빛을 가리키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여기 이 푸른 빛줄기 보이시죠?”

“음, 자세히 보니 보이네요.”

“저게 바로 소환수 소환 이펙트입니다. 흐릿하게 남아 있는 등껍질 모양의 잔상으로 보아 뿍뿍이를 소환했던 것 같군요.”

“……!”

“그러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이안은 그 찰나지간에 세 번의 스킬을 발동시킨 겁니다.”

그리고 그제야 상황을 깨달았는지 루시아의 입에서 뒤늦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아! 마족 유저 뒤편에 소환수를 소환하고 공간왜곡을 사용한 뒤, 소환된 소환수는 다시 소환 해제한 것이군요!”

하인스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짧게 대답했다.

“바로 그거죠.”

방금 이안이 보여 준 장면은, 사실 마법사 클래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블링크’ 계열의 고유 능력이나 다름없었다.

얼핏 보기에는 이안이 그냥 크리스의 뒤편으로 좌표를 찍고 블링크를 시전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인페르노 디센드가 캐스팅 시간이 있는 스킬도 아니고,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이게 가능한 거지?’

카일란에서 소환 마법을 발동시키기 위해선, 소환하고자 하는 좌표를 먼저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방금 이안이 보여 준 컨트롤을 하기 위해선, 좌표를 지정하고 소환수를 소환한 뒤 해당 소환수의 좌표에 다시 공간왜곡을 발동시키고 소환된 소환수를 다시 소환해제 해야하는 것이다.

물론 그게 어려운 작업이랄 만한 것들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해낼 수 있을 만한 컨트롤도 아니었다.

남들은 스킬에 직격당할 때까지 반응조차 하기 어려운 짧은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정말 소름이 돋는군요.”

루시아의 중얼거림처럼, 하인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아마 해외 유저들은, 이안이 뭘 한 건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겠지.’

이안에게 공간 왜곡이라는 스킬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한, 결코 파악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하인스는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로 다시 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 * *

전장의 흐름은 이안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이안에게 선제공격을 한 크리스가 당했으나, 그 다음 차례로 턴이 돌아온 병사가 곧바로 이안에게 선공을 가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안의 계획대로…….

띠링-!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마군의 병사 ‘스리케스’ 유저가 패배하였습니다.

-‘스리케스’ 유저가 전장 바깥으로 소환됩니다.

-천군의 병사 ‘이안’ 유저가 승리하였습니다.

이안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이안’ 유저의 킬 포인트 : 3

-획득 공적치가 50만큼 추가로 누적됩니다.

마군 진영의 관중들은 침묵하였다.

이안이 두 번째 승리를 가져갔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심각하지 않던 분위기가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하아……. 저 머저리들은 대체 왜 병사 하나 상대로 저렇게 지리멸렬하는 거야?”

“우리 쪽도 병사였잖아.”

“그렇지만 우리 쪽 유저들은 선공 버프를 둘둘 두르고 있었지.”

“하긴…….”

“게다가 무려 연속 세 번의 전투였다고. 의무대장이 치료 한 번 안 했잖아.”

“하, 이거 골치 아파졌네.”

마족 진영의 유저들은 이안의 실력에 긴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안이 일부러 전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으니 말이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의문스러운 첫 번째 전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비등한 전투였다.

그렇다면 마족 진영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연달아 떠오르고 있는 시스템 메시지들 때문이었다.

띠링-!

-천군의 병사 ‘이안’ 유저가, 신의 말판 전장에서 3킬 이상을 올렸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이안’유저의 직책이 ‘장교’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병사’와 ‘장교’의 전력 차이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안이 3킬이나 올린 데 이어 승격까지 성공하였으니, 이로 인해서 벌려 놨던 차이가 절반 이상 메워진 것이다.

고작 ‘병사’ 하나 때문에 승기가 팍 꺾여 버린 것.

물론 아직까지 마군 진영이 좀 더 유리하기는 하였지만, 전장에서 ‘상승세’라는 것은 무시 못 할 요소였다.

마군 진영 유저들의 똥줄이 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반면에 천군 진영의 유저들은 기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와아, 마족 녀석들 다 쓸어 버려!”

“이게 바로 병사의 역습이다, 이 마족 놈들아!”

“좋았어! 이대로 역전하자고!”

지금까지의 우울했던 표정들은 어디로 갔는지 온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천계 진영의 관중들.

그리고 이안의 입가에도, 그에 못지않은 함박웃음이 걸려 있었다.

이 모든 설계를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큰 난관이었던 첫 번째 승격을, 무사히 성공시켰기 때문이었다.

‘좋아, 일단 한 시름 놓았고……!’

게다가 이안의 눈에만 떠오른 추가 메시지들은 그를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승격’에 성공하여 소진되었던 생명력이 전부 회복되었습니다.

-‘용맹스런 병사’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전장이 종료된 뒤, 정산되는 공적치가 15퍼센트만큼 추가로 증가합니다.

공적치에 목마른 이안에게는,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메시지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다음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이안에게 더욱 중요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장교’ 계급으로 승격하셨습니다.

-직책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선택 가능한 직책 : 보좌관/정찰대/기마대

-어떤 직책을 선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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